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 열차-- >
해가 바뀐 2004년, 1월 15일.
혹한 속에서 통일의 찬성 여부를 묻는 양국 국민의 국민투표가 실시되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92%의 국민이 투표에 참석해 83%에 이르는 국민이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졌고, 발해연방공화국 국민은 85%의 투표율에 72%의 찬성율을 보였다. 이로써 양국의 단일정부로의 통합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양국 정부 동수로 '통일헌법기초위원회'가 구성되어 헌법 제정의 기초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양국의 견해 차이로 쉽게 통일 헌법은 제정되지 못했다. 이렇게 세월이 흐르는 가운데, 우리는 북한의 경제 개발에 일본으로부터 얻은 공적 자금은 물론, 최종 수정되어 토지 사용권을 가진 토지 매각에서도 많은 남한 돈이 몰려, 우리는 이를 북한 경제의 재건에 쏟아 부었다.
그 결과 2007년이 되자 북한은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순식간에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돌파하여 세기의 경제 기적을 이루었다. 이즈음에서 나는 연방에 발표하였다.
북한 주민도 이제 경제 자유뿐만 아니라 거주 이전의 자유도 보장하여 대한민국은 물론 옛 발해공화국 그 어디에 가서 살 수도, 직업을 구해 움직일 수 있는 자유를, 2008년 1월1일부터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옛 북한주민들의 환성이 터지는 가운데 드디어 9월 30일 통일헌법이 마련되어, 다시 한 번 양국의 국민투표에 붙여졌다. 그 결과 양국 국민 90%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여, 75%라는 비교적 높은 찬성율 속에 이 법이 곧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이원집정부제로 연방대통령을 선출해 대통령에게는 국방과 외교를 맡기고, 또 총선에서 구성된 하원의원에서 다수당이 총리를 비롯한 조각권을 갖는 내각제가 가미된 제도였다. 대통령의 임기는 6년 연임에 중임이 허용되었고, 투표로 뽑는 연방하원의원은 4년이 그 임기였다. 또 직능 및 비례대표제로 구성된 200명의 상원의원 또한 임기 6년에 중임이 허용되었다. 아무튼 곧 부칙에 의거해 연방대통령을 뽑는 대통령선거와 다수당을 결정할 연방하원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2007년 12월 18일 동시에 실시하게 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각 정당에서는 11월 17일까지 출마자는 양국 공동으로 관리하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을 마치고, 한 달간의 공식 선거 기간을 거쳐 12월 18일 총선을 실시하게 되었다.
이에 나 또한 출마의 결심을 굳히고 발해연합당을 창당해, 이 정당의 초대 총재로 선출됨은 물론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또 300석의 하원의원 지역구에도 전 지역구에 한 명의 출마자라도 내기 위해, 우리는 음으로 양으로 뛰었으나 남한에서는 이것이 쉽지 않았다.
나의 집권 치하에 있던 옛 휴전선 이북에서는 반대로 우리가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며 전 지역구에 출마자를 낼 수 있었다. 이런 속에서 열린 민주당이라는 당명의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당에서는 대통령 후보로 정동영 씨가 후보로 선출되었고, 보수당인 한나라당에서는 이명박 씨가 후보로 선출되었다.
굳이 여론 조사를 빌지 않더라도 옛 북한의 2천5백만 국민과 발해공화국의 3천만 국민 도합 5천5백의 지지를 받는 나와, 대한민국 5천만 국민을 둘로 나누는 3파전이 전개된다면 나의 압승이 예상되었다.
이에 한나라당과 열린 민주당이 한 후보만을 내기 위해 물밑 교섭을 시작했고, 나 또한 질세라 나의 지지자인 노무현 대통령을 앞세워 열린 민주당과의 공공연한 합당을 시도했다. 그 결과 한나라당과 열린 민주당이 한 후보를 내세워도 내게는 역부족임을 느낀 열린 민주당이 우리 당과 합당을 결정하니, 총선과 대선은 실시하나마나였다.
당명마저 '발해민주연합당'으로 고친 우리와 한나라 당, 양당의 총선이 곧 실시되었다. 그 결과 선거당일인 18일, 당일 10시쯤에는 이미 판세가 결정 나, 나의 연방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었다. 지역구에서도 속속 우리 정당 소속의 출마자들이 당선 소식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 이튿날 최종 집게 된 결과는, 투표율 95%에서 65%를 얻은 내가 연방대통령에 당선되었고, 300의 의석수 중 215석을 차지한 우리가 2/3가 넘는 압도적인 다수당이 되었다.
반면에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28%의 지지를 받았다. 또 한나라당의 의석수는 87석이었다. 여타는 군소정당 소속이었다. 아무튼 이에 따라 조각권을 지닌 우리 당은 노무현을 총재인 내가 직권으로 총리로 지명했고, 곧 조각에 착수했다. 부칙에 의가 2008년 1월1일 역사적인 새로운 국명인 '대한민주연방공화국'의 대통령 취임식이 새롭게 조성된 옛 비무장지대 내 연방국회의사당 앞에서 거행되기에 이르렀다. 거대한 백색 대리석으로 지어진 의사당 단상 위에는,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정부의 수반은 물론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들까지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그 면면들을 대충 살펴보면 미국의 부시 행정부에서는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국무부 장관을 대표로 파견했고, 중국 측에서도 원자바오 총리를 대표로 파견했으며, 러시아에서는 연방 대통령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직접 참석하였다. 일본 또한 아버지 후쿠다 다케오와 함께 일본 헌정 사상 최초의 부자(父子) 총리를 기록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수상이 직접 이 자리를 찾아 자리를 빛내주고 있었다. 여기에 몽골 대통령, 호주 총리, 인도 총리 등 정부의 수반급 인물만 64개 국 이상이 참여하여, 대한민주연방공화국의 국제적 위상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었다. 아무튼 이날 아침 나는 한남동 자택에서 오늘의 취임식을 맞았다.
평소의 습관대로 새벽 4시에 일어난 나는 잠시 아침 운동을 하고 들어와, 오늘의 조간신문을 대충 쭉 훑어보았다. 이러다보니 어언 5시가 되었다. 이때 언제 일어났는지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은 미정이 내가 있는 거실로 나와 나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여보, 연방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고맙소. 당신도 축하해. 영부인이 된 것을."
"언제는 아니었남 요?"
"하하하........! 이 사람이 이제는 삼국을 아우르는 연방 대통령의 영부인 아닌가?"
"호호호.......! 고마워요. 그 동안 애 많이 쓰셨어요."
"고맙소. 지금부터 차질이 없도록 준비나 철저히 해."
"알았어요. 여보!"
이때 밥을 지으러 이층에서 가정부 아주머니가 내려왔다.
"연방 대통령이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고맙소."
나의 답례에 송구한 표정을 지은 아주머니가 곧 주방으로 향하고 연이어 현관문이 열리며 수정과 명희가 들어섰다.
"여보, 축하해요!"
"고맙소!"
활달한 수정이 곧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볼에 뽀뽀를 하고, 명희도 내게 축하 인사를 했다.
"여보 진심으로 축하해요."
"고맙소. 이리 와봐. 뽀뽀 한 번 하게."
"정말?"
"그래."
명희가 기쁜 낯으로 내게 다가왔다. 나는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뽀뽀를 해주었다.
"나는 요?"
샘이 났는지 미정이 우리의 하는 양을 보다가 말과 함께 다가와 옆얼굴을 내밀었다. 나는 미정에게도 새삼스럽게 다시 뽀뽀를 해주는데, 헛기침 소리가 들려와 바라보니 어느새 내려오셨는지, 아버지 어머니가 우리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계셨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축하한다!"
"대통령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우리 대통령님!"
아버지는 간단하나, 어머니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기쁜 표정으로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이게 다 부모님이 저를 잘 낳아주신 덕분이니, 축하는 아버님 어머님이 받으셔야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두 분!"
내 말에 괜히 아버지는 험험 거리고 헛기침만 토하시는데, 어머니의 눈에는 어느덧 기뿐 두 줄기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머님 우세요?"
미정이 놀리는 투로 말하며 어머니에게 접근하니 어머니는 얼른 눈물을 훔치시며 말씀하셨다.
"아, 아니다!"
"하하하........!"
"호호호........!"
그 모습에 우리 모두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는데, 이번에는 아이들이 들이 닥쳤다.
"아빠! 축하드려요!"
"그래, 고맙다!"
이제 서른 살이 되어 완전히 시집갈 나이가 다 된 다정을 필두로, 29세의 어엿한 청년이 된 철산도 나를 축하해주었다.
"아빠, 축하합니다."
"그래, 그래."
철산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마침 귀국해 있는 참이었다.
이외에도 나머지 효정과 중산, 인정은 물론 올해 대학 4학년으로 올라가는 막내 소산까지 다가와 내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나는 이들에게도 웃으며 답례를 하고, 곧 자리에서 벗어나 동네 이발소로 향했다.
어제 미리 비서관들이 연락을 해서 아마 일찍 열어놨을 것이다. 이때 내 뒤를 따르는 인물이 있어 뒤돌아보니 철산이었다.
"너는 왜?"
"아빠와 대화 좀 하려고요."
이 말에 나는 철산의 머리를 바라보니 녀석도 머리카락이 제법 많이 길어있었다.
"너도 같이 이발하면서 할 얘기 있으면 하자."
"네, 아빠!"
좀 더 내게로 다가온 철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제 진로에 대해서 상의 드리려고요."
"그래, 너는 무엇을 했으면 좋겠니?"
"아무래도 군 문제부터 해결해야 되지 않겠어요?"
"아무렴, 남자라면 당연히 군에 갔다 와야지. 연방법에 따라 18개월의 군복무를 해야 할 게야. 아직은 모두 직업군인화 하기에는 연방의 예산이 쓸 데가 너무 많아서 말이야."
"알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요?"
"네가 하고 싶은 것은 없니?"
"아버지 회사에 정식으로 시험을 쳐서 당당히 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말단부터 차근차근 실무를 익히고 싶습니다."
"내 결심은 확고하다. 네가 능력이 되지 않으면, 최고 CEO 자리에 오를 수도 없을 뿐더러 유산 상속도 불가능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해볼 작정입니다. 그리고 돈 문제는 제가 받는 월급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허허, 그것 참..........!"
말하는 것이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내 결심이 그러하니 약간은 안쓰러운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난 말이야. 내가 죽으면 내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할 생각이다. 그러니 그런 줄 알고 있어."
"네. 저도 이만큼 배울 기회를 주셨으니, 제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정신이다. 그렇지만 이 애비가 그래도 세계 제1의 갑부인데 최소한 너희들이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할 정도의 재산은 남겨주마."
"고맙습니다. 아빠! 하지만 너무 많은 재산은 자식들을 나약하게 만드니, 조금이면 족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래. 이 애비는 오늘 아주 기쁘구나. 연방 대통령이 된 것보다도, 네게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 주었다는 것이."
"이 모두 아빠의 엄한 가르침이 아닌가 합니다."
"좋은 일이야, 녀석!"
나는 스스럼없이 다가가 오래간만에 녀석의 어릴 때 마냥 머리를 흐트려 놓았다. 이러다보니 어느덧 이발소에 다 와서, 우리는 이미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대통령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고맙소."
내가 답례를 하고, 의자에 앉자 가운을 두르고 곧 이발이 시작되었다.
물로 가볍게 내 머리를 축인 이발사가 가위질을 하기 시작했다. 곧 사각사각 가위질 소리가 들리며 나는 이상하게 포근한 감정을 느끼며, 자꾸 수마가 몰려와 나를 아주 곤혹스럽게 했다.
"졸리시면 한 숨 주무시죠?"
"아니요. 계속 하시오."
"네, 대통령님!"
곧 이어 다시 가위질 소리가 들리고 나는 말과 다르게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되지 하는 생각에 나는 언뜻 머리를 들었다. 이에 깜짝 놀란 이발사가 멈칫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을 머금고 가만히 앞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제 내 나이 어언 52세. 중년을 넘어 이제 60 고개를 바라보고 달리고 있었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철산은 무엇을 느낄까?
'우리 아버지도 이젠 많이 늙으셨네.'
아니면
'아직은 한창 일할 나이시지.'
나는 후자라고 생각하며 거울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철산의 빙그레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녀석........!'
나는 종전에 그가 한 말들을 떠올리며, 더없이 즐거운 기분이 되었다. ============================ 작품 후기 감사하고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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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