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87화 (287/322)

< --북방경영-- >

나는 그들을 보내고 극동공화국을 이끌 각료들을 조각해야 하나 주로 우리 그룹만 이끌다보니 인재 풀이 좁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무슨 장관을 정하려면 우리 그룹의 사장단 밖에 떠오르는 인물들이 없었다. 물론 이들을 기용하면 어느 정도 인선을 마칠 수는 있겠으나, 전부 빼오면 누가 우리 그룹을 끌고 가겠는가? 그래서 나는 고민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고민한다고 쉽게 인선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나는 쉬운 일부터 처리하기로 하고 갑자기 김경제 비서실장을 불러 모종의 지시를 내렸다.

쉽지 않은 일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가 4시간 만에 나타났다. 금반지를 담을 수 있는 크기에 예쁘게 포장한 케이스였다. 그것이 두 개였다. 나는 즉시 극동사령관인 빅토르 이바노비치 노보질로 상장과 태평양함대 사령관 이고르 흐멜 노보일로프 상장을 호출하도록 지시했다. 어디 있었는지 모르지만 노보질로 상장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채 30분이 되지 않아 나타났다.

"충성! 부르셨습니까? 각하!"

"네. 거기 잠시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각하!"

나는 그를 자리에 앉히고 나 또한 맞은편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했다.

"아직 밀린 봉급은 다 뽑지 못했지요?"

"네, 각하!"

힘차게 대답은 하지만 미안한 표정을 짓는 그였다. 그런 그에게 내가 위로의 말을 했다.

"신이 아닌 이상 그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사람의 것을, 언제 다 뽑을 수 있겠습니까? 내가 지나가는 말로 물어본 것이고........."

나의 말에 그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다름이 아니고 금일부로 상장님을 대장으로 승진시키려 합니다."

"네?"

너무 뜻밖의 말이었던 듯 그가 깜짝 놀랐다.

"왜? 내가 진급을 시키면 안 되는 것입니까? 이 공화국의 최고통수권자는 나입니다."

"아, 아닙니다. 각하! 너무 뜻밖의 말씀이라서 놀랐을 뿐입니다."

"그런데 대장놀음을 3일 천하로 끝내야 하니 어쩌죠?"

"네?"

이번에는 더 놀라 아예 황당한 표정이 되는 노보질로 상장 아니 대장이었다.

"현역이 국방부 장관하기는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대장 진급하고 바로 떼면 아쉬우니까, 3일만 번쩍거리고 다니시다가, 바로 국방부 장관의 직무를 수행해 주세요. 내 한국에도 가봐야 되고 할 일이 많은데, 첫째로 국방은 튼튼히 해놓고 가야되잖아요."

"감사합니다. 각하!"

내 말에 급 감동해 군인의 신분도 잃어버렸는지 정모를 쓴 사람이 내게 꾸벅 민간인마냥 인사를 했다. 이를 보고 있자니 내심 우스웠지만 웃을 때가 따로 있는 법. 나는 웃음을 속으로 삼키고 말했다.

"내 가장 신임하시는 분이니 그런지 아시고, 후임을 한 명 추천해주시죠?"

"추천이고 자시고 할 것이 없습니다. 지금 내 밑에서 참모장을 하고 있는 야코블레프 중장(우리나라 계급으로는 소장)이 해박하고 유능한 지휘관입니다."

"그럼, 그를 후임으로 극동군사령관에 임명하는 것으로 하고, 자 이제 진급 서임 식을 하겠습니다."

"네, 각하!"

내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노보질로 대장이었다.

"금일부로 노보질로 상장을 대장으로 임명한다. 극동공화국 대통령 강 대정"

급하게 써온 임명장을 읽어준 나는 김 비서실장에게 받아 든 별 네 개를 그의 견장 위치에 달아주었다.

이 행위에 군인답지 않게 눈시울이 붉어지는 노보질로 대장이었다. 나는 그런 그에게 농담을 했다.

"이 상장 계급장은 날 주실 수 있는 것이죠?"

"물, 물론입니다. 각하!"

"야코블레브 중장에게 달아주려고 합니다. 이곳에는 별 구하기도 만만치 않아서 말이죠."

"하하하........! 제가 달고 있었던 것이니, 그 의미가 더 각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도 있고요. 아무튼 국방의 최고 책임자가 되셨다는 인식을 항상 갖고, 어느 한 순간이라도 아국을 도발하는 자에게는 가차 없는 응징을 해주시가 바랍니다. 우리 땅, 영해, 영공 어느 곳이라도 우리가 허락하지 않는 한, 절대 타인이나 타국이 발을 들여놓게 해서는 안 됩니다. 아시겠죠?"

"명심하겠습니다. 각하! 내 조국과 각하를 목숨으로 사수하겠습니다. 각하!"

"참, 그 말이 생각나서 드리는 말씀인데, 이제 내게도 경호 병력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이죠."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스페츠나츠 1개 여단을 내 경호 병력으로 쓰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들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목숨을 걸고 각하를 사수할 것을 제 목숨을 걸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2개 여단 중 어느 여단이 더 믿음이 갈까요?"

"세르게이 쿠즈게토비치 소장이 지휘하는 33여단이 더 믿음이 갑니다."

"인원은 몇 명이죠?"

"700명입니다."

"그 정도면 되겠군. 참, 탈주자들은 없었습니까?"

"우리부대에는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대장님의 덕이 훌륭했던 모양이군요. 다른 곳에서는 이들이 탈주해 범죄자들이 되는 바람에 '스페츠나츠 마피아'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잖아요. 혹자는 국가가 길러낸 범죄자들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그게 다 국가가 지원을 해주지 않아 그렇게 된 것입니다."

"압니다. 해서 하는 말인데, 탈주한 이들만 모아 하나의 부대를 더 창설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저는 그것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어떻게 되었든 그들은 군율을 이탈한자들입니다. 한 번 그런 자들이 또 그렇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차라리 퇴역한 사람들로 한 부대를 편성하고 더 필요하면 양성해 내면 됩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내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럼, 그렇게 해서 2개 부대를 더 양성하세요. 자금은 내 얼마든지 지원할 테니."

"알겠습니다. 각하!"

"자, 이제 내가 할 말은 다 한 것 같습니다. 하실 말씀 없습니까?"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만 군입대자를 받아들인다면 인구가 얼마 되지 않아 병력 자원도 부족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대비도 지금부터 하셔야 할 것입니다."

"지금 군복무 규정이 어떻게 되지요?"

"만 18세 이상은 의무적으로 나라에 복무해야 합니다. 복무기간은 육군이 1개월, 해, 공군이 24개월로 되어 있습니다."

"우선 인구가 늘기 전 까지는 전역자들을 하사관으로 가급적 영입해 충당하고, 장차는 인구를 대폭 늘리는 방법으로 합시다.

"더 할 말 있으십니까?"

"당장이라도 경호 병력은 필요하니, 우선 세르게이 쿠즈게토비치를 불러 그의 의견을 들어보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각하!"

"이곳에 주둔하고 있나요?"

"네. 근교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호출하면 30분 내에 달려올 것입니다."

"그럼, 지금 바로 호출해보도록 하세요."

"네, 각하!"

"참.........!

'나는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내 머리를 두드리며 비서실장을 불러 말했다.

"조 춘택 조장이 지금 밖에 근무하고 있죠?"

"네, 각하!"

"그를 불러오도록 하세요!"

"네, 각하!"

내 명에 밖으로 나간 김 비서 실장이 금방 조 춘택조장을 데리고 들어왔다. 바로 문 밖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이제 내 지체가 달라지니 경호원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그야말로 한 나라 원수를 대하는 모습이었다.

"지금 가스총만 소지하고 있지요?"

"나라에서 허용치를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젠 실제 총을 소지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습니다. 우리는 한국인이기도 하지만, 이젠 극동공화국 국민이기도 합니다. 알았습니까?"

"네, 각하!"

이때 비서실장이 끼어들었다.

"우리 공화국은 아무리 따져보아도 이중국적을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내 생각도 동일합니다. 언어도 한국어, 소련어, 영어 등 3개 국어를 공용어로 해야 할 듯합니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영어를 공용어로 하지 않고서는 국민을 불리는데 한계가 있을 테니까요."

"내 말이 그 말입니다. 그 문제는 그만 거론하고. 이봐요. 노보질로 대장!"

"네, 각하!"

"나를 지금까지 측근 경호해온 요원들인데, 이들에게 최신형 권 총 한 자루씩은 지급할 여유가 되지요?"

"없으면 기 지급한 것이라도 빼앗아와야죠. 각하의 목숨이 곧 우리의 목숨이니까요."

"고맙군요. 들으셨죠?"

"네 각하!"

"오늘부로 조 춘택 조장을 경호실 작전차장으로 임명합니다. 알겠습니까?"

"감사합니다. 각하! 목숨으로 보필하겠습니다. 각하!"

끝내는 감격해서인지 목이 잠기는 조 춘택 조장 아니 경호실 작전 차장이었다.

"참, 몇 정이 필요하신 겁니까? 각하!"

"16명이지만 한 20정 구해줘요."

"알겠습니다. 각하!"

나의 말에 뚜벅뚜벅 밖으로 걸어 나간 노보질로 대장이, 데리고 온 부관에게 몇 마디 하고는 다시 돌아왔다. 이때 비서실장이 그 간극을 이용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각하! 또 급히 필요한 게 있습니다. 각하!"

"뭐요?"

"소련어 통역입니다. 아무래도 이곳을 통치하려면 많은 수의 소련어 통역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장관을 임명한다 해도 한국인 같은 경우 이들과 말이 제대로 통하겠습니까? 또 이를 소련어와 영어로도 번역해야 하니, 3개 국어를 하는 자들을 최우선으로 모집하고, 아무튼 대량으로 통역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니콜라이에게 얘기해 지금이라도 어디 광고라도 내도록 하세요. 고려인2세들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아마 그럴 겁니다."

"바로 조처하세요."

"네, 각하!"

내 지시에 따라 한 옆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니콜라이 주지사에게 다가가는 비서실장이었다. 이에 나의 전담 통역이었던 이오노바가 말을 전하기 위해 급히 뛰어갔다.

그런 그녀를 보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혹시 오줌이 마려워도 참고 있는 것 아니야?

'그 생각이 들자 나는 잠시 휴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창가로 다가가 입에 담배 한 가치를 피워 물었다.

그리고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11월 중순인데 벌써 북방의 찬바람이 확 하니 달려들며 내 볼을 할퀴었다.'

아고, 이젠 고생문이 환하구나! 벌써부터 이렇게 차니, 어떻게 겨울을 나누?'대통령직도 좋지만 인간인 이상 드는 원초적인 생각은 어쩔 수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