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43화 (243/322)

< --雄飛-- >

내가 정 회장과 천천히 걸어가며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데, 갑자기 군용 헬기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이에 내 머리에 퍼뜩 스치는 생각이 있어 나는 정 회장에게 물어보았다.

"회장님도 자가용 헬기 갖고 계시죠?"

"참, 그러고 보면 한국 제일 부자라는 자네는 아직도 자가용 헬기 한 대 없잖은가?"

역으로 묻는 정 회장의 말에 나는 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표정을 보던 정 회장이 말했다.

"우리만 해도 내 전용 헬리콥터를 포함해서, 총 3대를 운용하고 있는데, 너무 구두쇠같이 노는 게 아닌가?"

"아직까지는 별 필요성이 없어서 안 샀는데, 이제 몇 대 좀 사려고요."

"늦은 감이 있지만 잘한 생각일세."

"회장님은 어느 기종을 얼마에 구입했습니까?"

"일본의 가와사키 것인데, 내가 알기로 200만 달러 전후에 산 것으로 알아."

"가격이 만만찮군요."

"왜 이러나? 한국의 제일 갑부가 너무 죽는 소리 하지 말게. 그럼, 그보다 못한 우리가, 타고 다니는 것은 사치인가? 오대 재벌 그룹 총수가운데 자네만 자가용 헬기가 없어."

한 마디 했다가 나는 본전도 못 찾았다. 그러자 은근히 화가 났다. 그래서 내심 결심한 것이 있었다. 내심으로만 모종의 결심을 한 나는 그때부터 아는 체 하는 손님들 때문에, 정 회장과의 대화는 더 이상 불가능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벌써 우리는 예식장 근처에 와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하객들에 에워싸여 인사를 나누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곧 예식이 진행된다고 세 와이프가 성화를 부리는 바람에, 나는 사람의 인파에 빠져나와 식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유명 인사가 되는 일도 피곤한 일이었다. 아무튼 이후 식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렇게 해서 모든 예식이 끝나자 나는 뒷정리를 하기 위해 아내들을 데리고 촌에 들렸다. 어머니 혼자 뒷설거지를 하기에는 일이 너무 많았으므로 어머니를 거들게 한 것이다. 모든 일이 끝나자 나는 아내들을 데리고 서울로 돌아오면서도, 텅 빈 것 같은 빈집을 지키고 계실, 부모님의 쓸쓸함이 눈에 잡힐 듯 들어와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월요일 아침.

조회가 끝나자 나는 최우선 무역부분 사장과 비서실장을 불러들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고향에서 한 이야기를 뒷받침하기 위해서였다.

"다름 아니고 내가 지시한 일이 있어요. 무역 부분의 이상민 과장을 차장으로 발령 내어 원유만 전담 처리하도록 했고, 법무 팀의 장 민호 과장에게는 곡물만 전담으로 처리하도록 했소. 해서 이들을 각각 이 부분의 팀장으로 삼아, 각각 5명씩을 총무부의 협조를 받아 내주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최우선 사장이 굳은 자세로 복명했다.

"곡물 팀이야 국내에서 주로 활동하겠지만, 원유 팀은 아무래도 원유 거래량도 많고, 금융의 중심지인 런던에 그 중심을 두는 게 좋겠어요. 해서 이들을 런던으로 파견할 준비도 해주시고, 또 뉴욕지사나 국내 파트에도 이들과 손발을 맞출 인원을 배치해 놓도록 하세요."

"이 문제는 됐고, 다음으로 비서실장님!"

"네, 회장님!"

"헬기 구매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나는 어제 정 회장에게 수모를 당한 생각을 하고 아침부터 이 문제를 거론했다.

"미국의 벨사, 프랑스의 유로콥터, 일본의 가와사키 등 3개 사의 제품을 최종 선정해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몇 대 구매 예정이죠?"

"우선 회장님 것, 한 대........?"

말을 다 마치도 못 하고 나의 눈치를 보는 비서실장이었다.

"우리나라에 헬기가 총 몇 대 있는 줄 아세요? 물론 군용은 배제하고 말이죠."

"네, 구매 전에 파악을 좀 했습니다. 어느 기종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그들은 얼마에 샀으며, 어떤 체제로 운영되는지."

"그래서요?"

"우리나라 민간 항공기는 총 43대로 이중 19대가 관광, 농약살포, 고압선 감시 등으로 이용되는 대여 헬기고, 나머지는 재벌기업 총수들의 전용 헬기 아니면, 임원과 회사의 긴급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19대 만이 영업용이라는 얘기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회장님!"

"내가 볼 때는 우리나라 경제가 점점 더 커지니 영업용 헬기 사업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때요?"

"그것 까지는 미처 파악을 못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그럴 것까지야 없고, 이제라도 한 번 파악해 보시고, 또 이 사업이 타당성이 있다면 아무래도 대량 구매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걸 이용해서, 우리와 기술제휴를 해서 공동생산 할 기업은 없는지 한 번 알아봐 주세요. 그런 기업이 있다면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그런 기업과 손잡고 우리도 헬기 생산국이 되어 봅시다."

"제가 알기로 마침 대한항공의 라이센스 생산도 올해로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 같습니다."

"그러니 이 분야에 대해서 철저하게 한 번 알아봐 주세요. 우리나라 정비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헬기 조종사의 수급은 가능한지, 군을 포함한 우리나라 헬기 수요는 얼마인지? 기술 제휴를 통한 합작 생산을 하게 되면, 세계적으로 경쟁력은 있으며, 있다면 그 수요는 얼마인지 등 헬기 산업 분야에 대한 것을 재조사해서 빠른 시일 내에 보고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나는 김 비서실장의 대답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가 물었다.

"다른 할 이야기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럼, 나가 일 보세요."

"네, 회장님!"

그들이 나가자 나는 헬기 사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흐른 88년 9월 중순.

이날 나는 내 집무실에서 비서실장으로부터 헬기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브리핑 받고 있었다.

"그간 헬기 사업에 대한 전반적으로 조사한 것에 대해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말씀하세요."

"우선 정부에서는 대통령 전용 헬기 2대를 구매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군에서는 예산 배정이 없었고요. 민간에서는 3대 정도의 재벌기업에서의 구매의사가 파악되었습니다."

"그것부터 보고하는 모양이 우리나라 헬기 사업이 부정적으로 들리는 데요. 그만큼 수요가 없으니, 힘들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일단은 그렇습니다."

"또 영업용 헬기 시장은 앞으로 더욱 번창할 것이나, 12대 이상으로 운용한다면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 당분간 적자가 예상됩니다. 이것도 몇 년 앞으로 내다보고 예상한 것이라, 12대도 당장은 큰 이익을 보기 어렵겠습니다. 그리고 헬기 조종사와 정비 능력은 그간 군과 민간에서 배출한 규모로 보아, 이 정도 운용은 큰 문제가 없다고 사료되어 집니다."

"흐흠.........!"

잠시 생각하던 내가 물었다.

"그러면 내 전용 헬기를 포함해 우리 그룹에서 쓸 헬기 5대에, 영업용 헬기 12대를 구매한다고 치면 총 17대를 우리가 구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회장님!"

"하면 이 조건으로 우리와 합작을 해 기술 이전을 포함한 공동 제작할 업체가 없다는 말입니까?"

"현재로서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습니다. 다만 가격을 많이 다운 시킬 수 있고, 일부 부품에 대한 구매는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면 기어박스 등을 생산하면 유로콥터 같은 경우, 그에 한해서 자사 제품에 구매를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흐흠........! 참으로 국력이 약하니, 좀 큰 사업을 벌이려면 벽에 부딪치는군."

"저도 이를 조사하면서 많은 슬픔을 느꼈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좀 더 천천히 갑시다. 일단은 그런 조건으로라도 우주항공 산업의 첫발을 떼어봅시다."

"네, 회장님!"

힘없는 내 말에 비서실장도 애잔함을 느끼는지 표정이 침통했다. 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비서실장이 눈치를 채고, 목례를 건넨 후 자신도 말없이 나갔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창가를 서성이며 어떻게 하면 좀 더 빠른 시간 내에 우주항공 산업을 본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나의 허락에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뜻밖에도 매제 장민호 과장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그래, 거 앉아요. 무슨 일로?"

"오늘은 업무 상 보고 차 들렸습니다."

"그래요. 어디 들어봅시다."

나는 그의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경청할 준비를 했다. 곡물에 관해서는 나의 주요 관심사이기 때문에 나는 이를 다이렉트로 보고하고, 그의 윗선에도 모두 알려주는 체제를 취하고 있었다.

"그간 여러모로 종합 검토한 결과 우리 그룹 단독으로 곡물 회사를 운용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것은 나도 아는 이야기 이고, 그래서........"

"그래서 저는 우선 세계적인 유통망을 갖췄으면서도, 우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는 회사를 알아본 결과, 다국적기업인 니데라(NIDERA)가 적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니데라(NIDERA)?"

"그 회사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니데라는 1920년 네덜란드, 인도, 독일, 영국,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거점을 둔 유럽계 주요 곡물상들이 합작해 만든 다국적 기업으로, 그 본사를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 두고 있는 회사입니다."

"그래서?"

"그래서 저는 니데라의 지분을매입할 수 있는지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2억5천만 달러에 7%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내락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계속 해봐요."

"그동안 그 자회사인 쥴릭과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었는데, 이 쥴릭의 또 자회사인 골드 코인(Gold Coin)만해도 대단한 회사입니다. 아시아 지역의 사료곡물을 공급 유통하는 회사로서, 연간 9개 국가에서 250만t의 사료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기대이상으로 많은 성과를 내었군. 그래요. 일단 2억5천만 달러를 들이더라도, 니데라의 지분을 확보하도록 하세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그가 이어서 말을 했다.

"아직 보고할 단계는 아니나 일본의 종합상사로서 이 분야에 오래 종사한 경험이 있는 미스비시나 미쓰이, 마루베니와의 협력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정말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성과를 내었군. 내 기대하고 있을 테니, 이 분야의 전문가들도 대거 영입해서, 좀 더 규모를 키워보도록 해요."

나의 격려에 더욱 힘을 받은 듯 장 팀장의 얼굴이 환한 웃음으로 가득했다. 나는 그런 그의 웃음을 보자, 종전 헬기에서 느꼈던 저조한 기분이 가시는 듯해, 내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

그래서 나 또한 미소 띤 얼굴로 물었다.

"요즘 신혼 재미가 어때?"

"그런 걸 뭘 물으십니까? 쑥스럽게."

"하하하........! 쑥스러움도 알다니 다행스러운 일이군."

내 말에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뒷머리만 긁적이는 장 민호였다. ============================ 작품 후기 헬기와 곡물 분야에 대한 자료조사를 하다 보니 이 분량 밖에 쓰지를 못했네요.

양해하시고, 쓰는 대로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보내주신 후의에 진정으로 감사의 인사 올리고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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