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 열차-- >
8시 30분이 되자 나와 미정 그리고 다정과 효정은 집을 나왔다. 나머지 두 아내와 부모님은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취임식 광경을 지켜보기로 했다. 우리 집 주위에는 벌써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취재진과 환송 나온 동네 주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경호원들이 애써 말리는 가운데 그래도 나는 동네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다가 대기되어 있는 연방 대통령 전용 승용차에 올라탔다. 그러자 똑같이 생긴 다섯 대의 방탄승용차가 앞뒤로 내 차를 둘러싸 외부에서 볼 때에는, 어느 차량에 대통령이 탔는지 전혀 식별이 곤란하게 했다.
아무튼 교통 통제가 실시되는 연도를 따라 우리 행렬은 빠르게 북으로 북으로 내달렸다. 이윽고 우리의 탄 차량이 연방정부청사 옆 대통령궁으로 들어섰다. 나는 이곳에서 바로 집무실로 들어가, 헌법재판소장, 그리고 대법원장, 총리지명자에 대한 재가를 하는 것으로 연방대통령으로서의 첫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연방 태통령의 비설실장에 김재익 전 재무부 장관을 임명하고 부 비서실장에는 올리비아 리를 임명하는 결재서류에 사인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덧 시간이 되었는지, 수행비서관으로 임명된두 명 즉 내 딸 강 다정과 효정 중 다정이 들어와 고했다.
"각하, 곧 취임식이 거행될 예정입니다. 출발하셔야겠습니다."
"그래, 가자!"
내가 다정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오니 김 비서실장과 올리비아 그리고 효정이 대기하고 있다가 나를 따랐다. 우리는 곧 승용차에 올라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주변 연도에는 벌써 계획도시로 조성된 10만의 도시가 된 이 도시민들이 빼곡히 몰려나와 연도 변에서 연방공화국의 정식 국기가 된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참고로 국화는 이북을 배려해 진달래꽃이 되었다.
나는 곧 단상으로 올라가 우선 전직 대통령과 차례로 악수를 나누었다. 최규하 대통령을 필두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4명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현직 총리로서 이 자리에 없었다.
이어 나는 각국의 정부수반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누고 참석해준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그러다보니 예정된 시간보다 10분이 늦어져 취임식이 시작되었다. 곧 3국 즉 대한민국, 북조선, 발해공화국 등 옛 3개국을 대표하는 군악대의 우렁찬 연주 속에 나는 단상 앞에 섰다.
곧 잠시 국민의례가 진행되고, 이어 연방 대통령의 취임선서가 시작되는 순간이 왔다. 내가 단상의 연단 앞에 서자 식장에 참석한 3국 국민은 물론 단상의 모두 내외귀빈까지 일어나 부동자세로 섰다.
"나는 대한민주연방공화국의 헌법을 수호할 것이며, 나라를 보위하고 ........."
취임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올해를 상징하는 2008 마리의 비둘기가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르고, 이어 21발의 축포가 울려 퍼지는 속에서 조수미 씨가 나와 축가를 불렀다.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앞길에서 훤히 비치나........ "
이어 나의 취임사가 시작되었다.
"사랑하는 연방 국민여러분! ........."
이렇게 시작된 나의 취임사는 장장 15분에 걸쳐 진행이 되었다. 이것을 끝으로 취임식은 거의 마무리가 되었다.
다시 대통령궁으로 들어온 나는 노무현 총리의 재청을 받아 형식적인 결재서류에 사인을 했다. 국방부장관과 외교통상부 장관을 제외한 조각권을, 온전히 총리가 갖고 있으므로 나로서는 추천을 할 수 있을 지언 정 비토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를 내보내고 내가 임명한 두 사람을 불러들였다. 곧 국방부장관과 외교통상부 장관이 그들이었다. 국방부 장관으로는 이제 연로한 노보질로 전 장관을 퇴임시키고, 나는 새로 제33대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지낸 김 관진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우리나라 나이로 올해 61세인 그는 원 대한민국 역사에서 2대 정부에 걸쳐 국방부장관을 지내는 사람으로 강성이었다. 또 한 사람 외교통상부장관에 내정된 예브게니 바자노프는 러시아를 배려해 내가 지명한 사람으로, 우리 발해공화국에서 내무부장관을 지낸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역사학 박사로서 러시아 외교아카데미 부원장 출신이었다. 이들과 잠시 환담을 나눈 나는 곧 바로 이들을 내보내고, 내가 사적으로 데리고 있는 전 총무처 장관이자, 오랫동안 내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는 김경제 부 회장을 불러들였다. 이번 기회에 나는 그룹의 인사도 단행해 오랫동안 비어 있던 그룹 회장 자리에 이상백 전 부회장을 승진 시키고, 김경제 전 비서실장은 여러 명의 부회장 중 하나로 임명해, 나와 우리 그룹의 모든 연락과 의사 결정을 돕도록 했다.
아무튼 나는 그가 들어오자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았다.
"요즘 또 다시 미국의 3대 자동차 메이커인 크라이슬러사가 휘청거리고 있지요?"
"네, 그렇습니다."
"그도 가격만 맞으면 인수해 아예 자동차를 부동의 전 세계1위의 메이커로 키웁시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룹에 다른 문제는 없나요?"
"전에 회장님께서 말씀 하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되는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올해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그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주세요. 이 문제를 슬쩍 내각에도 일러주시고요."
그가 나가자 나는 뒤늦은 점심을 먹고, 곧 각국의 주요 사절단을 접견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일 먼저 나와 대좌한 사람은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장관이었다.
"각하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미니스커트 차림에 내 앞에서도 척하니 다리를 꼬고 앉은 그녀가 반짝이는 까만 눈을 치켜뜨고 나를 응시하며 또 말을 꺼냈다.
"각하의 취임으로 미국과 대한연방의 우호는 변함없겠지요?"
"우리야 그렇지만, 어쩐지 요즈음은 미국에서 우리를 견제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그러면 양국의 발전에 지장이 있지 않겠어요?"
"그건 각하의 오해십니다. 절대 우리는 그런 마음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헌데 이제 우리가 완전 통일을 이루었으니, 그간 우리나라를 지켜준 미군은 철수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정부도 그 문제가 대두될 줄 알고 준비를 해왔습니다."
"대한 연방이 원치를 않으면 우리 미국정부는 주한 미군을 1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철수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데 지금까지 헌신해온 미군에 대해 우리는 진정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그 헌신으로 인해 아국이 이렇게 성장하게 되었고, 주변에 뚜렷한 위협 세력이 없는데, 더 이상 주둔시킬 명분이 없질 않습니까?"
"그렇긴 합니다. 헌데 각하!"
"말씀하시죠."
"대한민국과 미국 간에 맺은 상호방위조약은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습니까?"
"우리가 대한민국을 합법적으로 이은 연방공화국인바, 전의 대한민국이 체결한 조약은 존중해야죠."
"안심입니다."
"네?"
"아, 아닙니다."
혼자 말인 듯 중얼거리던 그녀가 나의 반문에 화들짝 놀라 부정을 했다. 그리고 그녀가 화제를 전환하듯 물었다.
"작년 4월2일 미국과 한국 간에 타결된 미-한 FTA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아무래도 모든 여건이 변화되었으니 재협상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기존 불평등조약인 미사일협정이나 원자력협정은 파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해합니다. 미-한 FTA는 경제여건이 많이 변했고,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을 가진 대한연방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는 규정이니까요."
"그럼, 됐습니다. 여타 소소한 문제는 또 만나 의논하기로 하고, 이따 리셉션 장에서 뵙시다."
"알겠습니다. 저 말고도 다른 나라 사절들을 다망하게 만나셔야하니 이해합니다."
우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녀가 나가자 곧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수상이 김재익 비서실장에 안내되어 들어왔다. 이 자리에는 일본어를 전공한 인정이 통역원으로 배석했다. 그녀 역시 내 비서관으로 임명되어 있었다.
"대통령각하의 취임을 진심으로 경축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각하가 여러 사절단을 접견하셔야 하니 시간이 없으실 줄 압니다. 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일단 여기서 말을 끊은 후쿠다 야스오 수상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부산에서 시모노세키까지 해저터널을 구축해 일본도 유라시아 철도로 사람은 물론 화물도 이동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건설비용은 우리가 모두 대겠습니다. 또 하나는 부산까지 이어진 파이프라인을 역시 시모노세키까지 연결해 일본도 싼 가스를 공급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현 시세의 반값에 옛 남한 국민에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가격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국제시세를 적용해도 운송비 등이 절약되어 쌀 것 아닙니까?"
"그야 그렇습니다만........."
"그 가격에 주십시오."
"흐흠.........! 사할린에서 홋카이도로 연결된 가스관도 있는데, 하나를 더 부설해달라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각하!"
"좋습니다. 옛 발해공화국이나 북조선의 배상 문제 등 우리가 어려울 때 많이 도와준 대가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각하! 그런데 한 가지 더 청을 드린다면 SU-50 24대만 판매하실 수 없습니까?"
"하하하..........!"
"그건 곤란합니다."
대소를 터트린 나는 웃음이 끝나기 무섭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들의 속셈이 너무나 드러나 보였기 때문이었다. 즉 이를 분해하고 뜯어보아 저희들이 이를 자체 생산할 목적인 것이다. 아무튼 나의 거절에 얼굴이 벌개진 그가 침을 튀겨가며 항의를 했다.
"중국과 인도에는 판매하면서 왜 우리에게는 판매가 안 됩니까?"
"중국과 인도에 판매한 것도 기종은 같은 기종이지만 좀 변형된 것입니다. 아국의 최첨단 무기를 판매하면서 모든 장비를 그대로 판매하는 즉 바보짓을 하는 나라는 없다는 말입니다. 아군 전투기에 비하면 좀 성능이 떨어지는 기종이죠."
"우리 역시 그 정도 선이라도 만족합니다."
"내가 알기로 일본은 F-35를 구매하려고 하고 있지 않나요?"
"우리가 원래 구매를 요구하는 것은 미국의 F-22 랩터였습니다. 허나 이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해서, 할 수 없이 F-35를 구매하려하나, 로우 급이라 매우 불만스럽습니다."
"미국과 합동전술을 펼치려면 운용 체계상 F-35가 나을 것입니다. 그냥 그걸로 구매하시죠."
나의 완곡한 거절에 어쩔 수 없음을 안 그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전혀 타협의 여지가 없습니까?"
"아직 시간은 많습니다. 한 번 검토해 봅시다."
내 말이 외교적 수사라는 것을 안 그가 틀렸다는 것을 알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각하! 바쁘실 텐데 오늘은 그럼........"
"그럽시다. 바쁘셔서 바로 돌아가셔야겠지요?"
"네. 리셉션 장에는 참석하지 못함을 용서하십시오."
"별 말씀을, 취임식에 참석해 주신 것만 해도 대단한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각하!"
나의 립 서비스에 즐거워하며 내 손을 맞잡는 후쿠다 야스오 수상이었다. 다음으로 내 집무실을 찾아든 사람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었다. 다정이 통역 요원으로 배석했다.
"어서 오십시오. 각하!"
"대한연방 대통령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각하!"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으시죠."
"고맙습니다. 각하!"
내가 권하는 자리에 앉은 메드베데프가 말했다.
"러시아연방과 발해연방공화국은 러시아의 준 연방으로 형제국과 같이 무기는 물론 시장 또한 한 국가나 다름없이 무관세로 시장마저 통합되어 있었습니다. 헌데 옛 대한민국과는 거리가 좀 있었던바, 우리가 옛 대한민국에도 우리의 자원과 상품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것입니까?"
"모두가 하나 되어 경계를 구분할 수 없는 지금, 그것을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지요. 러시아연방은 여전히 대한연방의 제1우호국이고 형제의 나라입니다."
"감사합니다. 각하!"
"우리 역시 무관세로 모든 것을 수출할 수 있으니 감사해야죠. 헌데 요즘 러시아 경제는 좀 어떻습니까?"
"옛 발해연방공화국의 지원과 자원 값 상승으로 많이 나아졌으나, 아직도 어렵고 모든 것을 자원에만 의존하는 취약한 경제인 것은 사실입니다."
"흐흠........! 아무래도 미국의 경제도 전과 같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니 조심해서 경제를 운용하십시오."
"왜요? 아직은 미국이 잘 나가고 있질 않습니까?"
"절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너무 활황이었어요. 아무튼 조심해 운용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지 않겠습니까?"
"네, 각하!"
러시아 경제 역시 미국의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받아 많이 흔들리는 것을 역사적으로 알고 있던 내가 선의로 한 충고였다.
"양국 간에는 거의 현안이 없다시피 하니, 오늘은 각하께서 양보 좀 해주시죠. 양국은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각하! 모쪼록 앞으로도 건강하셔서 양국의 우호관계가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겠습니다."
"고마운 말씀입니다."
나는 진정어린 마음을 담아 그의 손을 따뜻하게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