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방경영-- >
이제 나는 한 술 더 떠서 가만히 서 있는 효정에게 말했다.
"효정아, 저 앞에 가서 고기를 이 그물로 몰아 와라."
"네, 아빠!"
효정이 신이 나서 첨벙거리고, 이를 따라
'나도!'
하고 외친 유치원에 다니는 막내 소산도 누나 뒤를 쫓았다. 이를 보고 있던 명희도 아이들을 따라 첨벙거리기 시작했다.
세 명이 첨벙거린 효과가 있었는지 이번에는 한꺼번에 세 마리가 걸려들었다. 비록 아까보다는 치수가 작았지만 쏠쏠했다. 이를 본 미정이 다정과 철산의 편이 되어 양동이를 들고 있는 인정이까지 가세시켜 몰이꾼이 되었다.
이런 모습을 물 밖 둑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부모님이셨다.
"보기 좋네요. 그렇죠?"
어머니의 물음에 아버지가 웃음 띤 얼굴로 답하셨다.
"응, 참으로 전생에 우리가 무슨 복을 지어, 오늘 날 이런 복을 누리는지 나는 꿈만 같소."
"나도요. 가끔 우리가 이렇게 사는 게 꿈이 아닌가 싶어 자다가도 꼬집어 볼 때가 다 있다니까요."
두 분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이번에는 저쪽에서 소득이 있어 환호성을 질렀다. 이렇게 두어 시간을 잡다보니 어느덧 저녁때가 다 되어 가는데, 곧 물이 들어온다고 관리인 알려주었다. 이에 우리는 고기 잡는 것을 그만두고 밖으로 나와 두 곳의 잡은 고기를 확인해 보았다. 이름 모를 잡어까지 비록 크기는 작았지만 제법 많은 양이었다. 매운탕을 끓이면 우리 식구가 먹고도 남을 양이었다.
이에 나는 잡은 고기를 관리인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이것으로 매운탕을 좀 끓여주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나는 관리인 여자의 음식 솜씨를 믿었다. 보령에서 큰 식당을 하다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망하고, 힘겹게 살다가 뽑힌 사람으로 내가 몇 본 와본 결과는 음식 솜씨가 매우 뛰어난 여인이었다.
아무튼 아이들은 아직도 빈 쪽대를 하나씩 나누어들고 우리는 별장을 향해 걸어갔다. 나는 가며 부모님께 말을 걸었다.
"우리만 재미 보고, 심심하지 않으셨어요?"
"아니다. 아이들이 노는 것만 봐도 얼마나 행복한지, 우리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도 참..........!"
내가 웃음 띤 얼굴로 어머니를 바라보는데 아버지가 엉뚱한 말씀을 하셨다.
"소주도 한 잔 있는 거지?"
"이 양반은 또.........?"
"아무렴요. 매운탕에 소주가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이죠."
"누가 부자 아니랄까봐, 아주 죽이 잘 맞는다."
"하하하.........!"
내가 대소를 터트리고 아버지도 빙그레 따라 웃으셨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별장에 도착했다. 나는 곧 물고기를 건네고 나오는 관리인 남자에게 물었다.
"내가 준비하라 지시한 한 것은 어디 있습니까?"
"네, 회장님! 곧 가져오겠습니다."
말과 함께 다시 안으로 들어가는 관리인이었다. 그는 곧 대로 만든 용기에 무엇을 잔뜩 들고 나왔다. 알루미늄 호일로 싼 것이 제법 되었다. 10개가 넘어 보였다.
나는 이것을 받아 정원 앞 잔디가 깔리지 않은 부분으로 갔다. 그곳에는 바비큐를 해먹을 수 있는 도구들이 있었지만 나는 이를 무시하고 맨땅에 모닥불을 큐를 해먹을 수 있는 도구들이 있었지만 나는 이를 무시하고 맨땅에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종이로부터 잔솔가지, 잔가지, 좀 더 굵은 나무, 종래는 참나무 장작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월의 끝자락이라지만 곧 해가 떨어질 시간이라 쌀쌀함을 느낄 밖의 기온이지만, 아이들은 모두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모닥불 곁으로 모여들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모두 모닥불 근처로 모여들어 불을 쬐었다. 이때 미정이 한마디 했다.
"군불에 밥 짓기라는 속담이 있는데, 뭐라도 하셔야 잖아요? 불이 너무 아깝네요."
이에 내가 대답했다.
"잠시 기다려봐. 쓸데없이 불 피울 사람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고 사방을 둘러보니 석양 무렵이라 바닷가의 일몰이 장관일 것 같등록일 : 14.04.04 00:01조회 : 3596/3606추천 : 96았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아이들 데리고 잠시 낙조 구경이나 다녀와."
"그럴까요?"
미정이 말을 하며 명희와 수정을 둘러보니 모두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잠시 바닷가에나 다녀오자. 아빠가 뭐 해주실지 기대하고."
"네."
미정의 말을 따라 아버지와 어머니를 제외한 부인들과 아이들이 일제히 우르미정의 말을 따라 아버지와 어머니를 제외한 부인들과 아이들이 일제히 우르르 바닷가로 몰려갔다.
이렇게 15분 쯤 지났을까, 관리인 아저씨가 내 곁에 와 말을 걸었다.
"회장님, 매운탕이 다 됐는데, 이곳으로 내올까요?"
"그러시죠. 소주도 한 세 병만 가져오시고요."
"네, 회장님!"
그가 사라지는가 싶더니 부인을 앞세워 쟁반에 매운탕과 함께 소주 세 병을 내왔다.
이를 보고 내가 말했다.
"날도 쌀쌀한데 아버지 어머니 한 잔 하시죠."
"나는 별로 생각 없는데, 아버지나 드시라고 하시던지?"
"날도 찬데 한 잔 하세요. 그럼, 몸에 온기도 돌고 좋을 거예요."
"그럴까?"
내 권유에 어머니도 마지못한 듯 매운탕이 있는 내 곁으로 다가오셨다. 이때 그동안 탄불로 제법 많은 양의 잔여물이 생겨났다. 이에 내가 말했다.
"잠시 만요."
두 분을 잠시 기다리게 한 나는 긴 작대기로 타는 장작을 한 옆으로 걷어치웠다. 그리고 불 무덤에 호일에 싼 것들을 차례로 묻었다. 이에 어머니가 궁금하신지 물었다.
"그게 뭐냐?"
"생닭 이예요. 이렇게 불에 구워주면 맛이 있을 것 같아서요."
"하긴 그렇게 구우면 맛있을 게다. 기름기도 쪽 빠지고 말이야."
아버지의 말씀에 어머니가 토를 다셨다.
"입맛은 안 변하셨네요."
이 말에 어머니에게 눈을 흘기시는 아버지셨다. 이 상태에서 괜히 한두 마디 더 나아가다는 오늘 분위기 잡칠지도 몰라, 나는 얼른 술잔을 들어 아버지께 쥐어주며 말했다.
"한 잔 하시죠. 아버지!"
"그래."
얼른 시선을 거두고 내가 건네는 잔을 받으시는 아버지셨다.
아버지께 한 잔을 따라준 나는 곧 어머니께도 한 잔을 따라드렸다.
"너도 한 잔 받아라."
어머니가 받은 잔을 내려놓으시고 내게 술을 권하셨다. 이에 나도 얼른 술잔을 들어 어머니가 따르는 술을 받았다.
"두 분의 만수무강을 위하여 건배하시죠."
"그래."
"건배!"
"건배!"
모두 일제히 건배를 외치고 잔을 드는데 아버지와 나는 가볍게 잔을 비우는데 어머니는 진저리를 치시며 말씀하셨다.
"아유, 쓰다! 이런 게, 뭐가 좋다고.........."
"몇 잔 잡숴보세요. 쓴맛이 다 달아날 테니까."
"나도 술을 마셔봐서 알지만, 하긴 그렇더라. 그러나저러나 여기도 이렇게 추운데, 거기는 얼마나 추우냐? 한겨울에는 영하 20도로 내려가는 것은 보통이라면서?"
"사람이라는 동물이 모질어서 지내다보면 다 적응하게 되어있어요. 그러니 아무 걱정 마시고,
'아~!'
하세요."
"그래, 그래."
내 말에 어머니는 내가 떠 넣어 드리는 매운탕 국물 한 숟가락을 맛있게 드셨다.
이어 나는 아버지도 한 숟가락을 권하니 아버지는 종내 머리를 흔드시며 안 잡수셨다.
"너나 어서 먹어라."
"에!"
나는 급히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맛을 음미했다. 매콤한 게 감칠맛이 났다.
"어머니도 어서 퍼 드세요. 아주머니 음식 솜씨가 좋네요."
"글쎄 말이다. 제법 맛이 좋구나!"
어머니도 연속해서 매운탕 국물을 드시며 맛이 좋다고 칭찬하셨다. 이렇게 우리가 매운탕을 안주로 소주 두 병을 비울 때쯤에서 아내와 아이들이 돌아왔다.
"아유, 냄새 쥑이네!"
"정말!"
수정의 말에 모두 동감하며 모두가 우리가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다.
이에 나는 불을 헤집어 호일에 싸인 놈 하나를 젓가락을 푹 찔러보았다. 푹 들어가는 것이 다 익었다. 이에 내가 말했다.
"매운탕은 이따 밥하고 먹고, 우선 이것들 하나씩 먹어 봐. 뜨거우니까 조심들 하고."
나는 부짓갱이를 들어 호일에 싼 놈들을 하나씩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러나 잘 되지를 않았다. 헤서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언제인가 바비큐 뜯을 때 쓰던 목장갑을 발견하고는 그놈을 찾아 끼고는 하나씩 이들을 불 무덤에서 꺼내 놓았다. 그 중 두 개를 아버지 어머니에게 드린 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말했다.
"하나씩 골라잡아. 두 개 남을 것이니 그것은 남겨두고. 그건 관리인 내외분 것이니까."
"네, 아빠!"
"네, 여보!"
신이 난 아이들과 아내들이 하나씩 집어 드나 모두 비명을 지르며 다시 바닥에 내려놓아야 했다.
"앗 뜨거!"
"하하하.........! 내가 뜨겁다고 조심하라고 했지?"
그러나 그것도 잠시 조금 시간이 지나자 어떻게 다루는지 몰라도 노릇노릇 잘 익은, 삼계탕용 작은 통닭을 다들 맛있다고 잘도 뜯어먹었다.
"우와, 아빠! 이거, 너무 맛있다. 기름기가 없으니까, 담백하기도 하고."
뭐를 아는 다정이 큰 소리로 말하며 연신 호호 불며 통닭을 맛있게 뜯어먹었다.
"정말 맛있구나!"
"여보, 최고야!
"정말 우리가 시집 한 번 잘 왔지."
어머니마저 나를 칭찬하자 아내들도 한마디 중구난방으로 맛있다고 호들갑을 떨며 나를 칭찬하는데, 수정의 말이 걸작이었다.
"정말 우리 남편 최고, 밤일만 잘 하는 줄 알았더니, 어디서 이런 기술도 다 배웠는지........."
두 아내가 무안한 표정으로 아버지 어머니 표정을 살피는데, 두 분은 애써 고개를 외면하고 닭다리 뜯는 데만 열중하셨다. 이에 나는 험, 험 거리며 이제 온기만 남은 닭 두 마리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 관리인 부부에게 권했다.
몇 번을 사양했지만 종래는 고마워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부부는 내 선물을 받았다. 이렇게 되면 아주머니의 음식 솜씨가 빛이 바랠 터, 그래서 내가 말했다.
"저녁은 좀 늦게 우리가 알아서 챙겨 먹을 테니, 들어가 쉬세요."
"아닙니다. 회장님! 우리가 평소 하는 일이 뭐가 있습니까? 회장님이 이렇게 내려오시면 시중드는 게 우리의 낙이지요. 그러니 걱정 마시고 놀다 들어오세요."
"그럴까요?"
"네, 회장님!"
관리인의 말에 따라 나는 내 전용 방으로 들어가 기타를 찾아들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먹은 값들을 해야지. 그동안 노래 솜씨가 얼마나 늘었는지, 노래 한 자락씩 들어보자. 우리 장녀 다정이부터!"
"아빠, 이때 장녀는 제일 늦게 하는 거라고요. 막내부터 해야죠. 소산이부터 시켜보세요. 요즘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가 제법 있을 걸요?"
"그래, 우리 소산이부터 어디 한 곡해보자."
거들고 나오는 명희였다.
쭈뼛쭈뼛 앞으로 나온 소산이 곰 세 마리를 율동과 함께 부르는데, 여아라면 더 멋있을 것이라는 망상을 하며 나는 다음으로 인정이의 노래를 지목해 들었다. 이렇게 차례로 노래를 시키고 부르다보니, 어느덧 바닷가 송림 사이로 무언가 하나가 삐죽 얼굴을 내밀었다.
우리는 부드러운 달빛과 타오르는 모닥불 속에서, 배가 고파질 때까지 노래와 게임을 하며 즐겼고, 그 대신 이날 저녁은 밤참으로 먹어야 했다. 등록일 : 14.04.04 00:01조회 : 3596/3606추천 : 96선호작품 : 7443(비허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