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92화 (292/322)

< --북방경영-- >

내가 이념의 좌우 스펙트럼을 굉장히 넓게 가지고 가고, 주변국을 배려해 거국 내각을 구성했지만, 나는 일체의 어느 나라 사절도 초청하지 않았고, 온다는 것도 거절을 했다. 각국의 정상을 비롯한 비중 있는 인사들이 많이 참석한다는 것은, 그만큼 러시아 연방정부를 자극해 괜히 시비에 휘말릴 확률이 컸기 때문에 미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함 이었다.

하여튼 모든 것이 순서대로 진행되어 나의 취임사를 할 시간이 도래했다. 나는 단상에 설치된 연단의 마이크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연설을 시작했다.

"먼저 제가 통치하는 주의 이름부터 명백히 하고자 합니다. 저희 주는 앞으로 '발해공화국(渤海共和國)'이라는 정식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자치 주 법과 연방법에 의거 승인을 받은 바, 앞으로는 제가 통치하는 극동의 8개 주에 대한 명칭으로 발해공화국이라는 정식 호칭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는 여러 혼재된 민족들이 서로 뭉쳐 해동성국(海東盛國)이라 이를 만큼 발전한 좋은 역사가 극동에 있었던 바, 그 역사를 본보기로 삼아 우리 극동 지역

의 주민들이 굳게 뭉쳐 잘 살아 보자는 비원을 담았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민여러분에게는 이런 명칭의 여하가 중요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옛날에는 국영기업 국영농장에 가서 어떻게 되었든 일만 하면 최소한 먹고는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안 되는 시기인 것은 주민들 여러분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소련이 거대 제국을 이루어졌지만 서방과의 군축게임을 벌여 결국 낮은 생산성 때문에 졌습니다. 낮은 생산성은 어디서 기인하느냐, 역설적이게도 모두 국유화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열심히 하는 사람도 밥은 먹고 살고,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도 밥은 먹고 살게끔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점차 세월이 흐르면서 전부 나쁜 쪽으로 하향평준화 되어 즉 열심히 일 안 해도 밥은 먹고사니, 그나마도 노력을 안 한 결과 이제는 모두 밥도 못 먹고 살게끔 나라가 거덜 난 것입니다. 이제 방법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자녀들을 가르치고, 밥을 먹고 살려면 좋으나 싫으나 열심히 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여러분들의 처지는 어떻습니까? 열심히 하려고 해도 일자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것을 제가 만들어주려 합니다. 즉 서방의 자본을 끌어들여 여러분들에게 무한대의 일자리를 만들어주려 합니다.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일자리가 없어 놀게 하지는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서방자본주의 속성도 이해를 해야 합니다. 그들은 여러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들은 나름의 이윤을 챙겨가겠지요. 해서 그들이 이윤을 챙겨가는 것을 배척하거나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우리의 일자리마저 사라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일자리를 제공받고, 좋으나 싫으나 우리는 열심히 일을 해야 합니다. 하나 벌어서 힘들면 내외가 함께 생활전선에 나섭시다. 그리고 우리 후손들을 열심히 가르칩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후손들만큼은 이런 치욕의 시대를 물려주지 맙시다. 고생을 덜하고 땀을 덜 흘려도 잘 먹고 살게끔 하자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우리 세대가 희생을 해야 합니다. 희생할 각오가 되어있는 주민들이라면 우리 정부를 믿고 따라와 주십시오. 우리는 모든 서방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10년 내에 연 소득 2만 달러의 중견국가로 나아갈 것이고, 20년 내에는 년 소득 4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가로 나아갈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여러분이 발분(發奮)의 각오 없이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또 하나 우리 발해공화국이 여러분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민족에게도 핍박을 받지 않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 공화국 주민 중에서 누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우리 정부는 그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것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혀 둡니다. 정 안 된다면 핵을 사용할 각오를 하고서라도, 우리 공화국 주민을 지켜내리 라는 다짐을 본인부터 이 자리에서 하는 것입니다.

주민을 제일로 알고, 주민의 행복을 최고로 알고, 우리 정부는 주민의 밑에 서서, 열심히 봉사하고 열심히 여러분들의 행복을 챙기겠습니다. 미흡한 점이 있다면 채찍질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서로 격려도 하면서,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우리 모두 행복한 나라를 건설하는데 매진합시다. 나서부터 희생의 제물로 제단에 바칩시다.

모든 주민이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우리 정부는 열심히 일하겠다는 것을, 전 주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엄숙히 선서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나의 연설이 끝나자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이 후에도 이러저런 의식 수순이 있었지만 그것도 금방 지나가고 우리는 이후 간단히 결의를 다지는 자축 파티를 열었다. 다음 날 오전 9시.

나를 정점으로 하여 첫 각의가 열렸다.

이 첫 각의에서 첫 통과된 안건은 썸머타임 제였다. 즉 매해 3월1일 0시를 기해, 그해 10월31일 까지는 1시간이 빨라진다는 내각의 결의였다. 해가 있어서 더 열심히 일하자는 내각의 결의였고, 국민도 이에 동참하라는 취지의 결의였던 것이다. 제2호로 통과된 안건이 '외국자본의 투자촉진법' 이었다.

이를 위해 해당 주 정부는 물론 바로 밑의 군 단위까지, 투자문의를 해오면 원스톱으로 해당공무원이 일괄처리해주라는 조항은 물론,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거래에 대한 명문화 규정이었다.

제3호가 나라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도 되는 이중국적 허용과, 한국어, 러시아어,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한다는 규정이었다. 또한 자국민 보호법도 통과되었다. 정부는 자국민 보호를 위해 무한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나라의 발전을 위한 열띤 토론이 전개되었다.

국무위원의 귀에는 레시버가 꽂혀 있어, 즉석에서 통역요원들의 즉석 통역이 즉시 즉시 이루어지고 있으니, 한 나라 정부의 모습이 아니라 국제회의를 방불케 하는 거국 내각의 모습이었다. 모두 발언이 끝나자 나는 이제 각 장관들에게 내가 지시할 것은 지시하고, 그들의 발전 계획을 듣는 순서를 마련했다. 먼저 나는 총무처 이범석 장관에게 발언 기회를 주었다.

"우리 부처는 '공평무사(公平無私)'를 제일 삼는 인사원칙을 적용 하겠습니다. 제갈량의 읍참마속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아무 사심 없이 공은 공대로 포상하고, 벌을 받은 자에게는 반드시 반대급부를 지불해, 공정하고 사심 없는 인사를 하겠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천명하는 바입니다. 이런 대전제 하에 차관급 과 이에 해당하는 인사도 곧 복수로 추천해 총리님과 각하의 재가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하나의 준칙은 차관급은 최소한 우리 공화국연방정부의 주민의 80% 이상이 러시아인 점을 감안하여, 이들을 그만큼 기용할 것을 밝혀두는 바입니다. 그래야만 국민들의 불만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재풀에 대한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인재를 구하는데 최소의 시간만 투자해도 가능하도록 만들겠습니다."

"다 좋습니다만, 꼭 80%를 지킬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꼭 필요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또한 그들의 흠결보다는 장점을 보는 노력을 더 해야만 인재를 많이 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는 실무선의 이야기이고 고위공직자는 청렴성과 높은 도덕성도 물론 갖추어야겠지요. 지금 당장은 이것이 유야무야 넘어갈지 몰라도, 장차는 절대 통용되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니, 미리미리 준비할 필요성은 있다고 봅니다."

"다음은 노보질로 국방부장관 발언해 주십시오."

"우선 전 장병들을 대표하여 각하께 심심한 사의부터 표합니다. 약속대로 장교들은 물론 사병들의 월급 여타 생필품 및 군수지원을 해주시어, 장병들의 사기가 충천하다는 말로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

한 호흡 쉰 그의 말이 이어졌다.

"지난번 잠깐 보고 드린 대로 이제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병력자원 문제입니다. 지금까지는 러시아 연방정부 전체로부터 자원을 뽑아 극동에 배치되는 형태였지만, 앞으로는 이마저 자급자족해야 할 것이므로, 병력자원의 감소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해서 우리 군은 우선 각하의 말씀대로 하사관 수를 늘려 충당하되, 만연한 병역기피 풍조도 이 기회에 발본색원하여, 우리 공화국 내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하여, 그나마 빈약한 인적자원을 최대한 확보토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이 기회에 내가 계획하고 있는 국방 계획의 대강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핵은 더 이상 늘리지 않아도 이 지구를 몇 번 들었다 놨다 할 수 있으므로, 더 이상 늘리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서방이 원해도 군축 협상에는 일체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 나의 기본 구상입니다."

"또한 군 전력 문제는 일전에 저는 SU-35라든가, SS20, 26 등의 사정거리 500~600Km의 단거리 전술 탄도미사일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3년 안에 배치 완료하도록 지시한 바가 있습니다. 이는 2기씩 싣고 다니는 차량발사대를 이용하여 요격하는 체제로 세계 현존의 어느 방어망도 뚫을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아무튼 이 외에도 나는 3천 톤급의 원자력 잠수함 20척과 항공모함 2척을 차례로 건조하여 배치 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예산상의 문제로 시간이 조금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각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우리가 사용권을 확보한 베트남의 캄란 항은 우리 태평양 함대가 지속적으로 앞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요?"

국방부 장관의 질문에 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답변을 했다.

"거기에 대해서는 러시아연방정부와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해왔다면, 태평양사령부의 권한 일체를 인수한 우리에게 기지 사용권이 있지 않나 생각되어 집니다. 하지만 더 정확한 것은 러시아연방정부와 상의해서 최종적으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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