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90화 (290/322)

< --북방경영-- >

나는 그룹 빌딩에 도착하자마자 곧 바로 대회의실로 직행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회의실에 들어서자 통보가 되었는지 각 부문의 사장들이 일제히 기립해 나를 맞았다. 아니 박수와 환호로 열렬히 맞았다.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이것은 약과고 아부 파는 심지어

'경하 드립니다. 각하!'

라는 말까지 하며, 나의 눈에 들기 위해 애를 쓰는 자도 있었다. 가볍게 손을 들어 답례하는 것으로 이들의 인사에 답한 나는 곧 단상의 내 자리에 앉으며 이들에게 말했다.

"자, 자리에 앉읍시다."

"네, 회장님!"

"네, 각하!"

"그룹 내에서 나를 각하를 부르는 분은 아부하는 것으로 알고, 앞으로 고가 점

수에서 일정부분 감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하하하........!"

내 말에 대부분의 사장들이 대소를 터트리는데 몇몇은 면구스러운 표정으로 쓴웃음을 짓는 자들도 있었다. 나는 이들이 진정되기를 기다려 오늘 이들을 소집한 목적을 말하기 시작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내가 이제 극동공화국 수반을 맡게 됨에 따라, 우리 그룹의 업무에만 전념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룹의 전체 부회장도 신설하고, 각 부문의 부회장제도 적극 도입하려 합니다."

여기까지 말한 나는 곧 상의주머니에서 미리 작성한 명단을 꺼내 읽었다.

"그룹 전체 부회장에 엔지니어링의 이상백 사장을 정식으로 임명합니다."

이렇게 운을 뗀 나의 발표는 계속 이어져 그 내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았다. 그룹 전체 부회장: 엔지니어링의 이상백 사장무역건설 부문 부회장: 최우선전자 반도체 부문 부회장: 진대제전략기획조정실장: 이한구발표를 마친 나는 각 사장단들에게 더욱 심기일전하여 그룹의 발전을 위하여 분투해 줄 것을 당부하고 바로 회의를 파했다. 그리고 몇몇을 내 집무실로 불러 무엇을 상의했다. 이들이야말로 그룹에서 극동공화국의 내각으로 차출 될 사람들이었다.

이어 나는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을 전화로 연결해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한국 내는 물론 일본, 미국, 심지어, 중국, 러시아까지 드나들며 설득에 설득을 거듭한 결과, 대충이나마 극동공화국을 이끌어갈 1기 내각 명단의 얼개를 맞출 수 있었다. 이렇게 걸린 시간이 일주일이었다. 비로소 약간의 짬을 내어 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때는 벌써 이 해의 11월 달도 하루를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내가 집으로 들어간 시간은 벌써 어둠이 주변에 내려앉아, 가로등은 물론 우리 집에도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미리 비서실에서 연락을 해서인지 모두 저녁을 안 먹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게 해후를 한 우리는 직사각형의 상 3개를 이어붙인 저녁상에 모두 둘러앉았다. 이 자리에는 어려워하는 세 명의 가정부 아주머니들은 물론 수정의 모친 즉 장모까지, 집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참석해 있었다. 밥을 먹으며 하는 이들의 말은 모두 자신들의 장래걱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등록일 : 14.03.27 23:38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했다.

"일단은 다정이 엄마만 데리고 갈 거야. 나중 일은 나중에 또 의논하기로 하고 모두 밥을 먹는데 열중하도록 해."

나의 말에 명희와 수정은 안도인지 서운한 감정인지 모를 미묘한 표정으로 숟가락을 든 채 멍하니 상념에 잠겨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이를 무시하고 빠르게 수저를 놀려 이른 시간에 식사를 끝내고, 잠시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갔다.

다음날 아침.

나는 일단의 수행비서와 경호원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고향에는 내 지시에 의해, 마을 어귀에 있던 2천명의 밭의 거의 전부가 헬기장으로 조성되어, 그나마도 농사를 못 짓게 되었다. 아무튼 이로 인해 나를 맞는 데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로터의 소음에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몰려나와 차례로 착륙하는 다섯 대의 헬기를 구경하고 있었다. 당연히 헬기는 내 전용 헬기 외에도 영업용으로 뛰던 우리그룹의 것이 동원된 것이었다. 나는 동네어른들에게 건방지지 않게 충분히 예의를 다하고, 마중 나온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났다. 로터의 거친 바람과 소음을 피해 저만치 서있던 부모님을 향해 내가 걸어가자, 비로소 어머니 아버지도 나를 향해 달려오셨다.

"잘 지내셨습니까?"

"잘 지내는 게 뭐니. 네 걱정 때문에 도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머니의 말에 내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건강하게 잘 지내는데 웬 걱정을 그렇게 하십니까?"

"그럼, 걱정 안 하게 생겼냐? 우리나라도 아니고 먼,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다는데."

아버지의 말씀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무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거기도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으니까요."

"이럴게 아니라 어서 집안으로 들어가자. 그러나저러나 웬 사람이 이렇게 많으냐? 외국 사람도 많고. 갑자기 이러면 내올 게 있어야지?"

어머니 말씀에 나는 집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아침 먹은 지 전부 얼마 안 되었으니까요."

"그래도 내 마음이 편치를 않구나."

"다음에는 미리 꼭 연락드리고 오겠습니다."

"그래, 그래."

모자간에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집안이었다. 나는 두 분을 아랫목에 앉혀놓고 새삼 절을 드렸다. 그리고 말했다.

"걱정 많으실 줄 압니다만, 제가 종전에도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그 나라도 사람 사는 세상이고,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다 똑같아요. 그러니 너무 걱정 마시고 편안히 계세요. 거기 있어도 종종 들리고, 그곳도 조만간에 관광 한 번 시켜드릴 게요."

"관광이고 뭐고, 너나 잘 지냈으면 아무런 소원이 없겠다."

어머니의 말씀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나 저러나 이제 서울로 합치시는 게 어때요? 밭도 내가 저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아니다. 솔직히 우린 여기서 사는 게 제일 마음이 편하다. 네 마음을 모르겠냐마는 당체 서울에 가면 무엇에 체한 것 같이 적응이 안 된다. 마음도 항상 불안하고."

"네 어미 말이 맞다. 밭이야 돈만 있으면 지금도 살라면 얼마든지 있다. 그러니 그런 걱정 말고, 너나 항상 몸조심하고 건강해라."

아버지 말씀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제가 그냥 가면 서운 하실 테니, 냉수나 한 그릇 주세요."

"음료수도 있다 만은?"

"그보다는 우리 집의 시원한 물 없습니까? 그게 제일 좋겠습니다."

"호호호.........! 너 때문이라도 작두펌프를 못 없애겠다."

"하하하.........! 우리 집의 보물로 영원히 보존하죠."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다."

이어 나는 어머니가 급히 내오신 물 한 바가지를 거의 반쯤이나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가 바빠서 오래 있지를 못하겠네요. 곧 대통령 취임식이 있을 텐데, 오실래요?"

"됐다, 됐어. 아니래도 바쁠 텐데,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기왕 맡은 일이라면, 그 일이나 더욱 신경 써서 해라."

"알겠습니다. 또 들리겠습니다."

"서운하지만 네가 바쁘다니 어쩔 수 없구나."

아버지 말씀에 나는 돌아서며 말했다.

"오늘 따라 유난히 할머니 생각이 나고, 보고 싶네요."

"아무려면 살아 계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우리 집안의 장손이라고 얼마나 끔찍이 너를 아끼셨누.........!"

말씀 하시며 기어이 눈물 한 자락을 소매로 훔치시는 어머니셨다. 1992년 12월 1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러시아연방 내 극동공화국, 아니 새롭게 '발해공화국'이라는, 한 나라에 준하는 행정조직의 내각명단이 발표되고, 이어 초대 내각의 전 각료가 참석한 가운데 대통령의 취임식이 거행되었다. 이 발표회견장에는 내각 명단도 명단이지만 발표자로 나온 공화국 대변인부터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스물일곱 살의 미청년이 공화국 대변인이라고 등장하자, 세계인은 상큼한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대변인은 원 역사에서는 러시아 연방의 대통령이 되기도 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의 스승인 아나톨리 소프차크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 밑에서 법률전문가로 일하고 있었다. 이는 같은 스승 즉 아나톨리 소프차크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 밑에서 보좌관을 지내고 있던, 블라디미르 푸틴의 추천에 의한 바였다.

나는 이번에 그 말고도 그의 스승은 물론 푸틴까지도 내각 명단에 넣었다. 아무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발표한 조각 명단은 다음과 같았다.

<발해 공화국 1기 내각 명단>총리: 고르바초프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 서 석준총무처 장관: 이범석국방부 장관: 빅토르 이바노비치 노보질로 대장재무부 장관: 김재익외무부 장관: 조지 슐츠내무부 장관: 예브게니 바자노프(역사학 박사로 러시아 외교아카데미 부원장 출신)법무부 장관: 아나톨리 소프차크(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 교육부 장관: 김동길 교수상공부 장관: 와타나베 도시오(전 동경대 교수) 교통부 장관: 오명농축산부 장관: 원자바오해양수산부 장관: 노무현과학기술부 장관: 김종훈보건복지부 장관: 한명숙건설국토개발부 장관: 홍성부환경부 장관: 강금실 노동부 장관: 김정우특별고문: 나카소네 야스히로, 캐스퍼 와인버거. 비서실장: 김경제경제특보: 김재익경호실장: 세르게이 쿠즈게토비치 중장정보부장: 블라디미르 푸틴통역실장: 이오노바대변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이 발표에 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총리도 기용된 것도 모자라, 전 세계 6개국을 아우르는 거국 내각 명단이었기 때문이었다. 주변의 이해 당사국은 몽고를 제외하고는 최소 한 자리 이상 모두 포함되어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던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내가 이들을 어떻게 모시게 되었는지 그 과정과 설득 내용을 잠시 소개하기로 하겠다. ============================ 작품 후기 아직도 그 후유증이 있네요!

^^오늘도 즐겁고 유쾌한 하루 되세요!

^^아직도 그 후유증이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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