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70화 (270/322)

< --90년 대-- >

제일 먼저 새로 인수한 두 회사 즉 '팬 아메리칸 월드항공'과 '이스턴 항공'에서 팬암의 '아메리칸'만 드러내, 그 자리에 합병한 이스턴 항공의 '이스턴'만을 집어넣어 회사명을 변경한 나는, 곧 바로 캐스퍼 와인버거 전 국방부 장관을 사장실로 불러 단독 면담을 가졌다. 그 시각이 조금은 이른 오전 9시였다.

"어쩐 일로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저를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특별고문님과 상의할게 있어서요."

이때 지사에서 동원된 여직원이 차 주문을 받으러 들어왔으므로 우리의 대화는 잠시 중단되었다.

"뭐로 하시겠습니까?"

"블랙!"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와이버거는 바로 대답을 했다. 반면에 나는 내가 먹는 커피의 비율을 상세히 설명하고 물었다.

"되겠습니까?"

"대신에 진한 우유를 좀 타면 안 되겠습니까?"

"없으면 그렇게라도 해오고 다음부터는 준비 좀 해놓으시오. 내 돌연 불쑥 불쑥 들릴 테니."

"네, 회장님!"

날씬한 금발의 여비서가 커다란 엉덩짝을 흔들며 나가자 나는 바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세계 최대의 항공사는 출범시켜놨지만 걱정이 많습니다. 해서 특별고문님께서 이 짐을 좀 같이 나누어 지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월드 항공의 사장을 맡아 주시죠?"

"그러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많고, 항공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

손까지 저어 겸양하는 와인버거였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연세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사에 대한 경험이 많다는 것이니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국방장관 직도 경험이 있어서 한 것은 아니잖습니까?"

"그러긴 합니다만........."

"제가 뒤에서 열심히 써포트해 드릴 테니, 이 거대 항공사를 한 번 멋지게 살려놔 주시죠?"

"허허, 그것참.........!"

1917년 생으로 우리나라 나이로 따지면 75세의 노 정객은 백발에 주름을 만들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샌프란시스코 출생으로 하버드 법대를 나와 캘리포니아 주 의원, 주 공화당 중앙위원회 의장, 캘리포니아 주 예산국장, 연방교역위원장, 행정관리예산국장, 후생교육장관, 공화당 정부의 국방장관 등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가 그였다.

그런 그 이지만 세계 최대 항공사라는 공룡을 만나서는 선뜻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다시 한 번 권유를 했다.

"이런 일생일대의 한 번 만나기 어려운 항공사의 사장직을 수행한다는 것을 짐으로 생각지 마시고, 생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는 꿈의 향연장으로 생각하시고, 지금까지의 경륜을 마음껏 한 번 펼쳐보시죠?"

"좋습니다. 회장님의 말씀에 결심을 했습니다. 정말 내 생애에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한 번 더 돌아오겠습니까? 생애의 마지막 봉사 기회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등록일 : 14.03.18 00:41조회 : 5476/5486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새삼스럽게 노 정객의 푸른 정맥이 돋은 손을 굳세게 잡아갔다.

와인버거 또한 만족한 미소를 띠우고 내 손을 굳세게 잡아왔다. 이때 여비서가 차를 들고 들어왔으므로 우리는 손을 놓고 각자의 차를 마셨다. 나는 그가 사장직을 허락하지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갔다. 나는 잠시 허공을 바라보다가 아주 심각한 안색으로 입을 떼었다. 바라보다가 아주 심각한 안색으로 입을 떼었다.

"팬암의 몰락 원인을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글쎄요. 정부의 규제철폐로 인한 항공사의 난립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요?"

"과연 그럴까요? 나는 이 파산 직전의 이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운을 뗀 내가 더욱 비장미를 더해가며 말을 이어갔다.

"팬암은 항공사업의 개척자이며, 세계로 가는 환상의 항공사로 불리던, 파란 지구 로고의 팬암 항공, 지금까지도 '위대한 미국(Great America)'의 상징으로 미국인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습니다. 태평양 횡단 여객항로를 최초로 개척했으며 또한 최초로 제트여객기의 상업화를 이룬 항공사, 팬암은 미국의항공업계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미국 경쟁력의 상징이었습니다. 이렇게 미국을 상징했던 팬암은 각종 항공테러의 목표가 되기도 했지만, 미국정부의 팬암 항공지원 정책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카터 정부의 규제철폐로 인한 보다 수월한 항공사 설립에 이들은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초기의 세계적인 오일파동으로 인한 항공연료가격의 상승, 재무손실 증가, 독점적 규제 철폐로 인한 더욱 강력한 신규경쟁항공사의 출현, 정부의 지원축소 등의 위기의 징후들이 연속해서 나타났을 때, 이들은 과연 무엇을 했습니까?"

"팬암은 이러한 여러 위험신호에도 불구하고, 이전 독점시절의 습관처럼 비대한 지출형태 및 오만한 영업, 관리행태를 고수했습니다."

"........."

나의 열변에 묵묵부답 경청만 하고 있는 와인버거였다.

"팬암 파산의 진짜이유에 대해서 뉴스위크(Newsweek)지는 정부의 규제철폐가 아니라,'필요한 것을 빨리 학습(learning)하지 못한 연유'라고 보도했습니다. 즉 팬암은 '격동하는 세계에서 어떻게 경쟁해야 하는지에 대해 결코 학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학습하지 않능 결과 즉 팬암 몰락의 진짜 원인들을 짚어볼까요?"

여기서 나는 먹다 남은 커피로 목을 축이고 열변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첫째는 전문가 채용의 실패입니다. 항공사의 경영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큰 방법은 전문가를 초빙하는 것입니다. 미국 뉴스위크지는 팬암 항공의 몰락에 대한 기고를 통해서 팬암은 회사가 절벽 끝으로 내몰리는 데에도 불구하고, 경영진 누구하나 항공전문가 영입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두 번째는 자신의 존재 가치의 상실입니다. 팬암항공은 창업자의 2세에 의해 회사가 운영이 됐는데 창업자 2세는 항공경험이 전혀 없는 기업인에게 회사 경영을 맡기고 결재만 했습니다. 팬암의 이 같은 경영형태에 대하여 뉴스위크는 눈을 감고 운전을 하는 드라이버에 비유를 하면서 항공사의 경영이 무엇인지 모르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겼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자신들이 독점시절의 향수에만 젖어 여러 경쟁력 있는 항공 회사들이 출현했는데도, 여전히 방만한 경영과 오만한 영업, 팬암의 미소로 불리는 기식적인 직업 미소, 여기에 신뢰를 상실케 하는 잦은 테러, 이런 이유로 자신들의 존재가치가 상실되는 지도 모르는 채 상실되어 가도, 이를 모르는 창업자 2세의 무능과 여러 복합된 원인이 이런 결과를 불러왔겠지요."

"셋째는 시간을 다투는 사업에 항공기가 아닌 자전거로 대처를 했다는 것입니다. 팬암의 경영진들은 항공사의 회생을 위해 1년간 각종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그들의 대응 방식은 자전거를 타고 미국 횡단을 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당시 아메리칸 항공의 경우 회사의 이상 징후가 발견이 되면서, 경영진 모두가 회사 회생을 위해 지혜를 모우고 있을 때, 팸암의 경영진을 회장의 얼굴만 쳐다보면서 손만 벌리고 있었다는 얘기이니 안 망하면 이상하죠."

"넷째로 무능을 무능이라고 깨닫지 못하는 오너의 무능함이죠. 팬암을 설립한 주언테리 트립은 1981년에 세상을 뜨면서, 2세에게 회사 경영을 맡겼지만, 항공운송사업에 문외한 이었던 2세는, 일반기업에서 근무 이력이 있는 전문경영인을 항공사 경영을 위탁을 하고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한마디로 결재는 할 줄 알았지만, 자신이 무엇에 사인을 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무능함이, 세계 제1의 항공사의 경영권을 인수한지 약 10년 만에 부도로 막을 내리게 한 것입니다."

나의 말이 진행 될수록 굳어지던 얼굴이 종래는 딱딱한 외피의 갑각류 얼굴이 된 와인버거가 심각한 음성으로 내게 질문을 했다.

"그렇다면 전문가를 초빙에 사장 자리에 앉혔어야지, 나 같은 문외한을 사장으로 앉힌다는 것은 팬암의 전철을 다시 밟는 것이 아닙니까?"

"그것은 한마디로 제가 검은 머리 이방인이기 때문입니다."

"네?"

내 말을 이해 못하고 즉각 반문하는 와인버거였다.

"팬암이 이 지경이 되어도 동종 업계는 어느 하나 인수하려 하지 않고 방관만 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그들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중남미, 유럽 등 전 세계를 커버하는 노선권만 탐냈지, 이들의 자산과 인력은 탐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폐기처분할 것이 너무 많다는 얘기 아닐까요? 아무튼 우리가 이제 이를 인수했으니, 어떻게 되겠습니까? 미국 조야가 시끄러울 것입니다. 해서 이때 정치적 외풍을 막아달라는 것이 제 진정한 의도입니다. 하고 전문경영인이 하지 못할 과감한 큰 틀에서의 결단 즉, 굳어버린 머리의 중역들은 전부 내쫓고, 오래되어 기름과 정비시간만 잡아먹는 노후기종은 과감히 퇴역시켜야죠. 화려한 외형 경영이 아니라, 수익을 우선하는 내실 경영 그것이 제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물론입니다. 제 존재가치가 분명 있군요."

"그렇습니다."

"어떻든 큰 틀은 벌써 회장님께서 결정하셨으니, 저는 전문 경영인을 영업해 세세한 경영은 그에게 맡기고, 정치적 외풍을 막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기에는 슐츠의 도움도 필요한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 분은 지금도 미래도 우리의 특별고문님이십니다. 모든 방면에 같이 도움을 드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이제 좀 더 세부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요?"

"네!"

"내 팬암 항공기 보유현황 및 주문현황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에어버스 A310-300 12대, 에어버스 A320-200을 50대나 주문해놨더군요. 조금은 있으면 더 뛰어난 비행기들이 속출할 텐데, 너무 과한 주문 같습니다."

"그것은 제가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곤란하고 전문가가 영입되면 충분히 상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문가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제 생각에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CEO 허브 켈러허 (Herbert D. Kelleher) 같은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올 1월부터 'Triple Triple Crown'(3개월 연속의 삼관왕)라고 광고 전개를 하는 저가 항공사 사장을 말하는 군요."

"지금은 국내노선만 뛰지만, 장차 크게 우리를 위협할 것 같습니다. 경영을 아주 잘 하고 있어요."

"국내노선이라도 현재는 일부 노선만 취항하고 있으니, 이스턴 항공과도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우리와 합병을 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를 CEO로 앉히면........."

"교섭을 해보세요. 자본금도 뉴욕증시에 상장해서, 200억 달러로 증액하는 방법도 같이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요.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신속히 집행을 하시고요."

"잘 해 봅시다. 영원한 세계 최고 최대의 항공사가 되도록."

나는 다시 한 번 와인버거 사장과 굳은 악수를 교환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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