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雄飛-- >
내 놀람은 잠시 잠깐 이었다.
나는 곧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
"이곳만 우리 호텔이 아니고, 분위기가 아니지. 제주 서귀포 내 중문 관광단지에 갈 예정이니, 오늘 밤은 단체로 그곳에서 즐겨봅시다. 그곳도 콘도미니엄은 몰라도 호텔은 개장을 했다고 들었거든."
"호호호.......! 나는 찬성!"
미정과 명희는 그런 수정과 나를 향해 번갈아 가며 밉지 않은 눈으로 우리를 째리다가 미정이 말했다.
"분위기 이상해질 듯하니 어서 이곳에서 나가요."
"제주도에서 보자는 소리로 들리는데?"
"몰라요. 어서 이곳에서 나가기나 하세요."
"알았다. 곧 출발 준비하도록 전화나 해놓고."
"네!"
내 말에 미정이 수긍을 하고 나는 곧 휴대폰을 통해 곧 출발할 수 있도록 하라
고 지시를 내렸다.
곧 방을 빠져나온 우리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일행을 이끌고 헬기에 탑승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밑에서 여전히 손을 흔들고 있는 배 사장이 작은 점으로 보일 때까지 헬기는 고도를 높였다. 우리는 머지않아 점점이 떠있는 작은 섬들을 볼 수 있었고,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광양제철소와 광활한 대지 위에 우뚝 솟은 골리앗 크레인, 그리고 성냥갑 크기로 종종거리는 많은 인상 군상들, 또 건조되고 있는 대형 유조선의 일부를 볼 수 있었다. 광양의 상공에 도착한 것이다.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선회 비행을 하던 슈퍼퓨마가 사뿐히 포트 장에 내려앉고, 그곳에는 연락을 받았는지 나승렬 조선 사장이 중역들을 데리고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수고가 많소. 주문받은 선박의 건조는 순조로운 거요?"
"네, 회장님!"
일단 답변을 한 나 사장이 말을 이었다.
"납기를 맞추기 위해 일단 육상에서 어느 정도 건조된 상태에서, 지금은 바다로 끌어내려 내부 마무리 공사가 한창입니다."
"거, 보시오. 뭐든지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서는 안 되지. 배는 꼭 도크 내에서만 건조한 다는 법이 없는 것 아니오. 나는 그냥 방향을 제시해준 것 뿐, 나는 믿어요. 나 사장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대동화학의 숨을 이면을 들여다보고, 대한중석의 올바른 가치를 평가하듯, 조선에서도 혁혁한 공을 세울 것을."
"회장님의 믿음에 어긋나지 않도록 이 목숨을 걸겠습니다."
"하하하.........! 그렇다고 목숨까지 걸 거야. 아무튼 내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로 들을 테니, 대정 조선을 세계 제1의 조선소로 키워주시오."
"꼭 회장님의 믿음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 하오."
나는 그의 등을 두드려 격려한 후, 마중 나온 조선의 중역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그들 또한 치하하고 격려해 마지않았다.
이어 나는 나 사장의 안내로 드넓은 조선소 현장의 곳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나는 그 과정에서 만나는 조선공들의 더러운 손을 서슴없이 잡아주고, 그들의 땀을 닦아 주었다. 10월 초임에도 고온의 용접으로 인해 등 뒤까지 소금기 베인 그들의 작업복을 보면서, 내가 이렇게 헬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이면에는, 이들의 값진 노고가 있기 때문이라는 걸 되새겼다.
근 2시간에 걸친 시찰을 끝낸 나는 거액의 금일봉을 내놓으며, 공원들과 함께 날 잡아 회식을 한 번 하도록 격려를 하고, 다시 제주도를 향해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애초의 목적지가 이곳인 비욘슨 부 사장은 태우지 않았음이 당연했다.
쪽빛으로 빛나는 바다를 건넌 우리는 곧 제주도 공항에 착륙을 했다. 아직 중문 단지 내 호텔은 헬기장을 확보하지 못해 택한 조치였다. 우리가 제주 공항에 내리니, 연락을 받았는지 제주도 공사를 총 지휘하고 있던 이름도 모르는 소장과, 예하 간부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하하하........!"
인사를 하는데 웃어서는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나는 갑자기 터져 나오는 웃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건설사 직원들이 현장에서 꼭 헬맷을 착용하고, 꼭 그렇게 행하라고 지침을 내렸지만, 이곳까지 헬맷을 쓰고 나올 줄은 몰랐던 나로서는, 마치 신병처럼 부동자세로 거수경례를 하는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을 금치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웃음을 뚝 그친 나는 소장에게 손을 내밀며 물었다.
"그 정신이 좋소! 이름이 어떻게 되오."
"네, 현장 소장, 감사용입니다."
"특이한 성 씨에 이름이나, 어딘지 귀에 익소?"
"저랑 동명이인으로 삼미 슈퍼스타즈에 1승15패 1세이브를 올린, 패전 전문 투수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래요. 그래서 귀에 아주 익숙하군. 아무튼 수고가 많소!"
"아닙니다. 회장님!"
"거, 귀청 떨어지겠소. 하하하........!"
나는 고함을 지르듯 대답하는 그가 신선하게 다가와 끝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웃음을 그친 내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직급이 어떻게 되지요?"
"네, 현재 부장입니다."
"그래요. 열심히만 하면 별을 다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니, 열심히 해줘요."
"네, 회장님!"
또 다시 머리까지 뒤로 젖히며 고함으로 대답을 하는 그를 보고 나는 빙긋 미소 지으며, 예하 직원들과도 차례로 악수를 하고 곧바로 대기되어 있는 승용차에 올랐다.
랜트된 승용차에 오른 우리는 곧장 서귀포로 향해 달렸다. 빠르게 달리니 공항에서 중문단지까지는 4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곧 단지 내에서도 바닷가 숲속으로 빨려들 듯 사라졌다.
우리 일행은 곧 아직도 공사가 끝나지 않은 콘도미니엄 현장을 30분에 걸쳐 돌아보고, 곧 개장된 호텔로 돌아와 여장을 풀었다. 아직은 중문단지가 그렇게 각광을 받지 못할 때인지라 빈 객실이 많았다.
그래서 나를 수행하온 나머지 사람들도 각각 하나씩의 방을 주고, 우리만 한 객실에 머물렀다. 당연히 1일 숙박에 2만 달러를 호가하는 VIP룸이었다. 한화로 대략 1,500만 원 돈이었다. VIP룸에 여장을 푼 우리는 잠시 호화로운 시설을 둘러보고는 곧 내 제의로 바로 발아래 펼쳐진 백사장으로 향했다. 시꺼먼 포도를 걸어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우리는 특이하게도 회색으로 빛나는 백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인적 하나 없는 해변이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감상하던 아내들이 하나 둘 신발과 양발을 벗고, 맨발로 첨벙거리며 해변을 거니는 곳을 보고, 나는 문득 장난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나 혼자 빈 백사장에 악필을 자랑했다.
'사랑한다! 미정아! 명희야! 수정아!'
나는 이렇게 써놓고, 나도 구두와 양말을 벗어든 채, 잠시 그녀들과 함께 해변을 거닐었다. 곧 낙조가 드리워 장엄한 노을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모두 망연한 시선으로 우리는 대자연이 연출하는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색색으로 변하는 구름과 주홍으로 빛나는 바다가 어우러져 연출하는 숨 막힐 듯 대자연의 광경에, 넋을 잃고 있는 아내들을 나는 헛기침으로 일깨우고 말했다.
"험, 험.........!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갑시다."
"멋대가리 없는 양반!"
"이 아름다운 일몰을 보며 돌아가자는 말이 나와요."
"무드 없기는.........!"
한마디씩 투덜거리는 아내들을 향해 나도 한마디 툭 던졌다.
"아름다운 밤이 우릴 기다리고 있지 않소."
"쳇........!"
툴툴거리면서도 모두 나를 따라 등을 돌리는 아내들이었다. 나는 그런 아내들을 데리고 내가 써놓은 글씨가 있는 곳으로 왔다. 그러나 나는 모른 척 지나갔다.
"우와! 누가 써놨나. 글씨 예쁘다!"
'악필을 보고 이런 칭찬이라니........?'
나는 속으로 웃으며 모른 채하고 그냥 걸어가는데, 영 아내들이 따오지를 않았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 보니, 내가 써 놓은 글씨 밑에 각자 한 자씩 또 자신들이 써넣고 있었다. 제일 먼저 수정이 건방지게
'나도!'
라고 써넣으니, 그를 보고 명희가
'미 투!'
라고 쓰고, 이어 미정이 제일 끝으로
'저도 요! 사랑해용!'
이를 지켜보고 있던 내가 말했다.
"오늘은 미정이만 데리고 잘 테다."
"안 돼요!"
즉각 수정이 반발을 했다.
"왜?"
"모두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똑같잖아요."
"겸손과 건방이의 차이를 알아?"
"헤헤헤........! 그건 실수!"
급 수정이 굽히고 들어오니 따질 말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엔 화살을 명희에게 겨누었다.
"명희는?"
"저는 아래 것으로 해석을 해주세요. 네?"
이 역시 급 아양을 떠니, 용서 안 해 줄 수가 없어 내가 말했다.
"모두 그렇게 나오니 오늘은 특별히 내가 양보해서 단체 섹스다!"
"뭐 예요?"
미정의 항의에 내가 일부러 차가운 어조로 물었다.
"왜? 싫어?"
"그, 그런 것은 아니지만........."
'헬기 한 대가 이렇게 위대할 줄이야!'
미정까지 굴복하는 것을 보며 나는 내심 경탄성을 터트렸다.
'나는 헬기를 타는 여인이다!'
이 자부심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비록 말이지만 많은 양보를 하는 아내들을 향해 나는 힘차게 외쳤다.
"가자! 내 행복을 끝까지 지켜 줄 테니까! 나 믿지?"
"네!"
셋이 한꺼번에 달려드니, 내 품이 작은 게 한이었다. 나는 룸으로 들어오자 급 무드를 조성했다.
룸서비스로 달팽이 요리를 주문하고 비치된 술중에서 아내들이 마시기 편하게 포도주를 택해 잔도 가져오도록 했다. 곧 달팽이 요리 외에 아내들이 메뉴판을 참조해 주문한 안주가 줄줄이 들어오자, 나는 무드 조성을 위해 강제력을 동원했다. 모두 일제히 속이 다 비치는 얇은 잠옷으로 갈아입게 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녀들의 부끄러움도 잊게 하고 무드도 조성하기 위해, 비상용으로 비치된 양초를 찾아오게 하여 불을 밝히도록 했다. 그러나 사물이 보일 정도의 숫자인 딱 한 개만 밝히도록 했다. 그리고 나는 세 아내의 잔에다 모두 반잔씩의 포도주를 따라주고, 나 역시 그녀들이 따라주려는 것을 마다하고 잔을 치켜들었다.
"아름다운 이 밤을 위하여!"
내가 선창을 하는데 수정의 입에서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다.
"황홀한 섹스를 위하여!"
"천방지축!"
"푸 하하하.........!"
급기야 미정과 명희가 웃음을 터트리고, 분위기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몇 잔의 포도주가 빈속에 연속해서 들어가자 서서히 취기가 오르는 세 아내였다. 이때 또 무드를 깨는 수정이었다.
"여보, 밥 안 시켜요?"
"뭐?"
사실 모든 남성들이 그렇듯이 배가 부르면 성욕도 감퇴를 한다. 그래서 일부러 저녁도 안 시키고 이렇게 무드를 잡고 있는데, 분위기를 망치다니 내가 막 뭐라고 하려는데 수정이 선수를 쳤다.
"여자들은 남자들과 다르단 말 이예요."
"뭐가?"
"뇌 구조가?"
"엉?"
"남자들은 좀 배가 고픈듯해야 성욕이 인다지만, 여자들은 약간의 포만감이 들 때가, 성욕이 피크라고요."
"그래? 지금까지 그건 몰랐네."
"그러니 밥 시켜요."
"그럼, 여자들 것만 시켜야 되겠네."
"맞아요."
두 여인의 동조에 나는 할 수 없이 폰으로 주문을 해야 했고, 거의 벌거벗듯한 세 아내를 외부인에게 보일 수 없으니, 나는 스스로 문밖까지 나가 식사를 들이는, 수고마저 해야 했다.
'젠장 어렵네!'
이렇게 사내 노릇 하기도 어렵고, 어려운 남국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오늘도 즐겁고 유쾌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겁고 유쾌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