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53화 (253/322)

< --雄飛-- >

아니나 다를까 내 예감은 맞았다.

갑자기 미정이 눈을 뭉쳐 내게 던지자 뒤에서도 눈뭉치가 날아들었다.

"반칙이다. 반칙!"

"왜요?"

"1;3이잖아."

"그러게 하나만 데리고 살죠."

할 말 무.

미정의 말에 나는 꼼짝 없이 세 사람에 의해 당해야 했다.

이 모양을 지켜보던 다정이 선동을 했다.

"아빠를 구하자!"

와아.........!

효정과 인정이 이에 호응해 달려 내려오는데, 아들 들은 꼼짝을 않았다. 할머니의 팔에 잡혀있는 막내 소산이야 그렇다 쳐도 철산과 중산마저 그렇다

는 것은 내게 배신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내가 구원병들에 의해 역전이 되려는 순간 배신자들의 외침이 있었다.

"엄마를 구하자!"

우와..........!

괴성을 지르며 중산이 놈이 이에 합류하고, 이제 4:5. 할 만한 게임이었다.

"배신자 무리부터 처단하자!"

"동감!"

"아빠, 파이팅!"

나는 딸들의 응원 속에 같이 합세해, 먼저 적의 대장부터 제압하고자 철산에게 달려들었다.

"대장부터 제압해야 해!"

"맞아!"

"동감!"

내 말에 딸들이 호응하며 일제히 철산에게 달려드니, 금방 철산은 주저앉은 상태에서 옷 속으로 서너 개의 눈뭉치를 품고 있어야 했다.

"아, 차가워!"

철산이 옷을 털며 비명을 지르지만, 그 와중에 서너 개의 눈뭉치가 그의 파커 속으로 파고들고, 그 순간 나는 중산마저 제압해 그의 옷 속에도 눈뭉치를 집어넣고 있었다.

"아들들을 구하자!"

미정의 선동에 수정과 명희가 함성을 지르며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이 모양을 보고 내가 말했다.

"이번에는 엄마 차례!"

와아.........!

세 딸이 함성을 지르며 각자 자신의 엄마를 향해 달려든다. 나는 그 중에서도 선동을 한 미정에게 달려들었다. 연속해서 눈 뭉치를 날리며 접근하니 미정이 달아나며 말했다.

"항복, 항복........!"

"그런 게 어디 있어!"

내 말에 더 빨리 달아나려던 미정이 급기야 눈밭에 미끄러졌다. 나는 그런 미정에게 달려들어 뭉친 눈을 그녀의 스키복 속으로 마구 집어넣었다. 이 모양을 지켜보던 다정은 차마 제 엄마한테 눈뭉치를 넣을 수는 없었던지 다른 적을 찾아 달려갔다. 그러나 나는 인정사정없이 미정의 품에 마구 눈을 쑤셔 넣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잘못되어 그녀의 가슴을 만지게 되었다.

"여보!"

빽 고함을 지르는 미정이었다.

"우와, 그렇게 만지니 신선한데........."

"밤에 봐요."

"오늘 당신 차례 아니 거든."

"정말........."

잠시 밉지 않게 눈을 흘기던 미정이 말했다.

"오늘 방 하나 잡았잖아요."

"그런가? 아, 안 되겠다. 후환이 두려워 방 하나 더 잡아, 나 혼자 자야겠다."

"봐줄게요. 여보! 그러지 마요."

"알았다, 알았어!"

"우와, 잡았다!"

다정과 효정의 공세에 드디어 수정이 쓰러져 눈뭉치 세례를 받는데, 한편에서는 인정이 제 엄마한테 당하고 있었다.

"아군을 구하자!"

내 말에 힐끔 인정을 바라 본 두 딸들이 명희를 향해 달려들었다.

"인정이를 구하자!"

이제 나까지 넷이 달려드는 형세가 되니, 겁을 먹은 명희가 지레 항복을 선언했다.

"항복, 항복!"

"안 돼! 인정이 당한만큼 복수를 당해야 돼!"

"옳소!"

인정을 제외한 나와 두 딸들이 달려들자 미리 겁을 먹은 명희가 팔을 들어 올려 방어를 하지만 될 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몸에도 서너 개의 눈뭉치가 몸으로 파고드는데 어디선가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엄마, 그러지마!"

"하하하.........!"

"호호호.........!"

소산의 항의에 눈싸움은 그치고, 명희는 오늘, 고통 속에 낳은 아들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월요일 아침.

나는 아침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노 통으로 부터였다.

'40억 달러의 경협차관에 대한 진전이 전혀 없으니 강 회장이 어떻게 손을 좀 써주시오.'

이런 내용의 전화였다. 즉 정부에서는 사정상 30억 달러 이상의 경협차관을 주기 어려운 형편인데, 소련 정부는 굳이 40억 달러의 주장을 굽히지 않아, 수교 문제가 진척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 차려준 밥상도 못 먹는가 싶어 한심한 생각도 들었지만, 나로서는 또 노 통의 말을 거부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이범석 조정실장을 보내 30억 달러로 그냥 수교문제를 매듭짓자고 교섭을 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돌아온 이 범석 실장의 보고는 고개부터 흔드는 것이었다. 완강하다는 것이었다. 천생 어쩔 수 없이 총대를 메게 된, 내 입장만 중간에서 곤란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이 실장을 파견해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 그룹 자체적으로 10억 달러를 제공할 테니, 연해주 및 제위시 자치주 일대에 대한 농지 임차권을 100년 동안 달라'는 것이었다. 이를 가지고 우리는 또 지루한 협상을 하게 되었다. 다툼의 요체는 소련 정부도 지급받은 차관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환을 하겠다. 그 대신 임차농지에 대한 토지세를 달라는 것이었다. 이제 우리는 그 비율을 가지고 다투는데, 그들은 최종 수확물의 10%를 요구했고, 우리는 5% 이상은 못 주겠다고 팽팽히 버티고 있었다. 이 협상을 이 실장은 1월 내내 체류하며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소련의 의견을 받아 내게 의사를 물어오면 내가 지시를 하고, 또 그 안을 가지고 소련 측과 협상을 벌이는 일이었다. 그 최종 결과가 2월 초에 나오게 되었는데, 그 최종안은 다음과 같았다.

'10억 달러에 대한 대정그룹의 경협차관을, 소련 정부는 5년 거치 10년 분할로, 연리 1%의 이자로 상환을 한다. 그 대신 소련 정부는 대정그룹이 개발하는 연해주 및 제위시 자치주 일대 농토 수확물에 대해, 7%의 농지세를 받는다.'

는 최종안이 문서화 된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30억 달러 차관에 대해서는 정부에 일임했으므로 그 내용을 잘 몰랐다. 그 결과 우리 정부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30억 달러를 제공하면서도 그 상환 기일을 명확히 명기하지 않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이로 인해 역대 한국 정부가 아주 곤혹스러움에 처해, 방산 물자로 이를 받는 등 아주 고약한 처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이로 인해 한소수교가 정식으로 1990년 6월 4일 한국의 노태우 대통령과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소수교의 원칙을 합의하는 형식을 취하게 되었다. 그 결과 최종 1990년 9월 30일 한국의 최호중(崔浩中) 외무장관과 소련의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이, 유엔에서 양국 수교합의 의정서에 서명함으로써, 한소수교가 정식으로 이루어졌다. 1904년 러일전쟁의 결과로 양국이 단교한 이래 86년 만의 일이다.

또 소련의 눈치를 보며 미루던 한중수교도 이 해에 이루어졌다. 1990년 10월 24일 베이징에서 한중수교 공동성명에 서명함으로써, 두 나라 관계의 새 장을 열게 된 것이다. 이는 소련은 원 역사 그대로 제 날짜에 서명하게 된 것이고, 반면에 중국은 원 역사보다도 근 2년이나 빨리 한중수교에 서명하게 된 것이다.

아무튼 나로서는 작지만 국가의 큰 사업에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쾌거였다. 2월 7일 목요일.

오늘은 명희의 차례라 그녀의 침대에 누워있는데, 명희가 나를 조용히 부르더니 물었다.

"여보, 순희한테 뭐 약속한 일 있어요? 오늘 낮에 전화가 왔는데, 투덜투덜 하더라고요."

"아, 있어. 신랑감 하나를 소개해주기로 해놓고 깜박했네."

"그러게 그런 약속은 뭐 하러 해요. 내버려두면 제가 알아서 시집갈 텐데."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것 몰라?"

"계집애! 성격은 외향적인 것 같아도,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뭐 하는 거야."

명희가 혼잣말로 툴툴거렸다.

"내일 한 번 알아보도록 하지. 그만 잘까?"

"네, 여봉~!"

"징그럽다!"

"헤헤헤........! 싫어요?"

"아니, 그냥 하는 말이야."

"그렇죠? 여봉~!"

나는 명희의 애교에 그녀를 꼭 끌어안고 그 날 밤을 아주 피곤하게 보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총무이사를 불러 기왕이면 경리부서에서 결혼 적령기 남성이 있나, 한 번 뽑아오도록 했다. 공병탁 이사가 동서증권으로 발령 나서 간이래, 나는 경리부서에 믿음직한 놈을 하나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1시간 후, 총무이사가 내게 명단을 제출하고 갔다. 나는 이를 쭉 훑어보다가 그 중에서 세 명을 찍었다. 그리고 이청신 실장을 불러 세 명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이 세 명은 졸지에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내 정보요원들의 밀착 감시를 받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5일이 지난 날, 이 실장이 그 간의 상황을 자세히 보고했다. 그들 부모의 내력은 물론, 그들의 재산 상태, 당사자의 행동거지까지, 모든 것이 일목요연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나는 그 중에서도 한 명을 찍어, 넌지시 비서실장을 통해 그의 의향을 물어보도록 했다.

상대가 누구라고 신분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맞선을 볼 의향이 있는지를 묻게 한 것이다. 그 결과 상대가 좋다고 허락을 하자, 나는 이를 명희에게 전화로 알려, 당사자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아예 나는 두 사람이 만날 일시는 물론 약속장소까지 잡어주어 서로 만나도록 주선을 한 것이다. 남자 편의 성의를 보기 위해 약속장소도 청주로 잡았는데도, 남자 사원이 쾌락하는 바람에 둘만의 만남이 그 주 토요일 날 청주에서 이루어졌다. 그러고는 둘의 하는 양을 지켜보기로 하고 나는 한동안 관심을 끊었다. 이렇게 세 달이 흐른 5월 중순, 순희가 명희를 통해 약혼을 했으면 하는 의사를 피력해 왔다. 비로소 나는 그 사원을 비서실장을 통해 내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김 명환 이라는 연대 상대출신으로 나이는 올해 서른 살이었고, 직급은 대리였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거기 앉아요. 비서실장은 차 좀 내오도록 하고요."

"네, 회장님!"

그가 나가자 맞은편에 앉은 내가 물었다.

"내가 부른 이유를 알아요?"

"아닙니다. 전혀 모르겠습니다."

앉은 자세로 단정하게 무릎에 손을 올려놓은 채 씩씩하게 대답하는 청년이었다.

"그럼, 이 순희가 누구인지는 아나?"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요즘 제가 사귀고 있는 여자입니다."

"그래요. 내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그 여자가 약혼을 원하면 할 의향이 있나?"

"제가 먼저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흐흠.......!"

"이 순희의 배경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있나?"

"나름 알아보았습니다. 회장님의 처제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솔직해서 좋군."

고개를 끄덕인 내가 다시 말했다.

"자네가 먼저 순희에게 약혼을 제의하게."

"당장이라도 하겠습니다."

"그래, 나가 일봐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꾸벅 절을 하고 나가는 김 대리의 뒷모습을 나는 유심히 쏘아보고 있었다. 만약 그가 거짓말을 했다면, 순희가 아무리 그를 좋아한다 해도, 이들의 약혼은 성립될 수 없었을 것이다.

경리부서야말로 첫째로 원하는 덕목이 '정직' 아니겠는가.

^^============================ 작품 후기 즐거운 주말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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