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방경영-- >
다음 날.
나는 급거 한국으로 날아갔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나는 명동에 새롭게 건립된 우리 호텔로 직행했다.
그곳에서는 비서진들에 의해 사전 조율된, 한국의 재벌기업 총수들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다. 약속시간은 오전 11시였다. 내가 호텔에 내린 시간이 20분 전 11시로, 다행이 차질 없이 일정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일단의 수행원들을 데리고 15층의 스위트룸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재벌 총수들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현명관 사장의 안내를 받아 회담장을 둘러보았다. 고품격 내장재 속에 장방형의 테이블과 푹신한 의자, 그리고 각종 음료들이 빠짐없이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흡족한 마음으로 이를 둘러보고 잠시 안의 침대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가졌다. 7분 전이 되자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 제일 먼저 회의장으로 찾아들었다. 나는 그가 현관에 내리는 순간 연락을 받고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그를 따뜻이 영접했다.
"어서 오세요. 회장님!"
"신수가 더 좋아졌습니다그려. 각하!"
"고맙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그럽시다."
나는 정 회장을 안내해 회담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1, 2분 간격으로 내가 초대한 총수들이 차례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나는 그들 또한 따듯이 맞아 미리 예정된 좌석에 그들을 앉혔다. 대우의 김우중 회장, 삼성의 이건희 회장, 럭키금성의 구자경 회장이 그들이었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우리는 곧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전에 이들 그룹에게는 우리 그룹 차원에서 만든 발해공화국의 경제개발 계획안이 통보되어, 이들이 투자할 사업에 대해 실무진 간에 조율을 마친 상태였다.
다만 그룹 총수들이 모여 오늘 이것을 확인하고 최종 서명하는 자리가 오늘 이 자리였다. 아무튼 그래도 나는 이들이 민자사업인 고속도로나 복선철도, 고속철에 대규모 투자를 바랐으나, 이들은 한결같이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들어 나홋카에서 하바롭스크 구간만의 투자를 희망했다. 나머지는 현 시점에서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어 투자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정된 것이 나홋카에서 하바롭스크까지의 8차선 고속도로 건설은 이들 4개 그룹이 모두 참여하기로 했고, 철도 복선화 사업에는 대우와 현대가, 고속전철은 우리그룹과 현대가 참여하기로 했다. 그 외 하바롭스크에서 최북단 추코트카의 아나디리까지는 우리 그룹 단독으로 6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시일이 더 지난 후에 투자하기로 잠정 결정이 되었다. 그리고 나홋카 배후에 조성되는 5천만 평의 공단에는 각 그룹이 실정에 맞는 투자를 행하기로 했다.
대우에서는 자동차 공장과 부품단지 그리고 섬유와 신발 등 경공업 위주로, 럭키금성은 소비재산업 위주로 하되, 비누와 치약, 샴프, 벽지, 타일, 플라스틱류의 제품에 대한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삼성에서는 전 전자분야, 현대에서는 공단조성과 함께 건축자재, 중장비, 해상운송 분야에 투자를 하기로 최종 의견이 조율되었다. 이에 나는 이들이 투자하기로 한 분야를 죽 훑어보고 난 후 입을 열어 이들에게 사의를 표했다.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많은 투자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들의 투자가 분명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저희 발해공화국에서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공장 설립과정에서 혹시 어려운 점이 계시면 저에게 직접 전화를 걸으셔도 좋습니다. 최선을 다해 애로사항을 해결해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말이오. 강 회장! 이 순간만은 그렇게 불러도 실례가 안 되겠지요?"
"네, 말씀하십시오. 회장님!"
나는 정주영 회장의 말에 공손히 대답했다.
"투자야 이미 실무선에서 결정된 일이니 굳이 안와도 되는 것을 우리가 오늘 여기에 모인 것은 실제 발해공화국이 지향하는 진정한 속내를 알기 위해서요. 우리 끼리 모이거나 아마 모르긴 몰라도 국민들 대다수가 생각하길, 한국과 발해공화국의 군사력으로 북한을 무력 통일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국과 북한 더 나아가 발해공화국이 연방공화국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기대감으로, 너나할 것 없이 모두 들뜬 눈으로 토론으로 밤을 지새운다오. 이 점에 대해서 강 회장 아니 각하의 진실한 속내를 들려주시죠."
"흐흠..........!"
아주 민감한 문제이므로 신중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에 잠겼던 내가 답변을 했다.
"아시다시피 발해공화국은 아직 러시아연방의 일원입니다. 그런데 독립국가 마냥 행사할 수는 노릇 아닙니까? 제 말은 만약 발해공화국이 그렇게 행동한다면 러시아연방과도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제가 이 단계에서 여기 계신 분들에게 투자에 참고로 하십사하고 최초로 밝힙니다만, 발해공화국이 독립 국가를 지향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 이후의 문제는 아직 생각할 단계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한 마디만으로도 우리는 투자에 주저함이 없을 것입니다."
구자경 회장의 말에 싱긋 웃으며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그룹 총수들이었다.
"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기왕 입국한 길에 만나보고 가시는 것은 어떻소?"
정 회장의 물음에 내가 답했다.
"만나도 제일 늦게 만나려 합니다. 북한의 김일성을 더 먼저 만나 우려를 불식시켜줄 필요성이 제게는 절실합니다."
"하긴 정치를 하는 입장에서는 노 대통령을 먼저 만나 오해를 사느니, 그것이 낫겠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여 동조하는 재벌 총수들이었다.
"석유나 가스 외에 광물자원 개발은 안 하십니까? 그럼 우리가 얼마든지 투자할 의향이 있는데요?"
김우중 회장의 물음에 내가 답변했다.
"지금은 값이 너무 싸서 3년 후부터 개발을 하려고 지금은 미루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 전에 사할린 가스전 파이프라인 건설이나 송유관 건설에 적극 투자하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우리는 이미 대정과도 이 분야에 컨소시엄을 형성한 바가 있으므로 적극 뛰어들 것입니다만, 다른 그룹에도 문호를 개방할 테니, 적극 참여하시죠."
정 회장에 지원사격을 해주었다.
"제 생각에는 유명 광산이나 유명 광구에 대한 개발권을 인센티브로 내걸면 조금은 경제성이 낮아도 참여하는 기업이 많지 않을까요?"
김우중 회장의 말에 내가 답변을 했다.
"앞으로 그런 쪽으로도 검토를 해보겠습니다."
더 이상 진전된 안이 나올 것 같지 않자, 그 다음부터는 국내정세는 물론 세계정세와 경제에 대한 토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 시간이 오찬을 함께 하며 1시간 연장되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가운데 오후 1시에 종료가 되었다. 그들을 보내고 30분을 쉰 나는 황경로 포철회장을 맞아들여 그와 투자문제를 협의했다.
우리 그룹은 우리가 대한중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보유한 주식 100만 주가 당시 3.3%였던 그대로, 계속된 증자로 자산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받지 않아, 제2의 대지주 자리를 아직도 확실히 차지하고 있었다.
"검토는 해보셨습니까?"
내 물음에 황 회장이 답변을 했다.
"네. 제시하신 대로 보스토치 항 정도면 괜찮은 것 같습니다. 부동항인데다 철도가 그곳까지 연결되어 있고, 복선화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니 극동의 석탄과 철광석을 개발하여, 연산 100만 톤의 철강 제품을 생산해 낸다면, 1차로 발해공화국에서 소비하고, 2차로 해외로 수출을 해도, 충분한 원가경쟁력과 판로가 있다고 보여 집니다. 해서 우리는 1차로 연산 1백만 톤, 소비를 보아가며 계속해서 증설을 할 계획입니다."
"어려운 결단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지금까지 2대 주주에 대한 예우를 전혀 해드리지 못했는데, 이번의 투자로 조금이나마 그 짐을 벗은 기분입니다."
"아무튼 투자를 해주셔서 고맙고요. 제가 생각해도 제대로 된 투자이니 걱정하실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앞으로 발해공화국만 해도 철강 및 스텐 제품의 수요가 무궁무진하리라 보여지니까요."
"동감입니다. 해서 저도 투자를 하는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그럼, 계약서를 체결할까요?"
"네, 각하!"
이로써 발해공화국은 보스토치니 항에 연산 100만 톤 생산 규모의 종합제철소 하나를 유치하게 되었다. 그를 보낸 나는 이어 차례로 한국의 10대 기업 중 나머지 5대 그룹은 물론 30대 재벌 기업 총수들을 집단으로 만나, 그들 그룹의 주력 업종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였다. 이에 선경(SK)은 정보통신 분야에, 한화는 주택사업부문 즉 아파트 사업과 군수품 제조에, 한진은 해상운송을 비롯한 육상 물류에, 두산과 진로는 주류와 유통업, 롯데는 음료와 과자, 빙과류 등, 중공업은 물론 경공업까지 다양한 투자약정서가 체결되었다. 물론 3대그룹 가운데 일부는 채 10만 달러도 안 되는 섬유 부분만 마지못해 투자하는 기업도 있었다. 투자를 강제할 수도 없는 나로서는 이 마저도 고맙다는 말로 인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이에 발맞추어 우리 그룹도 항공 우주 산업(여객과 화물운송 부문 포함)과 에너지 산업, 그 중에서도 보스토치니 항의 배후에 일산 100만 배럴의 정유공장과 100만 메가와트의 원전 3기(벡텔, 지멘스 합작)를 차례로 착공하기로 했다. 또한 고속철도 차량 또한 중점 육성 사업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 외에도 자본 투자 대비 회수 기간이 길다고 망설이는 주요 지선의 4차선 고속도로 공사를 우리 그룹에서 일부 맡기로 했다. 아무튼 우리 그룹을 제외하고도 1차로 135만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 낸 나는 흡족한 기분으로 저녁이 되어 집에 들렀다.
이미 전화가 되어 있음에도 나를 기다리고 있던 명희와 수정이 슬리퍼 바람에 튀어나왔다.
"여보.........!"
며칠 떨어지지도 않았는데도 명희가 반가움에 나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트렸고, 수정 또한 나를 부르며 눈물 글썽글썽한 눈으로 내 볼에 사정없이 뽀뽀를 했다. 부모들의 낯 뜨거운(?) 행태를 웃음으로 지켜보던 다정과 철산은 물론, 효정, 인정, 중산, 막내 소산마저 차례로 내 품에 안겨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이들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와 늦은 저녁을 함께 먹었다.
그리고 잠시 가족들 간의 대화를 나누다가 명희와 수정을 함께 한방에 들여 하룻밤을 지냈다. 그리고 나는 그 이튿날 바로 귀국길에 올랐다. ============================ 작품 후기 많이 늦었습니다.
요즘 컨디션 난조에 빠져 생활이 아주 엉망입니다.
그래서 하루에 그나마 몇 시간 안 하던 아르바이트도 이참에 정리하고, 좀 더 글에 매진해보려 합니다. 오늘 그 인수인계를 할 것입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운이 가득한 하루되시길 기원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