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55화 (255/322)

< --雄飛-- >

나에게 접근하는 사람은 정 주영 회장이었다.

"왜 이러고 있소?"

"그냥요."

일일이 이유를 설면하기도 번거로운 일이라서 나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연해주 일대 농지를 물색하는 일은 잘 되어가고 있소?"

"지금 조사단을 파견해 한창 농토를 선정 중에 있습니다. 회장님이라도 한 번 가보시지 그러셨어요?"

"나도 바빠서 말이오."

우리가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배경에는 현대와 우리가 60:40의 지분으로, 이 모든 일을 함께 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나도 시간을 내어 한 번 가볼 예정이니 강 회장도 한 번 가보지 그러오?"

"그럴 예정입니다."

"그러나 저러나 전두환이 좀 안 됐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제대로 벌을 받고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오?"

정 회장이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전두환은 현 노태우 정권에 의해, 강원도 인제에 있는 백담사라는 절에서, 부부가 현대판 유배를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올림픽이 끝난 1988년 11월 23일부터 이니, 벌써 1년 6개월을 속세에서 유리된 채, 유배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는 노 통이 30%대의 낮은 지지율로 대통령이 당선된 데다, 자신들은 5공화국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정권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 5공 정권과 단절을 시도하기 위한 과정에서 생긴 일 이었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사람에 대해 본격적인 칼을 뽑아든 것이다. 아무튼 나는 정 회장의 물음에 모법답안을 말했다.

"인과응보겠지요."

"그렇긴 한데......... 권불 십년이라더니, 그 시퍼렇던 시절은 어디 가고......... 쯧쯧........"

혀를 차며 돌아서는 그의 머리에도 어느덧 세월의 무게가 깊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의 나이 벌써 올해 76세로, 황혼녘임에는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나는 만찬에 참석했다가 바로 호텔로 돌아와 하룻밤을 자고, 이튿날은 실리콘 밸리 내 연구소를 방문해 금일봉을 건네며 이들을 격려하고, 바로 당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14시간의 비행시간으로 한국에 도착하니 이른 아침이었지만, 나는 바로 대기된 승용차에 올라 엉뚱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미정은 다른 승용차에 타고 집으로 향한 채였다. 아무튼 내가 지금 향한 곳은 강원도 인제 백담사였다. 정 회장의 말에서 그를 한 번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친구도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유배를 보내는 세상이지만, 그의 재임 시절 어떻든 은근히 헌금을 강요당하기도 했지만 많은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었기에, 인정상으로 한 번 위로를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강원도 골짜기 주차장에서 내려, 한 20분간을 걸어가니 작은 다리 너머 백담사가 한 눈에 들어왔다. 뒤로는 푸른 숲이 아늑하게 백담사를 품고 있었다. 내가 경호원 둘과 경내로 들어가려는데, 아무래도 쉽지 않았다.

경비초소에서 경찰 한 명이 나와 우리를 제지했기 때문이었다.

"일반인은 아무도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의 말에서 나는 순간적으로 느끼는 것이 있어 기지를 발휘했다.

"노 대통령의 뜻이오. 확인하고 싶으면 하시오."

나의 말에 몹시 놀란 표정이더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는 잊지 마시오. 강 회장님!"

그도 나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

"알겠소."

나는 두 경호원을 밖에 남겨둔 채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곧 주지를 만날 수 있었고, 주지의 안내로 하나의 요사채에 머물고 있는 부부를 만날 수 있었다.

"아니, 강 회장! 여길 어쩐 일이오?"

깜작 놀라는 전 통과 부인이었다.

"한 번 뵙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허허.........! 아무도 찾지 않는 이 골짜기까지 찾아와 주다니, 정말 강 회장은 의리가 있는 사람이오."

"맞아요. 우리가 대통령일 때는 수없이 와서 고개를 조아리던 사람들조차, 찾기는커녕 돌을 안 던지면 다행한 이 시절에.........."

끝내 말을 맺지 못하고 눈물을 쏟는 이순자 여사였다.

"왜 그러오. 진정하시오. 우리를 찾아온 앞에서 말도 못하게 이게 뭔 추태요."

"죄송해요. 그만........."

"아닙니다."

나는 내심 씁쓸한 웃음을 머금고 급히 부정했다.

"그래 사업은 잘 되고?"

"네."

"어련하겠소? 남달리 수완도 좋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탁월하니 대정이라면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거요."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오기가 쉽지 않았을 터인데, 혹시........."

노 통의 사자로 와, 자신들이 방면되는 것이 아닌지, 기대를 하는 것 같아 얼른 내가 말했다.

"순수한 제 개인의 뜻입니다."

"그랬구료. 다 부질없는 짓이지만 처음에는 앙앙불락 친구에 대한 배신감으로 잠을 못 이루고, 심지어 내 어떻게 든 몇 놈에 대해서는 손을 봐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다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 마음마저 내려놨소."

"잘 생각하셨습니다. 내면의 분노를 외부로 향하면 자신도 다치지만, 스스로에게 돌려 모든 것을 '내 탓이다'하면 마음마저도 평화로워 질 것입니다. 이런 소리 하자고 여기 온 것은 아니고, 이후로도 많은 시련의 세월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모든 것을 돌리고, 겸허해 진다면 최소 건강만은 잃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군요."

"옳은 말이오. 아무튼 내 강 회장의 의리에 감탄했고, 다시 보았소."

"별 말씀을........ 한 때 은혜를 입었던 사람으로서 최소한 얼굴이라도 한 번 비추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하여 찾아뵈었습니다."

"허, 것 참..........! 대단하긴 대단하오. 나에게 찾아와 손해만 있지. 이득이 없을 텐데 말이오."

"부디 보중하십시오."

"왜 벌써 가시게?"

"간신히 들어왔습니다. 5분의 짬 밖에 얻지를 못했습니다."

"그럴 것이오."

나를 따라 같이 일어나며 몹시 서운한 표정을 짓는 전 통 내외였다.

내가 신발을 싣고 나오니 부부도 나를 따라 마당으로 나왔다.

"들어가시지요."

"아니오. 내 문 입구까지만 이라도."

"아닙니다. 남의 시선도 있고 하니........."

"그럴까요? 허허허.........!"

우뚝 발을 멈추고 망연한 시선으로 6월의 푸른 하늘을 보는 독재자의 눈에도, 어느덧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경내를 벗어난 나는 바로 대기 중인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나라고 국민들에게 못 된 짓을 하고, 무수한 권용남용에 개인적 치부를 많이 한 그 사람의 죄과를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그것은 그것이고, 그의 재임시절 사업적으로 많은 은혜를 입었던 한 사람으로서, 오늘 나마저 다른 사람과 똑같이 한다면 그들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최소한의 도리는 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의 짐 하나를 내려놓은 것 같아 나는 주차장으로 걸어오는 내내 홀가분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나는 차에 오르자마자 화진포 별장으로 갈 것을 지시했다.

나 역시 심신이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인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만은 하루 푹 쉬고 싶어서였다. 재벌 총수라는 것이 겉으로는 화려해보이지만, 최후 순간 모든 것을 혼자 책임지고 결단할 때의 뼈 속 깊은 외로움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다 스트레스인데다, 집에 가도 거의 나만의 시간이 없는 나였다. 부인이 셋씩이나 되니 매일 그들에게 갇혀 산다고 해도 무방한 삶이 내 삶이었기에, 개인적인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모처럼 발길을 내디딘 길에 오늘만은 만사를 제쳐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이날 오후 내내 아무도 없는 해변을 거닐며, 많은 생각을 했다. 기업과 가족 그리고 나 스스로에 대해서.

기업은 시대의 추세에 따라 좀 더 윤리적이 되어야겠고, 가족들도 지금과 같이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시간을 내 내면을 닦는데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별장으로 돌아와서도 나는 푸르른 꽃나무들과 정원을 바라보면서 내 스스로 부족한 것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혼자 밤이 되도록 내내 묵상과 사색으로 하루를 보냈지만 그래도 무엇인가 부족한 감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하루를 그곳에서 더 머물렀다. 그러고 나니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 들었다. 일신된 기분으로 나는 역으로 계산을 하여 한밤중에 화진포 별장을 떠났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 작품 후기 윗글이 제 심정을 대변하는 듯 하군요. 어제는 정말 글이 안 써지더라고요.

써야겠다는 강박 관념은 어깨를 짓누르는데 무엇을 써야할지 막막한 거예요.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한 마음은 더 해가고. 그러던 어느 순간 '이것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누가 나에게 하루에 몇 편이상을 쓰라고 강요한 것도 아닌데도, 하루에 몇 편 이상을 써야겠다는 강박관념이 나를 극도로 피곤한 상태로 몰고 가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자다가도 삼십분 만 자고 나면 벌떡, 생각이 안 나면 담배를 물고, 무슨 우리에 갇힌 짐승도 아니고, 방을 계속 맴돌기만 하고, 커피는 하루에 몇 잔을 마시는지......... 만사를 팽개쳐두고 하루를 푹 쉬고 싶었습니다. 모처럼만에 제대로 외출복을 차려입고, 소주방을 찾아들었어요.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근간에는 소주는 거의 마시지 않아, 부담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맥주 세 병을 시키고 혼자 청승맞게 앉아 술을 마시는데, 웬 잡것(?)들 두 놈이 찾아들더니, 뭐라 떠들며 계속 부산하게 왔다갔다....... 참 사람 신경 거슬리게 만들더군요. 간신히 맥주 두 병을 안주 시킬 새도 없이 마시고, 그길로 나 혼자 노래방을 찾아들었습니다. 도우미(?) 이것도 싫더군요. 혼자 캔 맥주 두 개를 시켜놓고 거의 쉴 새 없이 노래를 1시간 내내 불렀어요.

그래도 시간 되었다는 말이 없어서, 두 시간 하고도 30분을 더 혼자 놀았습니다. 이젠 목이 아파 노래도 못 부르겠더군요. 얼마나 악을 쓰고 불렀는지........ 아무튼 그러고 나니, 술을 별로 못하는 저로서는 술도 오르고, 잠이 무척 쏟아지더군요.

그때부터 잠을 잤는데 무려 14시간을 잤습니다. 배가 고파 밥 한 술 차려 달래 먹고 나니 또 온몸이 나른한 게, 몸이 욱신욱신 마치 누구에게 몹시 두들겨 맞은 사람처럼, 이건 몸살기운이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약을 싫어하는 저로서는 그냥 이불을 쓰고 누웠습니다. 그러다 깜박 잠이 들었는데, 그 순간에도 한 편 써야지 하는 생각으로 꿈속에서는 한 편을 거의 다 마무리 하고 있더라고요. 비록 꿈속이지만 안도감이 들더라고요.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개뿔!

밤 9시더군요.

그때부터 컴퓨터 자판에 앉았지만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무튼 한 편 밖에 올리지 못한 자의 변명이었습니다.

아무튼 일신해서 새롭게 도전을 해야죠.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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