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방경영-- >
나는 솔직히 몽골 대통령의 이름도 몰랐다.
이를 알기라도 하듯 내가 받자마자 그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네, 전화가 바꿨습니다."
"폰살마깅 오치르바트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각하!"
"네, 감사합니다."
솔직히 깔보는 마음이 드니 각하 소리도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우리도 한국처럼 이제 다당제와 민주주의 선거 그리고 자본주의 제도를 이식하려 합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각하!"
"아, 그렇습니까? 잘 됐군요."
"빠른 시일 내에 한 번 뵙기를 청합니다."
"네, 한 번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각하!"
"우리 몽골에도 투자 좀 많이 해주십시오. 각하!"
"알겠습니다. 각하! 그럼, 다음에 또 통화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끊읍시다."
"네, 각하!"
나는 바로 전화를 끊고 잠시 그 나라에 대해 생각을 했다. 다음 날 오전 9시.
연해주 지사는 기차를 타고 12시간을 달려오고, 저 북쪽의 추코트카 주지사는 언제 출발을 했는지, 한밤중에 도착을 했다. 그러니 전날은 회의가 될 리 없었다. 그래서 이튿날 오전 9시에 모두 하바롭스크 주지사 집무실에 모두 모여 회의를 하게 되었다. 나는 이들과 회합을 갖기 전날 밤, 아니 전부터도 내가 만약 극동공화국을 경영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해왔고, 그룹 기획실과 연구소에서도 많은 계획을 세워왔다. 또 지도자 상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해왔다. 지도자란 무엇인가? 과연 한나라 지도자는 무엇을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인가? 그 첫 번째로 나는 모든 사람에게 꿈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 통치 비전에 따라 전 국민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그 꿈을 달성시켜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 그 외에 나머지는 이것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고, 다 부차적인 것이다. 이런 생각 속에서 나는 모인 면면들을 한 번 자세히 둘러본 후 무겁게 입을 떼었다.
"모두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내가 알기로 오시는 길이 편안하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압니다. 이것이 다 무슨 이유냐? 단 하나 길이 불편하기 때문에,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설마 여러분들이 늦장 부렸을 리는 만무하고요."
여기서 나는 말을 끊고 서릿발 같이 차가운 눈으로 사방을 한 번 쏘아보았다. 모두 내 시선을 피하기에 급급한 모인 면면들이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어준다고 임기도 없는 무소불위의 내게 압도당해 시선부터 피하고 보는 주지사들이었다. 그러나 엄격함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나는 표정을 풀며 점잖게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10년 내, 우리 영토 내에 사는 국민들이, 일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20년 내에 인당 5만 달러의, 선진부국이 되는 것이 내 꿈입니다."
내 말에 갑자기 술렁거렸다. 모두 불가능한 꿈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월 수천 달러로 전락한 국가가 어떻게 단지 20년 만에 5만 달러의 부국이 되겠는가? 누가 들어도 꿈같은 이야기이고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나는 이들이 술렁거려도 아무 말 없이 좌중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나의 무언에 흠칫한 이들이 금방 입을 닫았다.
"모두 불가능이라고 말 하고 싶은 것이죠? 압니다. 하지만 꼭 불가능만은 아닙니다. 내 계획대로 하면 분명 달성 가능한 꿈입니다. 해서 나는 이 자리에서 나는 그 꿈을 이야기 하려 합니다."
"첫째 인프라의 확충과 기간산업의 육성입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제일 시급한 것이 도로망 확충과 전력이라고 봅니다. 전 국민이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켜 그들에게 생산성 있는 시간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해서 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곳 하바롭스크까지 8차선의 고속도로망 또 이곳 하바롭스크에서 최 북쪽 추코트카의 주도(州都) 아나디리까지는 6차선 도로를 일시해 착공에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관통을 하고, 뿐만 아니라 횡적 도로도 조기에 착공해 그물망 같은 도로망을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철도의 복선화와 신규 건설, 더 나아가 고속전철의 건설과 공항 건설이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져,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완공을 하여 물류 대혁명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전력은 아직 부족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되면 전력수요 또한 당연히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에 대비하여, 미리 미리 원자력, 수력, 화력, 가능한 한 발전소를 동시다발적으로 건설해야 합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 하나만 해도 온 국민이 매달려도 일자리가 아마 남아돌아갈 것입니다. 여기에 나는 곳곳에 산업단지를 조성하여 세계 시장으로 수출할 물품들을 생산하려 합니다. 또한 바다에 나가면 고기가 지천이고 안으로 들어오면 풍부한 지하자원이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할 것입니다. 또 뛰어난 자연경관을 이용한 사계절 관광객 유치, 여기에 경공업 중공업 따지고 가릴 것 없는 산업 육성으로,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풍족해지고 질 높은 삶은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후휴.........!"
내가 말을 여기서 끊자 모두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한숨짓는 주지사들이었다.
나는 그런 그들을 보고 정색한 표정으로 힘주어 말하기 시작했다.
"말만으로는 무슨 말인들 못하는 표정들입니다만, 당연히 실행 가능한 계획이 뒤따라야겠지요. 해서 나는 조각이 되는 대로 외자유치에 적극 발 벗고 나설 것입니다. 외국의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이야말로 궁극의 열쇠입니다. 이들에게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해 이들의 꿈을 실현시키게끔 우리가 만들게 하면 됩니다. 우리 공화국 정부에서 그것을 해내겠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돌아가시는 대로 각 주에 맞게, 어느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시킬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입안해 오십시오. 기간은 단 한 달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각하!"
힘차게 대답은 하나 아직 그들의 마음은 반신반의하고 있다는 것이 표정으로 나타나 있었다. 그래도 내 말은 계속되었다.
"하고 돌아가시는 대로 엄격한 잣대로 교통법규나 사소한 법령부터 철저하게 집행하십시오. 그래야만 보다 강력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언가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는 것을,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게 해주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각하!"
"우선은 여러분들을 전부 유임시킵니다만, 우리의 기대에 못 미치거나 방관자, 게으름을 피우는 분은, 언제든지 옷 벗을 각오를 하고 열심히 뛰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하실 말씀 있으면 각자 하십시오."
그러자 어느 주지사가 손을 번쩍 들고 발언을 신청했다.
"말씀 하십시오."
"사할린 주지사 빅토르 이안입니다. 각하!"
"말씀 하세요."
"우리 사할린 주는 석유와 가스, 목재, 어업 등 천연자원이 풍부합니다만, 각하께서도 아시디시피 세계적인 원자재 값의 하락으로 아주 애를 먹고 있습니다. 결국 원자재 값이 상승해야만 우리 주가 잘 살게 된다는 것인데, 골머리가 많이 아픕니다. 만약 각하가 주지사라시면 우리 주에 어떤 처방을 내리시겠습니까?"
"아예 나보고 이 자리에서 숙제를 해달라고 하시는 군요."
"하하하.........!"
내 말에 모두 박장대소를 하며 즐거워하는 주지사들이었다. 나 또한 웃음의 여운이 남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 이 자리에서 단언을 하죠. 앞으로 7년 늦어도 8년 안에는 원자재 값이 폭발적으로 상승할 것입니다. 두 세배 정도가 아니라 네, 다섯 배로 앙등을 할 테니, 이에 대한 대비를 미리미리 하십시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사할린에 광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때에 대비해 소량만 생산하면서 탐색에만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헐값에 팔아먹기는 싫기 때문입니다."
"우와.........!"
내 말에 사할린 주지사가 놀란 얼굴로 혼자 감탄하다가 모두의 시선이 쏠리자 얼른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 그였다.
"아무튼 그 준비의 일환으로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원유와 가스 전 여타 광물자원들이 이 기간 내에 탐색해 찾아내고, 이 때 팔아먹을 수 있도록 미리미리 생산시설도 확충해 두어야 합니다."
여기서 말을 끊고 한 호흡 쉰 나의 말이 이어졌다.
"생산량을 많이 확보하면 무얼 합니까? 이를 팔아먹을 기반 시설이 있어야지요. 해서 사할린 같은 경우는 이곳 하바롭스크까지 일단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더 깊숙한 내륙 즉 중국이나 한국으로 팔아먹는 것입니다. 물론 자국 내 소비도 있겠습니다만, 궁극에는 그래야만 한단 말입니다. 하고 나홋카 항구에는 원유 비축 시설을 충분히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물론 이곳까지도 파이프라인을 깔아 가스도 바로 항구에서 팔아먹을 수 있게 하고요. 해서 대 용량의 원유비축 기지를 만들어, 동북아의 오일 허브를 이곳에 조성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원유 현물 시장도 만들 수 있겠지요. 이 투자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이 주지사의 할 일이고 해야만 할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각하!"
말을 하는 주지사의 얼굴이 갑자기 이상하게 변했다. 너무 좋아서 입은 벌어질 대로 벌어지고, 얼굴은 흥분으로 붉게 달아올라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던 것이다. 꼭 열에 들뜬 사람처럼.
모두의 시선이 사할린 주지사에게 쏠리는 순간 나는 얼른 선수를 쳤다.
"모두 나 보고 이 자리에서 숙제를 해달라면 곤란하니 이런 질문은 이쯤 하시고 다른 말이 계시면 하세요."
"아무르 주지사 안드레이 그레이코입니다. 정말 각하의 말대로 이루어지겠습니까?"
"방금 전의 내 말 못 들으셨습니까? 특색에 맞게 전략을 세우고, 그 장점을 개발하면 안 될 게 뭐 있습니까?"
"알겠습니다. 각하!"
뭔가 약간은 그래도 믿음이 가는지, 아까보다는 훨씬 해보자는 의욕으로 충만해지는 주지사들이었다.
"그런데, 각하! 아, 추코트카의 추고만입니다. 우리 주 같은 경우는 1년 중, 겨울이 2/3이 이고, 자원이라야 약간의 광물자원과 목재, 그리고 어업자원뿐인데, 이 빈약한 자원으로 언제 5만 달러시대를 엽니까?"
"허허, 그런 질문은 안 받기로 했는데........ 왜 할 게 없습니까? 말을 들어보니 관광자원이 풍부하네요. 겨울이 2/3라면 세계 최대의 얼음과 눈의 축제장을 만드십시오. 조금만 노력하면 일 년 내내 스키와 눈의 축제를 즐길 수 있겠습니다. 그런 곳에 세계 최대의 스키장과 슬러프 장, 또 여기에 눈 속에 파묻힌 곰처럼 일 년 내내 도박이나 즐기라고 카지노 등의 위락시설, 듣기에 그곳은 바다도 1미터 이상으로 얼어 자동차도 다닐 수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각하!"
"그런 곳에 자동차 일주 도로라도 조성해 즐기게 하고, 얼음집도 곳곳에 만들어 이를 체험하고 즐기게 하면, 이 얼마나 뛰어난 관광자원이 되겠습니까?"
"그, 그렇습니다. 각하!"
이 역시 얼굴이 벌개져 숨을 제대로 내쉬지도 못하는 추코트카 주지사였다.
"고민하십시오. 그리고 계획하십시오. 그리고 열정을 다해 실행에 옮깁시다. 한 달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그 안에라도 내가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수시로 전화하고 불러올릴 것이니, 그런지 아시고 분투해 주십시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각하!"
"고맙습니다. 각하!"
"열심히 하겠습니다. 각하!"
별의별 인사를 다하는 8개 주의 주지사들과, 나는 힘주어 악수하며 이들을 격려해 마지않았다.
============================ 작품 후기 모처럼 3연참입니다.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