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방경영-- >
"제가 맡고 있는 러시아 극동지역이 다시 북극곰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을 각하도 원치 않으시죠?"
"물론입니다."
내 말에 힘주어 답하고 고개까지 끄덕이는 클린턴이었다.
"하면 경제적 지원을 좀 해주시죠. 신생국이다 보니 뭐부터 손을 대야할 지 정말 어렵습니다."
나는 체면불구하고 다짜고짜 죽는 소리를 했다.
"우리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내 공약대로 전자정부를 이루기 위해 30만의 공무원도 감축하는 판입니다."
"그러면 예산이 많이 절감되겠는데요?"
"하하하........! 그러나 귀국을 지원할 여력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역시 만만치 않게 나오는 클린턴이었다.
"제가 극동을 맡고 있는 동안만은 각하께서도 안심을 하실 것이니, 그만큼 태평양에 투입되는 군사비도 덜 할 것 아닙니까? 그 예산을 우리에게 사용해 주십시오."
"각하도 아시겠지만 미국이라는 곳은 뭐 하나 대통령 마음대로 처리할 만한 일이 없습니다. 의회 내 동의도 구해야 되고 만사가 쉽지만은 않죠."
클린턴이 약간의 틈을 보이자 나는 잽싸게 그 빈틈을 파고들었다.
"일본보다는 미국이 훨씬 부자이니 500억 달러의 경협차관을 기대하겠습니다."
"허허.........! 꿈도 야무지십니다. 100억 달러나 이끌어낼 수 있으면 저도 좋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여기서 손을 저어 내말을 끊은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러시아와의 전략무기 감축협정에 따라 지금 러시아 연방과는 순조롭게 이 문제가 진행되고 있으나, 극동만은 요지부동이니 이 문제에 협조를 해야만 그나마 여지가 더 있을 것입니다."
"허허........! 각하! 솔직히 저를 못 믿으십니까?"
"각하야 믿지요.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견해가 다릅니다. 극동지역도 같이 감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제 예측으로는 불란서 위성이 잡아낸 북한의 영변핵 원자로 문제가 조만간 크게 확대되어, 북한이 곧 NPT에서 탈퇴하는 등 큰 소동이 벌어질 것입니다. 제 더 정확한 예측으로는 아마 전쟁 발발 일보직전까지 발전할 것 같습니다. 이때 우리의 군사력이야 말로 북한을 위협할 수 있는 큰 카드가 될 것입니다."
"그 카드를 우리가 활용하려면 양국 간에 상호 군사동맹을 체결해야만 가능할 것 같은 데요?"
내가 제기한 말의 허를 무지막지하게 찌르고 들어오는 클린턴이었다.
"각하도 아시다시피 발해공화국이 완전 독립국은 아니지 않습니까? 궁극적으로 지향은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러시아연방의 일원이니, 애로점이 많습니다. 그 전에 우리의 독립을 지원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닌가 합니다."
"그럼, 우리가 국제적으로 지원을 하오리까?"
"아직은 아닙니다. 내 각하의 임기 내에 독립국으로 갈 기회가 분명히 올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보이오?"
"네!"
간단하지만 확신에 찬 대답에 숙소하던 클린턴의 표정이 점차 밝아졌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의 입장에서 더 바랄 나위가 없지요."
"저 또한 그것이 필생의 소원이기도 합니다."
"좋습니다. 일단 각하의 말을 믿고 의회에서 최대한 경협차관을 이끌어내도록 하지요. 한 300억 달러 내외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상업차관 포함하여 500억 달러는 제공해 주시죠?"
"상업차관이라.........?"
클린턴이 생각에 잠기자 나는 그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발언을 했다.
"이를 테면, 우리나라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해주고, 전기료로 수납해가는 방식이라든지, 한국까지 이어지는 가스관 통과사업에 참여하는 방식들입니다. 미국의 개입은 이 문제의 안정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저는 보니까요. 일본도 이에 적극 참여키로 했습니다."
"흐흠........! 좋은 방안이나 그럴 여력이 있을 지.........?"
"아니면 미국의 최신 무기를 우리에게 상업차관으로 제공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좋은 방법이나 의회 내의 분위기는 발해공화국에 그 정도까지는 호의적이지 않을 것으로 나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흐흠.........!"
이번에는 내가 침음하며 생각에 잠기자 클린턴이 말했다.
"아무튼 내 액수는 얼마라고 장담하지 못하지만, 최소 상업차관 포함 400억 달러는 보장하고, 나머지는 최대 의회에서 이끌어내도록 해보겠습니다."
아무래도 클린턴이 한 말이 최대 상한선인 것 같아 나는 급히 그의 말에 감사를 표하는 것으로 화답을 했다.
"감사합니다. 각하!"
"이제 가장 큰 문제는 타결된 듯하고, 양국 간에 다른 현안이 있소?"
"비자면자 협정도 조만간에 타결했으면 좋겠습니다."
"내 애는 써보겠으나, 그 문제 역시 현시점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나는 보오."
"그럼, 양국 간의 항공협정만이라도 조속히 처리되기를 희망합니다."
"그 문제는 내 한 달 내에 처리가 되도록 서둘러보리다."
"그런데 중국 내 반응이 귀국의 독립을 환영할 것으로 보오?"
"장쩌민과 저의 친분도 친분이지만, 러시아 연방의 힘이 약화되는 것을 내심 바라고 있을 것이니, 결코 환영은 몰라도 반대는 하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러시아를 제외한 세계 각국이 귀국의 독립을 원하겠군."
"저는 그렇다고 확신합니다. 만약 우리의 독립과정에서 미국이 우리의 편을 확실하게 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연한 일이오. 우리도 러시아가 강성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으니까, 우리의 국익에도 부합되는 일이니, 그 일만은 내 이 자리에서 단언할 수 있소. 꼭 군사력을 사용해서라도 귀국의 독립을 돕겠다고."
"별 말씀을. 그런데 이 문제는 사적인 문제이오만, 강 회장의 기업은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작정이오?"
"가급적 아랫사람들에게 위임하여 저는 큰 틀의 결정만 하려합니다."
"아무래도 국사에 매이다보면 그래야겠지요."
잠시 실내에 정적이 흐르자 클린턴이 옛날 일을 거론했다.
"강 회장의 많은 정치 헌금에 내게 큰 도움이 되었소."
"별 말씀을. 미국 정치헌금법이 수시로 바뀌는 것이 저희들에서는 애로사항이지만, 다행히도 우리에게 미국 내 단독투자 법인이 있어서 그나마 50만 달러라도 지원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그 정도는 지원할 것이고, 그 비율도 현 6:4에서 7:3으로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하오."
"각하께 내 이 자릴 빌어 정중히 청하겠습니다. 빠른 시간 내에 아국을 한 번 방문해주시죠."
"내 다른 곳은 몰라도 귀국만은 꼭 연내에 한 번 방문하리다."
"감사합니다. 각하!"
"이번에 새로 대통령이 된 김영삼은 민족 색채가 강한 인물 같소만?"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이 인모 노인'이라는 장기 미전향수를 이북에 돌려주는 등 유화정책을 취하겠지만, 끝내 그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집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요?"
"김일성이 내년이면 죽을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그의 죽음까지 보인단 말이오? 설마 내 죽음도.........."
"아직 제 눈에 각하의 그런 문제까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장수한다는 뜻입니다."
"하하하..........! 거 듣기 좋은 소리로군. 하하하.........!"
가가대소하는 그를 빙그레 웃음 띤 얼굴로 바라보던 내가 말했다.
"신생국이다 보니 앞으로 어떤 문제에서는 미국과도 마찰을 빚을 일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본의는 아니니 각하께서 너그럽게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물론 정치를 하다보면 그런 문제가 생기기 않으리라고 단언은 못하죠. 그래서 내 하는 말 이오만, 양국 간에 핫라인을 설치하는 문제는 어떻소?"
"바라던 바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이 문제부터 처리하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각하!"
"이제 대충 이야기가 다 끝난 것 같은데.........? 아니지, 내 한 가지만 각하께 물어봅시다."
"김일성이 진짜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오?"
"그의 생전에는 그렇게 갈 것으로 보나, 사후에는 김정일이 정책 방향을 틀 것이 농후합니다."
"흐흠..........! 그런데도 어찌 강 회장 개인이나 귀국이 그들과 적극적으로 경협을 확대하는 것이오?"
"북한 인민이야 무슨 죄가 있습니까? 하고 저도 노림수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오?"
"그것은 저도 예단할 수 없으므로 지금으로서는 결코 밝힐 수가 없습니다. 때가 되어 제가 도움을 요청하면 좀 도와주기나 하십시오. 결코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일은 아닐 테니까요."
"좋소. 내 강 회장 아니 각하의 말이라면 믿지요. 자, 이제 식사나 하러 갈까요?"
"네."
클린턴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고 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랐다.
오찬 자리에는 힐러리와 환담을 나누고 있던 미정과 힐러리가 우리보다 대화가 먼저 끝났는지 자리에 일찍 와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우리는 이어 확대 정상회담을 했다. 그리고 양 정상 간에 나눈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공동성명이라는 문안을 빌어 발표되었다. 물론 우리가 나눈 비밀 이야기는 일체 거론되지 않았고, 양 정상 간에 합의된 양국에 관한 내용만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다음 날 오전 10시.
뉴욕으로 급거 날아간 우리는 우리 그룹의 사옥 즉 전 팬암 빌딩에서 미국의 저명한 경제계 인물들을 모셔놓고 투자설명회가 개최되었다.
이 설명회에는 슐츠 외무부 장관은 물론 와타나베 상공부 장관, 때로는 이범석 총무처 장관까지 합동으로 나서서, 유창한 영어로 아국의 투자가 얼마나 비전 있는 사업인지를 번갈아가며 설명하고, 미국 경제계 거물들의 투자를 유인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쉐브론 등의 메이저석유재벌이 우리의 에너지 및 석유비축 사업에 합작 사업을 전개하기로 하는 등 열띤 호응 속에 크고 작은 투자 건이 성사되어 55억 달러의 투자 약정을 체결했다.
일본보다는 못하지만 나름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우리는 내심 자평하고 있었다. 이를 끝으로 우리의 미국 공식방문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 이어 다음 날 우리는 두 패로 갈라졌다.
어제의 외자유치 팀은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나는 그 시간 중국의 하늘을 날아, 그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중국 땅에 발을 딛고 있었다.
============================ 작품 후기 오늘도 즐겁고 행운이 가득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운이 가득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