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310화 (310/322)

< --발해연방공화국 출범과 대정그룹-- >

그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난 12월 초순.

나는 일단의 수행원과 경호원들을 데리고 외투 깃을 세운 채 하바롭스크 고속전철 역에 서 있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원래는 비행기로 가야하지만 나는 고속전철을 택했다. 1998년 나와 옐친의 회담에 의해 일본으로부터 북방도서 반환용으로 받은 자금 중 500억 달러를 들여 기존 유라시아 철도를 복선화함은 물론 시베리아까지 6차선 고속도로와 함께 착공한 것이 이 고속전철이었다. 이것이 금년 6월에 개통이 되었지만 북한을 안정시키느라 바쁜 나에게는 한 번도 탈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짬을 내어 이 고속철도를 타고 달려가고 싶어 나를 위해 특별 편성된 열차에 막 오르려 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고속전철은 우리와 프랑스 알스톰사의 합작품이고, 그 건설은 우리 대정건설을 비롯한 한국기업은 물론 여러 나라가 맡아 구간 구간을 분배받아 완성한 것이었다. 내가 차에 오르자 앞뒤의 기관차 외에 12량의 객차를 매단

기차가 서서히 플랫폼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고속열차는 시속 400km라는 경이적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기술진과 프랑스 알스톰사의 기술진이 개발한 신형 열차는 문자 그대로 탄환처럼 쏘아나가며, 곧 아무 것도 거칠 것 없는 광활한 평원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일망무제.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쌓인 눈과 눈 속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자작나무 숲뿐. 나는 곧 가도 가도 질리도록 똑같은 풍경에 눈을 감고 말았다. 변하는 것이라고는 때로 복선이기에 마주쳐 달려가는 고속열차 아니면, 이따금 사라졌다. 나타는 복선화된 유라시아 횡당철도 또는 새로 개통된 6차선 고속도로뿐이었다. 눈을 감은 내 눈 위로는 발해공화국의 발전상이 파노로마처럼 스쳐지나갔다. 러시아인은 물론 그 터전에 살던 고려인, 조선족 동포, 끝없이 일자리를 찾아 밀려온 동북 3성의 중국인, 기껏 노동력이라고 북방의 50만을 몰아 보내던 북한 인력, 우리는 이 많은 노동력을 수용하고도 모자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남방 민족은 물론 더 남쪽의 네팔, 방글라데시인 까지, 그야말로 약 3000만 명의 국민을 거느린 대제국으로 발전해왔다.

경공업에서 중공업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외국자본을 유치하여 우리는 제품을 생산해 내어 러시아 연방은 물론 인근 중국 또 유라시아 철도를 타고 전 유럽까지, 여기에 조차한 나진항이나 블라디보스토크 항을 통해 태평양 건너 북미 남미에 이르는 전 세계에 수출을 하고 필요한 상품을 사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해 냈다.

그런 결과 아직도 마의 2만 불에서 허덕이는 한국과 달리 발해공화국은 일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어엿한 선진국 초입에 서 있었다. 이에는 우리의 발달한 항공 우주 산업이 큰 역할을 해냈다. 안토노프-225 대형수송기를 연구 발전시킨 600명 내외를 태울 수 있는 2층 구조의 대형여객기를 중국은 물론 서방과 심지어 항공기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도 팔아먹었다. 이 외에도 우리의 앞선 로켓기술은 필요로 하는 나라의 인공위성을 띄워주고 돈을 받기도 했고, SU-25, 30, 35에 이르는 전투기는 인도, 중국은 물론 베트남, 여타 아시아 국가 외에도 이란, 하다못해 에티오피아나 수단 등의 아프리카 나라까지 팔아먹었다.

이 밖에 우리는 풍부한 삼림자원을 이용하여 하다못해 젓가락에서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돈이 되는 것이라면 다 생산해 팔아먹었다. 근간에는 2천 년대부터 폭등하기 시작한 원유는 물론 가스 등 자원 값의 상승에 대비해, 우리는 1995년부터 미리 미리 철저한 준비를 했다.

그 철저한 준비 탓으로 근간에는 우리가 사들인바 있는 나이지리아의 해상유등록일 : 14.04.08 00:01전은 물론 사할린 유전까지 원유를 무시로 토해내고, 때맞추어 개발된 온갖 금, 은, 석탄, 철광, 몰리브덴, 우라늄, 붕소, 여타 다양한 광종과 많은 매장량만큼이나 다양한 자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 자원들이 우리의 국민소득에 크게 기여했음은 물론 금번에는 북한까지 손에 넣었으니, 이제 자원 빈국이 아니라 부국이다. 아무튼 북한의 풍부한 광물자원이야 익히 아는 바이고, 현대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 금속까지 4800만 톤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매장량을 자랑하고 있으니, 실로 가4800만 톤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매장량을 자랑하고 있으니, 실로 가슴이 뿌듯했다.

나의 회상이야 끝 간 데 없어도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시베리아의 칼바람을 뚫고 철마는 쉬지 않고 달리고 달리고 있었다.

설경을 뒤로한 채 8시간을 꼬박 달린 고속철은 러시아 내 부랴트 공화국의 수도 울란우데에 도착해 있었다. 내가 잠깐 잠이 들었나보다. 아무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출발하는 몽골횡단철도(TMGR)가 합류하는 곳인 만큼 다른 역들에 비해 유독 많은 승객이 기차에 오르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한국 사람과 흡사한 부랴트 인들을 보니 왠지 모를 반가움이 앞섰다. 승객들의 호환성을 위해 횡단철도와 접근했던 고속철은 나의 지시에 의해 5분간을 쉬었다가 다기 서서히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울란우데를 지나 1시간 정도를 달리자 세계 최대의 담수 량을 자랑하는 바이칼호수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바이칼호수는 바다인지 호수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을 만큼 넓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다 담아내기조차 벅차다. 철길 옆으로 이어진 물줄기들이 이르쿠츠크가 가까워졌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잠시 정차한 이르쿠츠크 역에서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유독 많이 오르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어 러시아의 몇 안 되는 관광도시임을 실감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나는 아직 배가 고픈지 이르쿠츠크의 원유와 가스를 비롯한 자원이 탐나니 웬일인가. 고개를 저어 욕심을 자제한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시베리아의 파리라 불리는 이르쿠츠크를 지난 열차는 6여 시간을 달려 시베리아의 수도인 노보시비르스크에 도착했다. 노보시비르스크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물류망이 형성돼 있는 데다 150만여 명이 사는 시베리아 최대 도시답게, 노보시비르스크에는 다른 역에 비해 화물 컨테이너를 실은 기차가 유독 많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 중에는 120량의 건테이너를 실은 화물열차가 내 눈길을 잡아끈다.

마침내 20시간을 조금 넘게 달려온 끝에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 위치한 야로슬라블 역에 도착했다. TSR(유라시아철도)의 종점인 모스크바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로 가는 레닌그라드 역,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로 가는 키예프 역 등 모두 9개의 터미널과 13개의 노선이 있었다. 모스크바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터미널들과 핀란드, 독일, 벨로루시 등 유럽과 러시아 각 지방으로 연결된 철로들은 왜 모스크바가 TSR의 종점이자, 또 다른 시작점인지를 깨닫게 해주고 있었다. 극동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우리의 많은 화물과 컨테이너들이 이곳에서도 수없이 많이 눈에 띄었다.

나는 뿌듯한 가슴을 안고 삼엄한 경호 속에 플랫폼을 빠져나와 대기 중인 방탄차에 올랐다.

"오래간만입니다. 각하!"

크레물린 현관에 기다리고 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내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다가와 반갑게 나를 끌어안아 왔다.

내 대변인을 지냈던 인연으로 누구보다도 친숙하게 지냈던 그가 나를 포옹에서 풀며 말했다.

"이제 각하도 중년을 넘어 슬슬 노년 티가 나십니다."

"정말인가?"

나는 그가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순간적으로 반말이 튀어 나왔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쓸어 담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나보다도 나이가 여덟 살이나 어린 그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농담입니다. 농담 각하! 각하의 연세가 올해 46세 시죠?"

"그렇소."

그렇게 답하는 내 마음은 씁쓸했다. 한국 나이로는 올해 47살이었기 때문이었다.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이 어렸을 때는 좋았으나, 나이가 이제 중년을 넘어서자 이제 그것이 싫은 나였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내가 데리고 있었다는 선입관념이 작용해 '각하'라는 소리가 입에서만 맴돌 뿐, 여간해서는 뱉어지지 않아 나를 곤혹스럽게 했다.

"추운데, 들어가시죠. 각하!"

"그럽시다. 그 전에 내 소개할 사람이 있소."

"누굽니까?"

"옆에서 통역하는 요원이 내 친딸이오."

"우와! 자꾸 시선이 가더니 역시 아빠 엄마를 닮아서 그렇게 빼어난 미인이었군요. 정말 미인인 따님을 두셨습니다."

말과 함께 메드베데프의 시선이 다시 향하자, 홍조를 띤 채 다소곳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강 다정이었다. 다정은 한국외대 러시아문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또 2년을 더 배워 올해 석사학위가 통과되었다. 배움을 더 원하는 그녀였지만 영원한 맹세라는 것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올 봄에 시집을 간 통역이자 비서인 러시아 통역 이오노바를 대신해, 내가 급거 불러 얼마 전에 합류한 내 딸이었다. 이오노바뿐만 아니라 작년에는 중국인 통역 방령마저 시집을 가고, 이제 내 곁에는 이범석 총리를 대신해 총무처 장관으로 간 김경제 비서실장을 대리해, 비서실장이 된 올리비아 리만이 남아 지키고 있었다.

"계속 밖에 세워 둘 참인가?"

"이것, 내 정신 좀 봐. 각하! 얼른 안으로 들어가시죠."

나는 나보다도 추위에 바르르 떠는 다정을 위해 메드베데프에게 농담 삼아 재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곧 우리는 집무실에 마주보고 앉았다.

"각하! 이번에 처음으로 고속 열차를 타보셨죠?"

"그렇소만 좋기는 좋습디다. 유라시아 횡단철도 길이 9,288km, 전 같았으면 꼬박 6일을 달려올 길을 채 하루도 아닌 20시간 만에 주파했으니 말이오. 물론 고속철부설 과정에서 길이도 8천 km로 단축되기도 했지만 말이오."

"그게 다 각하가 지원해주신 돈으로 건설된 것이니 상당히 뿌듯 하셨겠습니다?"

"뿌듯함을 느끼다가도 북방도서를 우리가 팔아먹었다는 당시 분위기를 생각하면 지금도 열이 치솟아 오릅니다."

"덕분에 러시아는 디폴트 위기에서 벗어나고,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신 실크로드인가 뭔가를 열었잖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도 러시안 인중에는 나를 죽일 놈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을 거요."

"사람은 망각의 동물 아닙니까? 지금은 많이 희석되어 개통된 6차선 고속도로와 고속철 또 복선화 된 옛 노선을 보고 각하의 은덕을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특히 그 길옆에 위치해 많은 혜택을 누리는 국민들이 그러하지요."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 고맙군요."

"그러나 저러나 저는 금번 각하의 방문에 큰 선물을 기대하고 있습니다만?"

메드베데프가 웃음 띤 얼굴로 농담 삼아 말했다.

"허허, 그것 참.........!"

잠시 기가 막힌 표정을 짓던 내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우리가 북한을 침략할 시, 북경을 견제해주어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 시장경제 하에, 한 언어에, 준 연방국가가 아닙니까? 그런 말씀 마십시오.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혹 우리가 위태롭다면 각하께서는 우리를 구원해주지 않을 작정이셨습니까?"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오."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아무튼 고마운 것은 고마운 것이니, 내 보답을 하지요."

이렇게 운을 떼고 내가 잠시 그를 바라보자, 그가 눈을 빛내며 내 입만 주시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늘 즐겁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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