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31화 (31/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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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롱헤롱-- >

    하루정도 마을에 머무른 우리는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났다.

    상당히 공기가 좋은게, 잠잘때 편하게 잔거 같다.

    "그래서 언제까지 하고 있을건데?"

    "기다려봐, 오백팔십구, 오백구십...... 육백"

    나는 팔굽혀펴기를 600번 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체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팔굽혀펴기를 600번 정도 하면 힘들지만 나는 조금 힘이 없구나, 하는것 빼면은 그다지 변함이 없다.

    오오, 육체능력하나는 끝내주는 구나.

    "아, 일어 나셨어요? 편하게는 주무셨나요?"

    "응. 방까지 내줘서 정말 고마워"

    "뭘요, 서로 돕고 살아야지요"

    루이넬에게 들으니 나무의 일족은 착하고 경계심이 없는 성격이라고 한다.

    다른 마족에게 침략받을 일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침략할 힘도 없기에 전쟁이 나면 항상 중립을 유지한다.

    워낙 착한 종족이라 심한경우 호구소리를 들을때도 있다고 한다.

    "에, 저기. 그러니까 이름이......"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도 않알려 줬나? 미안"

    "아,아뇨, 저도 묻지 않았는걸요"

    나는 깜박 잊었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내 이름은 류..... 팬텀 테라야"

    "루이넬이야"

    루이넬은 잠깐 이상한 눈으로 나를 보았으나, 이내 내가 말한 이름이 마왕으로서 새 이름이란걸 알고 시선을 거두었다.

    "아, 팬텀씨는 땅의 일족이신가 보죠? 거긴 참으로 이름난 종족이지요. 마왕도 2명씩이나 나왔잖아요"

    "뭐, 그렇지"

    라인하르트 아저씨하고 그 빌어처먹을 변태마왕자식을 말하는 건가?

    아직 2명이란걸 보면 내가 마왕이 ?

    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은 모양이다.

    산맥 바깥쪽과의 교류가 적은것 같으니, 아직 않알려졌을것 같다.

    "루이넬씨는...... 사정이 있나보네요. 그럼 묻지 않을께요"

    ".... 고마워"

    루이넬은 거의 멸망직전까지 몰린 벰파이어 종족이다, 말하기가 꺼리는 거겠지.

    "에, 그런데 팬텀씨는 앞으로 가실곳이라도 계신가요? 아니면 어제처럼 장인의 일족이라도 만나러?"

    "응, 그럴려고. 이거 고쳐야 하니까"

    내 단검을 유심히 보던 베르데는 순간 눈에 이채를 빛냈다.

    "밝으면서도 무거운 느낌이 드는 진한 회색..... 아다만티움인가요?"

    "어? 알아보네?"

    "네, 장인의 일족의 마을에 가도 많이 보는 광석이니까요. 무거워서 그렇지, 상당히 쓸데가 많다고 해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이 되었다는 듯이 말했다.

    "장인의 일족에게 의뢰하려면 적어도 일정 이상의 무구여야 하는데. 아다만티움 재질의 무구라면 그들도 쉽게 고쳐줄꺼예요"

    "오오, 그래도 장인이라 이거야?"

    일이 잘?

    는데?

    만약 돈이라도 요구하면 수리비가 얼마가 될지 몰라서 조금 고민했었는데.

    마왕성에 가서 고칠수도 있지만 거리가 너무 멀고, 강해지겠다고 뛰쳐 나왔는데 한달만에 돌아갈수도 없고.

    "시싯!"

    아, 이렌이 잠에서 깨어난듯 하다.

    다다다다! 거리며 달려와 점프해 내 허리춤에 밸트를 밟고 한번더 도약.

    그리고 머리위에 안착.

    "아, 그 마수는?"

    "응, 이렌이야. 종족명은 헷지호그라고 하더라고. 일단은 동료이자 친구"

    "헤에? 저는 용의 산맥 근처에서만 살아서 용종 이외의 마수는 처음봐요"

    베르데의 어께 위에 있던 큐리와 이렌이 서로를 보며 으르렁 댄다.

    "큐리! 그러면 못써!"

    "이렌 너도 그만해라. 집주인 친구한테 그게 무슨 짓이냐?"

    마치 흥! 하듯이 큐리와 이렌이 동시에 고개를 돌린다.

    아니, 고슴도치가 고개를 돌릴수 있나?

    목이 않보이는데?

    아무튼 나는 아침을 만들기 위해 주방으로 안내받았다.

    나무의 일족은 전에 말했다시피 소식을 하는 일족이라 이쪽에 맞춰서 우리가 밥을 먹으면 굶어 죽는다, 아니 겨우 살 정도는 되겠지.

    그래서 차라리 내가 요리하는게 훨씬 나은 것이다.

    "빵굽자. 빵. 치즈. 고기. 야채. 오늘은 샌드위치다!"

    "에에?!"

    나는 요리할때는 정신이 반쯤 나간다.

    진짜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아침상이 차려 있습니다.

    나무의 일족들이 키운 유기농 야채에 따뜻하게 데운 빵, 그리고 아공간에서 꺼내 녹여서 빵 위에다 올린 치즈와 고기.

    "우와! 진수성찬이다. 그렇지 큐리?"

    "큐우!"

    루이넬과 베르데는 자리에 앉고, 이내 나도 샐러드가 담긴 그릇을 내려놓으며 앉았다.

    이렌과 큐리는 상 위로 올라와서 샌드위치 하나를 가지고 전투.

    "시시싯!!!"

    "큐웃! 큐우!"

    아, 네, 큐리 선수! 날아서 이렌선수의 가시를 회피합니다!

    이렌선수 점프를 했지만 공중전이 특기인 큐리선수를 맞추는건 무리네요.

    아, 갑자기 해설모드.

    일단 각설하고.

    "일단 먹자"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 위에 폭풍이 몰아쳤다.

    루이넬이 샌드위치를 집으려 하자 그걸 스틸하는 이렌과 큐리.

    약간 화가난 루이넬은 계속해서 샌드위치를 노리지만 상대는 두명.

    "근데 너는 그걸로도 괜찮겠어?"

    "네, 오히려 이것도 저희에게는 한끼 식사로는 꽤 많은 양이거든요"

    베르데는 샌드위치를 반으로 자른것 하나를 우물우물 씹어먹으며 말했다.

    엄청나게 소식하는구나, 저걸로 배가 부르긴 하는걸까?

    잠시간이 지난후 어떻게든 식사가 끝났다.

    나는 주전자(어쩐지 있더라, 장인의 일족에게서 받아온듯)에 물을 넣고 끓였다.

    그리고 쿠파인 가루를 꺼내 적당히 컵에 덜고, 물을 부어서 섞었다.

    "우와아, 향이 좋네요? 무슨 가룬가요?"

    "쿠파인 가루라고, 저쪽 마수의 숲에서 나는 열매야. 생각보다 단건데. 마실래?"

    "네, 한잔 주세요"

    이렇게 다들 조용하게 커피타임을 가졌다.

    우와, 평온하다.

    "팬텀씨는 마룡왕님의 영지로 가실 생각이죠?"

    "응, 단검도 고쳐야 하고. 루이넬도 사고싶은게 있어보이니까"

    루이넬이 어제 스태프! 하면서 눈을 빛내는게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읏! 따,딱히 사고싶은게 아니야! 마법을 쓰는 마족으로서 마력의 효율을 높혀주는 도구 하나정돈 필요하니까......"

    "그게 사고 싶다는 거라고"

    "읏!"

    정곡을 찔린 루이넬이 당황하며 우물쭈물 대다가 커피를 들이킨다.

    하지만 아직도 뜨거운지 금방 혀를 내밀며 고통을 호소한다.

    "뜨거워!"

    "조금 식었다지만 그렇게 들이키니까 그렇지. 여기 찬물"

    나는 다른 컵에 찬물을 담아 루이넬한테 건네주었다.

    벌컥벌컥 물을 들이킨 루이넬은 이내 진정이 ?

    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길은 알고 계신가요? 여긴 산속이라 지도를 본다고 해도 찾아가기가 힘들거든요"

    "...... 어쩐지. 루이넬이 길을 잘 모른다 싶더라니"

    "읏! 아,아냐! 그냥 조금 방향을 잡지 못하는것 뿐이야!"

    "그게 길을 모르는 거다만?"

    우우우! 거리며 루이넬이 고개를 숙인다.

    "그러면 제가 길안내를 해드려도 될까요?"

    "정말? 처음보는 사람인데, 폐끼치는건 아닐까 몰라"

    "아뇨, 어차피 이맘때쯤 다른 도구들을 가지러 가봐야 하거든요. 겸사겸사 같이 가도 되요"

    "아싸! 안내인 획득!"

    일행 하나 추가요!

    "에, 그런데 두분은 연인이신가요?"

    "응?! 아,아냐! 내가 왜 이런 녀석이랑......"

    "전혀 아니거든? 아는 동생이라면 모를까. 어린해한테 욕정할정도로 삐뚤어지진 않았어!"

    마을을 나서던중 베르데의 물음에 나와 루이넬이 극히 부정했다.

    "어째서요? 두분 상당히 잘 어울리시는것 같은데......"

    "그러니까, 어째서 내가 이 꼬맹이의 연인이냐고. 게다가 아직 성년도 치르지 않은 꼬맹이잖아"

    "두번이나 들어갔어! 꼬맹이가 두번이나 들어갔다고!"

    루이넬은 꼬맹이란 단어가 그렇게나 신경쓰이는지 벅벅 화를 내며 얼굴을 붉혔다.

    "루이넬씨는 아직 성인식 전이신가요? 보통 그정도면 성인식을 할텐데, 오래사는 종족이신가 봐요. 팬텀씨는 좋겠네요, 땅의 일족이라면 수명도 기실테니까 오랬동안 신혼 분위기를......"

    "아니야!!!""

    이놈이 연인 아니라니까 뭘 들은거야?!

    루이넬의 얼굴이 거의 자기 눈동자만큼 붉어져있다.

    우와, 사람의 얼굴이 이렇게 붉어질수도 있는거구나.

    그때, 갑자기 루이넬이 휘청거리며 중심을 잃었다.

    돌에 걸린다거나 발을 삐끗했다거나 하지 않고, 갑자기 현기증이라도 난듯이 휘청거렸지만, 이내 중심을 잡았다.

    "뭐야, 어디 아픈거냐?"

    "아,아무것도 아니야. 신경쓰지 않아도돼"

    루이넬은 고개를 저으며 별거 아닌듯 말했지만, 어째 신경쓰이는건 어쩔수 없다.

    전에도 이런일이 있었던것 같은데......

    "아! 너 혹시....."

    "아,아냐! 딱히 피가 필요해서 그런건 아니야!"

    아, 루이넬 자폭.

    "역시나 였나. 그러고 보니 꽤나 지났는데도 별 이상이 없어서 어디서 피라도 얻어마셨나 싶었지"

    루이넬이 마왕성에 있을때는 단 한번도 피가 필요한적이 없었다.

    내가 추측하기로는 아마 루이넬이 마력을 사용할때마다 그걸 보충하기 위해 피가 필요한것 같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력을 사용하고 하루정도 시간이 지난뒤에 피가 필요했었다.

    비록 전에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 루이넬이 버티지 못해 쓰러졌었지만, 지금은 초기니까 빨리 피만 마시게 하면 괜찮을거다.

    "자, 여기"

    나는 손목을 앞으로 내밀었다.

    "으으으, 왜?"

    "왜가 아니지. 피가 필요한거잖아. 그럴꺼면 다른사람한테 민폐끼치지 말고 차라리 내 피를 마셔"

    "하,하지만......"

    "전에는 빈사 직전까지 실컷 마셨던게 누구였더라?"

    "읏!"

    루이넬은 얼굴을 붉히며 어쩔줄 몰라 하다가 베르데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

    "에, 루이넬씨는 벰파이어인가요?"

    "응,가끔 피를 않마시면 쓰러지거든. 그래서 이러는 거야"

    "그럼 마셔야죠. 아, 혹시 제가 거슬린거라면 자리를 피해드릴께요"

    베르데는 조금 걸어가 나무앞에 서서 몸을 숨겼다.

    "자, 빨리. 나도 마음의 준비는 ?

    어"

    "하,하지만 그래도......"

    "그러다가 싸울일이 있을때 갑자기 쓰러지면 어떻할래? 그러면 너도나도 위험하다고"

    루이넬은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내 팔을 잡았다.

    내 손바닥이 위를 보고 형태인데, 루이넬의 한손은 내 손을 가볍에 올리듯이, 한손은 팔꿈치에서 조금 안쪽부분을 잡았다.

    그리고 팔목에 있을 혈관을 정확하게 찾아서 문다.

    아득!

    따뜻한 입술이 팔목에 닿고, 차가운 송곳니 두개가 내 팔목을 뚫는다.

    그리고 피가 빠져나가는게 느껴진다.

    쭈웁쭈웁!

    ...... 힘차게도 마시는구나.

    "적당히 마셔, 너무 많이 마셨다가 지난번처럼 빈혈로 쓰러질지도 몰라"

    순간 움찔거린 루이넬은 한모금정도 더 마시고 내 팔목에서 입을 뗏다.

    "후아아아......"

    "기분 좋냐?"

    나는 상당히 나른해져서 기분좋아 보이는 표정을 한 루이넬에게 넌지시 물었다.

    눈을 보니 술에 취한듯 헤롱헤롱 거린다.

    설마 내 피에 알코올 성분이 있을리는 만무하고, 그냥 흡혈귀의 종특인가?

    "헤헤헤, 기분 좋다아아아"

    ....... 혹시 내 피에 마약성분이 있는건 아니겠지?

    헤롱헤롱 거리는 루이넬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지 계속 자리에 주저 앉았다.

    나는 할수없이 루이넬을 엎었다.

    "아, 끝나신 건가요? 근데 루이넬씨는......"

    "너무 많이 마셔서 취했나봐"

    "피를 마시고 취해요?"

    "일단은 흡혈귀니까 피에 취할수도 있겠지"

    예전에는 이것보다 더 많이 마셨는데도 별로 변한건 없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것이라면 기껏해야 마왕이 ?

    거나 이상한 검은 안개를 쓴다거나 마왕급 마력이 있다거...... 어라?

    "혹시 내 피에 흐르는 마력때문에 그런건가?"

    확실히, 예전보다 내 피에 흐르는 마력은 상당하다.

    마왕급 마력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리 단전에 집중되어 있다지만 상당히 많은양의 마력이 피를 따라 돌아다니고 있다.

    기본적으로 마력을 사용하고, 거기에 마법을 쓰는 루이넬이 마력에 취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아무튼 이대로 내버려 두면 괜찮아 질꺼야"

    "그럼 다행이겠네요"

    베르데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했다.

    "헤헤헤헤, 따뜻해서 좋다아....."

    루이넬은 내 등에 기대고 침을 흘리며 잠에 빠졌다.

    와, 오늘 진짜 루이넬 망가지는 날이구나.

    ============================ 작품 후기 ============================

    앞으로도 자주 나올 예정인 헤롱헤롱 버전의 루이넬.

    이때의 루이넬은 모든 대답이 예스 입니다.

    12년 12월 27일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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