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77화 (277/322)

< --90년 대-- >

"내가 볼 때 대정항공의 여객 부문과 제작 부문은 분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자본은 분리되어 있지만 사람은 한 사람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니 문제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제조와 서비스 산업은 엄연히 그 분야가 다르죠."

"이범석 조정실장의 말에 내가 말했다.

"혹시 실장님께서 대정항공의 제조 분야를 맡아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솔직히 저는 제조와는 거리가 먼 사람 아닙니까? 일생을 직업외교관 아니면 적십자 계통에 근무했는데 자신이 없습니다."

"흐흠.......! 그럼, 제조업에 강점을 보이는 사람을 선발해야 한다는 것인데........ 제지의 이 순국 사장은 어떻겠습니까?"

"제지와 항공은 완전히 다른 분야지만 무엇을 생산해낸다는 것은 같은 것이니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이 실장의 말에 내가 곧 비서실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 사장의 의사를 한 번 타진해 보고, 대정항공은 월드항공에 통합시켜 '코리

아 월드항공'으로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회장도 한 사람인데 말이죠."

"그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비서실장의 동의에 나는 그렇게 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퇴근한 그날 저녁이었다. 일찍 퇴근했기 때문에 아직 해가 남아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내가 퇴근하는 시간이 식사 시간이기 때문에 아내들은 물론 아이들도 하나 둘 모여들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 기억은 없지만 각자 저녁을 먹는 게 아니라 공동 취사를 하기 때문에, 모두 중앙의 미정과 내가 거주하는 공간에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학원을 간 다정과 철산을 빼고 모든 아이들이 다 모여들었는데 하나가 빠져있었다.

막내 소산이었다. 그래서 내가 명희에게 물었다.

"이 녀석은 왜 안 오는 거야?"

"밥 먹으라고 했는데.......... 제가 다시 가볼게요."

"가서 데리고 와."

"네."

잠시 후 명희가 녀석을 잡아끌고 왔다.

"뭐 하고 있었어?"

내 물음에 다섯 살 배기 소산이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

"텔레비전 보고 있었어요."

"무슨 프로?"

"만화 영화 예요."

"아무리 텔레비전이 보고 싶어도 식사시간이 되어 부르면 와야지."

"네, 알겠어요. 아빠!"

"다음부터 그런 일이 없도록 해라."

"네, 아빠!"

이때 수정이 한 마디 툭 던졌다.

"소산이는 안 먹어도 되겠네."

"그게 무슨 소리야?"

"저 살찐 것 좀 봐요. 디룩디룩."

그제야 나도 자세히 소산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확실히 과체중을 넘어 비만이었다. 나도 내심 수정의 말에 동의를 하고 한마디 하려는데 선수를 치는 사람이 있었다. 미정이었다.

"여보, 소산이는 어째 커 갈수록 북한의 김일성을 닮아가요?"

"뭐?"

미정의 말에 깜짝 놀라 무심결에 반문하고 자세히 살피니, 정말 외모며 체형이 김일성과 매우 흡사 했다. 김일성이 어렸을 때 영양섭취를 제대로 했으면 소산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김일성은 기골이 장대한데 반해, 명희를 닮아서인지 이대로 자라면 체격은 그에 조금 못 미칠 듯 싶었다. 그렇게 따지면 오늘날의 성형을 한 김정은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내심 우리 집안에 어디서 저런 놈이 생겨나왔나 싶었지만, 내 자식인 바에야 어찌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마음속으로는 미정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더 이상 언급되는 것이 싫어, 한 마디 툭 쏘는 것으로 말문을 막았다.

"쓸데없는 소리들 말고 어서들 밥이나 먹어."

나의 한마디에 모두 입을 닫고 식사에 열중했지만, 이때부터 나는 커가는 소산의 외모에 유심히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조회가 끝나자 최우선 무역 부문 사장이 보고할 것이 있다고 내 집무실을 찾아들었다. 이에 나는 기획실장과 비서실장을 불러 배석시켰다.

"동구라파 지사장 유춘생 이사의 보고서입니다."

말과 함께 두툼한 보고서 한 권을 내미는 최 사장이었다.

나는 이를 건성으로 대충 넘겨보며 물었다.

"주로 무슨 내용 이예요?"

"요즈음 소련에서 독립한 동구권에서 국영으로 운영되던 공장들의 매물이 많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특히 자동차 공장이 많고요, 호텔 등 다양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해보세요."

"불가리아에는 소피아 쉐라톤 호텔, 무역회관 건물, 루마니아에는 연산 20만 대 규모의 로대자동차 공장, 체코의 연산 7만5천대 규모의 AVIA사 자동차공장, 폴란드의 연산 22만대 규모의 국영자동차공장인 FSO 외에, 루블린 상용차 공장 등 아주 다양합니다."

"흐흠........!"

잠시 생각하던 내가 말했다.

"일단은 기획실에 넘겨 판단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회장님!"

최 사장의 답변을 들은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김 기획실장이 말했다.

"일단은 해외정보실에 연락을 해서 보고서 내용과 일치하는지, 여타 상세한 정보 등을 획득하기 위해서 그쪽으로 급파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판단이 서거든 그때 자세한 보고를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이로써 보고가 끝났다고 모두 일어서는데 노크와 함께 엔지니어링의 이 상백 사장이 들어왔다.

내게 인사를 꾸벅한 그가 걸어오면서 말했다.

"중국 정부가 광동성에 1천 메가와트 급의 원전2기를 건설할 예정입니다. 이어 산동성에도 같은 규모의 원전건설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뿐이 아니죠. 2020년 까지 해마다 1천MW급 규모의 원전 1~2기를 계속 증설할 것이라는 중국핵공업총공사(CNCC)의 계획입니다."

"그럼 대단한 규모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해서 긴급 보고 드리는 것입니다."

"이럴 때가 아닙니다. 비서실장님께서는 장쩌민 주석에게 내가 통화를 요구한다고 하세요."

김 비서실장이 급히 밖으로 나가자, 내가 양인을 보고 말했다.

"최 사장님께서는 이만 나가 보시고, 이 사장님께서는 더 정확한 정보와 함께 그런 규모의 원전 건설비용을 대충이라도 뽑아보도록 하세요."

"네, 회장님"

최 사장이 말과 함께 목례를 건네고 내 집무실을 나가는데, 이 사장은 그 자리에서 바로 답변했다.

"우리가 건설한 울진원전 3,4호기 형이라면, 2기에 총 43억~ 45억 달러면 수주 가능합니다."

"하하하........! 역시 이 박사이십니다. 즉석에서 이 정도 답변 정도는 나와 줘야, 실무에 정통한 사장이라 할 수 있지요."

"별 말씀을........"

나의 칭찬에 겸연쩍은 웃음을 짓고 있는 이상백 사장이었다. 이때 비서실장이 급히 들어오며 말했다.

"장 주석과 연결이 되었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때 장쩌민은 중앙군사위 주석은 물론 국가주석에 올라 명실공이 1인자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주석님! 강 대정입니다."

"오~! 잘 지내셨소?"

"네, 주석님도 편안하셨습니까?"

"물론이오. 그래 무슨 일로?"

"원전 건설이 많이 예정되어 있다면서요?"

"물론이오. 해마다 1천 메가와트 급으로, 해마다 한 두 기씩은 지어야할 것 같소."

"그 정도면 저에게도 정보 정도는 주셨어야지요. 아니죠. 아예 한꺼번에 3~4기 정도, 수의계약으로 우리 그룹에 발주해주세요."

"원전도 짓습니까?"

"그렇게 시침 떼시기 입니까?"

"하하하.........! 알았소. 근간에 한 번 방문을 해주오. 지금은 뭐라 못하고, 그때 상의하는 것으로 합시다."

"제가 5일 내로 한 번 찾아뵙는 것으로 하죠."

"알겠소. 내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리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주석님!"

"별 말씀을. 그럼, 그때 봅시다."

"네, 주석님!"

나는 웃음의 여운이 남은 밝은 얼굴로 두 사람에게 물었다.

"들었지요?"

"네, 회장님!"

"네, 회장님!"

"곧바로 출장준비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나는 손짓으로 두 사람을 내보내고 혼자 기분이 좋아 비실비실 웃었다. 그러나 나는 바로 북경으로 갈 수 없었다. 엉뚱하게도 강택민이 두 사람을 대표로하는 사절단을 한국에 급파했기 때문이었다. 그 두 사람은 왕충우(王忠禹) 국가경제무역위원회 주임과 이매방(李每放) 중국핵공업총공사(CNCC) 사장이었다.

이들은 나와 이상백 사장을 비롯한 우리 그룹 주요 임원들과 함께 우리가 건설한 울진원전 3,4호기를 자세히 둘러보며 많은 질문을 하는 것은 물론 끝내는 견적서까지 받아갔다. 그로부터 1달이 흐른 시점에서 강택민은 나를 정식으로 중국에 초청했다. 기꺼이 강 주석을 면담한 나는 그로부터 환대를 받는 것은 물론, 그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한 건의 공사 계약 건과 함께 다양한 협정을 체결케 해주었다. 즉중국핵공업총공사(CNCC)와 기술협력협정을 체결하고, 광동성원전과도 기술협력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뿐만 아니라 1천MW급 광동성원전 2기를, 총 43억 달러에 건설해주기로 최종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가서명이었다. 본 서명은 이들이 생색을 내기 위해 얼마 안 있으면 있게 될, 노 통과 강 주석 간의 정상회담 시에 하기로 최종 의견 조율이 된 것이다. 이어 나는 김재익 기획실장으로부터도 동구권의 인수 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몇 건의 인수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즉 불가리아 소피아의 쉐라톤 호텔 인수 건, 다른 자동차 공장은 모두 배제하되, 미국 GM과의 인수전이 지지부진한, 폴란드의 국영자동차공장 FSO에 대한 인수 논의 건이었다. 나는 이를 위해 이범석 전략기획조정실장을 동유럽 현지 나라에 급파해 인수 논의를 벌이도록 했다. 그 결과 우리는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 있는 쉐라톤 호텔의 지분 67%를 2천2백3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고, 추가로 5년에 걸쳐 5백만 달러를 더 투자해 개보수를 완비하기로 했다. 이 쉐라톤 호텔은 약 1천 평 규모로 지상 6층 지하 2층 규모로 200개의 객실이 있으며, 호텔 내에는 헬스클럽, 비즈니스센터, 카지노, 사우나 시설 등을 갖추고 있는 고급호텔이었다. 대통령궁과 닿아 있는 이 건물은 육중한 대리석으로 지어져 외관이 중후할 뿐만 아니라, 불가리아에서는 단 두 개뿐인 오성급 호텔로, 평소에도 90% 이상의 객실이 대여되는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호텔이었다. 이 외에도 우리는 불가리아에서 추가로 무역센터 회관 건물을 7천만 달러에 인수해 이곳에 대정자동차 현지 판매법인을 두기로 했다. 그러나 우리가 마음에 두고 추진 중인 폴란드의 국영자동차공장 FSO 건은, 최종 의견 조율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있어, 완전 타결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직접 나서서 최종 담판을 짓기로 하고, 급거 폴란드로 날아가게 되었다.

============================ 작품 후기 후의에 감사드리고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후의에 감사드리고요!

^^감사합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