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36화 (236/322)

< --雄飛-- >

다음 날 아침.

조회를 파하니 김경제 기획실장과 이한구 경제연구소 소장이 무엇인가 보고를 할 것이 있는지, 내 집무실로 들어섰다. 이에 나는 인터폰으로 비서실장을 배석시켜 그들의 보고를 들을 준비를 했다.

"오늘은 삼성에 대한 보고를 하러 들어왔습니다."

경청할 준비를 하고 내가 말했다.

"네, 말씀해 보세요."

김재익 기획실장이 계속해서 말했다.

"삼성 반도체 인수문제는 어제부로 결렬이 되었습니다. 우리에게는 별로 실익도 없는 것을 너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부르고, 대폭 낮추자는 우리의 제의에도 찔끔 찔끔 몇 푼 낮추고는, 요지부동이라 우리 측에서 일방적으로 결렬을 선언한 것입니다. 더 더군다나 지금도 그렇지만 미래의 성장 동력인 헬스 케어 부분은 내줄 수도 없는 일이구요."

"흐흠........!"

잠시 생각하던 내가 이한구 소장을 보고 물었다.

"이 소장님의 생각도 같소?"

"네, 회장님! 제가 맡아보던 업무를 인수한 것이라, 내용도 잘 알고 있고, 같은 견해로 협상에 임하고 있었습니다."

"흐흠........! 이렇게 되면 삼성과의 관계가 앞으로 좋아지진 않겠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 측에서는 별로 아쉬울 것도 없고요."

이 소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내가 말했다.

"서로 척 져서 좋을 것 없으니, 앞으로 공동으로 추진할 사업이 있으면, 그들의 의사를 제일 먼저 물어보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삼인이 이구동성으로 대답을 하기에 내가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혜리 양이 차를 들고 들어왔다. 아마도 김 비서실장이 들어오면서 우리의 기호를 전부 아니 차 주문을 하고 들어왔던 모양이었다. 나는 이들과 차를 마시며 다음 문제를 거론했다.

"동양강철 박 사장에 대한 검증은 하고 있는 것이죠?"

"네, 회장님! 어제부터 이 실장이 바로 실사에 들어갔습니다."

비서실장의 대답에 나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또 물었다.

"오늘 아침에 문정용 씨라고 어제 내 방을 방문했던 사람이 출근을 했나요?"

"아직 미처 확인을 하지 못했습니다. 곧 확인해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회장님!"

"그래요."

"그리고 자동차 디자이너들의 영입 문제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죠?"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유를 알고 있소?"

"고액 연봉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흐흠........! 뭐 하나 쉬운 일이 없군."

나직이 중얼거리던 내가 다시 비서실장을 향해 물었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됐죠?"

내가 누구라고 지칭을 하지 않았는데도 비서실장은 용케 알고 답변을 했다.

"어제 늦은 시각에 서울로 돌아와 1박을 하고, 오늘 9시부터 이곳, 공장 견학을 하기로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오늘은 내가 안내를 좀 해야겠군요."

"그렇습니다. 회장님!"

"다른 문제들은 없나요?"

"자가용 비행기와 헬기 문제는 계속해서 세계 유명 업체를 상대로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알겠습니다."

내가 묻지 않아도 김 비서실장이 잊지 않고, 추진 현황을 보고하고 있었다.

"내 곧 그 사람들을 마중해야 되니, 차 한 잔 마시고 각자의 일 봅시다."

"네, 회장님!"

우리는 어느 정도 식은 커피를 빠른 속도로 마시고, 각자의 위치로 흩어졌다.

그러고 나서 채 5분도 안 되어 나는 비서실장으로부터 문정용 씨가 출근했다는 보고를 받을 수 있었다.

그날 저녁이었다.

잔무가 조금 밀려 이를 처리하고 저녁 7시쯤, 집으로 퇴근하는 길이었다. 내가 인터폰을 누르고 한참을 기다려서야, 다정이 받고 튀어나왔다. 이에 내가 대뜸 물었다.

"엄마는?"

등록일 : 14.03.03 00:05조회 : 6069/6081

"무창포 가셨어요."

"외할머니 할아버지는?"

"모두 큰 이상들이 없다고 해서 오늘 모두 내려가셨고요. 작은 엄마들은 물론 심지어 가정부 아주머니들도 안 계셔요."

"왜?"

"단체 휴가라면서 모두 무창포로 내려가셨어요."

"이것들이.......!"

화를 내려다 다 큰 딸에게 보일 모습은 안인지라, 나는 곧 표정을 수습하고 다정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학교 때문에 못 가고?"

"네."

"너희들 저녁은 먹었냐?"

"아무도 안 먹었어요. 아빠 오면 먹는다고."

"그러지 말래도........ 아이들 어디 있어? 다 불러와."

"네, 아빠!"

현관 입구까지 왔던 다정이 수정과 명희네 집을 들르러 갔다. 등록일 : 14.03.03 00:05조회 : 6069/6081추천 : 158선호작품 : 7444(비허용)나는 문을 열자 찬 공기가 확 밀려들어오는 것 같은 집안으로 들어갔다. 혼자 우두커니 서 있으니, 아내들이 없어서인지 이상하게 썰렁한 느낌이 들며, 순간적으로 외로움이 느껴졌다. 전화 한 통화 없이 내려간 생각을 하면 괘씸한 생각도 들련마는, 그 보다는 집안이 휑한 느낌이 더 강했다.

조금 있으니 아이들 뛰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곧 이어 현관문이 활짝 열리며 효정과 인정 그리고 다정에 이어 철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곧 다정이 인터폰을 누르더니 위층에 있던 중산도 불러 내렸다.

"식사하셔야지요. 제가 차릴 게요."

"알았다."

말을 하고 아이들을 돌아보니, 아이들은 잔소리할 사람이 없어서인지 모두 신이 난 표정이었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참으로 기분이 묘했다.

갑자기 홀아비가 되어 혼자 이 아이들을 키우는 모습이 연상이 되면서, 마냥 쓸쓸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순간적인 감상을 떨쳐내고 말했다.

"모두 식탁에 앉아 식사하기에는 비좁을 것 같으니, 상을 잇대어 두 개 펴라."

그렇게 지시를 내리고 나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나는 효정을 바라보고 물었다.

"외할머니는?"

"청주에 내려가셨어요."

젖먹이 막내 소산이야 제 엄마가 데리고 내려갔을 것이니, 오늘은 여기 있는 내 자식들이 식구의 전부였다. 아무튼 내 말에 철산과 중산이 거실에 상을 펴고, 두 계집아이들은 언니가 퍼주는 국과 밥을 날라 펴진 상 위에 차례로 놓았다. 곧 냉장고에 있던 밑반찬까지 모두 차려지자 우리는 모두 밥상머리에 둘러앉았다.

"밥과 국은 해놨던 모양이지?"

"네, 아빠!"

다정의 말에 나는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서 밥 먹자!"

"네, 아빠!"

"감사히 먹겠습니다."

요상한 말을 하는 놈이 있어서 쳐다보니 철산이었다.

"너만 이상한 말을 한다?"

"오늘 담임선생님이 잠깐 군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군대에서는 그런 다는 데요? 그것을 떠나 아빠 엄마의 노력으로 우리가 편안하게 학교 다니고,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분명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기특한 생각이다 만, 아빠로서는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뭔데요?"

"아빠가 알기로 교대 나온 사람들은 군대를 안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방학 때 가까운 군부대에 입소해서 훈련을 받는다던 데요?"

"네 말이 맞다. 내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다."

그렇게 말하고 잠시 무슨 생각을 하던 내가 돌연 물었다.

"오늘 금요일 맞지?"

"네, 아빠!"

인정이 재빨리 큰소리로 대답했다.

"엄마들은 언제 올라온다 하디?"

"일요일 날 요."

다정의 말에 내가 갑자기 음흉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내일은 학교 끝나는 대로 바로 집으로 와라. 설령 학원이나 어디 다니는 사람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내일 오후에 우리는, 우리끼리 화진포로 놀러가는 거야. 그리고 일요일 저녁 늦게나 돌아와 엄마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거야."

"우와~! 그거 좋겠다. 엄마도 우리 떼어놓고 놀러갔으니, 우리도 엄마 놀래 켜 주자고요."

효정의 말에 중산과 인정이 박수를 치며 아주 좋아하는데, 다정과 철산은 그저 미소만 짓고 있었다.

"내 말대로 하는 거다?"

"네, 아빠!"

아이들의 씩씩한 대답을 들으며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말했다.

"자, 더 식기 전에 아무 소리 말고 식사하기. 식사 시작!"

"네, 아빠!"

내 말에 대표로 다정이 대답을 하고 나머지는 입이 안 보이도록 크게 밥을 퍼서, 입이 미어져라 터져라 우겨넣기 바쁜 아이들이었다. 나를 기다리느라고 무척 배가 고팠던 모양이었다. 다음날 오후.

나는 토요일을 맞아 내 말대로 실행을 했다.

차 두 대를 동원하여 아이들을 싣고 화진포로 향한 것이다. 물론 경호 차량 두 대는 별도로 또 따랐다. 떠나기 전 나는 화진포 별장으로 전화를 걸어, 삼겹살과 쇠고기 등 아이들이 구워먹을 수 있는 것과, 과일들을 준비해 놓도록 사전에 연락을 취한 다음에, 옮긴 행동이었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근 네 시간 만에 화진포 별장에 도착하니, 벌써 어둑어둑해지는 숲속으로 밖의 외등들이 흐릿하게나마 붉을 밝히고 있었다.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뛰어내려 다람쥐 새끼들 마냥 날렵하게 돌계단을 달려 올려갔다. 그래도 머리가 큰 다정과 철산만은 먼저 내렸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가자"

"네, 아빠!"

두 아이들이 부축하듯 나를 옆에 따르며 함께 우리는 돌계단을 올랐다. 그러던 중 갑자기 다정이 내 팔짱을 끼며 다정하게 나를 불렀다.

"아빠!"

"왜?"

"요새는 이상하게 남학생들한테 부쩍 관심이 가요. 아빠 같은 사람이 있으면 남자 친구 하나 사귀고 싶은데, 어떤 때는 외롭기도 하고요."

"다 사춘기라 그런 거야. 누구나 겪는 세월이니, 하나도 이상할 것을 없다 만은, 그래도 이성 친구는 내가 볼 때 좀 빠르다. 좀 더 커서 네가 어느 정도 자아를 갖췄을 때,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떻겠니?"

"저는 제가 다 컸다는 느낌이 드는데, 아닌가?"

"항상 그런 느낌으로 커가지만, 되돌아보면 아직 그 당시에는 내가 어렸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지."

"정말 그래요?"

"그럼."

"음.......! 저는 제가 스스로 다 컸다고 생각하는데, 아닌 모양이네요."

"그럼."

고개를 갸우뚱하는 다정에게 내가 말했다.

"내 말대로 해라. 아빠를 떠나 인생의 선배로서 하는 이야기이니."

"알았어요. 아빠! 철산아 너는 그런 생각 안 드니?"

"나도 조금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누나 정도는 아닌가봐."

"철산이 너한테도 똑같이 해당되는 말이니, 이 아빠 말대로 해라."

"네, 아빠!"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잔디밭이었다.

"오셨어요? 회장님!"

두 내외가 공손히 허리를 굽히는데, 인사는 숫기 없는 남편을 대신해 아내 혼자만 했다.

"네, 우리 때문에 괜히 성가시겠네요."

"아니면 우리가 이곳에 근무할 이유가 없지요. 많이, 많이 찾아주셔야 우리가 안 쫓겨나지 않겠어요?"

"그런가? 하하하........!"

내 웃음에 곰보 아주머니도 기분이 좋은지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회장님, 준비 다 되었는데요."

"애쓰셨어요. 이제 우리가 해 먹을 게요."

"아닙니다. 저희들이 옆에서 도와 드릴게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내가 벌써 집안으로 들어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이들을 불러내도록 했다. 곧 사내에 의해 드럼통에 장작불이 피워지고, 그 아내는 고기를 벌써부터 한 첨씩 드럼 통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이를 보고 몰려든 아이들이 침을 꿀꺽 꿀꺽 삼키는 모양을 보니, 나는 가난한 집 아이들을 보는 것 같아 내심 웃음이 나왔다. 곧 고기가 구워지기 시작하는데 다정이 내게 물었다.

"아빠, 기타 가지고 나올까요?"

"왜? 듣고 싶어?"

"네!"

"그럼, 가지고 나오든지."

"네~!"

길게 대답을 끈 다정이 곧 집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내가 그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벌써 해당은 꽃들이 지고 없었다.

'하긴 꽃들이 져야 열매를 맺을지니, 내 비록 오늘 찬란한 꽃을 보지 못할지라도, 아쉬워 말 지어다!'

나는 스치는 단상 속에 천천히 해당화 군락지로 걸어갔다. 등록일 : 14.03.03 00:05조회 : 6069/6081추천 : 158선호작품 : 7444(비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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