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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로드-27화 (27/468)
  • 27/468 회

    < --팬텀-- >

    마왕성에서 머무른지도 벌써 한달째.

    이제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쓰인다.

    마치 백수가 부모님 집에 살면서 부모님의 눈치를 신경쓰는것과 비슷하다고 해야하나.

    "여기 이거, 결제할 서류들입니다"

    "..... 너무 많은거 아니야?"

    내가 책상에 앉아있다지만 서류의 높이가 내 앉은키랑 비슷하다.

    휘청휘청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으면서도 간신히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왕님이 등극하신 이후로 여러가지 새로 해결하거나 결제해야할 일이 많이 늘었습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주변의 다른 마왕들은 물론 영지민까지도 긴장상태에 있지요."

    "어째서?"

    "마왕님이 마왕이기 때문입니다. 마왕의 교체는 오래전 마계의 창조 이후로 평균 일만년에서 이만년 간격으로 일어납니다. 그만큼 긴장할만도 하지요. 그리고 이건 적은편입니다만......"

    나는 맨 위의 서류 한뭉치를 들어 한장 한장 넘기며 보았다.

    "...... 세금이 70퍼센트?! 도대체 이건 뭐야!!!!"

    미친! 전체 소득의 70퍼센트를 세금으로 내라고 정한거냐!!

    "전대 마왕은 사치가 심해서 그정도로 걷는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내려. 그것도 엄청 많이"

    나는 잠깐 생각하다 말했다.

    "라인하르트 아저씨는 얼마쯤 걷었어?"

    "전전대 마왕님은 20퍼센트 정도를 걷으셨습니다. 여타 다른 마왕이나 마족의 영지에서도 보일수 없는 숫자죠"

    "그럼 나도 20퍼센트"

    "..... 갑자기 세율을 낮추면 앞으로 마왕성의 제정은 간당간당 할지도 모릅니다"

    "난 그다지 사치라는건 모르니까 오히려 남아돌꺼야. 뭣하면 마왕성의 쓸데없는 귀중품은 팔아버려"

    "알겠습니다"

    와, 미친. 진짜 세금이 70퍼센트면 얼마나 되는거냐.

    평범한 마계의 주민들이 한달동안 벌어들이는 돈은 평균 20실버.

    그중에서 14실버를 세금으로 뜯긴다는 거다.

    "그리고 세금이 줄면 사람들도 일할 의욕이 생겨서 오히려 더 많은 세금이 들어와. 너무 많이 세금을 걷는것 보다 적당히 걷는게 나아"

    "확실히, 전전대 마왕님때는 전보다 많은 세금이 들어왔었죠"

    그러면서 왜 물어어어어어!!!!

    나는 속마음을 삭히고 이를 빠득빠득 갈며 서류를 하나하나 읽어가기 시작했다.

    "서류의 결제는 원래 마왕님의 도장으로 하는것이지만, 아직 마왕님은 만드신 도장이 없으니 직접 서명으로 해주셔야 합니다"

    "이름을 쓰라고?"

    "네"

    아나,진짜, 제발!

    내가 이렇게 좌절하는데는 대략 일주일 전쯤의 루이넬과의 대화 때문이였다.

    지금으로 부터 대략 일주일 전.

    마왕성의 메이드들은 전부 강제로 끌려온 사람들이라 레피드가 다시 고향으로 돌려 보내준다고 소집한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수백명의 메이드들중에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사람은 고작해야 백명이 조금 않된다.

    본인들 말로는 고향으로 가봤지 친인들 볼 면목이 없고, 앞으로 월급과 휴가도 꼬박꼬박 준다는데 이런 좋은 직장에서 나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메이드도 전부가 최근에 들어와 마왕성에 슬슬 적응하려던 사람이였다.

    아직은 마왕성보다 고향이 더 좋다나 뭐라나.

    ...... 근데 어째선지 메이드의 옷차림이 뭐랄까, 야시시하다고나 할까?

    은근히 짧아진 메이드복의 치마나, 가슴부분이 크게 노출된다거나, 넘어질때 보이는 색기 넘치는 속옷이라던가.

    아니, 내가 보고싶에서 본게 아니고, 어째선지 내가 지나갈때마다 자꾸 넘어지는 메이드들이 있다.

    ..... 솔직히 말해서 난 야구동영상(다들 아는 그거) 하나 제대로 못보는 숙맥이다.

    그래서 그때마다 머리에 피가 쏠려 급히 자리를 피했다.

    마치 나는 유혹하려 한달까?

    뭐, 그럴리야 없겠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랑 눈이라도 마주칠까 바들바들 떨었으니까.

    "마왕성의 메이드들 마음에 않들어"

    "얌마. 메이드한테 열등감 가지는거야?"

    "그런게 아니야! 내가 지나갈때마가 계속 마왕님의 신부 후보라는둥, 마왕님 취향은 저런거라는 둥. 이상한 말을 지껄인다고!"

    "뭐, 그럴만도 하지. 이렇게나 자주 붙어다니잖아?"

    잠잘때나 화장실 갈때를 빼면 거의 대부분 붙어다니는 루이넬과 나다.

    어째서냐고 물으면 이 마왕성에 마음놓고 대화할 사람이 루이넬밖에 없기 때문이다.

    메이드에게 마음터놓고 말하긴 좀 그렇고, 그렇다고 데이레스는 어째선지 껄끄럽다.

    레피드 녀석이야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테니 제외.

    그렇다면 내가 인간인걸 알고있는 루이넬만이 내가 마음껏 대화를 나눌수 있는 상대다.

    "그런데 어째서 붙어다니는 거야? 나야 마도서를 보니까 한곳에 있는다고 하지만 너는 마왕이라 할일도 많을것 같은데?"

    "아아, 할일은 대부분 데이레스가 처리해 주고 있고. 뭐랄까, 조금 쑥쓰럽지만 이 마왕성에 마음놓고 말할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서"

    "읏!"

    루이넬은 얼굴이 붉어지면서 고개를 돌린다.

    "바,바보! 너 중간계에서 친구 하나도 없지? 그,그러니까 마음놓고 대화할 사람도 없는거 아냐?"

    "아니야! 이래뵈도 학교에선 인맥이 쩔어준다고!"

    "흥!"

    루이넬은 마도서에 시선을 돌리고 움찔움찔 거리며 읽기 시작했다.

    와, 사심 하나없이 순수한 의미로 무지하게 귀여운데.

    나도 모르게 손이 뻣어져서 루이넬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무무무무,무슨짓이야아!!!"

    "아, 기분 나빴다면 미안.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흐,흥! 그,그래도 하나도 않기쁘다고!"

    ....... 모,모에사 할것 같다.

    내가 죽을때는 과다출혈 아니면 모에사(死)로 죽겠구나!

    용의자는 루이네에에엘!!!!

    "응? 코는 왜 막아?"

    "아니, 갑자기 피가 쏠려서"

    나는 잠시 진정하며 루이넬을 보았다.

    "마법의 시동어와 주문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고찰? 그거 라인하르트 아저씨의 마도서지?"

    "응,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라서"

    "무슨 내용인데?"

    내가 묻자 루이넬은 책갈피를 끼우고 책을 덮고 말했다.

    "마법을 쓸때는 술식과, 마력, 재능이 필요하다고 했었지?"

    "응, 네가 재능과 마력을 있어도 술식이 없다고 투덜대는것까지 기억나"

    "읏! 아,아무튼 술식이 모자라거나 고위 마족이 큰 기술을 쓸 경우엔 보조로 주문을 쓸수도 있어"

    "주문을? 그럼 그때 주문을 써도 ?

    잖아"

    내가 말하는 그때는 절벽 아래에서 올라갈 방법을 찾던 그때 였다.

    간신히 기어 올라가서 만난 사람이 닥터였지.

    "그때는 아예 술식이 하나도 없었다고. 아무리 못해도 기초틀은 있어야 주문을 쓰지. 넌 찰흙으로 인형을 만들때 뼈대없이 만들어?"

    "아니, 그럼 금방 부숴지겠지"

    찰흙으로 인형을 만들때는 철사나 나무로 먼저 기본 틀을 만든 다음에 거기에 찰흙을 붙여 다듬어서 만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찰흙이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 다른 부분은 몰라도 다리나 팔부분은 반드시 떨어진다.

    "그래서 술식의 기본만 있으면 주문을 잘 외워서 어떻게든 커버할수 있어. 다만 위력이 약해진다는게 흠일까나?"

    "오, 그럼 너는 쓸수 있어?"

    "응, 간단한거 몇가지 정도"

    루이넬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손을 앞으로 뻣었다.

    "일어나라 불의 마수. 불꽃을 내뿜고 모여라 홍염. 얼음을 녹일 화염을 보여라"

    그리고 많은 양의 마력이 루이넬의 손 위로 모였다.

    "『홍염의 심장』"

    이글이글, 지름 1미터 정도 되는 크기의 붉은 불꽃덩어리가 생성되어 루이넬의 손 위에 둥둥 떠있었다.

    "우와아, 그거 않뜨거워?"

    "마법을 쓰는 당사자가 뜨거워서야 누가 마법을 써?"

    "하긴, 그럴만도 하겠다"

    루이넬이 불꽃에 부여하는 마력을 차단하자 불꽃 덩어리가 조금씩 줄어들더니 이내 사그라들었다.

    "이렇게 주문은 상당히 중요한거야. 외우면서 마력의 성질과 속성을 변화시키는 거지. 주문에는 각각의 의미가 있으서 한줄 잘못 외웠다가는 폭팔할수도 있어"

    "오호, 중간계에서는 그냥 심장에 서클을 만들어서 캐스팅 후에 마법을 쓰던데, 마계의 마법은 여러모로 편리하구나"

    "당연하지! 인간들이 쓰는 마법은 드래곤들이 쓰던 마법을 훔쳐배운것 뿐이잖아! 마계의 마법하곤 상대가 않된다고!"

    양 손을 허리에 대고 가슴을 앞으로(그래봤자 볼것도 없지만) 내미는 루이넬이였다.

    "주문은 각각에 의미와 힘을 가져. 고위마족의 이름이 힘을 가지는 것처럼"

    "설마 내가 마왕이니까 내 이름도 힘을 가진다고 말하려고?"

    "바로 그 설마야. 하지만 걱정되는게 있다면 너의 이름은 마계에서 생겨난 이름이 아니잖아?"

    확실히, 내 이름은 마계어가 아니라 한자어다.

    어째선지 태생은 중세시대인데 이름은 한자어에 무공을 배우고 청소년기는 21세기의 한국에서 보내고 성인이 되서는(이제 내 나이는 20살이 넘는다, 비록 그다지 자각은 없지만) 마계에서 마왕이라니.

    이 무슨 파란만장한 인생이냐. 소설로 만들면 장편으로 20권은 간단히 찍을지도 몰라.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말인데. 만약에 이름을 쓸일이 있으면 되도록이면 류한이란 이름을 쓰지말고 다른 이름을 써"

    "알았어, 그런데 어떤 이름을 쓰지?"

    내말에 루이넬이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거야 네가 생각해야 하는거지"

    "..... 순간 내가 니 이마에 딱밤먹이고 싶었다는거 아냐?"

    설명은 다 해줘놓고 제일 중요한걸 빼놓다니!

    "류한이란 이름을 그대로 ?

    다간 어떻게 될지 모르고, 인간이란걸 들켜서 얕보인 다른 마왕들에게 공격당할수 있으니까 주의해"

    "알았어"

    "이게 한달전쯤 대화지"

    "마왕님?"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고풍스러운 깃털팬(어지간해선 마계의 필기구는 이거다)을 들어 싸인을 했다.

    팬텀 테라 데르헤논 세이브.

    참고로 팬텀은 내가 게임할때 공통으로 쓰던 캐릭터 닉네임.

    딱히 이름도 쓸게 없고, 그렇다고 이상한거 지어서 쓰긴 싫고.

    그나마 익숙한걸 써야지.

    이것 말고도 아이디가 '개판오분전'이라던가 '초전박살'이라던가 하는 캐릭터도 있지만 그건 한자어나 한글이라 제외.

    땅의 일족을 뜻하는 '테라'라는 이름을 쓰는것은 내가 가진 능력이 전부 땅의 일족것이라 그렇다.

    라인하르트 아저씨나 빌어먹을 변태마왕도 둘다 땅의 일족.

    그러니 나는 땅의 일족으로 위장하는게 쉽다.

    그리고 마왕의 이름인 네번째가 세이브인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살아서 마계에서 탈출하는게 목표니까.

    "좋았어, 어디 팬텀이란 이름으로 살아가 볼까나?"

    훗날 생각해봤을때, 내가 '팬텀'이란 이름에 담긴 힘이 그렇게 커질줄은 몰랐다.

    ============================ 작품 후기 ============================

    여러분 중에 류한을 굴려줄 선생님을 찾는 사람이 마족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딴거 없음, 뻐큐머겅.

    이미 생각해 논 선생이 있는데 무슨 상관이야.

    참고로 아직 그레이는 아닙니다.

    12년 12월 25일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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