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99화 (299/322)

< --북방경영-- >

우리가 북경 공항에 도착하니 리펑 총리가 우리를 영접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각하!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

우리는 서로 악수를 교환한 후, 리 총리의 안내에 따라 21발의 예포가 울려 퍼지는 속에서 의장대를 사열했다. 이후 우리는 중국 측이 제공하는 승용차에 올라 중남해로 향했다. 주석 관저에는 장쩌민이 미리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시오. 잘 오셨습니다. 각하!"

"잘 지내셨습니까?"

우리는 서로 웃는 낯으로 가볍게 포옹하며 그간의 안부를 물었다.

"덕분에요. 자 들어가실까요?"

"감사합니다."

나는 곧 장쩌민의 안내로 그의 집무실 옆방에 마련된 단독 정상 회담장 안으

로 들어갔다.

이때가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통역만을 대동한 우리는 곧 정상회담에 돌입했다.

"우리나라를 제일 늦게 방문하셔서 좀 서운했습니다만?"

장쩌민의 말에 내가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제가 북한을 제일 먼저 방문했습니다. 한국과는 아직 정상 회담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제 답입니다."

"하하하........! 그럼, 우리를 그만큼 믿는다는 말입니까?"

"물론입니다."

나는 웃지도 않고 정색한 표정으로 힘주어 대답했다.

"고맙습니다. 저도 그런 마음은 있었으나 혹시나 해서 물어보았습니다. 그런 그렇고 일본과 미국 등에서 많은 외자유치와 더불어 그들 나라에서 많은 돈을 끌어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아직 우린 가난한 나라라서 그렇게 해드릴 수는 없고, 서로 거래를 통해 유익함을 추구합시다."

"감사합니다."

단 답인 내 말에 이어 장쩌민이 계속해서 발언을 했다.

"해서 말입니다. 실무선에서는 SU-27의 면허생산을 102대로 잠정 결정지었으나, 이를 200대로 확대합시다."

"흐흠.........! 기(旣) 60대 직 도입은 그대로 두고, 면허생산분 102대를 200대로 늘리자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미 실무선에서 SU-27 60대를 대당 1억 달러 즉 총 60억 달러를 3년에 걸쳐 공급하기로 약정한 바 있었다. 또 이와는 별도로 25억 달러의 로열티를 받고 102대를 면허생산하기로 합의한 바도 있었다.

이것을 장쩌민은 200대로 확대하자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잠시 생각하던 내가 대답했다.

"어렵지는 않으나 실무선에서 논의되다 중단된 북경과 상해를 잇는 고속전철에 대한 수의 계약이라도 체결한다면 저도 할 말이 좀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렇다면 우리에게 S-300미사일을 판매해주시죠?"

"허허........! 그것참........!"

내 말에 조건이 또 붙으니 나로서도 답변이 난감했다.

이 S-300으로 말하면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최신 지대공 미사일로 78년에 실전 배치되었으며, 서방에서는 SA-10이라는 제식 명으로 미국의 패트리어트 미사일보다 그 성능이 우수하다고 알려진 미사일이었다. 오죽하면 미국이 나의 방문을 맞아 6천만 달러어치 구매 의사가 있다고, 정상회담 전의 실무진 선에서 논의된 바가 있을 정도니 그 위력을 알만 할 것이다. 그 단적인 예로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목표물을 발견해 발사까지 30분이 걸리지만, 이것은 단 5분 내에 어떤 악천후 기후조건 속에서도 이동식 차량발사대에서 발사가 가능했다. 아무튼 내가 보는 견지로 현재 우리의 기술로는 이 보다 성능이 한참 업그레이드 된 S-400도 곧 개발이 완료될 것이나, 이를 중국에 판매한다는 것은 미국과 마찰을 불러올 소지가 다분했다.

이에 비해 우리가 중국 측에 판매키로 한 SU-27 전투기야 사정이 달랐다. 이미 러시아연방에서 91년도에 20대를 중국 측에 판매한 실적이 있는데다, 우리는 이미 이보다 업그레이드 된 SU-35를 실전 배치에 들어갔고, 이 정도의 개발속도라면 코드네임 T-50이라 명명된 5세대 전투기를 3년 내에 시험비행 할 수 있을 것 같기에, 나는 주저 없이 면허생산까지 허용했던 것이다. 아무튼 대답이 난감해진 나는 한동안 생각을 거듭하다가 말했다.

"제가 솔직히 말씀 드리죠. 미국도 이번 정상회담 전에 판매를 원했으나 거절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판매가 어렵다는 것입니까?"

장쩌민 불쾌한 낯빛으로 말했다.

그러나 나는 미소를 띠고 말했다.

"비밀에 붙여야 하며 단, 100기에 한해 한정 판매를 하겠습니다."

"하하하.........! 좋습니다.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로 북경과 상해 노선의 고속전철에 대한 부설권과 차량 구매 약속을 하겠습니다. 단 현재 17시간이 소요되는 북경-상해간 1천3백km를 6∼7시간에 주파해야하며, 2000년 까지는 건설을 완료해주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요구를 한다면 S-300에 대한 면허생산도 곧 추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장쩌민의 무기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었다. 이에 대해 내가 말했다.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내주어야 한다는 것은 잘 아시죠?"

욕심을 자제하라는 내 말의 뉘앙스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몰라도 장쩌민이 곧 응수했다.

"우리 양국이 발전하려면 아직 우리의 계획에서는 먼 이야기지만 동북지역의 발전을 제1과제로 선정할 것이며, 그 일환으로 나는 북경과 하바롭스크 간의 끊어진 철로를 잇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복선화 또 고속전철을 조기에 착공할 수도 있소이다."

나의 양보로 일단 우리 고속철 연구소 추산 북경-상해의 고속철 공사비 100억 달러 한화로 8조1천억 원의 대공사를 잠정 수주했지만, 신형 무기에 대한 단적인 열망을 나타내는 장쩌민의 말에 나는 아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보다도 저는 국경 무역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만?"

"옳은 생각이오. 해서 나는 귀국의 국경도시인 블라고베셴스크와 우수리스크를 자유무역도시로 지정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이곳에 중국인을 위한 전용공단도 설치하여, 동북 삼 성의 가난한 인민들을 많이 고용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면 우리는 귀측이 협조해준다는 전제 조건 하에, 이 도시를 잇는 철도를 복선화 할 계획이며, 고속도로 또한 4차선 정도로 착공할 계획도 가지고 있소이다."

참고로 블라고베셴스크(Blagoveshchensk)는 발해공화국 아무르 주의 주도로, 중국어로는 海蘭泡(하이란파오)/布市(부스)로 부른다. 인구는 21만여 명이며, 제야강(江)이 흑룡강(江)으로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한 시베리아 철도 연변의 하항(河港) 도시이다. 중국과의 접경지대에 위치하여 중국 동북(東北) 지방 북부에 있는 아이후이(愛琿)와 마주 대하고 있었다. 흑룡강을 통한 하상운송과 시베리아 철도 및 여러 개의 자동차 도로 등 교통망이 갖추어져 있어 극동지역의 요충지였다. 조선소, 농업기계 수리장과 식육·식품가공, 목재, 피혁, 전기설비, 종이, 가구, 의류 등의 공장이 있고, 금, 석탄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도시였다. 우수리스크는 블라디보스토크 북쪽 약 112㎞ 지점, 싱카이 호(湖) 남쪽의 저지대에 위치하며, 동해로 흘러드는 우수리 강 지류에 자리한다. 시베리아 철도와 하얼빈, 무단강(牧丹江),둥닝(東寧)을 연결하는 철도와의 분기점으로, 극동지역의 경제적 중심지를 이루고 있는 산업도시였다.

제당, 유지(油脂), 식품가공, 금속가공, 선박, 자동차부품, 신발, 양말, 의류 등의 제조업이 발달했으며, 1886년 우수리 지방의 농업중심지로서 세워졌다. 또한 교육대학, 의과대학, 농업대학 등이 있고, 과학아카데미의 삼림연구소가 있으며, 인근에 탄광이 있었다. 이에 대해 내가 말했다.

"저를 맞아 많은 연구를 하셨군요. 말씀마다 양국의 공동 번영의 열의가 묻어나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저 또한 흔쾌히 수락하는 바이며, 양국이 이로 인한 과실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집니다."

"하하하........! 그렇지요? 내 또 하나 준비한 것이 있으니, 강 회장이 요구한 하바롭스크-북경 또 블라디보스토크-북경 간의 취항권은 물론, 이원권까지도 허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각하!

이로써 대정항공은 북경을 취항하는 것은 물론 북경에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날아갈 수 있는 권리도 취득했다. 물론 중국 측에도 두 도시에 대한 이원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상호수혜 평등의 원칙에 따라 당연한 것이었다.

"우리의 친분만큼이나 양국의 공동 번영을 위해서 노력합시다."

"동감입니다. 주석 동지!"

"중요한 이야기는 대충 다 한 것 같으니, 이제 각 부분 별 세부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해 볼까요."

"그러시죠."

우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각부 장관이 기다리고 있는 넓은 회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 우리는 각 부분의 협력과 발전을 위한 확대정상 회의를 가졌다. 그리고 이것이 끝나자 우리 일행은 장쩌민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양국의 수뇌부는 물론 양국의 기업인까지 초청되어 성황을 이루었다. 이어 나는 그들이 제공하는 조어대 숙소로 자리를 옮겨 1박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곧 바로 하바롭스크로 귀국했다.

그로부터 1주일 동안 국내 일을 처리한 나는 2차로 각국 순회에 나섰다.

몽골을 시작으로 베트남,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순으로 국빈 방문을 했다. 이들 각 나라와 나는 경협문제를 논의했지만, 나의 주된 관심사는 SU-27 전투기 판매에 있었다. 이를 뒷받침하듯 각국과 체결한 이 전투기 판매 계약이 이를 웅변해주고 있었다.

몽골과 12대, 베트남과 20대, 인도와는 중국과 같은 조건으로 60대 판매에 60억 달러, 또 라이선스에 의한 생산 조건으로 200대에 50억 달러를 받기로 했다. 또 말레이시아와도 16대, 인도네시아와는 24대의 SU-27 전투기 판매 계약고를 올렸다.

이로써 우리는 이 해에 미국을 제치고 단연 세계 제1의 전투기 수출국이 되었이로써 우리는 이 해에 미국을 제치고 단연 세계 제1의 전투기 수출국이 되었다. 또 기존 이 기종을 보유하고 있는 옛 동구권과는 부품 조달 계약을 체결하여, 수호이사가 팡팡 돌아가다 못해, 계속해서 공장을 증설하는 호황을 누리게 했다. 이로 인한 고용효과가 부품산업까지 연 30만 명에 달해 가뜩이나 부족한 노동시장에 외국인의 이주를 촉진시키는 한 계기가 되었다. 1993년 2월 24일.

나는 2월25일 제 14대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일을 맞아 하루 전에 한국에 입국했다. 나의 입국 사실이 이번에는 새어나갔는지 입국장에는 취재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 모양을 보고 나는 차라리 국빈방문을 할 것을 하는 뒤늦은 후회를 했다.

딴에는 취임일을 맞아 각국 정상들이 몰려들면 번잡할 것 같아, 나는 그냥 일반인으로 입국하기를 자청해 벌어진 풍경이었다. 결국 오늘 이날 나의 행동은 크게 잘못 됐음을 나는 뒤늦게 후회했다. 문민정부 출범이라고 거창하게 떠들어댔으나 취임식에서 나는 외국 정상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전직 대통령 3명이 최고 귀빈이었을 뿐이었다. 아무튼 나는 이들 기자 진을 만나 피해갈 수 없음을 알고, 이들의 양해를 얻어 즉석에서 우리 그룹 소유의 명동 호텔에 기자회견장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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