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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류결제는 마왕보다 무섭다.
-- >
몸이 으슬으슬 하다.
아. 그러고보니 나, 반쯤 동상이 걸렸었지?
그것도 몸 전체가.
그 한기 속에서 심장이 굳어서 정지 하지 않은게 신기하다.
그때 누군가 내 몸을 주무르는 감각이 느껴진다.
느껴지는걸로 보아, 상당히 작은 손.
내 몸 여기 저기를 주무르며 피가 잘 돌도록 해준다.
가끔씩 소량의 따뜻한 물이 내 살 위로 떨어진다.
기껏해야 한두방울 정도.
어디, 내 몸을 녹이려고 쓴다고 하기엔 양이 적은데?
기분좋은 따듯함에 나는 잠에 빠졌다.
다시 의식을 차리고 보니 몸이 어느정도 회복된것 같다.
다만 아직 눈은 떠지지 않고 무언가 머릿속이 텅텅 빈듯한 느낌이 든다.
"가르잔 이 빌어먹을 자식아. 나도 조금 확인하고 말았는데. 네놈이 마왕님을 죽이려고 들어?"
"닥쳐. 이따위로 약한 마왕따위 필요없어"
"하? 보니까 마왕님이 네놈의 그 잘난 『종언의 겨울』마저도 깨부순것 같은데 그게 약하다고?"
"웃기지마! 그건 요즘 무리해서 출력이 기껏해야 20퍼센트 정도였어!"
"그정도만으로도 상급마족 하나는 금방 찜쪄먹지"
"자자, 다들 진정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마왕님 안전입니다"
라미네스와 나를 공격했던 파란머리의 목소리, 그리고 데이레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파란머리의 이름은 가르잔, 라미네스와 그가 싸우는걸 데이레스가 말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일어나시지 않는걸까? 분명 몸은 원상태로 돌아왔는데"
"밖에 그 어린 마족이 밤새 울면서 몸을 주물러 피가 돌게 해줬는데도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건가?"
"몸에 다른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만......"
아니, 의식은 있거든?
니네들 하는말 다 들려.
근데 루이넬이 내 몸을 주물러줬다는건 의외네, 그것도 눈물 흘리면서.
"그나저나 내가 싸울때는 잘만 봐줘야 하급에서 조금 쌘정도였는데. 어떻게 널 이긴거냐?"
"이긴게 아냐. 단지 『종언의 겨울』을 막았을 뿐이야"
"필살기가 뚫리면 이긴거지 뭐"
하아, 하고 가르잔의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죽기 싫다고 소리칠때, 갑자기 녀석의 오른손에서 검은 안개 같은게 뿜어져 나왔어"
"검은 안개? 오러 블레이드 같은건가?"
"아냐, 전혀 틀려. 마치 눈앞에 대마왕님을 둔것같이 모든걸 압박하는 느낌이였어. 내 『종언의 겨울』도 그걸 휘두르자 쪼개졌지"
"...... 그러고 보니, 루이넬 양에게서 전대 마왕을 검은 안개같은걸로 죽였다고 들었습니다만"
"하아? 그럼 보기엔 이래도 실제론 숨겨진 힘이 있다는건가?"
"그것도 마왕급의"
꿀꺽.
다들 침을 삼킨다.
"아무튼 우리는 돌아가지. 마왕님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으니까 나중에 오자고"
"그러도록 하지요"
"나도"
셋이 전부 밖으로 나가고 나는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되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몸은 분명히 활력이 돌고 움직이려고 계속해서 몸에 힘을 주는데도 마치 톱니바퀴가 하나 빠진 기계처럼 헛돌아간다.
손가락을 까딱거리는건 고사하고, 눈조차 뜰수 없고 말도 못한다.
내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무렵 누군가 들어왔다.
조용히 들어왔지만 문을 여는 소리와 발소리, 그리고 내 감각이 알려준다.
들어온 사람은 조심스레 내 손을 잡는다.
상당히 작은 손, 내 몸을 주물러 주었던 사람의 손과 같은 크기다.
..... 루이넬인가.
"제발..... 일어나줘......"
루이넬의 걱정에 찬 말에 무의식 적으로 루이넬의 손에 잡혀있던 손이 움직여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
"아, 겨우 눈이 떠졌네"
나는 눈을 깜빡 거리며 천장을 보았다.
어느새 루이넬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은 멈춰져있고, 눈밖에 깜박이지 않는데 이거라도 어디냐.
"이,일어나 있었던거야? 어,언제 부터?"
"글쎄, 네가 내 몸을 주무르면서 눈물 흘릴때도 의식은 있었어"
"읏! 으에에에?!"
"아무튼 고마워. 네 덕에 눈뜬것 같다. 아무리 해도 의식은 있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었거든"
"우,우아아아....."
얼굴이 시뻘게진 루이넬이 어쩔줄 몰라하며 당황한다.
"근데 눈물 흘릴정도로 내가 걱정된거야?"
"아,아냐! 나,난 단지....."
"단지?"
우물쭈물 하던 루이넬이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외쳤다.
"그래! 내 목숨을 구해줬는데, 그 빚도 못갚고 네가 죽어버리면 평생 신경쓰일것 같아서 그런것 뿐이야!"
............. 츤데레.
흥! 흥! 거리는 루이넬의 보고 그것밖에 생각이 않났다.
"아무튼 걱정해 준거잖아. 고마워"
"으,읏!"
한층 더 얼굴이 빨개진 루이넬.
"그러고 보니. 날 공격한 녀석은 누구야? 라미네스는 마공작이였다고 하는데....."
"가르잔 아이스 버그. 아마도 후작이였었나봐"
"...... 후작급이였어?"
루이넬이 마치 동물원의 동물 구경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어떻게 강한 하급, 잘쳐줘야 중급마족 정도의 힘으로 후작급 마족을 이긴거야?"
"그러고 보면 하급마족만한 힘으로 마왕도 죽였잖아"
"아......"
루이넬은 깜빡했다는 듯이 얼빠진 소리를 냈다.
"그러고 보니까. 『종언의 겨울』이라던거, 분명 마법은 아닌거 같은데 주문을 외우더라?"
"응? 내가 말했던거 같은데? 고위마족이 큰기술을 쓸때도 주문은 외워"
"?? 내가 잘 못들었나?"
기억이 잘 않나는데 말이지.
"아무튼 한가지 깨달은건 있네"
"응? 뭔데?"
"난 더럽게 약하다는거"
간신히 이겼긴 했지만, 그래도 난 더럽게 약하다.
만약 가르잔이 계속해서 극저온의 안개만 뿌리며 장기전으로 갈경우 지는건 내쪽.
아니, 그래도 후작급 마족이라 육탄전으로 가도 내가 진다.
무지막지한 마력으로 육체강화를 하고, 아무리 내가 아저씨의 재생력이 있다지만 본격적으로 전투에....... 어라?
"마력?"
우웅! 하면서 내 단전에서 방출된 거대한 마력이 몸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다.
"그러고 보니 나. 마력은 마왕급이지?"
"응, 마왕의 하트를 먹었으니까"
이걸 전부 육체강화쪽으로 돌리면 난 먼치키이이이이이이인!!!!!
하지만 그 전에 무언가 필요하다.
경험.
무협지 많이 본사람들은 잘 알거다.
싸움 경험없는 일류 고수보다 전쟁터에서 구른 삼류무사가 더 강하다는걸.
"그러므로 난 수련하러 가겠어"
"...... 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종이를 찾고 몇자 끄적이며 편지를 썼다.
"아직 나는 더럽게 약하니까. 수련하러 가려고"
"에에에?! 잠깐만! 마왕이 마왕성을 비우겠다는 거야?!"
"응? 마왕은 마왕성에서만 있어야 하는거야?"
"아니, 시간의 마왕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그럼 상관 없잖아?"
어디 보자, 밖에서 있으려면 침낭이랑, 건량이랑, 돈이랑...... 아무튼 챙길게 많네.
"너는 마왕성에 있어. 괜시리 따라와서 위험한 일을 격을지도 모르잖아"
"에,에에!?"
나는 마력을 돌려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공간에 다른 것들은 충분하고 돈이야 저번에 마왕성 창고에서 골드로 잔뜩 넣어둔것도 있고.
"어어어,어라라?! 마왕님? 어딜 가시는 건가요?"
"아, 당분간 외출"
"다다다다다당분간?! 그것도 외출?!"
메이드(저번에 본적있는 고양이 귀 메이드)는 허둥지둥 대며 어딘가로 달려갔다.
"마왕니이이이이이임!!!!!"
"애송이 마왕니이이이임!!!!"
"빌어먹을 자시이이이익!!!!"
"호칭은 하나로 통일하란 말이다아!!!!"
내가 때마침 밖으로 나가려고 할 무렵, 데이레스, 라미네스, 가르잔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마왕님! 어딘 나가시려는 겁니까!"
"응? 밖에. 수련좀 하러"
"어,어째서?!"
"강해져야지. 어찌어찌 맡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딸린 식구가 생겼잖아"
"하지만!"
가르잔이 굳은 얼굴로 나에게 소리친다.
"얌마. 약하다고 죽이려 든게 어디의 누구였더라?"
"......."
"아무튼 나는 간다!"
그리고 튀었다.
""마왕니이이이이이이임!!!!!!"
""
"이상하네. 맘만 먹으면 잡을수 있으면서 잡지도 않잖아?"
최상급 마족이면서 공작급 2명에, 후작급 1명.
이정도면 중간계를 멸망시키는데 한달도 않걸리는 전력이다.
그런 녀석들이 도망치는 나를 잡지 못한다는건 이해가 않된다.
"뭐, 상관은 없으려나?"
나는 기지게를 펴고 몸을 풀며 길가로 나아갔다.
주변에서는 사람들, 아니 마족들이 활기차게 일하고 있다.
보통은 마왕이 나타나면 오체투지 하고 절한다는데 조용하다.
하긴, 내가 마왕이라지만 공식 선상에 선적도 없고, 아는 사람이라곤 기껏해야 레피드 정도일까?
"아는게 이상한거겠지"
나는 마을에서 간단한 물품, 예를들어 부싯돌이나 편한 침낭같은것을 사고 영지를 나섰다.
"휘유, 여기서 보니까 마왕성은 상당히 작구나"
어느정도 나오고 나서 뒤를 돌아보니 작아진 마왕성과 나를 향해 달려오는 작은 인영.
....... 인영?
"이 바보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퍼억!
후,훌륭한 드롭킥이다!
달려옴과 동시에 점프해 발을 모아 드롭킥은 정확히 내 복부에 직격.
"혼자서는 마계의 지리도 잘 모르면서 어딜 가려고 그래!"
"??!"
편한 모험가 복장을 한 루이넬이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상기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어,어째서? 내가 마왕성이 있으라고 했잖아!"
"그럼 너는 어떻게 돌아다니려고 그랬어? 숲에서 길이라도 잃으면 마왕성까지 어떻게 찾아오려고?"
"아......"
"길이라곤 하나도 모르면서 혼자가려고 하지마!"
흥! 하고 루이넬이 고개를 돌린다.
"아무튼 나도 따라갈꺼니까. 따돌릴 생각하지 말라고!"
"우와, 짐이 하나 늘었다"
"짐이 아니야아아아아아!!!!"
"갔군요"
"갔네"
"가버렸다"
데이레스, 라미네스, 가르잔은 마왕성 첨탑위에서 저 멀리 있는 자신들의 마왕인 류한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래도 되겠습니까? 아무리 마왕님이라지만 실제론 상당히 약하신 분인데......"
"걱정마. 보기엔 저래도 상당히 강한 마왕으로 보이니까"
"...... 가다가 콱! 죽어버려라"
"가르잔 이 새끼가?"
파악! 하고 라미네스가 가르잔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정 걱정되면 그녀석들 붙이면 되잖아"
"그 녀석들?"
"왜. 그거 있잖아. 얼음땡이 니놈들 패거리"
"이 미친 공작새끼가! 아무리 공작이라도 백작위 3명을 싸그리 그렇게 부르고 싶냐! 그리고 사이네드는 네놈 직속이잖아!"
"부르셨습니까?"
순간 라미네스의 뒤에 여성 한명이 나타났다.
사이네드 샤우트.
울림의 일족의 마족이면서 400년전 반역의 시기때 마왕성을 떠난 3명의 백작위 마족중 하나이다.
"그러고 보니. 너라면 저 얼음땡이 놈을 이긴 마왕님의 기술. 느꼈겠지?"
"네, 분명히 느꼈습니다. 다만......"
"다만?"
사이네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한번도 들어본적 없는 울림이였습니다. 이세상 것이 아닌, 거기에 모든걸 부숴버린 정도로 흉폭하고 패도적인 힘"
"그런 힘이라는 건가......"
"뭐, 그런 힘을 가진 녀석이라면 걱정할 필요는 없잖아. 내 『종언의 겨울』은 물론이고 마왕까지 죽인 힘인데"
"그래도 말이지. 어떤것이든 약점은 있는 법이라고"
"근데 저거 누구야?"
가르잔이 류한을 가리키자, 때마침 그들은 류한에게 드롭킥을 먹이는 루이넬을 보았다.
"아, 마왕비 후보입니다만..... 아직 마왕님은 자각못하시는듯 싶습니다"
"오, 벌써 마왕비야? 젊다는건 좋은거구나"
그때 메이드 하나가 걸어와 데이레스에게 무언가를 건냈다.
"그건?"
"마왕님이 남기신 편지 같습니다만......"
[서류 배분, 데이레스-서류 정리, 라미네스-총 서류중 20퍼센트 결제, 가르잔- 총 서류중 80퍼센트 결제. 이대로 해라. 명령이야. 어디한번 서류더미에 묻혀 죽어봐라 가르잔. 날 건드린 벌이다]
"죽어라 마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야! 저새끼 빨리 말려!!!"
있는 힘을 다해 다시한번 『종언의 겨울』을 쓰려는 가르잔을 말리는 라미네스와 데이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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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은 연습보단 실전을 중시합니다.
그래서 밖으로 튄거임.
이제 슬슬 무공을 제대로 가르쳐줄 마족, 아니 마족은 아니구나.
아무튼 10화내로 나올것 같음.
12년 12월 26일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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