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88화 (288/322)

< --북방경영-- >

이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번쩍거리는 별이 있었다.

"늦었습니다. 각하!"

내가 호출했던 태평양 사령관 이고르 흐멜 노보일로프 상장이었다.

"어디 다른데 가셨던 모양이오?"

"네, 예하부대 검열을 잠시 참관하고 있었습니다. 각하!"

"수고하시는 군요. 다름이 아니라 내 선물을 하나 주려고 합니다."

"네?"

의외였던지 눈이 커지는 노보일로프 상장이었다.

"오늘부로 대장으로 임명하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각하!"

급 감동으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노보일로프 상장이었다.

이때 업무를 마치고 내 곁에 시립해 있던 김 비서실장이, 눈치껏 내게 맞춰 온 별이 든 케이스를 내게 내밀었다.

"태평양 사령관 이고르 흐멜 노보일로프 상장을 금일부로 대장으로 승급시킨다. 극동공화국 대통령 강 대정."

읽기를 마친 나는 이오노바가 통역을 하는 사이 그의 양쪽 견장 부위에 번쩍이는 별 4개를 차례로 달아주었다.

"감사합니다. 각하! 목숨으로 신임에 보답하겠습니다. 각하!"

"더 잘 하라는 격려차원이니 잊지 마시고, 국방에 만전을 기해주세요."

"이를 말입니까. 각하! 불철주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신명을 바치겠습니다. 각하!"

"좋소! 하고 앞으로 군부에 약간의 변동이 있을 것입니다. 삼일 후면 지금 여기에 계시는 노보질로 대장이 현역에서 은퇴해 국방부 장관이 될 것입니다. 두 분이 앞으로도 잘 상의해서 국방의 중추가 되도록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각하! 충성!"

새삼스럽게 내게 부동자세로 경례를 한 노보일로프 대장이 노보질로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국방부 장관님!"

"아직은 아닙니다만, 축하의 인사는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하하..........! 두 분이 그러는 모양을 보니, 보는 나도 아주 기분이 좋군요."

"서로 존경하는 사이였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고요."

태평양함대 사령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셔야죠."

이때 한 인물이 불쑥 문을 밀고 들어왔다.

"충성!"

나보다 노보질로에게 먼저 거수경례를 하는 붉은 베레모의 소장(준장)이 이었다.

"허허, 오늘은 잘못됐네. 신임 극동공화국 대통령이 여기 계시니 인사 올리시게."

"네!"

군화 발을 착 소리 나게 붙여 부동자세를 취한 그가, 절도 있게 돌아서서 내게 거수경례를 하며 말했다.

"미처 몰라 뵈었습니다. 33여단장 세르게이 쿠즈게토비치 소장 각하께 인사 올립니다. 충성!"

"고맙소!"

거수경례로 그의 인사를 받은 내가 묵직한 음성으로 말하고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곳은 월급과 부식이 제대로 나오고 있습니까?"

"월급 끊긴지 한 달 되었습니다만, 부식은 많이 형편없어졌습니다. 각하!"

"알았습니다. 내 곧 조처하도록 하겠습니다. 밀린 월급은 물론 부식과 생필품도 풍족하게 지급하여 사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각하!"

"하고, 내 그대를 내 경호 실장으로 임명하고 싶은데, 그대의 생각은 어떻소?"

"측근에서 모실 수 있다면 가문의 영광입니다. 각하!"

'허, 이곳도 가문의 영광이 통용되는 곳인가 보군.'

나는 급히 쓸데없는 생각을 지우고 말했다.

"부대원 전체를 내 경호 병력으로 쓸 예정인데, 이의 없지요?"

"네, 각하!"

"이에 대해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소?"

"경호라면 무기 체계를 조금은 바꾸어야 할 듯합니다. 일부 통신장비도 그렇고요."

"필요한 품목이 있으면 여기 국방부 장관이 되실 노보질로 대장에게 말씀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각하!"

계속해서 부동자세로 답하는 그가 부담이 되어 내가 점잖게 말했다.

"잠시 앉아서 이야기 합시다."

"아닙니다. 각하! 저는 서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 편합니다. 각하!"

"허허, 그래요?"

예의상 그렇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내가 왜 모르겠나? 그렇지만 듣기에 더 좋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인간이니까.

"참, 서로 인사 나누죠? 경호실 차장으로 임명한 나의 오랜 경호조장이오."

나의 말에 두 사람이 기꺼이 악수를 나누며 자신들을 소개했다.

"세르게이입니다."

"조 춘택입니다."

"앞으로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할 것이오."

"물론입니다. 각하!"

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인 듯 힘차게 대답하는 세르게이였다.

"참, 각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말이든 기탄없이 해보시오."

"우리 부대의 임무가 바뀌었으니, 몇 명은 물갈이할 인물이 있습니다."

"그래요? 무슨 이유요?"

"소위 정치장교들이라는 자들로 공산주의가 아주 뼈 속 깊이 박힌 자들이 몇 명 있습니다. 혹시 그런 자들이 각하께 위해를 가하면 안 되겠어서........?"

"병사들 중에는 그런 인물이 없습니까?"

"딱 두 명 있습니다. 그들도 이번 기회에 전출시킬까 합니다."

"동의합니다."

"이런 말을 드리면 각하께는 저희들의 오점이나, 숨기는 것이 더 나쁜 짓이고, 또 만약을 위해서 꼭 필요한 조치라 생각되어, 거짓 없이 말씀 드린 것입니다. 각하!"

"좋아요!"

"경호는 마음부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좋습니다. 만나보니 진실로 믿음이 가는 군요. 내 그런 의미에서 그대도 투 스타로 진급을 시키겠습니다. 내 미처 오늘은 준비를 못했지만 내일 서임 식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각하!"

다른 두 사람들보다는 감격도가 어쩐지 덜한 것 같다. 그만큼 마음도 수련을 했는지 몰라도 약간은 다른 세르게이의 태도였다.

"일단 명받은 이상은 지금 이 순간부터 임무에 들어가겠습니다. 우선 제가 제일 신임하는 자들로 1개 대대를 구성해 바로 이 집무실 건물부터 에워싸겠습니다. 일부는 머무시는 곳이 어디이십니까? 그곳도 사전 경호를 해야 하니 보내야겠습니다."

"좋은 자세입니다!"

나의 칭찬에 밝게 웃은 그가 말했다.

"각하, 전화 한 통 쓰겠습니다."

"마음대로."

나의 승낙이 떨어지자 곧 바로 전화기 앞으로 달려가는 세르게이였다.

그러더니 당연히 러시아로 떠드는 그였다.

이에 내가 살짝 이오노바에게 물었다.

"뭐라고 하는 것이오?"

"몇 명을 회식이 있다고 불러내는 모양입니다."

"아마 정치장교인 모양이겠지?"

"그런 것 같습니다."

"또 몇 대대를 지칭해 이곳으로 오라고 하는데요."

"그렇군요. 그러나 저러나 힘들지 않습니까?"

'차마 숙녀에게 오줌 마렵지 않느냐'고 물을 수는 없어 내가 애둘러 물으니 살짝 얼굴이 붉어지는 게 태도가 수상한(?) 이오노바였다. 이에 내가 말했다.

"10분간 쉴 테니, 어디 가 쉬었다 오세요."

"감사합니다. 각하!"

여전히 홍조 띤 얼굴로 감사를 표하고 빠른 걸음으로 총총히 사라지는 이오노바였다.

이때 내가 다가온 세르게이가 뭐라고 떠들었다.

"qoclgoTtmqslek!"

통역이 없으니, 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종전 이오노바의 통역을 통해서 그가 하려는 말의 의도는 알아들었다.

'배치했습니다!'

로 나는 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제 러시아어도 배워야겠는걸.'

앞으로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 내 인생길이었다.

'까짓 이까짓 고생쯤이야!'

나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날 밤 8시.

호텔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때운 나는 집으로 전화를 연결시켰다.

이 시간이면 이곳이 두 시간이 빠르므로 한국은 저녁 6시쯤 되었을 것이다.11월 중순 늦가을의 날씨니 아마도 이 시간이면 한국은 살포시 어둠이 내려앉을 시간일 것이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이 시간이 그리워 나는 전화를 연결시켰던 것이다.

긴 신호음과 함께 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나야!"

"어머, 여보! 축하해요 여보! 이제 나도 각하로 불러야 되나요?"

"당연하지!"

"호호호........! 알았습니다. 각하! 무고하신지요?"

"그럼, 집안은 별일 없고?"

"네, 각하!"

"장난 그만하고."

"장난이 아닙니다. 진심입니다. 각하! 꼭 이렇게 한 번 불러봤으면 하는 소원도 있었습니다. 각하!"

"그만 하고.........."

"여보, 효정이 엄마하고, 인정이 엄마가 바꿔달라는데 어찌 할까요?"

"바꿔봐!"

"네, 각하!"

또 다시 장난 비슷하게 말한 미정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수화기 너머에서는 수정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축하해요. 여보! 아니 각하!"

"하하하........! 신났군, 신났어! 단체로 장난할 거리가 생겨서."

"그게 아닙니다. 각하!"

"그만 하고. 얘들은 잘 놀아?"

"네, 다들 건강하고요. 엄마도 건강하세요. 또 하나........."

"뭔데?"

"당신에게 안기고 싶어요. 벌써부터 품이 그리워요."

"젠장..........!"

수정의 성격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당신은 요?"

"동감!"

"호호호........! 인정이 엄마 바꿔줄게요."

"그래."

"여보, 축하해요!"

"응, 잘 재냈고?"

"네. 그런데 우리도 거기 가서 살아야 되나요?"

"그럼."

"거긴 무지 춥잖아요?"

"그래도 살아야지."

"에고, 죽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떻게 해요. 특히 아이들 교육문제."

"무슨 대책을 세워야지."

"아버님 어머님도 건강하세요. 무척 걱정이 많으세요. 끝나고 전화 한 통 드리도록 하세요."

"알았다."

"일국의 대통령이 돼서 그런가, 말투가 무척 딱딱하네요."

"그런 것 없어. 그렇게 들렸다면 유감."

"헤헤헤........! 아무래도 나는 듣기에 어감이 이상해요. 다정이 바꿔달라는데 어찌 할까요?"

"벌써 왔어? 오늘은 학원 빼먹은 것 아니야?"

"모르겠네요. 바꿔드릴 게요."

"그래."

"아빠, 저예요."

"그래, 잘 지냈고."

"네, 우선 축하드려요. 고생문이 훤하시지만 요."

"하하하..........! 녀석이. 그런데........."

"무슨 말 하실지 알아요.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조금 일찍 왔어요. 그런 날 있잖아요. 아빠!"

"알았다. 그런데 너희들 학교 때문에 걱정이다."

"가도 대학교 졸업하고 가면 안 될까요? 아, 나 무슨 과 갈지 정했다."

"무슨 과?"

"러시아 어문학과요."

"그래? 아무래도 이 아빠 때문에 택한 것 같은데?"

"맞아요. 거기서 어쩌면 평생을 살지도 모르는데, 그 나라 말을 모르면 답답하잖아요."

"내 생각에도 잘 한 선택 같다. 너희 엄마들도 오늘부터라도 러시아 배우도록 하라고 그래."

"알았어요. 아빠! 건강 잘 챙기시고요."

"그래, 그래!"

쪽! 소리가 나더니 어느덧 전화는 끊어져 있었다.

나는 조금은 허탈해진 심정으로 부모님께 다시 전화를 드렸다.

전화 내용이야 뻔했다.

먹는 것부터 자는 것 까지 온통 내 걱정뿐인 부모님이셨다.

안부를 전했다는 자조의 마음으로 나는 전화를 끊고 밖을 내다보았다.

북방의 겨울답게 이곳은 벌써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한 송이, 두 송이 펄펄!

나는 안온해지는 마음을 안고 천천히 침대로 걸어갔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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