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320화 (320/322)

< --통일 열차-- >

"각하! 가시지요."

"준비가 다 됐습니까?"

"네."

내가 막 집무실을 나서니 부인을 대동한 노무현 총리가 나의 집무실로 다가오고 있다가 마주쳤다.

"집 사람은 준비가 다 됐는지 모르겠군."

"다 되셨겠죠."

"잠시 들렀다 갑시다."

"네!"

나는 독립된 구획으로 지어져 있는 주거공간으로 향했다.

이때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미정이 세 딸과 함께 나타났다.

"다 된 거요?"

"네."

"아름답소!"

"고마워요. 여보!"

나랑 동갑으로 어언 52세인 미정이었지만 보톡스라도 맞고 가꾸니, 40대 중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그녀가 나의 칭찬에 방긋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나는 뒤를 따르는 김재익 비서실장과 올리비아를 바라보다가 김 실장에게 물었다.

"동부인 안 하오?"

"각하를 모시기도 바쁜데 무슨 동부인 입니까?"

"허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때 세르게이 쿠즈게토비치 경호실장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각하! 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출발합시다."

"네!"

나는 대기되어 있는 대통령 전용승용차에 미정과 함께 올랐다.

그러자 조수석에는 김 실장이 타고, 올리비아는 미정의 옆에 탔다. 그리고 노 총리 일행은 별도의 차에 타고 내 세 딸도 별도의 차량에 올라탔다. 곧 내차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똑 같은 차량 다섯 대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만찬장으로 가는 길은 만약을 대비해 수많은 경찰이 동원되어 경호와 치안을 유지하고 있었다. 구경삼아 나온 시민들보다 경찰이 더 많을 정도였다. 아무튼 나는 12차선으로 뻥 뚫려있는 도로를 막힘없이 통과해 드디어 통일문화회관의 광장에 도착했다. 평소 주차장으로도 이용되는 이곳은 사전 안내나, 통제가 있었던지 평소보다도 적은 차량이 주차되어 있어 왠지 휑한 느낌을 주었다. 광장을 지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서니 평소와 달리 단 한 대의 차도 주차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 일행은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의 대기실로 향했다. 시계를 잠시 보니 5분 전 5시였다.

"각하! 제가 먼저 입장하겠습니다."

"그러세요."

나는 대답을 하고 나니, 그동안 참고 있던 흡연 욕구가 일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잠깐 만요!"

"네?"

"잠시 나 좀 봅시다."

"네, 각하!"

나는 노 총리를 데리고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경호실장 이하 비서실장이 급히 쫓아 나오는 것을 손을 들어 만류한 후문 현관으로 빠져나왔다.

"한 대 피우고 들어갑시다."

"하하하.........!"

무슨 중대한 일인가 하고 따라 나왔더니, 기껏 담배나 같이 피자는 말에 노무현 총리가 대소를 터트리고 손을 내밀었다. 여전히 담배는 가지고 다니지 않는 모양이었다. 내가 담배를 하나 꺼내주며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정상회담 때였던가요? 둘이 이렇게 담배를 피우려니, 그때가 생각나는 군요."

"그렇습니다. 각하! 그때 벌써 통일의 기반을 다진 회담이었지요."

우리가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한가롭게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에도 세르게이 쿠즈게토비치 경호 실장은 물론 여러 요원들은 사방으로 눈을 빛내며 접근하는 자가 있나 살피기 바빴다.

"내 총리님께 한 가지 일러두려합니다."

등록일 : 14.04.13 00:07

"말씀하시죠. 각하!"

"금년 하반기에는 미국 경제에 빨간 불이 켜질 거예요. 경제를 운용하면서 이 점에 유의하면서 계획을 짰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는 데요?"

"그러니 내 일러둔다 하는 것 아닙니까? 다 보이는 것을 예측하면 그건 예측도 아니지요."

"각하의 말씀은 지금까지 틀린 예가 없으니 명심해 이에 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운 일이오."

가볍게 응수한 내가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고 대통령이나 되는 사람이 함부로 공초를 버릴 수도 없어 호주머니에 넣으려는데 경호실장이 다가와 말했다.

"이리 주십시오. 각하! 경호요원들에게 버리도록 하겠습니다. 주머니에서 냄새 납니다."

"이래저래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골치가 아프군."

"하하하.........! 동감입니다. 제 것도 부탁합니다."

"네."

노무현 총리 것까지 받아든 세르게이가 이를 곁에 있던 경호요원에게 넘겼다. 우리는 이를 보며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시계를 보니 1분전이었다.

"같이 입장합시다."

"네, 각하!"

우리는 곧 부인을 챙겨(?) 홀 안으로 들어섰다.

갑자기 '아리랑' 이라는 곡이 빠른 템포로 연주되며 일제히 우리에게 시선이 모아지는 순간.

"대통령 각하와 총리 내외분께서 입장하십니다. 모두 박수로 맞아주십시오!"

와아.........!

일부가 함성까지 지르는데 요란한 박수소리가 공명음까지 만들어 귀를 먹먹하게 했다.

"대통령 각하께서 축사를 하시겠습니다."

진정되기를 기다렸던 사회자의 말에 따라 나는 단상의 마이크 앞에 섰다.

나는 미리 준비된 원고를 꺼내놓았지만 흥이 일어 즉석연설을 했다.

"대한민주연방공화국의 개국을 축하해주시기 위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많이 참가해주신 내외 귀빈여러분! 우리고 주한외교사절 여러분! 그리고 초대된 각계각층의 나의 이웃 여러분!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식을 앞에 놓고 여러 말 할 것 없이 즐겁게 노시다가 가십시오. 그리고 부족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행사진행요원에게 말씀하십시오. 우리 대한연방의 살림살이가 그 정도는 충분히 버텨 낼만 합니다."

"하하하.........!"

"와아! 대통령님, 만세!"

"자, 앞에 놓인 잔에 모두 술이나 음료수를 채우세요. 그리고 우리 대한민주연방의 개국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건배 한 번 합시다. 건배사는 제가 할 테니, 여러분들은 '위하여'를 후창하여 주십시오. 실시!"

"실시!"

나의 농담성 발언과 진행에 분위기는 한 이웃을 만난 듯 갑자기 화기애애해졌다.

"방금 대통령 각하의 말씀처럼 참석하신 내외귀빈께서는 앞에 준비된 각종 술이나, 술을 못하시는 분은 음료수라도 좋으니 모두 잔을 채워주십시오. 시간은 단 1분. 건배 잔을 들지 않는 분은 만수무강에 지장이 있을 것이니 알아서 하세요."

"하하하........!"

사회자까지 나를 따라 분위기를 띄우니 분위기는 더욱 즐거워졌다. 아무튼 사회자의 말에 따라 2천여 참석자들이 일제히 각종 술과 음료수를 따르느라 잠시 소란이 일었다. 이 순간 시계의 초침을 바라보고 있던 사회자가 물었다.

"다들 준비되셨죠?"

"네!"

합창 소리에 홀이 들썩거리고, 나와 미정은 딸들이 따라 준 잔을 높이 들었다.

그러자 사회자가 말했다.

"대통령님! 반칙이십니다. 제가 들어달라고 할 때 들어주십시오."

"하하하.........!"

나는 무안한 얼굴로 잔을 내리고 참석자들은 대소를 터트리며 즐거워했다.

"자, 일제히 잔을 들어주십시오."

우와..........!

일부 참석자들의 기성과 함께 모두 잔을 높이 치켜들자 사회자가 말했다.

"대통령님 건배사 해주시죠."

고개를 끄덕인 내가 선창을 했다.

"대한민주연방공화국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위하여!"

실내를 진동시키는 '위하여' 소리와 함께 모두 잔을 입에 대고 각자의 잔을 비우기 시작하는 참석자들이었다.

대부분이 입만 데었다가 떼는데 나는 절반쯤 따라진 포도주 전체를 다 비웠다. 이에 잔을 내려놓았던 자들이 나를 따라 같이 잔을 비우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자, 지금부터는 잠시 음식을 들고 술을 마시며 환담을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그 시간은 두 시간입니다."

사회자의 말에 따라 삼면 벽에 빙 둘러 차려진 뷔폐식 음식으로 일부가 이동하고 대부분은 실내에 차려진 탁자 위의 술이나 음료수를 들며 한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끼리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각하! 제 잔 한 잔 받으시죠."

"우리끼리 이러다가 취하면 어쩌시려고?"

노 총리의 말에 내가 웃으며 말하자, 노 총리가 답변을 했다.

"그래도 삼국이 통일을 이루어 웅비를 시작한 이 날에, 어찌 주역의 한 사람인 우리가 자축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일 리가 있소. 자, 그러면 한 잔씩 합시다."

"네, 각하!"

즐거운 표정으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미정과 권양숙 여사도 우리마냥 서로의 잔에 잔을 채워주었다.

"자, 우리끼리 건배 한 번 합시다."

"네, 각하!"

나는 잔을 부딪쳐오는 노 총리의 잔을 살짝 비키며 권 여사에게 잔을 마주쳐갔다. 그리고 말했다.

"드시지요."

"호호호........! 네!"

나의 행동에 머쓱한 표정을 지었던 노무현 총리도 미정과 잔을 부딪치며 웃는 낯으로 포도주 반잔을 다 비웠다. 우리는 이때부터 중앙 홀로 나가 주한외교 사절이나 각국의 정부 수반들과 잔을 부딪치며 간결한 대화를 나누었다. 어쩐 일인지 원 역사보다 9개월이나 앞당겨 부임한 첫 여성주한 미 대사 캐슬린 스티븐스 즉 한국명 심 은경 씨를 필두로 나는 차례로 잔을 부딪치며 간단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각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심 은경 대사님!"

"와우, 제 한국 이름을 기억하셨다니 고맙습니다. 대통령님!"

"양국의 발전에 많이 이바지 할 줄 압니다. 기대가 큽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대통령님!"

"부시 대통령에게도 내 안부 전해 주세요?"

"네, 대통령님!"

"그럼.........."

"네, 네!"

오케스트라의 잔잔한 음악 속에 이렇게 대충 반 바퀴를 돌던 내게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나랑 창업 동지라 할 수 있는 알루미늄 새시의 전 마이새 부장(사장), 내 친구이기도 한 전 새시 영업사원, 지 용준과 남 희태, 전자를 창업할 당시 금형 차장으로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현 장 영조 금형개발 상무이사, 워크맨 개발의 일등공신 여진원 선배, 그리고 한국일보의 전 김응태 과장 등이 그들이었다.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사람들이지만 나라는 주제를 가운데 두면 모두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이 내가 다가가자 공간을 틔워주며 반색을 했다.

"어서 오십시오. 대통령님!"

"잊지 않고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각하!"

"다들 잘 들 지냈소?"

"덕분에 건강합니다."

"각하 덕분에 좋은 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다른 사람은 대부분 미소로 답하나 소리 내어 답한 사람들을 바라보니 전 새시부장 마이새 씨와 전 한국일보 총무과장 김응태라는 사람이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좀 더 가까이 접근해 물었다.

"마 부장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이렇게 부르는 게 더 친근하죠?"

"네, 그렇습니다. 각하!"

"보시다시피 백발이 다 되었고, 홀로 쓸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미 칠십 고령이 되어 그의 말마따나 검은 머리를 찾아보기 힘들게 된, 마이새 부장을 바라보며 내가 급히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평생 약으로 살던 와이프도 10년 전에 작고하고 이제 혼자 쓸쓸히 지내고 있습니다."

"허허......! 그런 일이."

내가 알기로 그에게는 슬하에 자식도 하나 없었다.

"이제라도 새장가를 가시지요?"

"새삼스럽게 무슨 장가입니까? 내가 좋아하는 술이나 즐기다가 가면 그뿐이죠."

"요즘도 술을 즐기시는 모양이죠?"

"그 버릇이 어디 갑니까?"

하긴 새시를 절단하는 장소 뒤에도 술을 숨겨놓고 먹을 정도로 술을 즐겼던 그인지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어느새 백발에 닭의 피부가 되어 쪼글 거리는 그를 보고 있노라니, 왠지 인생이 허무해져 비감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전 한국일보 총무과장으로, 한때는 15년 전에 작고한 전 한국일보 사장 장강재 씨와 함께 꽤 많은 술을 마셨던 김 응태 씨에게 말을 걸었다.

"요즈음은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지금은 퇴직을 하고, 등산이나 하며 하루하루 소일하고 있습니다."

"실례겠지만 옛 김 과장님을 보노라니 15년 전에 작고한 장강재 회장님이 생각나는 구료."

"그 분도 술이 원인이었지요. 그러고 보면 술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합니다."

"적당히 즐기면 되나, 이놈의 적당히 가 어려우니........ 아무튼 오늘 이렇게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뵙게 되니 참으로 반갑습니다."

"오래오래 사셔서 이 나라를 더욱 부강한 나라로 이끌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여 선배! 요즈음은 어떻게 지내십니까?"

"연구도 싫증이 나고 돈은 제법 되니, 가끔 해외여행이나 다녀오는 정도지요."

"인생 별 것 있습니까? 노년에는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다가 가면 대만족이죠."

"그렇습니다."

"우리 친구들은?"

"덕분에 즐겁고 풍족한 일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들이 모두 현직에서 은퇴한 것은 나도 알고 있었으므로 친구로서 한마디만 했다.

"건강관리 잘 해서 우리 오래오래 만날 수 있도록 함세."

"네, 대통령님!"

나는 모인 사람들과 특별히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그들 곁을 떠났다.

============================ 작품 후기 오늘은 이 한 편으로 양해하십시오!

^^보시다시피 이제 마지막 단계입니다.

마무리를 잘 지으려 하나,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몇 가지 안을 놓고 목하 고심 중에 있습니다!

^^ 감사하고요!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중에 있습니다!

^^ 감사하고요!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