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300화 (300/322)

< --북방경영-- >

명동 호텔 임시 기자 회견장으로 자리를 옮긴 나는 곧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시작합시다."

나의 말에 한 기자가 재빨리 한 손을 번쩍 들어 나로부터 질문 권을 얻었다.

"한국일보의 조동만 기자입니다. 외신에 접하기로 미국, 일본, 중국은 물론 북한 심지어 동남아 각국과도 정상회담을 하면서 한국 대통령과는 지금까지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는지 그것이 첫째로 궁금하고, 26일 즉 모레는 김영삼 대통령과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정상회담의 주 의제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질문이 두 가지로군요. 우선 첫 번째 질문부터 답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의 대통령과 정상 회담이 늦어진 이유는 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무엇을 합의해도 지켜질지 의문이었고, 발해공화국과 대한민국은 부부 사이와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진의가 무엇인지요? 부부처럼 가깝다는 말은 이해하겠습니다만?"

조동만 기자가 추가 질문을 통해 내 발언의 진의를 물었다.

"말씀처럼 양국이 그만큼 밀접한 관계라는 말이고, 신뢰하는 부부 사이에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도 믿고 기다려 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질문에 답하겠습니다."

"양국이 협의한 주 의제는 앞으로 양국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와 경제 협력이 주 의제로 올라 있습니다."

"군사 부분의 협력은 의제에 올라 있지 않습니까?"

조동만 기자가 또 보충질문을 했다.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닙니다."

"부부 사이와 같이 가깝다면서요?"

"발해공화국이 러시아 연방의 일원임을 상기해주시기 바랍니다."

"독자적인 군 사용권까지 있는데, 군사 부분의 협력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아직 거기까지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딱 자른 내가 손을 기자에게 다음 질문을 하도록 했다.

"한겨레의 주 진경 기자입니다. 만약입니다만 대한민국이 북괴의 침입을 받는다면 우리를 구원할 용의는 있으신지, 또 경협의 주된 내용은 무엇인가요?"

"러시아연방전부가 동의할 것 같지 않군요."

"군 통수권자 아니십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질문을 받지 않겠습니다. 아무리 내가 군 통수권자이지만 군을 움직이려면 러시아 연방정부와 상의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연방 정부와 중대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음입니다. 만약 우리가 러시아연방 정부의 이익에 반하는 군사행동을 한다면, 우리의 위치가 곤란해집니다."

"경제협력 부분은 특별히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서로의 국익에 윈윈하는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논의할 예정입니다. 다음 질문 해주세요."

"SBS의 윤태영 기자입니다. 늦었지만 각하께서 발해공화국 대통령에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리면서 질문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번 각국에 SU-27 전투기를 상당량 판매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원하면 한국 정부에도 이를 팔 의향이 계신지 묻고 싶고 요, 여타 한국 정부가 원하는 무기가 있으면 구매가 가능한지 추가적으로 묻고 싶습니다."

"확실히 그룹 산하 기자이다 보니 듣기 좋은 말부터 하시는군요."

"하하하.........!"

나의 농담에 전 기자들이 웃음을 짓고 질문한 기자는 농담임에도 얼굴이 벌개졌다.

"SU-27 전투기를 한국에서 구매요청을 한다면 충분히 상의할 여지가 있습니다만, 미국의 동맹국으로 그럴 여지는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여타 무기 또한 요청이 있으면, 주변 각국에 미치는 영향부터 모든 부분을 고려한 후, 러시아연방정부와 상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러시아연방 정부와 상의한다는 말은 진실이 아니지만, 내 입장이 곤란할 때를 위해 대비한 연막전술이었다.

"다음 분 질문해주시죠?"

"CNN 짐 러셀 기자입니다. 발해공화국의 수호이기 판매는 친밀한 국가로 여기는 미국에 대한 배신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또 대정그룹은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주관사로 한국에서 F-16을 생산하고 있고, 발해공화국에는 여러 민 및 군수용 항공회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혹시 F-16의 첨단 기술을 빼내 발해공화국의 전투기 생산기술에 접목시키는 것은 아닌지, 이에 대한 각하의 진실 된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미국과도 친밀하게 지내고 있지만, 각 국은 무기 구매의 고유 권한이 있고, 따라서 우리는 친밀 관계를 떠나 경쟁할 것은 경쟁해야 된다고 봅니다. 아국의 산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까요. 또 F-16을 만드는 한국의 대정항공과 발해공화국 간에는 일체의 내왕이 없습니다. 상도의 상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다음 기자 분 질문해주세요."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나중에는 그럴 의향도 충분히 있는 나였다.

"일본 NHK 기자입니다. 지난번에 각하께서는 일본 방문 시 은밀히 미쓰이(三井) 물산의 사장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슨 비밀 의논을 하셨는지요?"

"하하하........! 이것, 일본과의 정상 회담 내용 발표에 묻어가나 했더니, 용케 제 행동에 대한 추적도 있었던 모양이군요. 조금은 불쾌하지만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미쓰이 물산과 대정 그룹 사이에 천연 가스 수출에 대한 상담과 세계 곡물메이저에 대항한 양 사 간의 협력체제 구축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가 있었습니다."

한 호흡 쉰 나의 발언이 이어졌다.

"천연가스 부분은 아직도 계속해서 연간 얼마를 수입할 것인가, 가격은 얼마로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가 진행 중이고, 곡물 부분은 곡물 트레이딩 규모를 1997년까지 양사 50:50으로 합작하여, 약 4100억 엔(약 4조2750억 원)을 투자하여, 이 자금으로 전 세계 5개 대륙에 있는 주요 농업자산을 매입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세기 말까지는 최소 5대 곡물메이저에 진입하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메트릭 톤(Metric Ton (M/T))은 중량단위의 하나로서 1,000㎏을 1톤으로 하며, 거래에서 수량 단위로 중량을 사용할 때, 톤의 경우에는 1,016㎏을 1톤으로 하는 Long Ton, 907kg를 1톤으로 하는 Short Ton, 1,000kg를 1톤으로 하는 Metric Ton이 있기 때문에 중량표시 시, 어떠한 톤으로 할 것인가를 정확히 명시할 필요가 있을 때 사용한다. 어찌됐든 1메트릭 톤은 정확히 1,000㎏ 1톤을 지칭하는 용어다.

"다음 질문 해주시죠."

"KBS의 이강철 기자입니다. 지난번 북한 김일성 주석과 회담 시, 남북한을 관통하는 파이프라인이라든가, 고속도로 여타 철도의 복선화 등 여러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각하께서 보시기에 이것이 진정 실현 가능한지, 북한 김 주석은 이에 대해 무어라 답변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죠."

"기자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다름없는 내용을 논의했고, 북한과는 그렇게 하기로 이미 합의를 본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남과 북 사이에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제 입장에서야 모든 것이 남과 북이 원활하게 교통하는 것이, 훨씬 좋아 이를 강력 권유했으나, 김 주석은 이는 남과 북이 별도로 합의할 주권 문제라며, 나의 권유를 남북 협상용으로 남겨놓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김 대통령이 하기 여하에 따라서는 대한민국에서 철도로 유럽 각국을 여행하는 일이, 결코 꿈만이 아닌 시절이 오리라고 봅니다."

"추가로 한 분 만 더 질문해주시죠. 내 다음 일정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질문은 곤란합니다."

"동아일보의 김민희 기자입니다. 각하께서는 중국의 장쩌민 주석과도 친분이 남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번 북경 방문 시, 한국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는지, 나왔다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그것 참, 답변드릴 말씀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런 내용이 하나도 없군요. 발해공화국과 중국 정부와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시간이 빠듯해서 말이죠. 하지만 대한민국과 중국 정부 사이에 곤란한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중재할 용의는 있습니다. 인근 국가 간의 공동 발전과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발해공화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니까요."

"감사합니다만, 미국 클린턴 대통령과도 각하는 친분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회담에서도 한국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습니까?"

"솔직히 있었습니다만 여기서 밝힌 만한 사항이 아니고, 비록 몸은 공화국 대통령이지만 모국이 잘 되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도록 외교전에서도 도움을 주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상 마치겠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각하!"

나는 실제의 내용과는 다른 립 서비스를 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곧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온 나는 계획대로 한남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어제 연락을 드린 바가 있어서 시골에서 부모님도 올라와 계셨다. 나는 부모님은 물론 가족들과도 반가운 해후를 한 후 곧장 우리는 보령의 무창포 해수욕장을 향해 떠났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추운 북쪽 지방에서만 있다 보니, 따뜻한 봄 전령의 향기라도 맡고 싶어서, 나는 제주도 중문 관광단지 내 우리 호텔로 가고 싶었으나, 부모님이 그곳으로 가길 원해 할 수 없이 잡은 곳이었다. 우리가 무창포 별장에 도착하니 오후의 어중간한 시간이었다. 점심은 지났고 저녁은 더 있어야 되는 시간이었다. 아무튼 무창포에는 호텔 말고도 내 개인 별장이 하나 있었다. 호텔보다는 조금 늦게 착공한데다가 조경 문제로 많은 시간을 소모해, 나도 별로 와보지 않은 곳이고, 부모님은 처음이셨다.

아무튼 우리가 별장에 들어서니 관리인 부부가 미리 연락을 받고 대기하고 있다가 곧 우리를 안으로 안내했다. 이러는 와중에도 아이들은 모처럼 해방감을 느끼는지, 모두 즐거운 표정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이 모양을 보고 오십 줄의 관리인 부부에게 내가 물었다.

"주변에 아이들 놀만한 시설이 없을까요?"

"저.........! 독살이라고 옛날부터 전래되어오는 물고기 잡는 방법이 있는데, 그곳에 놀러 가시면 어떨까요? 지금이 마침 바닷물이 빠질 때라 적당합니다. 회장님!"

"들었지?"

와아.........!

아이들이 좋아라 하고 함성을 지르는 데 명희가 말했다.

"우리도 함께 가서 놀지요?"

"그럴까?"

이렇게 말하고 나니 뻘쯤히 서 계신 부모님이 신경이 쓰여 내가 물었다.

"함께 가실래요?"

"어디 그럼, 같이 가보자."

어머니 말씀에 아버지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하셨다. 이에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버려도 좋은 옷가지로 대충 갈아입고 관리인 남자를 따라 그곳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아이들을 보니 그중에서 철산이 놈은 고기를 얼마나 잡으려는지 양동이를 들었고, 중산은 그래도 사내라고 플라스틱 대야를 들고 함께 끄덕거리며 가고 있었다. 나는 이 모습이 우습기도 했지만, 아이들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른 느낌에, 미소를 띤 채 이들의 뒤를 따랐다. 이윽고 바닷가에 도착하니 물이 빠진 갯벌을 희한하게 돌로 틀어막아 바닷물이 고인 곳이 보였다. 즉 무슨 미로 게임을 하듯, 물이 들고 나는 방향이 틀려, 고기들이 제대로 방향을 못 찾아 갇히게 해놓은 구조였던 것이다.

아무튼 아이들은 이 모양을 보자 누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별로 깊지 않은 바닷물로 첨벙첨벙 뛰어들었다. 그러나 물의 고인 양이 상당해서 고기가 있다 해도, 맨손으로는 고기를 잡기는 힘들어 보였다.

마침 관리인이 두 개의 쪽대를 가지고 왔기에 철산과 다정이 한 조가 되어 고기를 잡고, 중산과 효정이 한 조가 되어 쪽대로 바닷물을 훑기 시작했다. 우리는 구경꾼이 되어 이를 구경하나 아무래도 별 경험이 없는 아이들의 행동이 서툴렀다.

"이리 줘봐라."

나는 그중에서도 효정과 중산의 쪽대를 달래서 혼자 물을 훑으려는데, 수정이 첨벙거리고 들어와 말했다.

"같이 해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럼, 한 쪽을 잡아 그리고 천천히 전진하는 거야."

"알았어요."

내 말에 따라 수정이 요령껏 내 지시를 받으며 움직였다. 그렇게 해서 두 번을 떴으나, 허탕이었다. 그런데 세 번째는 중치의 망둥어 두 마리가 한꺼번에 들어 있었다.

"야호!"

이에 수정이 아이들처럼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고, 모두가 우리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다. 이때 중산이 얼른 대야를 들이대며 말했다.

"아빠, 이곳에 넣어주세요."

"그래."

이때였다. 다정이 이를 보고 말했다.

"아빠, 우리도 한 마리도 못 잡았단 말이에요. 우리 양동이에도 넣어주세요."

내가 보니 또래에 끼지 못한 인정이 다정과 한편이 되어 이들의 양동이를 들고 있었다.

"그래, 한 마리씩 공평하게 나누어 주마."

내 말에 중산의 입이 삐죽빼죽했지만 그 뿐이었다.

"다정아, 아빠 하는 것을 잘 봐라."

"네."

나의 말에 철산과 다정이 행동을 멈추고 우리가 하는 양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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