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60화 (260/322)

< --雄飛-- >

서 고문과 채 전무를 보내고 나는 모처럼 해가 있어서 퇴근을 했다. 집에 돌아오니 미정이 반갑게 맞았다.

"어머, 어쩐 일로 벌써 들어오세요."

"당신이 보고 싶어서."

"말만이라도 고맙네요.'

"말만이 아니야."

나는 가볍게 그녀의 입술에 뽀뽀를 했다.

"어머! 감기 옮아요,"

"아직 다 안 나은 거야?"

"아직은 요. 80% 정도."

"감기에는 특효약이 없어."

"술 드셨어요?"

"응. 오랫동안 함께 근무했던 사람이 떠나니 서운하네."

"누군데요?"

"당 신도 알걸? 서 고문이라고. 특허를 전문으로 많이 취급했지."

"알지요. 그 영감님 이제 은퇴할 때도 됐죠. 정말 오래 한 솥밥 먹은 사람이 떠나서 서운하겠네요."

"응. 아직 몸이 그러면 보약을 한 재 지어먹지?"

"한약은 솔직히 잘 믿음이 안 가더라고요."

"왜?"

"양약 같이 제대로 약효가 규명된 것도 아니고, 임상실험을 거치는 것도 아니고."

"수백 년간 우리나라 조상들의 몸으로 임상실험을 한 것 아니야?"

"백 번 양보해 그렇다 쳐도 약효는 어떻게 과학적으로 증명하죠."

"그것이 한약의 단점이지. 그러니 예전 노인네들한테는 대접을 받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푸대접을 받는 것 같아."

"이번 기회에 한방병원도 세계에서 제일 크게 세워, 약효도 이론적으로 규명하고, 오랜 기간 임상실험도 행해 그 결과도 발표하면 한방도 세계적인 대세가 될 텐데."

"우와. 대박! 당신 말대로 한 번 해볼까?"

"네, 그래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명성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알았어."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기획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회장님!"

"한방 말이오."

"양방, 한방 할 때의 한 방 말입니까?"

"그렇소. 이 한방 병원을 세계적으로 한 번 육성하는 것은 어떻겠소? 대대적으로 유명한 명의들을 뽑아 진료는 물론, 산하에 많은 연구원들을 두어 약효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무슨 특정한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있다면 오랫동안 임상실험을 통해 그 결과도 발표하는 것이오. 그리고 한의학과도 신설해 후진도 양성해 더 많은 연구도 행하고."

"좋은 아이디어십니다만, 경제성은 좀 떨어질 것 같은 데요?"

"복지차원으로 접근합시다. 우리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알겠습니다. 회장님! 구체적인 기안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하겠소."

"네, 회장님!"

"퇴근 안 하오?"

"아직 시간도 남았고, 오늘은 미처 마치지 못한 업무가 있어서 야근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적당히 하시오. 몸도 생각하면서."

"네, 회장님!"

"수고하세요."

"네, 네!"

나는 바로 전화를 끊고 샤워실로 향했다. 그로부터 열흘 후.

나는 캐나다, 미국 및 멕시코를 방문하게 되었다. 봄바디어(Bombardier) 그룹을 방문해 MOU 상태인 것을 정식으로 조인해, 효력을 발생케 하고, 미국 자동차 공장에 준공식에 참석하며 또 멕시코를 방문해, 멕시코 내의 무선통신사업과 전자공장 설립에 대한 약정을 체결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이에 해당하는 사장들과 여타 수행원들을 데리고 캐나다 몬트리올로 출국을 하게 되었다. 내가 공항에 도착하자 봄바디어 그룹의 회장 겸 CEO인 피에르 로로티가 중역들과 마중을 나와 있었다.

반갑게 악수를 나눈 우리는 그들이 제공하는 차를 타고 그룹 사무실로 향했다. 회장실에 도착한 우리는 바로 비즈니스에 착수했다. 두 개가 준비된 계약서에 서명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었다.

나는 이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다시 한 번 그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영어와 한국어로 각각 작성된 계약서의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1 봄바디어 그룹은 대정그룹이 4억 달러를 출자함으로서 항공사 지분 20%를 1 봄바디어 그룹은 대정그룹이 4억 달러를 출자함으로서 항공사 지분 20%를 양여한다. 2 봄바디어 그룹은 대정그룹에 철도차량 및 항공기에 대한 기술지원을 한다.3 봄바디어 항공은 대정그룹과 함께 개발할 'Q400' 항공기에 대한 기술지원은 물론 이를 전량 한국에서 제작하여 세계 시장에 판매한다.4 봄바디어 항공은 대정그룹이 원할 시, 수륙양용 폭격기 CL-415에 대한 제작 기술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준다.5위의 조건으로 출자금 20억 달러의 대정항공 지분 5%를, 대정그룹은 봄바디어 그룹에 제공한다. 부기: 대정항공은 금일부로 Q300 3대를 각각 1,600만 달러에 긴급 제작 의뢰한다. 나머지 40대는 한국 현지 공장에서 제작한다.

모년 모월 모일봄바디어 그룹 회장 겸 CEO 피에르 로로티사인대정그룹 회장 강 재정인계약서 내용이 우리와 협상을 벌인 내용과 하등 다름이 없으므로 나는 각각 1부에 곧 서명을 했고, 피에르 로로티 또한 사인을 했다. 둘은 이를 서로 교환하고 다시 한 번 굳건한 악수를 나누었다.

"이로써 한국의 대정그룹은 우리의 형제기업이 되었습니다."

로로티의 말에 나 또한 화답했다.

"대정그룹 또한 봄바디어 그룹이 더욱 번창하기를 바라겠고, 앞으로도 오늘의 이 관계가 변치 않고 지속되기를 희망합니다."

"하하하........! 그럽시다!"

여전히 놓지 않은 손을 더욱 열심히 흔드는 로로티였다. 나 또한 이에 호응하며 빙긋이 미소 지었다.

"식사나 하고 가시죠."

"아칸소 주 자동차 공장 준공식이 있어서 바로 그곳으로 가봐야 합니다."

"세계 곳곳에 자동차 공장도 세우니 역시 대정은 대단한 그룹입니다. 이런 대정과 형제가 된 것을 나는 크게 기뻐하는 바입니다. 서운하지만 꼭 가셔야겠다면 약속대로 저희 비행기 편이 준비되어 있으니 타고 가시죠. 기내식 또한 모두 준비 되어 있으니, 큰 불편은 없을 것입니다."

"감사하오. 내 회장님을 오늘 정식으로 초정하니 근간에 한 번 짬을 내어 한국을 한 번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꼭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형제가 형제를 찾지 않으면 자꾸 멀어질 테니, 이는 안 될 일이죠. 하하하........!"

"하하하.........! 그럽시다."

화술이 뛰어난 로로티와 다시 한 번 굳건한 악수를 나눈 우리는 자가용 비행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날 저녁 우리는 아칸소 주의 주도 리틀 록(Little Rock)에 도착했다. 우리는 곧 예약한 호텔로 직행해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 날 오전 9시가 되자, 예정에 없던 이 준구 씨가 나를 방문하여 나는 그와 환담을 나누게 되었다. 미국 명 '준 리(Jhoon Rhee)'라 불리는 이 사람은 미국에서도 아주 저명한 사람이었다. 태권도 10단으로 미국 곳곳에 태권도장을 소유하고 있으며, 수백 명의 미국 상하의원들을 제자로 두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현 대통령인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또한 그의 제자이기도 했다. 나는 미국지사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이 사람을 초청한 결과, 행사시간인 10시에 행사장으로 오지 않고 내 숙소로 미리 찾아오는 바람에 나는 이를 맞지 않을 수 없었다.

"어서 오시오. 준 리!"

"반갑습니다. 강 회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를 맞아 내가 손을 내밀자, 작달막한 키의 그가 내 손을 감아쥐는데 역시 그 악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이 쪽으로 앉으시죠."

"고맙소. 내 듣기로 강 회장도 태권도를 배운 것으로 아는데?"

"공인 7단입니다."

"뭐요? 대단한 실력자가 아니오? 반갑소, 반가워!"

새삼스럽게 다시 악수를 청하는 이 준구 선생이었다. 나는 빙긋이 웃으며 물었다.

"처음 태권도를 배운 곳이 청도관이라고 하신 것 같은데, 맞습니까?"

"그렇소."

"저 역시 청도관 출신입니다."

"이렇게 반가울 때가. 하하하........!"

웃음으로 기쁨을 표시하는 이 준구 선생이었다.

"이곳 아칸소 주에도 태권도장을 소유하고 계시다고요."

"이곳뿐이 아니오. 이제는 미국 전역에 우리의 태권도장이 없는 주가 없다시피 하오."

"참으로 큰일을 하셨습니다."

"다 한국의 국위를 선양하기 위한 일이지요. 그러고 보면 강 회장도 크게 국위를 선양하는 것 아니오? 자동차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 한국인이 자동차 공장을 세우다니 말이오."

"그렇게 보면 그렇습니다."

"이제 강 회장으로서는 본격적으로 미국에 사업체를 두게 되지 않았소. 그래서 하는 말이 오만, 이곳도 제대로 크게 사업을 하려면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것은 물론 정치헌금도 해야 하오. 내 제자들이 상하 양원에 많이 분포해서 잘 알지만, 큰 이권을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좋소."

"선생님이 권하는 대로 그렇게 할 테니, 저를 많이 도와주시죠."

"이를 말이오. 같은 한국인끼리 안 돕는다면 누가 우릴 돕는단 말이오. 내 앞으로 적극 도와줄 테니 그 문제는 걱정 마시오."

"감사합니다. 선생님!"

"해서 말 이오만 한 50만 달러만 매년 의회에 기부를 하시오."

"기부를 해도 어느 당에 얼마 이렇게 비율을 정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소. 지금은 공화당이 집권을 하고 있으니, 6:4 정도로 하는 게 좋겠소. 민주당이 집권하면 그 반대로 하고."

"알겠습니다. 선생님의 말대로 하겠습니다."

"큰 사업을 하려면 절대 아까워하면 안 되오. 평상시에는 모르지만 이권이 걸린 싸움이 벌어지면 그 때는 헌금을 한 기업과 안 한 기업과는 큰 차이가 날 테니 그런지 아시오."

"알겠습니다. 선생님!"

"얼추 시간이 되어가는 것 아니오?"

"가보실 까요? 그럼."

"그럽시다."

우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호텔을 나와 지사에서 미리 렌트한 차에 올랐다.

차는 곧 북쪽의 노스 리틀로 향했다. 우리의 공장이 그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칸소 주를 관통하는 아칸소 강을 건너, 강안 북쪽 30만 평에 우리 공장은 위치하고 있었다. 옆에는 철도차량 공장이 위치해 있었다.

이 터를 아칸소 주는 무상으로 우리에게 50년 동안 임대해주었으며, 진입로까지 주에서 모두 포장을 해주었다. 그 바람에 우리는 이곳에 공장만 지으면 되었다. 우리가 다리를 건너 북쪽으로 조금 달리자 새로 포장한 도로가 나타났고, 이정표도 세워져 있었다.'대정오토 아칸소 공장' 이라 쓰인 이정표였다. 잡초만 무성한 초원지대를 가로지른 도로를 따라 조금 더 달리니 우리의 공장이 위용을 보이기 시작했다. 4층 건물 높이의 조립식 공장 두 동과 식당 사무실로 쓰이는 단층의 아담한 조립식 건물이 평원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활짝 열린 문을 들어서니 행사장으로 쓰일 일 공장 앞 공터에는 수많은 근로자들이 운집해 있었고, 많은 내외귀빈들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의 출현에 이탈리아에서 직접 온 자동차 사장 세르지오가 달려 나와 내가 탄 차량 앞에 섰다.

경호원들이 열어주는 문을 열고 나온 나는 곧 세르지오와 악수를 나누었다.

"잘 지냈소?"

"네, 회장님! 미국 본토에 까지 우리의 공장을 세우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하하하........! 이 정도로 감격해서야 어디 쓰겠소? 앞으로 세계 곳곳에 공장을 세워야 할 텐데."

"그러게나 말입니다.

"공장 운영은 잘 되고 있지 요?"

"미처 생산이 주문을 따르지 못해 아주 곤혹스럽습니다. 이 공장이 생산을 하게 되면 미주 물량만 이쪽으로 돌려도 한결 나아지겠지요."

"눈을 크게 뜨고 보시오. 이 정도에 만족해서는 절대 안 되니, 피아트고 크라이슬러사고 간에 휘청거리는 것은 전부 잡아먹읍시다. 그 전에 내실을 기해 계속 성장가도를 달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자,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행사장으로 갑시다."

"네, 회장님!"

"네, 회장님!"

"클린턴은?"

"저 차 아닙니까? 마침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지금이 10분 전이지?"

"그렇습니다. 회장님!"

"저 사람을 잘 봐두시오."

"왜요?"

"지금은 한갓 시골뜨기 주지사지만 92 대선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를 위인이오."

"대통령이 된단 말입니까?"

"그렇소."

"회장님은 어찌 그런 것을........."

"동양에는 관상학이라는 학문이 있소. 내 그 분야에 정통한 사람이니, 그렇게 알면 되오."

"그럼, 제 관상은 어떻습니까?"

"당연히 좋지. 그러니까 내가 채용했지."

"하하하.........! 그런 가요?"

"자, 클린턴부터 맞으러 갑시다."

이때 빌 클린턴과 아내 힐러리 클린턴이 함께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75년에 결혼한 이들 부부 사이에는 외동 딸 첼시 하나를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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