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56화 (256/322)

< --雄飛-- >

다음 날 바로 회사로 출근하니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산적한 현안들이었다. 30cm 이상 쌓인 결재서류들을 빠른 속도로 처리하고 나니, 기막힌 타이밍으로 비서실장이 나를 찾아들었다.

"회장님, 들어가도 될까요?"

"들어오세요."

내 표정부터 살피는 김 비서실장에게 나는 턱짓으로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 앉아요."

"네, 회장님!"

"특별한 일이라도 있나요?"

"미국의 자동차 공장 준공식에는 참석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언제죠?"

"보름 남았습니다."

"가는 길에 멕시코도 들르고 싶은데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과의 협상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전자공장을 짓는 문제는 타결되었으나, 텔멕스(Telmax)의 지분 참여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협상 팀에 속도를 내도록 하세요. 미국 방문 시 함께 사인할 수 있도록."

"그런 말은 협상 팀에게 우리가 양보하라는 신호로 착각할 수도 있으니, 기다려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좋습니다. 때로 그런 말도 필요하죠. 예스맨만 모아다가 어디에 써요?"

내 말에 무안한 표정을 짓는 김 비서실장이었다. 그 표정도 잠시. 급 표정을 수습한 그가 말했다.

"자가용 항공기 말입니다."

"말씀하세요."

"캐나다의 봄바디어 사의 제품이 가격 대비 성능이 가장 좋아서 구매를 하려고 했더니, 거기서 이상한 말을 하는데 한 번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무슨 내용인데, 그래요?"

"10% 이상 지분을 획득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오?"

"작년에 파산 직전인 영국항공회사 '쇼트브라더스(Short Brothers)'를 인수했고, 금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업무용 항공기 제조사인 '리어젯회사(Learjet Company)'를 인수하려다보니, 지금이 좀 부족한 모양입니다."

"그럼 한국에 제작 공장을 세울 수 없느냐고, 한 번 타진을 해보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우리가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데는 비서실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나에 대한 집요가 로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원 역사에서 2천 년대나 되어야 삼성에서 최초로 자가용 비행기를 들여오는데, 우리나라 국민들이 자가용 비행기라면, 일단은 기업가들이 시간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다는 생각보다는, 어디 놀러가 는데 사용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차일피일 미루자 회장님만이 아니라, 수시로 외국을 드나드는 자신들도 업무용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다면 많은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틈만 나면 나에게 로비(?)를 하니, 내가 정식으로 한 번 알아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비서실장이 오늘과 같은 말을 한 것이다.

"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네, 회장님!"

"그럼, 나가 보세요."

"네, 회장님!"

나는 등을 돌려 나가는 비서실장을 바라보며 더 큰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는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시선이지만 아직도 대통령에게는 전용기 한 대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2014년 현재도 임대해서 쓰고 있는 판이니, 90년 당시는 말할 것도 없었다. 나나 우리의 임원들이 전용기를 타고 수시로 해외를 드나들면, 결코 기분 좋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아직도 전 근대적인 관행이 판치는 대한민국 경제계 현실에서 나에게 불이익은 없을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 문제였다. 이런 문제가 얼키고 설켜 그동안 임원들의 집요한 로비에도 구매를 미루고 있었던 것이거늘........ 아무튼 뭐가 됐든 대통령에 대한 변명거리라도 하나 만들어둬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 머리를 섬광처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급히 인터폰을 들어 비서실장을 재 호출했다. 곧 김경제 비서실장이 다시 내방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의아한 시선이었다.

"거 앉아 봐요."

다시 그를 소파에 앉힌 내가 은근한 시선으로 물었다.

"저거 항공사를 하나 설립하면 어떨까?"

"네?"

내 말이 너무 의외였던지 머리 회전이 빠르게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가 물었다.

"서울항공도 있는데 될 까요?"

여기서 비서실장이 말한 서울항공(주)은 현 금호아시아나 항공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자신의 퇴임을 일주일 쯤 앞둔 88년 2월 달에 돌연 금호그룹에게 허가를 내준 것이다.

평소 은근히 이를 내가 갈망했지만, 돌연한 조치를 취하고 퇴임하니 허탈했지만, 퇴임한 사람에게 따져보아야 헛수고에 지나지 않아 그냥 참고 지나간 일이 있었다.

"서울 항공이야 국내선이나 몇 펀 운행하다가 겨우 올 1월 달에서야 국제노선이라고는 도쿄에 첫 취항했는데, 막강한 우리 그룹이 저가항공으로 뛰어든다면 그들이 운명이 어떻게 되겠소?"

"그야 주저앉을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으니, 우리에게 매달리지 않을까요? 문제는 허가를 득하는 것이죠."

"그 문제는 나에게 맡기고."

"그렇다면야, 얼마든지 타진 가능하겠지요? 그런데 구매대수는 얼마로 운을 떼어볼까요?"

"무리하지 말고 한 20대쯤이면 어떻겠소?"

"그것도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회장님!"

"그도 다 복안이 있지요. 아직 대한항공이나 서울항공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에는 취항을 못하고 있지 않소?"

"그렇습니다. 회장님!"

"여기에 소련까지 끼어 넣고, 홍콩 여타 일본의 도쿄를 제외한 다른 도시들이야 얼마든지 취항이 가능할 것이니, 도저히 서울항공이 우리와 경쟁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얼마 못가 우리에게 사라고 애원하지 않을까요?"

"내 말이 그 말이오."

"알겠습니다. 회장님! 바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시오. 나도 이럴 때가 아니지. 노 통에게 한 번 들러봐야겠소."

"네, 회장님!"

나는 그 길로 청와대 비서실로 전화를 걸어 노 통과 긴급 면담 시간을 잡았다. 나는 곧 청와대로 향하면서, 내가 시킨 일로 바쁜 비서실장 대신 기획실장을 데리고 청와대로 출발했다. 대통령의 집무실.

한 사람씩을 배석시킨 노 통과 내가 마주보고 앉았다.

노 통이 빙긋이 웃으며 물었다.

"LA만찬장에서는 얼굴 보기도 힘들던 강 회장께서 무슨 바람이 불어 이렇게 긴급히 보자고 했소?"

노 통의 말 그대로였다. 만찬에 참석한 소련이나 미국의 정재계 인사들과 인사 나누기 바쁜데, 노 통과 하릴없이 이야기 나눌 짬이 없었던 것을, 비꼬는 듯한 말을 하는 노 통이었다.

"각하! 앞으로 수시로 해외 순방을 하실 텐데 이젠 우리나라도 대통령 전용기쯤은 한 대 있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야 이를 말이오. 대통령의 체면은 물론 나라의 체면도 서는 일이지요."

"방법이 있긴 한데........."

"뭔 말이오. 주저 없이 말해보오."

"제가 하나 기증을 하고 싶어도 정경유착이다 뭐다 해서 말들이 많을 것 아닙니까?"

"그야 그렇지요. 내가 강 회장에게 특별히 특혜를 준 일도 없지만, 국민들은 절대 그런 생각을 안 할 겁니다. 오히려 내가 강 회장에게 수교문제로 많은 은혜를 입었지만 말이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이것은 어떻습니까?"

"무슨........?"

"대통령 전용기로 해외 순방 때마다, 우리나라 항공사로 하여금 전세기로 대여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하려나? 지금은 예산이 없을 텐데?"

"내년부터 신설하면 되지 않습니까? 아니면 추가경정 예산안을 편성할 때 반영하던지, 우선은 예비비로 지출을 하고 사후 국회의 동의를 얻던 지요."

"그것은 가능할 것 같소."

"그렇게 되면 저는 한 푼도 안 받고 아예 대통령 전용기로 일 년 내내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할 자신이 있습니다. 물론 정비사와 이를 지킬 군인들은 예외겠죠."

"하하하.........! 그렇게 된다면야 나야 더 없이 기쁜 일이나, 그렇게 된다면 강 회장의 희생이 너무 크지 않소? 아니지 항공사 하나 없는 강 회장으로서는 입찰할 자격도 없지."

"각하! 국민들 입장에서 말입니다........"

"말씀하시오."

"서비스라든가 모든 것이 똑같다면 국민들 입장에서 지금의 항공료의 70~80% 대의 항공사를 이용하겠습니까? 아니면 기존의 항공사를 이용하겠습니까?"

"물론 저렴한 가격의 항공사를 이용하겠지요. 그러고 보면 강 회장께서 그런 항공사를 하나 설립하고 싶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각하!"

목적이 있으니, 열심히

'각하!'

를 호칭하고 있는 나였다. 얍삽해보여도 어쩔 수 없었다. 장차 우리나라의 우주항공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 정도 수모쯤은 얼마든지 감당할 자신이 있는 나였다.

"음, 그렇다면 기존의 대한항공이나 서울항공이 타격을 입지 않겠소?"

"대한항공은 타격이 덜할 것이나. 서울항공은 타격을 입겠지요."

"그건 또 뭔 소리요?"

"저가항공사라는 것은 큰 비행기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못합니다. 중소형비행기로 근거리를 취항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아직 걸음마 단계인 서울항공만 분명 타격이 크겠군."

"그렇지만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국민들에게 이익을 돌려준다는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하면, 우리가 하려는 사업이 오히려 대한민국 국시인 시장경제의 논리에 맞는 것이 아닐까요?"

"그야 그렇습니다만, 참 그거 애매하네.........."

금방 결단을 못하고 망설이는 노 통이었다.

거기에다가 나는 불을 더욱 지폈다.

"제가 만약 항공사를 운행하다면 지금껏 우리 항공사에 면허를 내주지 않는 중국은 물론 소련도 모스크바는 물론 어느 도시에도 취항할 자신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동구권까지도 취항할 수 있고요. 이 또한 국익에 부합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내 생각에도 강 회장이라면 틀림없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소. 헌데 거기에는 한 가지 모순이 있질 않소? 근거리 취항만 한다며?"

"북경도 분명 근거리에 해당합니다. 또 소련의 사할린이나 극동도 마찬가지구요. 더구나 저의 예상으로는 궁극에는 저희들이 뛰어든다면 최소한 둘 정도의 항공사로 정리가 되지 않을까요?"

"요는 타격이 예상되는 서울항공이 망하고 대정에서 그것을 인수하면 동구권까지 취항이 가능하다 라?"

북방외교라면 껌벅 죽는 노 통에게 겨눈 화살이 제대로 먹히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뿐이 아닙니다. 미국도 현 로스엔젤리스와 뉴욕 직항 편 외에, 여타 노선으로도 직항 노선을 개설할 자신이 있습니다. 이 또한 국익에 부합되는 일이 아닙니까? 결정적으로 제가 이렇게 조금은 상도의에 어긋난다고 싶은 일을 계획한데는, 결정적으로 우리나라 항공 산업을 키우고 싶어서입니다. 종국에는 우리나라 공군기를 우리 힘으로 제작하고 싶은 비원이 저를 이렇게 비정하게 만드는 군요."

"허허.........! 강 회장에게 그런 깊은 뜻이.........."

탄식조로 말한 노 통이 돌연 턱을 괴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초조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때 나 또한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된 모습으로 그의 표정만 주시하고 있었다.

"내 단언컨대 이는 누구와 같이 무책임하게 퇴임 일 주일을 앞두고, 그간의 정치자금에 대한 시혜 성격으로 획 하니 던져준 떡 고물이 아니오, 더구나 내 사익을 위해서는 절대 아니고, 더더군다나 정치적 거래는 더 더욱 아니오. 비서실장은 혹시 앞으로 이 문제가 이슈화 된다면 오늘 나의 결정을 증언해 주시오. 우리나라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이오. 무슨 말인지 알겠소?"

"네, 각하!"

노재봉 비서실장 역시 비장한 표정이 되어 굳은 얼굴로 복명했다. 이에 내가 얼른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각하!"

"하하하.........! 난 아직 허락한다는 말을 안 했는데?"

"믿습니다. 각하!"

나 또한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하.........! 좋소! 내 대승적인 차원에서 허락하는 바이니, 꼭 강 회장의 말대로 이루어지길 바라오. 아니 이루어야 하오. 그래야 오늘 내린 노태우의 결단이 빛을 발할 것이고, 나라 또한 자주국방의 굳건한 기반위에서, 북한 놈들에게 휘둘림을 당하지 않을 것 아니오?"

"그렇습니다. 각하!"

나 또한 결기서린 표정으로 그의 결단에 화답했다. ============================ 작품 후기 약을 먹고 쉬었더니 많이 좋아졌습니다!

^^베풀어주신 성원과 관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약을 먹고 쉬었더니 많이 좋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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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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