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83화 (283/322)

< --북방경영-- >

옐친과 헤어진 나는 곧장 모스크바로 날아가 무엇보다도 인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전부터 이에 관심을 갖고 사전에 모스크바 지사에 일러서, 러시아의 중요 인재들에 대해서는 모두 신상을 파악했던 바, 본격적으로 접촉을 시도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러시아 미사일 연구소인 이사예프연구소와 마카예프연구소가 제일 먼저 섭외 대상에 올라, 이사예프연구소 소장인 이고르 벨리츠코는 물론 마카예프연구소 소장에게 각각 300만 달러를 주기로 하고, 이들로 하여금 연구원들에게 우리 그룹으로의 이전을 권유토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이들 소장들은 물론 아나톨리 루프소프, 유리베사라보프, 블라디르무사초프 등의 거물은 물론 떠나기를 원하는 자 외에도, 러시아 내에 머물고 싶어 하는 자들까지도, 최소 월봉 1천 달러에서 최고는 5천 달러까지 주고, 이들을 거의 싹쓸이 하다시피 해서 우리 그룹의 연구소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의 월봉을 평균해 보니 월 1200달러 밖

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현재 이들에게는 높은 보수이기 때문에 대부분이 이 금액에 동의했다. 그들이 현재 러시아에서 받고 있는 금액은 8천 루블, 즉 이를 미화로 환산하면 11달러 5센트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니 이들에게 1,200달러는 얼마나 높은 금액인가?

아무튼 나는 이를 러시아의 산업부는 물론 과학부의 동의까지 받아 이들을 합법적으로 기용했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또 러시아항공우주국(Russian Aviation and Space Agency)의 400여 개의 산하 연구기관과 국영 기업체에서, 인공위성 발사와 우주비행훈련, 우주기구와 관련 부품의 생산, 미사일 개발, 위성 정보사진 판독, 비(非) 군사용 유인·무인 우주비행체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원과 과학자들을 대거 포섭하였다.

이 뿐만 아니라 기초기술 및 과학 분야인 물리, 수학, 화학 및 화공학, 생물학, 금속 및 재료공학, 열역학 및 탄도학 등등 나중에는 분야를 가리지도 않고 수많은 기술자와 과학자들도 포섭하였다. 이렇게 1차로 포섭한 초일류 내지 일류 기술자와 과학자들만 해도 5,200여 명이 넘었다. 나는 이들 대부분에게 월 최소 1천 달러에서 2천 달러를 약속했고, 특수 및 일류 기술자는 5천 달러를 지급하기로 한 사람도 있었다. 1천 달러라야 75만 원이고, 2천 달러라야 150만 원으로 우리에게는 오히려 우리 기업체 중간 관리자 월급에도 못 미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이들을 일시에 승인 신청을 하면 문제가 될 것 같아 나는 그들에게 실제로 월급을 지급하면서도 시일을 두고 차례로 승인을 받도록 조처했다. 그리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이번에는 우리가 인수할 국영기업 선정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다 보니 조금 시일이 지체되어 1992년3월14일 자 매일경제 6면에는 옐친이 말한 내용이 기사화 되고 있었다. 비중 상 작게 취급된 기사였다. 읽어보니 아나톨리 추바이스 러시아연방 민영화 담당관의 입을 빌어 발표한 내용이었지만, 옐친이 말한 내용과 대동소이 했다.

나는 서둘러 그간 우리가 작성한 목록을 러시아 면영화 계획 위원회에 접수시켰다. 주로 항공기와 미사일 제작 업체였다. 즉 여객과 화물기 제작업체인 일류신, 투폴래프, 전투기 제조사인 미그, 수호이사, 초대형수송기 제작업체인 안톤노프, 미사일 제작업체인 알마즈-안테이 사 외에도 10여 개 군수업체를 더 써냈다. 이 당시 러시아 국민들은 정부가 나누어준 액면가 1만 루불의 민영화 증서를 가지고 국영기업의 민영화 주식을 매입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래봐야 루불 화는 벌써 가치가 폭락해 미화 10달러 밖에 되지 않는 돈이었다. 그래도 3~4달러의 월급 밖에 받지 못하는 러시아 국민들에게는 큰돈이었지만, 당장 생활하기도 어려운 판에 주식이 뭔 필요가 있느냐고 국민들의 불만이 대단했다. 이에 일부 국민들은 약삭빠르게 대처하는 일부 러시아 매집상들에게 판매해 현금화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마디로 물가자유화와 국영기업의 민영화로 대별되는 러시아의 자본주의 시장으로의 진입은 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 물가자유화를 시켰더니 벌써 석유류 값은 200%까지 뛰어 오르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아무튼 이런 추세 속에서 내가 제출한 기업의 승인이 나기를 기다렸으나 영 소식이 없었다. 이에 몸이 단 내가 직접 일단의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모스크바 현지로 직접 날아갔더니, 막 우리가 모스크바에 도착하니, 여객기와 화물기 제조업체인 일류신과 투폴래프 항공사만이 매입 허가가 떨어져 있었다. 이에 나는 고르바초프를 움직이고 옐친과 체르노미르딘 총리를 만나 내가 제출한 기업의 승인을 직접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도 내가 인수하려는 업체들이 모두 자신들의 국방과 관련이 있으니 아주 난처해했다. 그래도 나는 계속 이들을 성가시게 쫓아다니니, 한 개 업체씩 총 3개 업체를 결국 승인해 주었다. 곧 수호이 사와 안톤노프, 그리고 알마즈-안데이 사였다. 이들의 지분을 100%가 아닌 50%까지였다. 그래서 나는 이들의 호의를 입는 길에 1%를 더 요구하니, 어쩔 수 없이 이들은 1주를 더 사게 하여 경영권은 내가 장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러나 내가 제시한 극동공화국의 부활과 그곳의 수장에 나를 임명해달라는 청은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우선은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한 나는 그간 국내 증시와 뉴욕 및 런던 증시에 상장해 마련한 500억 달러의 실탄을 재빨리 풀어 이들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이들 업체를 인수를 해버렸다. 그래봤자 내가 사용한 돈은 이들의 루불 화 폭락으로 채 30억 달러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더 많은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경영권 방어차원에서 보통주 대신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총 주식의 20% 내외서 더 발행하도록 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약 8개월이 흐른 11월 15일 날이었다. 나는 갑자기 일단의 수행원들을 데리고 모스크바로 날아갔다. 이틀 후면 옐친이 처음으로 한국을 공식방문하기로 예정되어 있어, 그 안에 나는 그 전에 내가 요구한 것을 다시 한 번 요구하기 위해 급거 모스크바행을 택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한국을 방문하게 되니 한국에 도움 줄 것을 찾고 있는 시점인데다, 지금 러시아 경제는 거의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어쩌면 내 제의가 먹힐 지도 모르겠다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서 있기에 택한 방문이었다.

이 당시는 연초 대비 물가는 2천% 가까이 치솟아 한마디로 러시아 국민의 90% 이상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져 신음하고 있었다. 여기에 루불 화는 폭락을 거듭하여 10월 달에달러당 403루불이었던 것이 지금은 약 500루불 까지 약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 결과로 모스크바 거리에는 매춘을 하기 위한 여성들로 넘쳐나고 그래도 기술을 가졌다는 자들은 연신 서방 행을 택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나중에 집계한 바에 의하면 고급 기술자와 과학자 등 쓸 만한 인재들 포함한 탈주자들이 약 1백만 명이었던 것으로 집계되고 있었다. 물론 우리 그룹도 이런 사태를 방관하지 만은 않았다. 추가로 월 500달러 미만의 월급자 3만 명을 모집하여 극동의 러시아 현지법인 연구소로 이주를 시켰다. 이중에는 2류 3류 기술자와 과학자 및 각계 전문가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 당시 러시아 월급쟁이의 평균은 2천 루불 정도로 한화로 약 4천 원 정도의 월급이니 이들이 얼마나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최악의 사태에 옐친은 서방에 손을 벌리고 우리에게도 지불 유예된 차관을 요청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이 당시 있는 자들은 대거 서방으로 자본을 빼돌려 러시아연방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는 채 1억 달러가 될까 말까한 상황이었다. 아무튼 나는 이런 어려운 타이밍에 크레물린 궁 내 그의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어서 오시오. 강 회장!"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나를 환대하는 그였지만 '잘 지냈느냐는' 나의 인사에는 인상이 와락 찌푸려졌다.

"아니, 인상이 왜 그렇습니까?"

"말도 마오. 이놈의 대통령도 못 해먹을 짓이오. 의회에서는 사사건건 반대만 일삼고, 국민들의 삶은 나날이 팍팍해지니, 내 어찌 이 일이 즐거울 리가 있겠소?"

"허허, 그것 참.........!"

안타까운 음성을 토하며 나는 그가 권하는 자리에 앉았다.

"그래 무슨 일로.........?"

"한 마디로 러시아 경제가 어렵다고 들었습니다만?"

"죽을 맛이오. 해서 서방에 200억 달러 내외의 차관을 요청했더니, 이놈들이 글쎄......... IMF를 내세워 아주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며 저희들 입맛대로 요리하려 드니 원, 내 참........."

정말 기가 막힌 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옐친이었다.

"지난번 내 요구 조건을 들어주면 200억 달러를 내 융자해줄 용의도 있소이다."

"정말이오?"

내 말에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한걸음에 달려들어 덥석 미끼를 무는 옐친이었다. 그러더니 자신이 너무 성급했나 하는 표정이 되어 자신의 책상으로 달려가 서랍을 열었다. 거기서 꺼내온 것은 뜻밖에도 보드카 한 병이었다.

"드시겠소?"

내가 고개를 설레설레 젓자 그는 뚜껑을 따 병째 나발을 불었다.

"건강을 생각하셔야지요."

"이 판에 무슨 건강.........."

금새 아주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는 옐친이었다. 그리고 한결 신중해진 표정으로 물었다.

"구체적으로 요구조건이 뭐요?"

"5년 거치 10년 상환에 금리는 연리 1%. 그리고 내가 요구하는 조건은 극동공화국을 부활시켜 내가 수장으로 임명되는 동시에 완전 자치를 보장받는 것이오. 사법, 행정은 물론 군사 분야까지."

"행정은 그렇다 쳐도, 사법과 군사 분야는 좀........."

"지금은 극동군이나 태평양 함대의 실정은 각하께서 더 잘 아시고 계시지 않소? 제대로 임금 지불이 되지 않아, 무기까지 뜯어다 팔아먹는 판인데 더 내버려두면 그걸, 군이라고나 할 수 있겠소? 그나마 내게 넘겨주면 만약 러시아 연방이 위태로우면 도움이라도 주지."

"하긴 강 회장의 말이 어느 하나 틀린 데가 없으니........."

잠시 숙고하던 그가 힘없이 말했다.

"내 논의를 해보리다."

"논의는 무슨 논의? 나라 걱정하는 놈들 같았으면 나라가 이 모양이 되도록 내버려두었겠소? 알량하게 있는 돈마저 전부 서방은행으로 빼돌려 국고가 1억 달러도 안 되는 판에. 서방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서방으로 빼돌려진 돈만 해도 200억 내지 250달러 정도는 될 것이라고 추산하더이다. 이게 다 누구 돈이오? 설마 하루하루 간신히 연명하는 일반 국민들의 돈이란 말이오?"

"허허, 그것 참, 할 말 없게 만드시네."

쓴 입맛을 다신 그가 정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좋소! 그 대신 극동을 발전시켜 얼마를 연방정부에 세수로 주겠소?"

"20%!"

"그게 뭔 도움이 되겠소?"

"내 10년 안에 러시아 전체와 맞먹는 부를 극동에서 창출하리다."

"정말 그렇게 될 수 있겠소?"

"러시아 위정자 치고 극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오? 차라리 나 같은 사람에게 맡겨 개발을 촉진함은 물론 세수까지 상당액 확보하면 일거양득 아니겠소? 게다가 내 연방으로부터는 예산 한 푼 안 받으리다."

"허, 허, 그것 참.........! 호조건은 호 조건인데.........."

잠시 망설이던 그가 결심을 굳혔는지, 힘주어 말했다.

"좋소. 내 강 회장의 말대로 따르려니, 서로 문서로 보장합시다."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점은 듀마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 않겠소?"

"임명권이야 내게 있지만, 자치를 실현시킨다는 것이..........?"

"내 말이 그 말 아니오. 지금까지 싸우긴 했지만 잘 통과되었으니 잘 되리라 봅니다. 여기에 체르노미르딘과 고르바초프까지 내 의회 통과에 거들라고 협조를 요청할 테니, 잘 되지 않겠소?"

"일단 밀어붙여 봅시다."

"고맙소!"

우리는 새삼 악수를 나누고 각각 실무자들을 동원하여 오후 내내 문서작업을 완료했다. 그리고 그 이튿날 나의 제의가 기습적으로 이들의 국회에 상정이 되었다. 나는 이날 밤 고르바초프와 체르노미르딘을 별도로 만나 만찬을 개최하며 협조를 부탁했다. 이 당시 체르노미르딘 총리도 의회 내에 약 15%의 지지자들이 있었고, 고르바초프 또한 자신을 따르는 추종자들이 일정 수 이상 있었음은 자명한 일이었다.

============================ 작품 후기 즐겁고 유쾌한 한 주 되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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