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31화 (231/322)

<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한 포석-- >

잠시 후 정신을 수습한 김 재익 사장이 약간 말하기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회장님이 자동차 디자인 분야까지 일가견이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난처한 점이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든 기탄없이 이야기 해보세요."

"다름이 아니라 조금 유명하다는 디자이너들은 고집이 대단합니다. 자신의 작품이 타인에 의해 수정당하는 것을 죽기보다 더 싫어합니다."

"그래요? 그렇습니까? 유 성욱 씨?"

"맞습니다. 그런 면이 매우 강합니다."

"그렇다면 존중을 해주어야지요. 그럼, 음......... 이렇게 합시다."

잠시 생각하던 내가 재차 입을 열었다.

"이 작품대로 하나, 또 하나는 내 말대로 앞, 뒤, 옆 모든 면에서 좀 더 파격적인 제품을, 하나 더 디자인 하라고 하세요. 그래서 두 작품을 동시에 스위스나 프랑크푸르트 자동차 전시회에 출품해 평가를 받아보도록 하죠. 거기서 좀 더

나은 평가를 받는 작품을 우리는 대량 생산하는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 정도는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회장님께 의논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영국의 재규어(Jaguar)가 상당 지분을 매각하는 모양입니다. 이에 포드가 관심을 갖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태고요. 이를 우리가 구매하는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 회사도 스포츠카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회사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흐흠.........! 재규어라.........?"

나의 머리에 재규어를 생각하자 연상되는 사람이 있었다. 이안 칼럼이라는 자동차 디자이너였다. 재규어는 이 사람에 의해 신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도 영국에서는 알아주지만 이 사람에 의해 세계적으로 명차 반열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사람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자동차 회사였다. 내가 알기로 현재 이 사람 역시 포드의 한 평범한 디자이너에 지나지 않았다. 얼마든지 영입 가능한 인물이었다.

"좋습니다. 인수전에 뛰어들데, 뛰어들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아예 인수를 하는 방향으로 합시다. 그리고 좀 전에 내가 이청신 실장에게 수배시킨 사람들 모두가, 자동차 디자이너들 이예요. 영입을 위해 그들에 대한 정보를 모아오라 했으니, 그들의 소재가 파악되는 대로,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 사람들은 우리 회사로 모셔야 합니다. 알겠습니까?"

"네, 회장님!"

"그리고........"

"말씀하시죠, 회장님!"

나도 잠시 물로 목을 축이고 입을 열었다.

"이제 곧 디자인이 자동차의 판매대수를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어요. 해서 그 사람들 외에도 대대적으로 자동차 디자이너들을 모집해서 산하에 두세요. 내가 전자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에 유명 연구진을 확보한 것과 같은 이치예요. 무슨 말인지 알겠지요?"

"네, 회장님!"

"그리고 내가 볼 때, 이탈리아의 생산기지는 일반 승용차를 대량생산하기에는 무리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신규 디자인이 완성되는 대로 모로코 공장은 물론 세계 도처에 거점 생산 공장을 짓자고요. 그래서 사활을 걸고 판촉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최소한 10위 권 안에는 못 들겠어요? 그렇게 해서 점차 규모를 늘려가면서 최소한 세계 5위, 욕심을 낸다면 3위 안에 드는 자동차 왕국을 건설하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실제 현장의 사장을 맡아보니까, 어때요?"

"책상머리에 앉아서 생각하는 것과는 천지 차이입니다. 많이 다르고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럴 겁니다. 그래서 사람은 나름대로 참모 형이 있고 현장 지휘에 능한 사람이 있는 것입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김 사장님은 어느 쪽에 속한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현장보다는 참모 형에 가까운 사람인가 봅니다. 지난 2년간 죽어라고 노력했으나, 아직 성과가 미약한 것을 보면."

"제가 볼 때 그 정도면 선전한 겁니다. 자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회장님께서 후한 점수를 주시는 것은 좋으나, 적당한 후임이 있다면 물려주고 본업에 복직하고 싶은 게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흐흠.......! 정말 본인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추호도 거짓이 없습니다. 제 솔직한 속내입니다."

"좋습니다. 이렇게 합시다."

잠시 좀 더 생각을 하던 내가 단안을 내렸다.

"김 사장님은 오늘부터 내가 이 실장에게 넘겨준 자동차 디자이너들에 대한 영입에 전념하세요. 연봉을 지금의 배로 주어도 좋아요. 그 명단에 포함된 사람들은 무조건 영입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재규어 인수전은 이범석 조정실장님께 맡겨 총괄하려 합니다. 그 밑에 쟁쟁한 협상 팀도 있으니 잘 해낼 거예요. 그리고 자동차 사장으로는........"

여기서 나는 말을 끊고 잠시 앞에 앉아 내 입만 계속 바라보고 있는, 올해 38살로 아직 새파란 젊은이라고 볼 수 있는, 세르지오 마르치오네(Sergion Marchionne)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자 나의 시선을 느낀 그가 영문을 몰라 당황한 얼굴로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그 표정이 마치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하는 표정 같아서, 나는 내심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를 내색 않고 갑자기 입을 열어 말했다.

"금일부터 알파로메오 자동차 사장에 세르지오 마르치오네(Sergion Marchionne)를 임명합니다."

한국말은 모르고 자신의 이름이 내입에서 거명되는 것은 알아, 또 다시 연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그에게, 유성욱 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을 내밀며, 이탈리아 말로 이야기를 했다.

"축하합니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씨! 금일부로 사장에 임명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네? 내가?"

아직도 믿기지 않아 자신이 자신을 손가락질하며 재차 물어보는 그였다.

"맞습니다. 당신이 오늘부터 알파로메오의 사장입니다. 전권을 행사하도록 하세요."

내 말을 유성욱 씨가 급히 통역했다. 비로소 실감이 나는지 갑자기 울 듯한 표정으로 90도로 허리를 굽히더니, 내게 두 손을 내미는 그였다.

"잘 해내리라 믿소. 알파로메오를 세계적인 명차반열에 올려놓아 주세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기필코 회장님의 당부대로 해놓고 말겠습니다."

감격에 찬 표정으로 다부지게 말하는 그의 표정은, 마치 전쟁에 임해 출전을 앞둔 장수처럼 비장한 면이 있었다.

"김 사장님에게는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경영 상태를 지켜보아야 하는 것인데."

"아닙니다. 회장님! 제가 원했던 일입니다. 미미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내치지 않고 제 자리에 다시 기용해주시는 것만 해도, 저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합시다. 후임으로 들어온 이한구 박사를 알죠?"

"물론입니다."

"그를 기획실 산하 경제연구소의 소장으로 발령 낼 테니, 김 실장이 원직에 복귀하는 것으로."

"감사합니다. 회장님!"

정말 김 실장은 거짓이 아니고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굉장히 반기는 것 같았다. 이래서 사람은 그릇을 타고 나나보다. 분명 자신이 강점을 지니고 있는 분야가 있으니. 그는 자신 스스로 판단한 대로 유능한 책사는 될 수 있을지언정, 전쟁에 임하는 장수 타입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이후 우리는 잠시 더 대화를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의 지시로 그들은 곧 자리를 떠야했다. 나는 김 재익 실장에게 이왕 이들이 한국에 입국했으니, 우리 그룹의 전 계열사를 한 바퀴 돌아보고 난 후, 출국하도록 했다. 나의 지시에 의해 이들은 가까운 전자공장부터 견학에 나서야 했다.

나는 그들이 나가자 곧 비서실장을 통해 이 한구 박사를 불러오도록 했다. 잠시 후 이 박사가 들어와 내게 인사를 했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거, 자리에 앉으세요."

"네, 회장님!"

그가 자리에 앉자 나는 곧 바로 궁금한 사항을 물었다.

"우리 그룹의 중장기 발전 전략 수립과 산하에 경제연구소를 두는 문제는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중장기 전략 수립이야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니 그렇고, 경제연구소에 근무할 연구원들을 섭외하고 있으나 아직 성과가 저조합니다. 해외 유능한 박사들도 초청하고, 국내에서도 저명한 분들을 모시려하나 뜻과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 이오만, 앞으로 이 박사가 이 일에 전념하는 것이 어떻겠소? 중장기 발전 전략 수립은 물론, 세계, 국내의 경제 동향 등도 연구해서 해마다 그 연구 결과나 예측을 발표하는 등, 할 일이 무수히 많을 것 같은데 말이오. 말하자면 우리 그룹의 경제 싱크탱크이자, 더 나아가 세계 경제의 주요 경제싱크탱크로 태어나는 것이죠."

"저는 회장님께서 연구소를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구상하고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그곳에서도 할 일이 무궁무진하겠군요."

"내 말이 그 말이오. 우리 그룹의 가장 중요한 머리 역할을 하는 곳이, 이제 그곳이 될 것이오."

"알겠습니다. 회장님! 하면 앞으로 저는 이 임무에 전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제 후임으로는 누가 오는 것입니까?"

"전의 김재익 실장이 복귀할 것입니다."

"그 분이라면 아주 적임이지요. 홀가분하게 물러날 수 있겠군요."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소."

"제가 감사하죠. 막강한 임무를 맡겨주셨으니까요."

"하하하.......! 서로 감사하면 되는 일이죠. 그동안 수고했고요. 앞으로의 일을 좀 더 잘 해달라는 의미에서 내 조만간 술 한 잔 사리다. 그때 코가 삐뚤어지도록 한 번 마셔봅시다."

"저야 회장님이 내는 술을 얻어 마실 수 있다면 영광이죠. 고대하겠습니다."

"그럽시다. 그럼, 오늘은 이만 하고 각자 볼일 봅시다."

"네, 회장님!"

그가 일어나 목례를 하고 나가자,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한 번 크게 켰다. 그날 저녁.

내가 집으로 퇴근을 하니 온 집안이 시끌벅적했다.

시골에서 건강 검진 때문에 올라오셨던 분들이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머무시는 데다, 결과를 보기 위해 올라오셨던 부모님도 아직 내려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여러 장인장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내가 가장 궁금했던 사항을 묻기 위해, 부모님만 별도로 안방으로 모시고 들어갔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어요?"

나의 물음에 어머니가 답하셨다.

"나는 관절을 많이 써서 인지 그곳이 좀 약하다하고, 아버지는 두 군데가 안 좋다하더라."

내가 급하게 물었다.

"어디 인데요?"

"폐와 간이란다. 간은 지방이 끼어서 지방간이라 하고, 폐는 담배를 너무 태워서 그렇단다."

"아주 안 좋데요?"

"그 정도는 아니고, 담배를 끊을 수 있으면 좋겠고, 술도 간을 위해서는 덜 잡숫는 게 좋다더라."

"의사가 묻기를 나보고 고기를 많이 먹느냐고 묻더라?"

아버지의 말에 내가 급히 물었다.

"그래서요?"

"아니라고 했지. 그 대신 술을 좀 자주 먹는 편이라 했다. 그랬더니 술을 많이 드시는 분도 지방간이 올 수 있다고, 술을 한 번 마시고 나면 최소한 사나흘은 쉬어주는 게 좋다고 하드만."

"의사 말대로 하시고요. 치아는 요?"

"큰 거시기가 아니라서 충치 치료하고, 때우면 되겠다고 하더라."

"그만하길 다행이네요. 연세가 계시니 앞으로는 무조건 겨울철에 한 번씩 올라오셔서, 건강 체크하도록 하세요.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제 말을 꼭 지켜주셔야 돼요. 만약 안 올라오시면 제가 강제로 모셔서라도 꼭 진단을 받도록 할 테니까, 그런지 아시고 꼭 그렇게 해주세요."

"알았다. 우리 몸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 아무리 부모라지만 네 말을 들어야지."

"하하하........! 두 분 나랑 약속하신 거예요?"

"그래, 그래!"

어머니와 달리 아무 말도 없으신 아버지를 위해 나는 한 번 더 채근을 했다.

"아버지는 요?"

"나도 약속 하마."

"좋습니다. 이제 식사하러 가시죠. 식사 아직 안 하셨죠?"

"너 오면 먹는다고 모두 기다리고 있었다."

"그만 나가시죠. 우릴 기다릴 테니."

"그러자꾸나."

우리는 곧 방에서 나와 거실로 향했다. ============================ 작품 후기 또 한 달이 지나갔네요!

^^2월 달 한 달, 많은 후의를 베풀어주신 점, 이 자릴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

"대단히, 대단히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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