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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35화 (35/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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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심-- >

    -상당히 괴짜에다가 몇칠 야근하면 맛이 가는 녀석이니까 조심해서 다녀와.

    데본 아저씨의 충고를 떠올리며 나와 루이넬, 베르데는 마을 중심부를 향해 걸어갔다.

    쇠 냄새와 후끈한 열기가 점점 공기를 가득 채우고 어디선가 연기가 올라오는 공방도 있다.

    다른 사람들도 상당히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무언가를 이리저리 준비하는중.

    "북적북적 하네. 여긴 항상 이런건가?"

    "아뇨, 예전부터 소란스러운 곳이기는 했지만 어째선지 오늘은 더 그러네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

    베르데는 잠시 걸어가 다른 공방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때는 한참 상기된 표정이 되어있었다.

    "왜? 무슨 일이래?"

    "미룡왕님이 150년만에 수면기에서 깨어나셨데요. 그래서 이렇게 활발한거고요"

    ...... 마왕이 자고 있었던 거였냐!!

    아니,그런데 어째서 마왕이 깨어났다고 이렇게 북적인데?

    파티라도 여는 건가?

    "아, 도착했네요"

    내가 이것 저것 생각하고 있을 무렵 벌써 목표 장소에 도착했다.

    다른 여타 공방보다 작고 허술해 보이지만, 뭐랄까.

    쇠 냄새가 짙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기묘한 느낌이지만 다른 공방이나, 그 이상의 뭔가가 느껴진다.

    "야아아아아아아그으으으으으은──!!!!!"

    야생의 좀비가 나타났다?!

    내가 느낀 기묘한 무언가는 이녀석의 다크한 기운이였나?!

    "야아그으은!!!!"

    흐느적 대면서 팔로 겨우 기어 나오는 남자는 눈밑에 다크 서클이 진하게 나있고 회색빛 머리카락이 푸석푸석하게 윤기를 잃었다.

    털석.

    그리고 침묵.

    "아, 죽었나 보다"

    "아직 않죽었어어어!!"

    "'아직'이잖아. 곧 죽겠지"

    "않죽어어어!"

    그리고 늘어짐.

    움직임이 없다, 그냥 시체인듯 하다.

    "배,배고파. 밥! 밥! 바아압!"

    뭐랄까, 상당히 똘끼가 있는 녀석으로 보인다.

    "동감"

    "저도요"

    "시싯"

    "큐우"

    아니, 이 녀석들이 내 마음을 읽었어?!

    일단은 녀석의 공방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 한쪽에 있는 주방 비슷한 곳에서 밥을 만들었다.

    우걱우걱우걱우걱우걱우걱──!!!!

    마침 점심때이겠다, 우리도 점심을 먹기 위해 양을 많이 해서 만들었는데 그걸 한사람이 전부 먹는 중이다.

    아니, 흡입이라고 해야하나.

    그것 때문에 나나, 루이넬, 베르데는 식욕이 뚝 떨어졌다.

    "와구와구! 몇칠동안 와구! 밤을 새면서 우걱 우걱! 일했더니 츄릅! 밥먹는것도 깜빡했지 뭐야!"

    "먹던지 말하던지 둘중 하나만 해라"

    일단 남자의 외모는 잘생긴 편이다.

    뭐, 마족이야 전부 미남 미녀다만.

    아무튼 장인의 일족 특유의 회색빛 머리카락에 건장해 보이는 체격.

    특히 팔근육이 발달해 있다.

    키는 나보다 조금 작아서 175센치미터 정도일까?

    거기에 나이는 20대 중반 정도로 보인다.

    ....... 어이, 로드라면서 얼마나 젊은거야?

    "아무튼 고마워. 내 이름은 라인시고 메이커 크리에이티브 로드. 일단 장인의 일족의 로드를 맡고 있어"

    "팬텀 테라야"

    "루이넬"

    "아, 베르데 포레스트라고 해요. 이쪽은 큐리"

    각자 자기 소개를 하고 나에게 악수를 청해오는 라인시고의 손을 잡았다.

    단단하게 굳은살이 박혀있지만 유연한 구석 느낌이 드는 손이다.

    "응, 테라라니. 땅의 일족이구나? 그쪽 아가씨는 잘 모르겠고, 포레스트라면 나무의 일족인가?"

    혼자 말하는는 버릇이라도 있는건지 우리의 종족에 대해 중얼거리면서 자기 혼자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튼 무슨 일이야? 요즘 더럽게 바빠서 제작 의뢰라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데"

    "제작까진 아니고, 수리좀 부탁하려고"

    "응? 아아, 그런거라면 얼마 걸리지 않으니까 괜찮겠네. 어여 줘봐"

    나는 단검을 꺼내 라인시고에게 건냈다.

    "...... 어라?"

    내 단검에서 무언가를 안건지 눈이 휘둥그래진다.

    "이 단검. 분명히......"

    그리고 나와 눈을 마주치며 한사람의 이름을 말한다.

    "라인하르트 테라 데르헤논 네버다이"

    움찔!

    나도 모르게 몸을 떤 나는 놀라서 라인시고를 쳐다본다.

    "이 단검. 분명히 내가 아주 오래전에 불사의 마왕님께 드린 물건이지. 내가 제일 처음으로 아다만티움을 써서 만든 무구라 기억하고 있어"

    그런?!

    "보아하니 불사의 마왕님이 음각으로 새겨서 항마력이 강한 아다만티움에 마법을 부여한건가? 이건 기교나 능력을 뛰어넘어서 근성에 가깝군"

    "어째서?"

    "아다만티움에. 그거도 순도 100퍼센트에 가까운. 이런 작은 단검에. 간단하다지만 적어도 5개는 마법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노력을 퍼부어야 되는건지 알아?"

    아아, 아저씨.

    돌아가셔서도 눈물나게 만드네.

    나는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고 진정했다.

    "여기서 문제는 하나"

    "......?"

    "분명 불사의 마왕님께 있어야할 물건이 왜 여기 있냐는거지"

    "......"

    녀석은 단검을 금방이라도 내 목을 찌를듯이 겨누고 말했다.

    덕분에 주위에 분위기를 싸해지는게 느껴진다.

    루이넬은 어찌할지 몰라하고 베르데는 얼굴을 굳혔다.

    "유품이야"

    "뭐?"

    "그거, 라인하르트 아저씨의 유품이라고"

    "유품이란거, 분명히 죽은 사람이 남긴 물건을 말하는거 아니였나?"

    "정답. 네가 생각하는게 맞아"

    라인시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단단한 나무 제질로 되어보이는 상 한쪽을 악력만으로 부숴버리며 으르렁 거렸다.

    "지금 불사의 마왕님이 죽었다고 말하는 거냐? 아무리 마왕직에서 내몰렸다지만 그분의 능력이라면 어디가서 돌아가실 분은 아닐텐데?"

    "그건 사실이야. 뭣하면 내 심장을 걸고 약속할수도 있어"

    나는 라인시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믿든 않믿든 상관없다, 그저 진실을 말할뿐.

    뭐, 않믿으면 대판 싸우는 거지만.

    "...... 좋아. 믿도록 하지"

    "순순히 믿는 거냐?"

    "아니, 네녀석 눈에서 예전에 만난 불사의 마왕님과 똑같은 눈을 본것 뿐이야"

    녀석은 이번에는 더 자세히 단검을 보기 시작했다.

    마력선이나 손잡이 부분, 중심이 제대로 잡혀 있는지 확인한다.

    "...... 고칠수 있겠어?"

    "고칠수야 있지. 마력선 부분만 다시 연결하면 되니까. 다만 문제는 그 이후지"

    문제가 되는곳은 바깥에 나있는 마력선 부분.

    단검 외부에 세겨져 있어서 망가지기가 쉽다.

    "내가 고쳐도 금방 또 망가질꺼야. 그러면 차라리 녹여서 다른 무기를 만드는게 나아"

    "그걸 녹인다고? 어림없는 소리! 라인하르트 아저씨의 유품을 그렇게 쉽게 없엘것 같냐?"

    내 말에 라인시고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손가락을 튕겨 단검을 울렸다.

    티이잉!

    맑은 고음의 소리가 울린다.

    마력선이 손상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검 자체의 예기나 능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 장인의 일족에게 무구를 녹여 다른걸로 만든다는건 재탄생을 의미해. 마치 극지에 존재하는 홍염의 일족처럼 죽어도 전생해서 다시 태어나지. 단검을 녹여도 이 안에 들어가 있는 혼은 다른 무구에 녹아들어 다시 태어난다는 거다"

    자근자근, 그리고 확실하게 말하는 라인시고의 말에는 신념이 담겨있다.

    개인의 신념인지, 아니면 장인의 일족의 공통된 신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두 눈엔 확고한 의지가 보인다.

    "그래서, 녹일꺼야 말꺼야?"

    "...... 잠깐만 시간을 줘"

    "좋아. 얼마든지 생각해. 혹시 머물곳이 없다면 공방 한쪽이라도 빌려줄수 있어"

    나는 공방 밖으로 나왔다.

    그 옆에 쪼르르 따라 나오는 루이넬.

    "저기..... 류, 아니, 팬텀"

    "응, 왜?"

    "단검..... 녹일꺼야?"

    "글쎄. 나도 그걸 생각중이다"

    녹일것이냐 말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저씨의 유품이나 마찬가지인 물건이지만, 앞으로 살아가는데 많은 지장이 있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라인시고의 말을 들은 뒤라 생각이 복잡하다.

    녹이자니 마음이 걸리고 내버려 두자니 미래가 걱정이다.

    산속이라 그런지 벌써 해가 져가고, 어디선가 맑은 망치소리가 들린다.

    수개의 망치 소리가 서로 엉켜 들어가며 절묘한 하모니를 만들어 내고, 해가 지면서 만들어 내는 석양이 붉게 타오른다.

    "그거, 아저씨의 유품인데.....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

    머리가 복잡하다.

    만약 내 생각을 나타내는 천사와 악마가 있다면 천사는

    '녹이면 않돼! 아저씨의 유품이잖아!'

    라고 할테고 악마는

    '녹여버려! 앞으로 살아가려면 다른 무기가 필요하잖아!'

    라고 소리칠것 같다.

    "루이넬. 넌 어떻게 생각해? 녹일까? 말까?"

    "으엣?! 그걸 나한테 묻는거야?"

    "딱히 상담할 사람이 없잖아"

    루이넬은 이리저리 생각을 하면서 복잡한 머릿속을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음..... 내가 생각하기엔 녹이는게 좋을것 같에"

    "어째서?"

    "아무리 그게 네 소중한 사람의 유품이라지만 앞으로 살아가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루이넬이 힐끔힐끔 내 표정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한다.

    남의 일을 말하는 것이라 화를 낼수도 있으니 그러는 것이리라.

    "........"

    나는 루이넬의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했다.

    베르데도 슬쩍 나와서 나를 지켜보고 루이넬도 계속 내 옆에서 기다린다.

    "좋아"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공방으로 들어가 라인시고에게 말했다.

    "단검. 녹여줘"

    ============================ 작품 후기 ============================

    아, 이제 다음 다음화면 마룡왕의 등장.

    12년 12월 29일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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