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34화 (234/322)

<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한 포석-- >

미모의 백금발의 오십 대 초반의 여성이 제일 선두에 나서서 씩씩하게 우리 일행 앞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녀가 신시아 캐롤임을 알 수 있었다. 여자라고는 그 옆에 바짝 붙어 따르는 젊은 여성 외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젊은 여성이 CEO일리는 없잖은가.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

나는 두 팔을 벌려 기꺼이 그녀를 맞으러 나갔다.

"반갑습니다. 신시아 예요."

"강대정입니다."

우리는 가볍게 포옹을 하고, 나는 그녀의 뺨 이쪽저쪽에 가볍게 뽀뽀를 했다. 이때 옅은 향수 냄새가 맡아졌으나, 향수도 다양한데다 별로 관심이 없어서인지, 나는 무슨 향수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는 서로 수행원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자신의 첫 임무를 시작했다. 서로 간에 수행원들의 소개가 끝나자, 우리는 곧 그들을 우리의 의전용 차에

태워 우리 그룹의 사무실로 향했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여 그룹 내 사무실에 도착하니 벌써 11시 30분 이었다. 이어 우리는 소회의실로 이들을 안내해 본격적인 양자 회담에 들어갔다. 회담이라야 실무 선에서 거의 협상이 타결되었기 때문에 확인을 하는데 지나지 않았다.

"우리 그룹이 요하네스버그의 10만 평 대지 위에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공장을 각각 1억2백만 달러와 9천8백만 달러를 투자해, 51:49%의 지분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이 맞습니까?"

내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동의합니다."

"또 칠레의 동 광산 운영회사인 앵글로 아메리칸 수르의 지분 49.5%를 10억9천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는데, 동의하십니까?"

"동의합니다."

"또 동 광산 개발 프로젝트의 일부로 추진되는, 칠레의 6억 달러 상당의 LNG복합 화력발전소 건설을 대정엔지니어링에 일괄 발주한 것도 맞습니까?"

"맞습니다."

"좋습니다. 이로써 양 그룹의 관계가 진일보 하게 되었습니다. 해서 저는 과감히 양 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맺을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이는 예정에 없던 일이었으므로 순간적으로 당황한 빛을 보이던 그녀가, 옆의 임원들과 몇 마디 귀속 말을 주고받더니 답변을 했다.

"일단 여기 있는 임원들과 저로서는 크게 환영하며 적극 동의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MOU를 체결하는 것으로 그칩시다. 정식 조인은 다른 건과 마찬가지로 회장님이 본사를 방문할 때 체결하는 것으로 합시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기로 하고 늦었지만 닉키 오펜하이머 회장님께도 안부 인사를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된 듯하니 바로 정식 오찬장으로 여러분들을 모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우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찬장이 마련된 별관으로 향하였다.

이 별관은 식당 옆에 후에 별도로 지은 건물이었다. 그룹의 규모가 커지다보니 오늘과 같이 외부의 인사를 모시고 식사하는 일이 종종 있으므로, 내가 짓도록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평소에는 임원 급 이상의 식당으로 운영되다가, 오늘 같은 날은 귀빈만의 오찬 내지 만찬장으로 변하는 곳이었다.

아무튼 우리는 이곳에서 근 1시간에 걸친 정식 오찬을 끝내고 30분을 쉬었다가, 오후의 일정에 돌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들이 중간에 일정 변경을 요구해왔다. 오가는 시간이 있으니, 청주 공장부터 방문하고 이곳은 내일 둘러보겠다는 제안이었다.

나는 그들이 편리한 대로 우리가 편의를 봐주도록 조치했다. 사실 이들에게 자가용 비행기가 있어도 청주로 향하는 길에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나마 내륙권 공항으로 현재 하나 있는 청주 공항도 97년이나 되어야 완공되니, 인근에 이용할 공항이 없어 만사휴의(萬事休矣)였던 것이다. 여기서 참고로 하나 밝히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칠레의 동 광산에 대해서다. 만약 이대로 양 사의 정식 계약이 체결된다면, 앵글로 아메리칸 수르가 소유하고 있는 칠레 광산의 일부인 로스브론세스 동 광산은, 현재 진행 중인 확장공사가 종료되는 1992년에는 그 생산량이 연 50만 톤으로, 세계 5위의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로서는 동 생산량이 세계 도처에서 현재 연 14ton에서 연 25ton으로 증가하면서, 한국 연간 수요의 60%를 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거대 괴물 종합상사인 일본의 미쓰비시나 여타 상사들도 이루지 못한 쾌거였다. 아무튼 이들의 제의 때문에 내 오후 일정도 차질을 빚었다. 원래 계획은 이들을 역삼동 전자공자만은 내가 안내해주기로 하고, 청주 공장은 나를 수행했던 세 명의 사장이 안내를 해주기로 했는데, 이들의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 때문에 내 오후 일정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후의 스케줄을 다시 잡으려고 비서실장과 상의를 하고 있는데, 한 통의 전화 때문에 나는, 그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오후의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바로 그 사람은 요즈음은 통 내왕이 없어 한동안 잊고 지냈던, 대전 동양강철의 박 일용 사장이었다.

알루미늄 제조업체로서 한동안 내가 아버님이라 부르며 신세를 많이 졌던 분이기에, 다른 일정을 상의할 필요 없이 이 분을 만나기로 했던 것이다. 아무튼 그가 방문한다는 2시 30분이 되자 나는 1층 현관까지 나가 그분을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 정확히 5분 전이 되자 1층 현관에 멎는 고급 승용차가 한 대 있었다. 나는 이 차가 직감적으로 박 사장의 차임으로 알아보고 승용차 곁으로 접근하니,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오는 백발의 신사가 있었다.

바로 동양강철의 박 일용 사장이었다. 나는 얼른 꾸벅 인사를 하고 양팔을 벌려 맞으러 갔다.

"아버님!"

"하하하........! 잘 지냈나? 그래도 아버지 소리가 나오니 다행이네."

뼈가 있는 말이었지만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여전히 환한 웃음을 머금은 채 대답했다.

"네, 덕분에 아주 잘 지냈습니다."

"하하하.........! 아무튼 이렇게 만나니 반갑네."

"동감입니다. 아버님!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죠. 황사 때문에 좀 그렇군요."

"그러게나 말일세."

우리는 얼싸안듯이 하고 곧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내 집무실로 들어가며 내가 박 사장께 물었다.

"식사는 하고 오셨습니까?"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당연히 먹고 왔지."

문을 열고 들어온 내가 자리를 권하며 말했다.

"그 쪽에 앉으세요. 차는 뭐로 드릴까요?"

"나는 녹차가 좋네."

"알겠습니다. 아버님!"

나는 곧 인터폰을 눌러 차 2잔을 주문하고, 그의 앞좌석에 마주 앉았다.

"정말 상전벽해, 괄목상대라는 말이 꼭 자네를 위해 생긴 말인 것 같네. 내 처음부터 자네가 크게 될 줄은 알았지만, 대한민국 더 나아가 세계를 주름잡을 줄은 상상도 못 했네."

"아버님, 혹시 필요하신 것 있습니까? 하하하.......!"

"말 잘 했네."

나의 웃음에도 정색을 한 박 사장이 말을 이었다.

"내 이번에 가구사업 분야로 진출을 하려는데, 자금이 좀 모자라?"

"구체적으로 사업 내용이 뭡니까?"

"사무용 책상, 의자 등 여타 실생활에 필요한 가구들일세."

"그래, 제가 어떻게 도와드렸으면 좋겠습니까?"

"지분 투자를 해주게."

"총 자본금을 얼마로 예상하시는 데요?"

"아니, 이런 대 기업도 돈 들어가는 것을 겁내나?"

"아무리 재벌기업이라도 돈이 없을 때는 씨가 마를 때도 있습니다. 물론 저희 그룹이야 그런 일이 없습니다만?"

"그야 그렇겠지. 아무튼 한 10억 정도면 안 되겠나 싶어?"

"그 중의 얼마를 우리가 투자하면 됩니까?"

"10억 정도는 눈도 하나 깜짝 안 하는 것인가?"

"그 정도야 사실 건방진 말입니다만, 제게는 이제 껌 값입니다. 오늘만 해도 한, 13억 달러를 투자한 것 같습니다."

"뭐라고? 13억 달러면 한화로 도대체 얼마야? 너무 액수가 많으니, 감이 잘 안 잡히네."

"오늘 신문을 보니 달라 대비 원화가 746원 이니까, 약 9,700억 원 쯤 됩니다."

"그럼, 조 단위로 움직이는 거야."

"그렇습니다만, 다 우리 자본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절반 정도는 파이낸싱으로 조달 할 겁니다. 그러나 오늘 신문을 보니 IMF측에서는 환율 절상 속도를 빨리 하라니, 걱정입니다. 오늘과 같은 투자에는 유리하지만, 수출기업들은 죽어날 테니........"

"우리 같은 기업에는 환율이 절상 될수록 유리하네. 원가비중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알루미늄이 차지하거든."

"그렇겠네요. 다 일장일단이 있지요. 그러나저러나 괘씸한 것은 IMF입니다. 그 뒤에 누가 있습니까? 미국이 있지 않습니까? 말이 국제통화기금이지, 미국의 한 은행에 지나지 않는 게 IMF 아닙니까?"

"그런 국제적인 문제는 잘 모르겠네. 그만큼 늙었다는 이야기 일지도........"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아직 정정하신 데요."

"꼭 그렇지만도 않아."

이때 혜리 양이 차를 들고 들어왔으므로 우리의 대화가 잠시 끊겼다. 잠시 나는 커피를, 박 사장님은 녹차를 마시느라 실내가 잠시 조용했다. 차를 다 마신 박 사장이 점잖게 물었다.

"아직 확실한 언질을 안 주었네만?"

"우리가 얼마에 몇 %의 지분을 갖는 것입니까?"

"4억9천 정도면 어떤가?"

금방 답이 나왔다. 49%의 지분이다.

"좋습니다. 아버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경영까지 책임지십시오."

"고맙네. 하긴 자네 같은 대 기업이 이런 조그만 사업체는 경영하래도 귀찮지 않나싶네."

"별 말씀을."

말이야 그렇게 했지만, 사실 박 사장의 말이 맞는 말이었다. 이런 중소규모의 업종까지 우리가 굳이 진출할 필요성을 나는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작은 기업들은 모두 팔아치우려고 하는 판이니, 그의 말이 정곡을 찌른 말이기도 했다.

"언제쯤 입금이 되겠나?"

"당장이라도 입금시켜 드릴 수가 있지만, 회사라는 것은 절차가 있으니 3일 여유만 주십시오."

"고맙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내 말대로 당장이라도 입금할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기왕 투자 하는 것,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고 싶지 않았다. 만약의 경우 말이다. 박 사장님이 그럴 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심은 하는 게 좋았다.

지금까지 그의 말이 전부 거짓말이고 먹튀를 당한다면, 내 기업사에 오점이 되는 것이다. 정말 박 사장이 어려워 몇 억을 달라면 그 간의 정리로 보아 그냥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자라는 것은 엄연히 공금이 나가는 것이니, 요새 같은 잣대를 들이 된다면 배임과 공금 횡령죄에 해당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 모든 것을 떠나서 투자를 잘못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나는 정보실장으로 하여금 3일 동안 확인을 해보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길게 끌면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그 정도 시간이면, 우리의 정보력으로 보아 적당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사업은 좀 어떠십니까?"

"나는 노태우 대통령의 공약에 기대를 걸고 있네."

"200만 호 주택 건설 사업 말입니까?"

"왜 아니겠는가?"

"그 말은 믿어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취득한 정보로도 확실히 약속이 지켜질 것 같습니다."

"하긴 대통령과 독대하는 사람이니 더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을 수도 있겠군."

박 사장의 말에 나는 내심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내가 노 통과 독대를 하는 사이라도 그 말을 어떻게 대놓고 물어보겠는가? 이는 다 전생의 경험에 의한 이야기인데, 어떻게 그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아무튼 나는 기왕 앞날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결정적인 충고를 하나 해주고 싶어 입을 열었다.

"한동안은 우리 경제가 이렇게 번창을 하겠지만 앞으로 10년 아니 정확히는 9년 후를 조심하십시오."

"왜?"

"아무리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라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우리나라 경제가 지속적으로 잘 나가란 법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지금부터 8년서부터 10년 사이가 아주 위험하다고 본 것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 관료들도 지금 너무 자만에 빠져있으니까요."

"자네의 말에 일리가 있어. 내 자네의 말대로 조심을 하도록 하지."

이렇게 박 사장이 이야기 했지만, IMF 때는 두고 볼 일이다. 나는 그 때 다시 내게 아쉬운 소리나 하지 않았으면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내 할 이야기 다 했으니, 그만 일어나야겠네."

"아니 갑자기........"

"아닐세. 바쁜 사람 자꾸 붙들고 있을 수도 없잖은가."

"요즈음도 약주 하십니까?"

"종종 하네만, 젊은 때와 같이 자주는 못 먹지."

"기왕 올라오신 길에 저녁에 약주 한 잔 하고 가심이........"

"아닐세. 술은 다음에 하기로 하세. 나도 오늘 긴급히 처리할 일이 있어서."

"알겠습니다. 언제든지 전화 한 번 주세요. 아버님 모시고 저녁도 대접해 드리고 싶고, 술도 한 잔 하고 싶습니다."

"고맙네. 내 기대하겠네."

"하하하........! 그러십시오."

크게 웃을 일은 아니었지만 나는 헤어지는 마당에 분위기를 밝게 띄우기 위해, 일부러 소리 내어 크게 웃었던 것이다. 나는 곧 그를 현관 앞까지 배웅하며 작별을 고했다. ============================ 작품 후기 아고, 회가 거듭될수록 쓰기가 어렵네요!

^^장장 몇 시간을 죽 치고 앉아 있었는지......... 다리에 쥐가 다 나려 합니다.

아무튼 오늘도 베풀어 주신 후의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대단히, 대단히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무튼 오늘도 베풀어 주신 후의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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