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57화 (257/322)

< --雄飛-- >

청와대를 빠져나와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긴급 해당 간부들을 불러 모아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러다보니 이것저것 토론할 것이 많아 나는 9시가 넘어서야 퇴근을 하게 되었다.

기분 좋은 결론을 도출한 내가 기분이 좋아 퇴근을 하니, 기분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으면 좋으련만, 집안 분위기는 그렇지 못했다. 미정이 몸살감기로 앓아 누워있었던 것이다. 생애 최초로 국외 나들이인데다, 그것도 세계 유수의 지도자들과 정재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비중 있는 자리이다 보니 몹시 긴장을 했던 모양이다. 그것이 집으로 돌아와 나마저 없어 시중들 사람도 없으니, 일시에 긴장이 해소되면서 이것이 그간의 누적된 피로와 겹쳐, 몸살감기로 전이된 모양이었다. 자신의 친정어머니가 그랬듯이 이마에 흰 끈 하나를 질끈 두르고, 오뉴월에도 두터운 이불을 덮어쓰고 누워있는 미정의 이마를 손으로 짚어보며 내가 물었다.

"열이 대단한데, 약은 지어 먹었소?"

"쌍화탕 사다 먹었어요."

"그것 갖고 되겠소? 병원에를 가보던지 하지?"

"안 그래도 금방 나을 거예요."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아니 예요. 금방 나을 거예요."

"의지만 갖고 되는 일이 아니잖소?"

"당신의 관심이 있지 않아요."

"하하하........! 제법 말은 잘 하오만......... 뜻 만으로만 되는 것이 아닌 것이, 몸이니........."

"걱정 말아요. 내 금방 털고 일어날 테니."

"알았소. 몸조리 잘 하시오."

"저녁은 요?"

"그냥 누워 있소. 내가 차려 먹지."

"가정부를 부르세요."

"시간이 너무 늦었소."

"이걸 어째........! 제가 차려드릴 게요."

부스스 일어나는 미정을 도로 주저앉히며 내가 말했다.

"그대로 누워 있소. 내 모든 사람을 번거롭게 하느니, 차라리 한 그릇 사먹고 들어오리다."

"너무 늦지 않았어요."

"늦긴......... 이제 초저녁인데."

가정부 아주머니를 부르는 말을 할 때와는 상반되는 말을 하며, 나는 미정을 안심시키고 기어이 밖으로 나왔다.

꼭 저녁을 사먹고 싶어서라기보다 미정에게 약이라도 제대로 지어주고 싶어 나온 길이었다. 나는 눈에 띄는 대로 소머리국밥 이라고 쓰인 간판을 보고 들어가, 되는 대로 한 그릇을 비웠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약국을 찾아들어갔다.

약국에서 증상을 말하고 나는 쌍화탕 세 병과 조제약을 들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2천년에야 의약분업이 시작되니, 얼마든지 조제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내가 다시 미정의 방으로 들어가니 미정은 여전히 머리를 싸매고 누워있었다.

"저녁은 먹었소?"

"네. 기운을 차려야겠기에 억지로 한 술 떴어요."

"여기 약 지어왔으니, 먹고 빨리 나으시오."

"고마워요. 여보!"

"또.........!"

"헤헤헤........!"

아파서 약간은 비틀린 웃음을 웃는 미정이었다.

"자식들이 많으면 뭘 해, 마누라들도 그렇고.......... 약 하나 안 지어다주니........."

"내가 지어오지 말랬어요. 저 약 싫어하는 것 당신도 잘 알잖아요."

"쓸데없는 소리. 빨리 먹고 나으면 장땡이지, 호불호가 어디 있소?"

"알았으니 그만 하세요. 내 먹을 테니."

"물 떠오리다."

"제가.........."

"누워있어요."

나는 그길로 물을 한 컵 떠다주었다.

"쌍화탕하고 같이 먹어도 되는데........."

"약은 물하고 먹어야지.........."

"알았으니 그만 하세요."

"그래, 그래. 내가 보는 앞에서 얼른 먹어."

등록일 : 14.03.11 06:18조회 : 6068/6079

"네."

내가 상체를 들어 일으켜 세우기까지 하니 어쩔 수 없이 진저리를 치면서도 한 봉지의 약을 복용하는 미정이었다. 나의 권유에 쌍화탕까지 먹이고 나니 미정이 엉뚱한 소리를 했다.

"여보, 오늘은 나랑 같이 자요."

"당신 차례가 아닌데?"

"그래도요."

"거참........."

내가 잠시 생각하는 척을 하다가 말했다.

"아픈 사람하고 자는 게 낫겠지. 위로도 되고 말이요."

"호호호.........! 고마워요. 내가 당신에게 감기 옮기고 싶어 그냥 해본 소리예요. 잔다고 해도 쫓아낼 테니, 그런지 아시고 가서 편히 주무세요."

"나는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데 못 됐군."

"알면 됐어요. 쳇........!"

어느새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미정을 향해 내가 말했다.

"우리 뽀뽀 한 번 합시다. 그러면 당신 소원대로 될 것 아니오."

"됐네요. 어서 가보기나 하세요."

"그래, 그래. 편히 잘 자고."

"네!"

말없이 드러눕는 미정의 눈가가 촉촉한 것 같이 느껴져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나였다.

"우리 집의 대들보가 골골거리면 안 되지요. 어서 가세요."

"알았소. 내일 아침에 봅시다."

"네."

미정하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회사를 위해서는 내가 아파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에, 나는 매정하게 문을 닫고 나왔다. 다음 날 아침.

내가 출근을 하자마자 인사를 건넨 비서실장이 내 방으로 따라 들어오며 말했다.

"DHC-8-300(Q300) 40대를 구매하면 이 시리즈는 앞으로 전량 한국에서 제작하겠다는 데요?"

"밤새 남아 협상을 진행한 것이오?"

"네!"

"대당 가격이 얼마요?"

"1,600만 달러입니다. 보잉의 비슷한 기종은 2,400만 달러를 달라고 했습니다."

"몇 인승이지요?"

"작년부터 생산된 최신기종으로 50~56인승입니다."

"흐흠........! 40대면 6억4천만 달러에, 지분을 사달라는 요구는 어찌 됐소?"

"그 마저 사주면 더 좋다고 합니다만?"

"그러지 말고 합작으로 한국에 별도의 회사를 하나 설립하는 것은 어떤지 한 번 물어보시오? 지분은 80:20이나 70:30 정도까지는 괜찮겠소."

"총 자본금 규모를 얼마로 계획하고 계시는 겁니까?"

"20억 달러면 안 되겠소?"

"그 정도면 대형 아닙니까?"

"기왕 시작하려면 크게 해야지. 장차 군용기까지 생산하려면."

"알겠습니다. 일단 협상을 시작해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이후 우리의 협상은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었다. 오 일만에 잠정 타결안이 나왔다. 우리가 4억 달러를 그들에게 출자해 그들 지분 20%를 획득하는 대신, 그들은 무상으로 우리의 지분 5%를 공여 받고, 대신 앞으로 진행될 'Q400'이라 명명 될 68~76인승 항공기 개발에 대한 기술지원은 물론, 이 또한 우리나라에서 전량 생산하는 조건이었다.

여기에 우리가 원하면 수륙양용 폭격기인 CL-415에 대한 제작 기술도 지원해주기로 했다.

그럼 여기서 우리 그룹과 인연을 맺은 봄바디어 항공에 대해서 알아보면 이렇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항공기 제조회사로, 상업용 항공기(commercial airplanes) 부문에서 연간생산량 세계 3위와, 소형여객기(regional jets) 부문에서 연간생산량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빅3중의 하나다. 또한 철도차량 제조부문에서도 세계 제1위 기업이었다. 그 뒤로 알스톰, 지멘스사가 있으니, 공교롭게도 우리 그룹은 철도차량 제조회사 세계 1,2,3위 기업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거나 기술 협력을 맺고 있었다. 이러니 앞으로 우리 그룹이 철도차량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아무튼 봄바디어의 철도차량과 장비시스템을 도입하여 철도를 건설한 도시는 전 세계적으로 40여 곳이나 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미국 존 F 케네디 공항의 에어트레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푸트라 라인, 밴쿠버의 스카이 트레인 등이다. <포춘> 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한다. 봄바디어가 인기리에 제조·판매하고 있는 항공기는 대시 8(Dash 8), CRJ 10, 200, 440, 700, 900, 1000 시리즈로 지역항공사들에 납품하고 있다. 수륙양용 폭격기인 CL-415와 챌린저 비즈니스 제트기도 생산한다. '챌린저 605' 대륙 간 비즈니스 제트기 및 리어젯(Learjet) 60 XR 중소 비즈니스 제트기가 있다. 데쉬8은 여객 수송뿐만이 아니라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캐나다 연안경비대는 공중 탐사기로서 사용 중이고, 해상 초계기로서는 스웨덴 연안경비대가 Q300을 3기, 미 세관 이민국이 Q200을 3기 사용 중이다. 또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해상 초계를 민간 항공 회사에 위탁하고 있지만, 수탁회사는 그 임무를 위해서 데쉬8- Q200을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동종 기종에서는 가장 조용한 항공기이면서도, 취역 이래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는 점이 세계인들의 신뢰를 받고 있었다. 나는 노 통의 허락과 봄바디어에 급파된 현지 협상 팀과 사이에 MOU가 체결되자,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의 항공 산업을 일으킬 대지를 물색케 하는 한편, 한국에서 제작할 40대 외에도 봄비디어에도 추가로 생산 주문을 넣었다. 즉 추가로 3대를 봄바디어 공장에서 더 생산하도록 한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용지를 물색해, 저들의 부품을 들여다가 조립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듯했기 때문이었다. 이 외에도 나는 미국의 보잉사에도 최신형인 126인 승 B737-400을 4,700만 달러에 3대를 주문했다. 이는 시간 절약도 있지만, 국내보다는 해외 노선에 띄울 예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한국 국적기의 중국 취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바로 중국의 장쩌민에게도 전화를 넣었다. 3분여가 지연되어서 그와 연결이 되었다.

"한국의 강대정입니다."

"오래간만이오. 무소식이 희소식이지요?"

"하하하.........! 네."

"무슨 일로 전화를 다 주셨소?"

"이제 하늘 길도 열어주실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금번에 제가 항공 산업도 하게 되어서 말이지요."

"그래요? 여객기라도 하늘에 띄우는 것이오?"

"중형 이하는 제작도 하고, 여객 및 화물운송도 하게 되었습니다."

"허허, 축하일 이군요. 가만, 그래서 한국 국적기를 북경 하늘에 띄우겠다는 소리 아니오?"

"북경뿐만 아니라 상해, 심양 등도 열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편도 행은 안 되오."

"당연히 한국 시장도 열어드려야지요."

"흐흠.........! 그보다도 말이오."

"네."

"분명 중형 이하 여객기를 제작한다고 했소?"

"네. 금번에 캐나다의 봄바디어 그룹과 합작사를 설립했습니다."

"흐흠.........! 그렇다면 전화상으로만 될 일이 아닌데?"

"네?"

"이 전화 도청 안 된다고 장담할 수 있소?"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럴 게요. 내가 아는 선에서 해외통화는 한국 정보부에서 모두 도청하는 것으로 알고 있소. 그러니 금명간에 북경에 한 번 들러주시오."

"알겠습니다. 총서기님!"

"그때 봅시다."

"고맙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이번에는 소련으로 전화를 연결하게 했다. 체르노미르딘 산업부 장관과 옐친에게 차례로 통화를 하면서 나는 모스크바 외에 극동의 하바로브스크나 블라디보스토크, 심지어 사할린까지 한국국적기가 취역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고 채 4시간이 되지 않아 고르바초프에게서 직접 전화가 왔는데, 이 역시 모스크바로 직접 들어와 상의를 하자는 내용이었다. 나는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그러마 하고 대답했다. 그러나 아직 한국 정부에서는 우리의 항공 진출에 대해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노 통에게 특별히 부탁하여 타이밍을 조절하자고 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나는 빠르게 여권 수속을 밟아 이틀 후 바로 북경으로 날아갔다.

============================ 작품 후기 매검향 혼자서 앓으면 너무 억울해서 미정이도 함께........ 오늘도 즐겁고 유쾌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안 되고, 회복되는 대로 또 달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