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해연방공화국 출범과 대정그룹-- >
그로부터 5년여가 흐른 1998년 8월 15일.
나는 지금 동경의 일본 수상 관저에 와 있었다.
지난 7월 30일 피자 논쟁을 뚫고 예상외의 압승으로 수상이 된 오부치 게이조(小??
三)와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서였다. 자민당 총재경선에서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은 그를 '식은 피자처럼 생기가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그는
"식은 피자는 오븐에 넣으면 따뜻해진다"
고 반박했다. 이번에는 일본 국내방송이
"데운 피자는 맛이 없다"
고 꼬집었다. 그러자 그는 기자단에게 갓 구운 피자를 대접했다. 그러자 기자가
"본인의 아이디어냐"
고 물었다. 그는
"다른 사람한테 들었다"
고 솔직히 대답하며
"식지 않았느냐"
고 되물었다. 총재경선은 오부치와 가지야마 세이로쿠(楣山靜六),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의 삼파전이었다. 한 여성의원은 범인(凡人)과 군인과 변인(變人·괴짜)의 대결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지지는 고이즈미―가지야마―오부치 순이었
다. 오부치는 15%대였다. 그러나 당내경선 결과는 오부치―가지야마―고이즈미 순이 됐다. 오부치는 1차 투표에서 54.7%를 얻었던 것이다. 어찌됐든 그가 수상이 되어 채 업무도 다 파악하기 전에 내가 급히 정상회담을 한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한국에 이어 러시아도 지금 디폴트 선언 직전으로 나라 전체가 위기에 빠져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긴급 회동을 제안했고, 오부치는 내 의제에 동의했다.
"정말로 반환할 의사가 계신 겁니까?"
나보다 20살 연상으로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치면 62세의 오부치가 특유의 숯 검댕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그런 그에게 내가 대답했다.
"발해공화국이 러시아 연방에서 독립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하지만 맨입에 되겠습니까? 이 기회를 이용해야죠."
"그렇지만 700억 달러는 너무 많은 금액입니다. 우리나라도 지속적인 저성장으로 어려운데다 아시아의 위기로 우리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성실해 보이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함인지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모습으로 엄살을 떠는 오부치에게 내가 말했다.
"이 기회 아니면 영영 기회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너무 많습니다. 무상 200억 달러 차관 300억 달러면 몰라도."
"거기에 북방 도서 2개를 더 넘겨주면 어떻습니까?"
"네?"
내 말에 깜짝 놀라 벌린 입을 닫지도 못하고 있는 오부치였다. 잔꾀를 부리지 않는 성실한 그의 풍모대로 그의 모습에서 가식은 없었다. 그 바쁜 와중에도 수시로 거리로 나가 시민들을 만나고 아무 때나 국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오부치입니다.'
라는 말로 통화를 하는 그 모습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나는 웃음이 나왔지만, 나는 이를 속으로 삭이고 그의 다음 대답을 기다렸다.
"정말 그럴 의향이 계신 겁니까?"
"최소 1,500억 달러만 주면 못 할 것도 없지요."
"허허.........! 이런 일이.........!"
즐거우면서도 돈 때문에 걱정이 되는지 아주 미묘한 표정을 짓는 오부치였다.
잠시 격정이 사라지자 한층 진지한 표정이 된 그가 말했다.
"이 문제는 저 혼자 독단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닌 것 같군요. 내각과 의논해 곧 답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차 정상회담을 2시간 후에 개최하는 것이 어등록일 : 14.04.05 00:04조회 : 3725/3735떻겠습니까?"
"좋습니다. 그럼, 2시간 후에 뵙도록 하죠."
"1차 회담 결렬이라고 발표할 까요?"
"그게 극적인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라도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지요."
내가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뒤를 따르며 하는 그의 대답내가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뒤를 따르며 하는 그의 대답이었다. 이번 두 정상 간의 표면적인 의제는 '러시아 및 발해공화국의 경협 확대'였지만, 누구나 이면에는 어려운 러시아를 대표해 돈을 꾸러 왔다고 추측하는 회담이었다. 2시간 후.
다시 양인 간의 단독 정상회담이 열렸다.
"거두절미하고 900억 달러면 가능합니다. 무상 500억 달러, 차관 400억 달러입니다."
"1400억 달러!"
한 마디 하고 나는 입을 굳게 닫았다.
"1000억 달러가 최선입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등록일 : 14.04.05 00:04조회 : 3725/3735추천 : 96선호작품 : 7443(비허용)
"도대체 얼마면 가능하다는 말입니까?"
"1200억 달러면 결렬입니다."
"1100억 달러........."
채 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좋습니다. 1200억 달러를 드리겠습니다. 대신 700억 달러가 차관입니다."
"그 반대로 뒤집읍시다."
"절반 씩 하죠."
"좋습니다. 600억 달러는 무상, 600억 달러는 10년 거치 20년 상환에 연리 1%,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단, 우리가 독립을 선언하기 전까지는 이면 합의만 하고, 결렬로 하는 겁니다."
"동의합니다."
나는 이로써 나라의 러시아 령의 북방 4개 섬을 팔아먹었다.
애초부터 우리나라 영토가 아니어서인지, 쉽게 발해공화국의 독립과 맞바꾼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로부터 이틀 후인 98년 8월 17일.
나의 예상대로 꼴깍꼴깍하던 러시아는 모든 빚을 못 갚겠다고 벌렁 나자빠졌다. 경제용어로 디폴트를 선언한 것이다. 8월18일.
나는 급거 옐친과의 회동을 제안하고 모스크바로 날아갔다. 옐친은 1996년 대통령 선거에서 53.80%로 재선되어, 동년 8월 9일에 2대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이후 1999년 12월 31일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크레물린 궁내 그의 집무실에서 양쪽의 통역만을 대동한 채 그와 나는 만났다.
"어려울 때 도와달라고 했더니 냉담하게 거절하더니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옐친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웃으며 농담조로 한마디 했다.
"생명의 은인에게 그게 할 말입니까?"
"그야 고맙기는 하지만.........."
얼버무리는 옐친이었다.
사실 그는 두 해 전인 1996년에도 또 한 번 심장병 발작을 일으켜, 나의 주선으로 마이클 드베이키 박사에게 심장수술을 받은 바 있었다. 내가 여전히 웃는 낯으로 물었다.
"서방에서는 얼마를 주겠다고 교섭하는 것입니까?"
"200억 달러입니다. 그러고 간섭은 왜 이렇게 많은지, 아주 저희들 경제권으로 편입을 시키려고.........."
"얼마를 요구하셨습니까?"
"500억 달러입니다."
"허허, 것 참. 반도 안 되네요."
"누가 아니랍니까? 그렇지만........."
나는 그의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그가 하려는 말을 알아들었다. 당시 러시아의 디폴트는 막대한 재정적자와 아시아 외환위기가 맞물리며 찾아왔다. 자금의 상당부분을 국고를 통해 지원받았던 러시아 기업들은 외화대출을 리파이낸싱하거나 상환할 수 없었다. 결국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 이후 증시는 90% 이상 주저앉았고 채권은 휴지조각이 됐다. 이후 러시아 정부는 협상을 통해 226억 달러의 국제 구제금융 패키지를 받았고, 이후 러시아 경제가 간신히 회생되는 것이 원 역사이다.
"500억 달러를 제가 무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네?"
나의 말에 두 눈이 커지는 것도 모자라 얼마나 놀랐는지 의자마저 뒤로 밀치고 나를 귀신 보듯 하는 옐친이었다. 그러더니 가슴을 어루만지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전정하세요. 공짜가 어디 있습니까? 거기에는 다 조건이 있습니다."
내 말에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약간은 낙담한 표정으로 다시 의자를 다가앉는 옐친이었다.
"그 조건이 뭡니까?"
"발해공화국의 완전 독립입니다."
"네?"
"그동안 독립국가와 다름없는 지위를 누렸지 않습니까? 우리의 예산 20%를 준 외에는, 비록 허물어지는 러시아 경제에 언 발에 오줌 누기지만. 하지만 독립국가연합을 보십시오. 우리와 다를 게 뭐 있습니까? 준 연방으로 남는다고 생각하면 크게 억울할 것도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영토 문제에 있어서는 완전히 다르지요."
"그래서 제가 선물을 더 준비했습니다. 500억 달러의 상업차관을 더 공여하겠습니다. 이것은 하바롭스크와 여타 국가 간의 국경까지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복선화와 고속전철화 그리고 6차선 고속도로의 모스크바까지의 개통에만 쓰여져야 만하는 조건성 차관입니다."
"그거래도 투자되면 나라에 활기가 돌지 않겠습니까?"
"당연하죠. 거대한 토목공사가 일어나 러시아의 경제회복을 도울 것입니다. 그 뿐 아닙니다. 현 지분 50%인 항공사들의 지분을 전량 매입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의회의 동의를 거쳐야만 합니다만?"
"동의가 뭔 필요가 있습니까? 나라가 숨이 넘어가는 판에."
"그래도 원체 중대 사안이라..........?"
"통과시킬 자신은 있습니까?"
"설득시켜보겠습니다. 당장 죽어나는 국민들을 생각하면 저희들도 마냥 반대만은 못 할 것입니다."
"알아서 하십시오."
나는 더 이상 이 자리가 무용하다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로 비상 의회를 소집하겠습니다."
"각의부터 거쳐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그럴게 아니라 자파 의원부터 주변의 의원부터 설득을 시켜놓고 설득하심이........."
"내가 너무 기쁜 나머지 성급했습니다. 나가시죠."
"좋은 결과를 기대하겠습니다."
자리를 물러난 나는 러시아 내 전 인맥을 동원하여 맹렬한 로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각의에서 나의 제안이 통과된 지 사흘 만에 러시아 상하양원은 간신히 우리의 제안을 통과시켜버렸다. 이렇게 소비된 돈이 물경 10억 달러였다. 소경 제 닭 잡아먹는 것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어찌 되었었든 통과되었으면 되었다. 아무튼 이로써 이날이 역사적인 1998년 8월 22일로, 이때부터 이 날이 역사적인 발해공화국의 개국기념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