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75화 (275/322)

< --90년 대-- >

나는 이들을 바라보며 몇 가지 제안을 더하기 위해 총무이사에게 확인을 했다.

"지금 우리 그룹의 정년이 만 55세 맞지요?"

"네, 그렇습니다. 회장님!"

고개를 끄덕인 내가 말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아니 다가올 시대의 환경에 따라, 인사정책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어요. 해마다 1호봉씩 올라가는 호봉 제도를 0.5봉 정도로 적게 올려주는 대신, 직무에 따른 수당이나 성과급을 더 주어, 회사에 기여하는 사람과 어영부영 묻어가는 사람들을 차별화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대신."

여기서 말을 끊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한 번 돌아본 나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정년은 60세로 연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발전하는 시대의 추이에 따

라 시간제 근무를 채택하되, 이는 주로 여성에게 적용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아침에 제기된 출산휴가, 육아 후 복직 문제 등도 이번 기회에 세심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종전에 제안한 안식년제도와 함께 말이죠."

"알겠습니다. 회장님!"

오 이사가 굳은 표정으로 씩씩하게 대답했다. 이후 나는 이들을 이끌고 주변시설을 한 바퀴 돌아보다가 연수원 식당에 이르렀다. 식당 하나가 얼마나 큰지, 이쪽에서 저쪽 끝을 살펴보면, 그 사람이 어느 사람인지 모를 정도였다.

"한꺼번에 몇 사람이 식사를 할 수 있나요?"

"동시 5천명 수용입니다."

우 면호 전무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내가 물었다.

"여기에 소모되는 쌀이랑 부식 등도 만만치 않을 텐데, 이런 것들을 어디서 조달하고 있습니까?"

"구매부서에서 일괄 경매를 붙여 제일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 곳에 낙찰시켜 공급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총무이사의 발언에 고개를 끄덕인 내가 말했다.

"가격 경쟁 면에서는 그게 우리 그룹에 도움이 되겠지요. 그러나 앞으로는 꼭 그렇지도 않을 거예요. 벌써부터 서서히 나타나고 있지만 님비현상이 앞으로 더욱 거세게,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게 될 거예요.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만."

"앞으로는 먼저 현 공장이 위치하고 있는 도시를 먼저 배려하는 정책을 채용하도록 하세요. 연수원이 있는 이곳을 예로 든다면 옛날 이곳에 광산이 있을 때는 용출되는 갱내수(坑內水), 선광에서 나오는 부유물들을 제대로 정화도 않은 채 버린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당시는 민도가 낮아 이를 이의 제기하는 주민들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시대적 환경이 변했잖아요?"

"그러니까 평소부터 좀 저속한 표현으로 주민들에게 환심을 살 필요가 있어요. 해서 이곳 주민들을 1차로 위하는 정책을 펴라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든다면 경비, 식당 종사자, 시설 관리자 등 전문적 기술보다는 허드렛일에 속하는 것들은, 이 지역 주민을 우선 고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내 얘기 무슨 말인지 알겠죠?"

"네, 회장님!"

"대충 둘러볼 것은 다 둘러 본 것 같습니다. 해서 내가 여기 내려온 길에 특강을 한 번 하고 갈 테니, 시간을 한 번 내주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우 면호 연수원장이 씩씩하게 대답을 했다. 그로부터 30분 후.

대강당에는 연수를 받고 있는 신입사원 8천 명이 일시에 운집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1만6천 개의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가 내게 생생히 전해져왔다. 나 또한 이에 감응되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다.

"우선 서류심사에서부터 따지면 22;1의 경쟁률을 뚫고 우리 그룹에 당당히 합격한 여러분들에게 축하를 전합니다. 여러분들이 확실히 인재는 인재인지 8천 명 전원이 한 사람도 낙오 없이 이 어려운 연수과정을 통과하고 있음에.........."

"아닙니다. 회장님! 딱 두 사람이 낙오했습니다."

"저런, 저런........."

우 면호 부장의 이의 제기에 간부들 간에도 혀 차는 사람이 나오고 나도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그러나 이 정도 위기에 흔들린다면 이제 세계 도처의 종업원들까지 20만 이상을 거느린 집단의 총수라 할 수 있겠는가.

"하하하........! 우리 연수원장이군요. 저렇게 분위기도 모르고 앞뒤로 나서는 바람에 전의 주택공사에서 딱 부장까지 진급하고 짤린 것을 제가 구제해준 사람입니다."

하하하.........!

내 말에 신입사원들의 웃음소리가 굉량하게 터졌다. 그 웃음이 잣아들 무렵.

"그러나, 나는 저렇게 소신 발언을 하는 우 원장 같은 분을 사랑합니다. 만약 저나 더 높은 사람들이 이렇게 하자고 제안을 하는데, 자신의 생각에는 그것이 옳지 않아요. 그 길로 가면 이러 이러한 이유로 망하는 지름길로 가는 거예요. 그런데도 찍힐까봐, 또는 인사상의 불이익을 당할까봐, 상관의 말이라면 무조건 '예스(yes)'하는 사람만 모아 놓아 보세요. 그 집단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내가 위에서 예를 든 바와 같이 여러분들은 소신 있고, 또 하나 꿈과 열정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꿈과 열정이라는 말은 누구나 쉽게 하는 말입니다만, 여기에 성공의 키워드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소망과 공포라 합니다. 여러분들이 우리 그룹 안에서 나는 기필코 이 회사의 최고직위까지 오르겠다는 꿈을 품고 부단히 노력해 주시고, 또 열정적으로 일해주시기 바랍니다."

"열정! 위대한 과학자 뉴튼이 연구를 하다가 시계를 계란으로 잘못알고 삶은 이야기라든지, 에디슨이 자신의 발명을 위해서는 4시간 이상 취침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여러분도 잘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처음 시작하는 이 순간부터 꿈과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온갖 혜택이 주어지는 이사(理事) 이상은 최소한 승진되리라 봅니다. 소위 별을 다는 것이죠."

"처음에는 모두 꿈과 열정으로 열심히 합니다. 그러나 세월이 조금 지나면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서 앞으로 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자가발전을 못하고 중간에 낙오하는 사람도 여러분들 중에는 분명히 나올 것입니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열 사람 중에 두 세 사람이 열심히 일한다면, 중간의 두 세 사람은 그럭저럭, 나머지는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성과물에 묻어가는, 막말로 하면 기생을 하는 인간이 되는 것이죠."

"나는 여러분들이 전부 선두에 서서 열심히 이끄는 사람이 되길 원니다. 그렇지 않고 내 스스로가 소위 묻어가는 사람이라 생각되어 진다면, 회사에서 무어라 하기 전에 스스로 사표 쓰고 나가세요. 내 말이 너무 심합니까?"

"아닙니다!"

"좋습니다."

"우리 회사에는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위해 올해부터 재충전의 기회를 드리려고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안식년제도가 그것입니다. 5년 정도 일한 직원들에게는 3개월, 10년은 6개월, 20년은 최장 1년 정도의 휴식을 주어, 자기 계발과 재충전의 기회를 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아직 확정되지 않은 안이나, 조만간 그 기간만 조금 다를 뿐 분명히 채택될 제도입니다. 해서 중간 중간에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마련해 줄 테니, 열심히 일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회장님!"

나는 신입사원들의 열정적인 답변을 들으며 물로 목을 축이고 돌연 한 사람을 호명했다.

"여기 신입사원 중에 '정 용훈' 사원 있습니까?"

잠시 서로를 돌아보며 누군가를 찾는데 중간 열에서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더니 답변을 했다.

"네, 회장님!"

"단상 앞으로 나오세요."

내 말에 어쩔 수 없이 단상 앞으로 뛰어나오는 내 처남이었다. 즉 미정의 막내 동생이었던 것이다.

나는 긴장을 해서 부동자세로 서 있는 정 용훈을, 신입사원들이 잘 보이도록 그들 앞으로 돌려세우고 물었다.

"여기 있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아는 사람 있나, 서로를 돌아보나 알 턱이 없는 신입사원들이었다. 곧 큰 대답이 들려왔다.

"모릅니다."

"아마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우리 회사 간부들도 아무도 모릅니다. 내 솔직히 말하죠. 내 처의 동생 즉 처남입니다."

'우와.........!'

'저런, 저런.........!'

'누군 좋겠네!'

내 말에 온갖 반응들이 쏟아졌다. 나는 이들이 잠잠해질 때까지 좀 더 기다렸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사람이 특혜로 입학했느냐? 절대 아닙니다. 여러분과 똑같이 경쟁해서 당당히 합격한 사람입니다. 그 예로 작년에 우리 그룹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맞습니다. 작년에 떨어졌지만 올해는 열심히 해서 합격했습니다."

"들으셨지요?"

"네!"

부동자세로 답하는 정용훈의 답변을 듣고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소리로 답하는 신입사원들이었다.

"이는 무엇을 말 하느냐? 여러분들도 잘 알다시피 우리 그룹은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처남이라고 봐주는 일도 없고, 그렇다고 역 차별하는 일도 없습니다. 제가 열심히 하면 승진할 것이고, 아니면 도태될 것입니다. 이는 내 자식이라고 예외일 수가 없습니다. 내 이 자리에서 분명히 단언하건데, 아무리 내 아들이라 해도, 능력이 없으면 절대 우리 그룹 아니, 더 나아가 그룹의 방계 회사 사장 자리 하나도 못 오를 것입니다."

"역사를 보십시오. 단명 하는 왕조에는 분명히 고생을 모르는 철부지 2, 3세가 이어받아, 정사를 그르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납니다. 해서 백 년 아니, 천 년 그룹을 꿈꾸는 우리 그룹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내 자식이라도 능력이 안 된다면 그냥 밥은 먹고살게 할 생각이지만, 절대 수장 자리에는 오르지 못할 것입니다. 모두 유능한 전문 경영인에게 맡겨 끌고 가게 할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왜 이 말을 하느냐? 그 의도를 여러분은 잘 아시겠지요?"

"네! 회장님!"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반응이었다.

"그렇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은 공정한 게임의 출발선상에 서 있습니다. 출발의 총성이 울리기 직전입니다. 아니 이미 울렸는지도 모릅니다. 꿈과 열정, 여기에 지치지 않는 부단한 자기 자신의 계발과 노력, 더 나아가 부화뇌동하지 않는 올곧은 소신을, 나는 여러분들에게 요구합니다. 정상에서 만나는 그날까지 우리 다 함께 노력합시다. 감사합니다!"

와아..........!

함성과 박수 속에 나는 단상을 떠났다. 이날을 기점으로 내 처남 정용훈은 한동안 우리 그룹의 스타가 되었다. 오늘의 내 특강을 연수원에서 비디오로 촬영해, 한동안 교재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늦었습니다!

^^오늘도 즐겁고 유익한 하루되시길.........!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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