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54화 (254/322)

< --雄飛-- >

6월 3일.

이날은 일요일로 처제 순희의 약혼식이 11시에 청주에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참석할 수가 없었다. 어제 퇴근 무렵 기아(KIA)의 김선홍 회장이 극비 회동을 제안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나는 수락하고 오늘 오전 10시에 그 만남을 갖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장소는 남의 눈을 의식해 삼청동 모 요정에서 비밀 회동을 하기로 했다. 나는 이 모임에 김 비서실장과 김 기획실장만을 대동하고 나갔다.

이 모임에 기아 측은 단 두 명만 나왔는데 김선홍 회장이야 당연했고, 한 명은 뜻밖에도 전 사주였던 김철호 회장의 장남 상문 씨였다. 이 사람은 80년 대 초반 김철호 회장 작고 후 이를 승계했으나, 정부의 자동차 개편조치인 2.28조치에 따라 극심한 경영난에 빠지자,

'기업이 죽어도 기업인은 산다. 라는 수치스러운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

고 선언한 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기아산업과 삼천리자전거 주식을 모두 회사에 기부한 사람이었다. 딱 자신이 살 아파트 한 채만을 남기고 모두 기부한 사람으로, 전 기아인의 존

경을 받는 사람이 내 앞이 모습을 드러낼 줄은 의외였다.

"반갑습니다."

나는 김선홍 회장보다도 기업인의 모범이 되는 김 상문 회장부터 악수를 청했다.

"경영의 귀재를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과찬이십니다."

겸양한 나는 이번에는 김선홍 회장과 악수를 나누었다.

"반갑습니다."

"영광입니다."

김 회장과 악수를 나눈 나는 내가 데리고 온 두 사람을 소개했다.

"당 그룹의 비서실장과 기획실장입니다."

"세계적인 기업의 실세들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김 경제입니다."

"김재익입니다."

"자, 이제 자리에 앉아 무슨 용건인지 좀 들어볼까요?"

나의 말에 따라 우리는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았다.

"제가 말씀드리지요."

김선홍 회장에 힐긋 김상문 전 회장의 눈치를 한 번 보더니 입을 떼었다.

"우리는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는 준중형승용차 캐피탈을 대체할 신차를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지려는지 김 회장은 이 대목에서 이야기를 끊고 잠시 물로 목을 축였다.

"해서 우리는 프라이드를 만드는데도 일정 공헌을 했던 일본의 마쓰다에서, 그들의 패밀리아의 섀시를 가져와 차체만 독자 개발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프라이드의 생산과 개량 작업에서 기아차가 보인 능력에 경계심을 가졌는지, 또는 우리의 성장을 견제하고자 했던지, 아무튼 마쓰다는 우리의 의뢰를 끝내 거부했습니다. 이에 우리는 포드를 찾을까 하다가 그래도 국내 기업인이 낫다 싶어, 이렇게 찾아뵙게 된 것입니다."

"흐흠........! 요는 캐피탈을 대체할 신 모델의 준중형차를 개발하는데, 우리 그룹의 자동차 사업부에서 기술지원을 해달라는 이야기이군요."

"그렇습니다. 회장님!"

김선홍 회장의 명확한 답변에 고개를 끄덕인 내가 우리 그룹의 양 김을 바라보니, 이들은 의견을 말하기가 뭐한지,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나만 지켜보고 등록일 : 14.03.09 00:07있었다. 이에 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물론 같은 한국인끼리 기술지원뿐만 아니라 더 한 것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한 대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 까요?"

"물론입니다. 로열티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 회장의 즉답에 잠시 생각하던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보다 나는 지분을 원합니다."

"네?"

"의외입니까?"

"네."

그렇게 대답하고 다시 김상문 전 회장을 바라보던 김선홍 회장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 가지 조건을 더 붙이고자 합니다."

"말씀하세요."

"도심형 4륜구동 승용차(훗날 스포티지를 말함)에 대한 기술지원도 원합니다. 그리고 전자는 전륜구동 형이고요."

"흐흠.........!"

침음하며 잠시 생각하던 내가 곧 단안을 내렸다.

등록일 : 14.03.09 00:07조회 : 6331/6346추천 : 215선호작품 : 7443(비허용)

"좋습니다. 그러면 얼마의 지분을 주시겠습니까?"

"15%입니다. 이는 우리가 포드의 지원을 받을 경우 최악의 경우 내놓을 패였습니다. 물론 기술지원 조건으로 그냥 다 드리는 것이 아니고, 로열티 부분을 상계하고 나머지는 대금을 현금으로 주셔야 합니다."

"흐흠........! 35%는 안 되겠습니까?"

내 말에 김 회장이 펄쩍 뛰었다.

"그건 절대 안 됩니다. 그러면 우리 회사를 인수하는 것입니다. 즉 최대주주가 된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이미 사내주로 다 나누어주고, 큰 지분가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요? 거기까지는 알지 못했습니다만, 내가 볼 때 앞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 환경이 별로 좋지 못할 텐데, 이 기회에 거대자본과 결합하여 더 나은 쪽으로 나아가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단호한 김 회장의 말에 나는 일말의 희망을 접어야 했다.

"그러면 최대 얼마까지 지분을 주실 수 있습니까?"

"종전에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러지 말고, 좀 더 생각해보세요."

"허허, 그것 참........."

나의 끈길 긴 요구가, 맷돌에서의 손잡이 즉 '어이'가 없는 것과 같은 상황으로 들렸는지, 헛바람을 토하는 김 회장이었다. 잠시 김상문 씨를 한 번 쳐다보고, 먼 산도 잠시 응시하던 김 선홍회장의 표정이 단호해지며 말했다.

"좋습니다. 19%입니다. 더 이상 요구하시면 무조건 결렬입니다."

나는 그의 표정과 태도에서 더 이상은 나올 패가 없다는 것을 알고,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좋습니다. 일단은 서로 그렇게 약정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실무진에 위임합시다."

"찬성합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기아에 대한 지분 19%를 획득하게 되었다. 이 당시 자본금이라야 15억 원을 넘지 않을 때이고, 총자산이 150억을 넘지 않을 때이므로, 우리는 작년 일산과 분당의 신도시 개발로 인한 이익금의 일부 중 아주 미미한 숫자, 즉 30억 원을 주고 기아의 지분 19%를 획득할 수 있었다.

이것이 이들이 '기아산업'에서 '기아자동차'로 상호를 변경한지 채 3개월이 안 된 시점이었다. 이때 이들은 소하리 외에도 서산 공장(화성)을 준공한지 얼마 안 된 시점이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개발된 세피아는 1991년에 개최된 도쿄 모터쇼에 스포티지와 함께 출품되어 주목을 받았고, 마침내 1992년 9월에 출시된다. 세피아는 출시 후 준중형 시장에서 경쟁 차종에 비해 인기가 낮던 자사의 기존 캐피탈을 대신해 높은 인기를 얻어, 기아자동차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자동차의 최고 시속이 180km/h를 채 넘기지 못한 시절에, 세피아는 200km/h를 상회하는 뛰어난 주행 성능을 보였다. 한때 공도의 제왕이라고 불렸으며, 97년 인도네시아의 국민차로 선정되었을 만큼 품질은 인정을 받았다. 또 2002년 9월에 단종 된 1세대 스포티지는 내수 시장인 대한민국보다 해외에서 높은 관심과 판매량을 기록했다. 도심형 SUV라는 앞선 컨셉트는 토요타 RAV4, 혼다 CR-V 등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해외의 인기가 어느 정도 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이 스포티지는 오히려 마쓰다와 포드사가 OEM방식으로 자기의 상표를 붙이고 팔겠다고 기아에 요청할 정도였다. 물론 맺힌 것이 많은 기아는 이를 단번에 거절하려 했다. 그러나 나는 이를 설득하여 판매케 하니, 오히려 자동차 선진국이 하청 생산을 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6월 5일.

이날은 노 통과 고르바초프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날이었다. 그것도 현지 시간으로 4일 오후 5시(한국 시간 5일 오전 9시)였으므로, 나는 노 통의 요구에 의해 다음날 일찍 현지로 출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꼭 중매인으로서 참석하는 기분이 드는 나였다. 아무튼 이번 여행에 나는 미정을 데리고 별도의 비행 편으로 먼저 떠났다. 샌프란시스코 실리콘 밸리 내에 우리의 반도체연구소가 있었기 때문에, 기왕이면 이곳도 한 번 둘러 볼 겸 해서였다. 그러나 내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다. 미정이 샌프란시스코 도심을 오가는 케이블카를 꼭 타보고 싶다고 졸랐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예정에 없던 일이라 단번에 나는 미정의 제의를 거절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졸라대니, 죽은 사람의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못 들어주겠나 싶은 심정으로, 할 수 없이 이를 승낙하고 케이블카에 동승했다. 그 바람에 경호원들이 나를 경호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

그것도 모르고 미정은 케이블카를 타고 아주 즐거워했다. 오르막은 왜 이렇게 많은지, 꼭 서울의 달동네로 진입하는 기분을 느끼며, 나 또한 이국의 풍물을 즐기기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반나절이 금방 지나가고, 곧 정상회담이 열릴 시간이 임박하였다. 이에 나는 곧 회담장인 페어몬트 호텔로 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상회담은 신관 23층에서 열리는데, 곧이어 개최될 만찬장은 신관 1층에 꾸며져 있었다. 나는 미정과 비서실장 그리고 통역, 경호원 둘만 대동하고 두 사람의 정상회담에는 관심이 없어, 신관 밖에서 그냥 시간을 죽였다. 이때 우리에게 접근하는 사람이 있었다.

고르바초프를 수행해온 체르노미르딘 산업부 장관이었다.

"오셨군요. 강 회장님! 그런데 왜 밖에서 이러고 계십니까?"

"좀 답답해서요."

"인사가 늦었지만 강 회장의 주선과 도움으로 우리 경제가 많은 활력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덕분에 나도 우리의 옛 땅인 연해주 일대를 자주 가게 생겼습니다."

"아니, 그곳이 한국의 땅이었다고요?"

전혀 역사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인지, 관심이 없어서인지 연해주가 한국 땅이었음도 모르는 체르노미르딘이었다.

"그렇습니다. 지금 와서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나는 이곳에서 대규모 농장을 지어 우리가 부족한 식량을 어느 정도 자급자족할 수 있다면 더 한 바람이 없습니다."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회의는 언제 끝나는 거요?"

"예정 시간보다도 20분이 늦어 시작되었으니,그만큼 만찬 시간도 늦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의장님은 잘 계신가요?"

"네."

"안부를 좀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죠."

여기서 내가 말하는 의장은 올해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 최고 소비에트 의장에 오른 옐친을 이르는 말이었다.

"곧 정상회담이 끝날 듯하니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러시죠."

그를 보내고도 나는 한동안 홀로 들어가지 않았다.

또 두 사람이 기자회견을 한다고 한참 시간을 잡아먹을 게 번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냥 벤치에 머물러 앉아 있는데, 또 나에게 접근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에 나는 또 자리에 일어나 그를 맞지 않을 수 없었다.

^^ 감사합니다!

^^============================ 작품 후기 즐거운 휴일 되세요!

^^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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