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58화 (258/322)

< --雄飛-- >

북경의 상공까지 도착할 때까지 나는 잠시 미정의 생각에 갇혀 있었다. 내가 바쁜 관계로 미처 그녀에게 신경을 안 썼더니, 세계적인 우리 병원을 내버려두고도 병원에를 가지 않아, 나는 아예 병원장에게 연락을 해 아침나절에 바로 병원으로 싣고 가도록 한 일이 있었다. 생각에 깨어나니 벌써 북경이라는 대 도시가 시야에 잡혔다. 지금은 이렇게 도시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 심한 공해로 이웃나라까지 피해를 주는 중국을 생각하면 이에 대한 충고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 생각이 나를 흐뭇하게 하고 있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어느 나라든 내 비행기로 날아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니 입가에 웃음이 저절로 맺혔다. 곧 항공기가 기수를 낮추더니 착륙을 하기 시작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제일 조마조마한 순간이었다. 이륙과 착륙시가 가장 위험하지 않다던가. 아무튼 무사히 착륙을 하니 나의 예상대로 판공청주임 원자바오가 나를 마중 나와 있었다.

반갑게 해후의 인사를 나눈 우리는 곧 그들에 제공하는 차에 올랐다. 여기서 원자바오가 맡고 있는 판공청주임이라는 것은 한국으로 말하면 여당의 사무총장에 해당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유일 공산당 하나 밖에 없는 이 나라에서는 막강 파워의 인물이 아닐 수 없었다. 비서실장, 기획실장, 소련 어와 중국 어 통역 외에, 단 네 명의 경호원뿐인 단출한 우리 일행은 세 대의 승용차에 나누어 타고 중남해로 직행했다. 나와 원자바오만이 각각 통역을 거느린 채 차량 1대에 타고, 나머지는 두 대에 분승한 것이다. 차 내에서 내가 원자바오에게 물었다.

"혹시 당 총서기께서 무슨 일로 초청을 한지 알고 있습니까?"

"여객기 제작 문제 때문이 아니가 합니다."

"그 정도는 나도 감을 잡을 수가 있습니다만?"

"금번에 급히 '중국상용여객기유한공사'를 설립한 바 있습니다. 아마 이와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흐흠........! 여객기 제작회사인 모양이구료."

"아마도.........!"

입의 정 중앙에 손가락을 갖다 댐으로써 더 이상의 말은 곤란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원자바오였다. 이에 나는 더 묻지 못하고 화제를 전환했다.

"지금도 북경의 공기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입니다."

"발전도 중요하지만 환경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큰 재앙에 직면할 것입니다. 인민들에게도 큰 원성을 들을 것이고요."

"발전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그 의식이 문제입니다. 하긴 어느 나라든 먹고 살만해야 환경을 돌아보니, 원........."

"그 문제도 신경을 써야 되기는 하지만, 돈 들어갈 곳은 많고........"

원자바오의 푸념을 듣다 보니 어느덧 차는 중남해로 진입해 있었고, 저 만치 장쩌민이 마중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곧 차에서 내린 나는 장쩌민과 반갑게 포옹을 하며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주석 동지!"

"아, 아직은 아니오. 국가 주석에 오르지도 않았고, 등 동지께 군사위 주석 직을 물려받기는 했어도 정식을 취임한 것은 아니니, 너무 빠른 인사인 것 같소."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전 부분에 대한 실권을 장악하셨으면 됐지."

내 말에 빙그레 웃기만 하던 장쩌민이 말했다.

"어서 들어갑시다."

"네, 주석 동지!"

다시 한 번 손사래를 치는 장쩌민 때문에 나는 더 이상 그 호칭은 곤란함을 알았다.

이윽고 그의 집무실에서 대좌를 한 우리는 날씨 이야기며 공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본격적인 이야기로 돌입했다.

"내 강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긴급히 '중국상용여객기유한공사'라는 것을 설립하도록 지시했소."

"여객기를 만드는 회사입니까?"

"그렇소. 우리와 합작으로 여객기 시장을 선도해 봅시다. 우리의 넓은 국토와 16억 명이 넘는 인구를 한 번 생각해보시오. 궁극에는 북미 지역을 능가하는 시장이 생기지 않겠소?"

"그렇습니다."

"해서 말인데 지금은 미미하지만 장차는 세계의 가장 큰 시장을 대정그룹과 우리의 합작회사로 하여금 장악케 해봅시다. 얼마의 투자를 하시겠소?"

"20억 달러면 되겠습니까?"

"뭐요?"

나의 말에 깜짝 놀라는 장쩌민이었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 돈으로 대충 2조 원 돈이다. 그러니 놀랄 만도 한 것이다.

"하하하........! 역시 강 회장은 통이 커요. 내 10배는 더 생각하누만."

"네? 그럼, 2억 달러 정도."

"그것도 양사 합쳐서."

"50:50이면 1억 달러?"

"똑 같은 지분이면 배가 산으로 가지 않겠소? 기술의 주도권은 대정이, 시장은 우리가, 누가 더 지분을 가져야 하겠소?"

"그야 당연히 처음에는 기술이 우위겠지만 장래는 큰 시장이 주도를 하겠으니,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중국의 유한공사가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래서 내가 강 회장을 좋아하는 것이오. 너무 자기 이익에만 연연하지 않아서. 해서 말이 오만, 많이 더 줄 수는 없지만, 내 선물이라 생각하고 50.5%의 지분을 귀측이 가지시오. 아직은 시장이 미미하니까. 누가 봐도 타당할 것이오."

"나중에 다툼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내 선물이라 하지 않았소. 그렇다고 그때 가서 변경하자고? 그래서는 안 되지. 상호 신의가 있어야지."

"감사합니다. 총서기 동지."

내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일어나 목례를 하자 파안대소를 하며 즐거워하는 장쩌민이었다.

"하하하..........! 하고 말이오."

"말씀하시죠."

"처음에는 소형부터 시작해서 중형, 더 나아가 150인 승, 최종에는 300 아니 더 많은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놈도 만들어 봅시다."

"알겠습니다."

"공장은 당연히 중국에 있어야 하오."

"그래야지요."

"민항기 취역 문제는........?"

"하하하........! 누구의 부탁인데, 당연히 허락을 해야지요."

"북경, 상해, 심양 전부 요?"

"거기에 한국과 가까운 천진까지."

"고맙습니다. 총서기 동지!"

내가 다시 일어나 꾸벅 목례를 건네자 아주 즐거워하는 장쩌민이었다.

"하하하........!"

웃음을 뚝 그친 그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한국도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겠지요? 서울, 부산(김해), 제주 정도는 열어주어야 할 것이오."

"그렇게 하도록 정부에 건의를 하겠습니다."

"강 회장께서야 그 정도 선밖에 대답할 수 없겠으나, 허락하는 것으로 알겠소."

"상도의상으로도 최소한 그 정도 조치는 취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요. 아직 식사 전이지요?"

"네."

"갑시다."

"그 보다도 이제 중국도 고속전철에 대해 생각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아직은 아니오. 아직 한국마저도 시작하지 않은 걸로 알아요. 우리는 더 늦게 2천 년대나 되어야 논의가 될 것 같소."

"알겠습니다.

"자, 가실까요?"

"네, 총서기 동지!"

우리는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오찬장으로 향했다.

이날 오후.

나는 모스크바 직항 편으로 바로 모스크바로 날아갔다. 40억 달러의 위력은 대단했다. 모스크바 공항에는 체르노미르딘 장관은 물론 소비에트 의장 옐친마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시오. 강 회장!"

"편안 하셨습니까? 두 분 의장님!"

"덕분에요."

각각 안부 인사를 나눈 우리는 곧 그들이 제공한 승용차에 올라 크레물린 궁으로 향했다. 우리 일행이 도착하니 현관에는 고르바초프가 직접 마중을 나와 있었다.

"감사합니다. 각하!"

"자~! 안으로 들어갑시다."

"네."

나는 고르바초프의 안내를 받으며 그의 집무실로 향했다.

곧 그와 대좌한 나는 바로 대화에 들어갔다.

"모스크바 외에 극동지역의 취항을 원한다고요?"

"그렇습니다."

"내 강 회장이 원한다면 그 지역 외에 어느 하늘 길도 열어 줄 용의가 있소. 그 전에 우리를 좀 도와주시오."

"무슨.........?"

영문을 몰라 내가 말을 얼버무리자 그가 곧 구체적인 답변을 했다.

"우리의 항공기업체인 이르쿠트사에 지분 참여를 해주시오."

"이르쿠트라면 군용기를 생산하는 곳 아닙니까?"

"그렇소만, 요즘 예산이 달려 전혀 지원을 못해 주었더니, 경공격기며 여타 전투기 개발에 전혀 진도가 없소."

"어느 정도의 지분을 참여를 원하시는 것이고, 우리에게는 무슨 실익이 있습니까?"

"자세한 것은 내 그곳 사장을 부를 테니, 들어보시오."

"네."

곧 고르바초프가 인터폰을 들고 뭐라 하자, 대기하고 있었던 듯, 한 인물이 바로 들어왔다.

장신의 금발에 콧수염을 기른 인물이 고르바초프에게 목례를 건네더니, 내게 손을 내밀며 자신을 소개했다.

"게리 스콧입니다."

"반갑습니다. 강 대정입니다."

둘의 인사가 끝나자 고르바초프가 말했다.

"거 앉아서 얼마의 지분을 얼마에 줄 것이며, 그러면 강 회장에는 어떤 이익이 있는지 설명을 해주시오."

"알겠습니다. 각하!"

차분히 대답을 한 그가 곧 입을 열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수호이 전투기를 생산하는 업체입니다."

나를 정시하며 자신의 회사를 소개한 그가 재차 말문을 열었다.

"1억5천만 달러에 우리 전체 주식의 30%를 드리겠습니다. 대정의 실익이라면 이 주식 양도를 명분으로 대정이 전투기 생산을 원한다면 그 기술을 공여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익금도 나눠드리지요."

내가 볼 때 어려운 소련 측 사정으로 볼 때, 이익금을 분배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전투기 생산 기술이나 확보할 수 있으면 최선이었다.

"흐흠........!"

잠시 침음하며 생각에 잠겼던 내가 물었다.

"만약 우리 그룹의 수주활동 노력으로 서방에 국가에서 전투기를 구매한다고, 그네들 식으로 사양을 맞춰달라면, 이런 주문은 가능하겠습니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뻣뻣하기로 소문난 이놈들이 이렇게 나오는 것을 보면 정말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내심 더 많은 생각을 했다.

'당장은 지분에 대한 이득에 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데다 전투기 기술도 확보했으니, 이곳에 대한 투자는 더할 필요가 없다.'

내심 생각을 정리한 내가 물었다.

내가 알기로 이르쿠트(Irkut)사 말고도 국영항공업체인 UAC (United Aircraft Corporation) 밑에는 여러 항공기 제작업체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예를 들면 미코얀, 수호이, 야코블레프사 등. 이런 곳도 지분참여가 가능한 것입니까?"

"얼마든지 가능하오."

고르바초프의 환영에 나는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군용기도 군용기이지만 민간 여객기로 기술 전용이 가능한지 묻고 싶습니다."

"비행기 만드는 기술이라면 거기서 거기 아닙니까?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릅니다만."

"우리가 여객기를 만든다면 이에 협조할 수 있다는 것으로 들립니다만?"

"군용기 기술도 공여하는 판에 뭐가 어렵겠습니까? 만약 그렇게 해서 여객기라도 생산해 팔 수 있다면 우리 입장에서야 대 환영입니다."

계속된 게리 스콧 사장의 답변에 나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었다.

"만약 내가 5천만 달러를 더 투자하면 야코블레프 사의 지분 10% 취득이 가능합니까?"

"그렇습니다."

이는 고르바초프가 대답한 말이었다. 사실 나는 야코블레프 사 설계국 기술이 탐이 나서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다. 많은 지분을 획득할 필요는 없고 이렇게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으면, 몇 년 안에 100만 과학자와 기술자가 서방으로 대대적으로 이동 할 때, 우리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지 않을까 염두에 둔 지분 투자였다.

"좋습니다. 각각 1억5천만 달러와, 5천만 달러를 투자해, 각사의 지분 30%와 10%를 취득하도록 하겠습니다. 단 제가 질문해서 허락받은 사항은 계약서상에 부차적으로 명기해 주는 조건입니다."

"그야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지 않은 바에야, 그게 도리이고요."

게리 스콧의 말에 나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이번에는 시선을 고르바초프에게 향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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