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29화 (229/322)

<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한 포석-- >

다음 날 아침 새벽에 출근을 해보니, 온양펄프, 삼성특수 제지를 인수해 이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아예 공장에 야전침대를 갖다놓고 온양공장에서 숙식을 하던 이 순국 사장이 올라와, 내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아, 오래간만이오. 잘 지내셨소?"

"네, 회장님!"

"무슨 일로?"

"여러 가지 의논드릴 게 있어서 찾아뵈었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조회 끝나고 봅시다."

"네, 회장님!"

이후 나는 서둘러 조회를 끝내고 마주 앉았다.

이 자리에는 비서실장과 기획실장을 불러 동석을 시켰다. 차를 한 잔씩 나누어 마신 우리는 곧 대화에 들어갔다.

먼저 이 순국 사장이 입을 열었다.

"2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둘 다 흑자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곧 삼성특수제지는 법정관리를 졸업할 예정입니다."

"오랜 간만에 들어보는 낭보구료. 그간 고생이 참 많았습니다. 어디 손 한 번 잡아봅시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이 사장이 겸연쩍게 손을 내밀며 내 손을 굳게 잡았다.

"정말 손도 많이 거칠어졌구료. 현장일도 한 거예요?"

"때에 따라서는 요. 현장을 이해하기 위한 면도 있었고, 때로는 솔선수법하기 위해 일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그래 앞으로 어떻게 할 참이오?"

"일하는 틈틈이 제지업계의 정보를 모아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회장님께 세 가지를 건의 드리고 싶습니다."

"기탄없이 말해보오."

"첫째는 우리가 정상화됨으로써 휘청거리는 중소제지업체를 싸게 인수해 수직계열화 내지는 다양한 품목을 생산하자는 것입니다. 둘째는 제지의 원재(原材)인 목재에서 펄프까지 인수해, 일관체제를 갖춤으로서 좀 더 원가를 다운 시키자는 것입니다. 셋째는 태국에는 현재 신문용지 생산업체가 없는데, 이 기회에 태국에도 진출해 시장을 선점했으면 좋겠습니다."

"흐흠........! 일만 하는 줄 알았더니, 이 업계의 동향에도 많은 귀를 기울었구료."

"여기 있습니다. 인수대상 업체들입니다."

이 사장은 아주 철저한 준비를 한듯 했다. 내가 보아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리스트까지 작성해 내게 내밀었던 것이다.

나는 그가 내미는 리스트를 죽 한 번 훑어보았다. 먼저 쓰여 있는 것은, 인수하고 싶은 국내업체 현황이었다. 전남 진주의 백상아트 생산업체인 동신제지, 대전의 라이너지 생산업체인 대화제지, 경기도 평택의 박엽지 생산업체인 일성제지, 전북 남원의 화장지 생산 전문업체인 성광제지, 안양의 크라프트지와 지관원지 생산업체인 창도제지 등 다섯 개 업체를 나열해 놓았다.

그 밑으로는 캐나다의 목재회사인 '카카베카팀버'사를 인수해, 펄프를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자는 희망사항을 기재해 놓았다. 끝으로 태국에 '대정타이'라는 합작업체를 설립해, 태국의 신문용지 사업에 뛰어들자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가격 아니겠소? 이대로 전부 진행을 한다면 얼마를 예상하고 있소?"

"국내업체와 캐나다 목재 회사를 인수하는데 총 60억 원, 태국의 합작업체는 8천만 달러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큰돈은 아니구료."

"그렇습니다. 그에 반해 시너지 효과는 굉장해서 월등한 우리나라 제일의 제지업체가 됨은 물론, 펄프도 싼값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좋소! 그동안 고생한 선물이라 생각하고 내 이를 승낙하는 바이오."

"감사합니다. 회장님!"

앉은 자리에서 얼른 일어나 깊숙이 고개를 조아리는 이 순국 사장이었다.

"다른 할 이야기는 없고요?"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우리 같은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이 해도 좋을 제지업을 한다는 것이, 저 개인적으로도 탐탁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장님의 배려로 제 명예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 이제 날개까지 달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M&A가 끝나면 회장님의 처분에 맡기겠습니다."

"하하하........! 이제 제대로 된 제지업체를 만들어 놓을 테니, 언제든지 비싼 가격에 팔아먹어도 좋다는 이야기요?"

"그렇습니다. 회장님!"

"그간 많은 공을 들였는데 서운하지 않겠소?"

"기업은 더 좋은 아이템이 있으면 버릴 수 있는 패는 미련 없이 버리는 것도, 더 큰 기업으로 발전하는 지름길이 아닌가 합니다."

"하하하........! 좋소! 내 이 사장님한테 선물 하나 받은 셈 치지요. 하지만 계획대로 모든 것을 이루어 놓는 게 급선무 아니겠습니까?"

"여부가 있습니까? 꼭 그렇게 만들어 놓고, 손을 털어도 털어야지요."

"고맙소. 아직 식전이지요?"

"네, 서둘러 나오느라고 미처 식사를 못하고 나왔습니다."

"그럼, 우리 모처럼 해장국 한 그릇씩 하러 갑시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이렇게 해서 우리는 아침부터 인근에 있는 해장국집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김 비서실장과 이 기획실장이 아침을 들고 나왔다고 사양하는 것을, 나는 강제로 데려갔다. 그랬더니 이 사람들의 말은 다 거짓이고, 한 그릇씩을 아주 거뜬하게 비우는 것이었다. 해장국을 먹고 들어온 나는 부모님이 신경 쓰여 집에 전화를 걸었다.

곧 미정이 받았다.

"오늘 어머니 아버지는 누가 모시고 가기로 했소?"

"모두 친정부모를 모시고 싶어 하지, 빠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네요. 천생 제가 모셔야 할까 봐요."

"그럴 것 없소. 내가 모시고 가리다."

"당신 오늘 시간 있어요?"

"오늘 스케줄을 보니 특별히 할 일도 없네. 거기 가서 좀 쉬면서 사업구상이나 좀 하지 뭐."

"잘 됐네요. 감사하고요."

"내수에서는 몇 시에 올라오시기로 했는데?"

"아직 못 여쭤봤어요?"

"전화 해봐. 그리고 잘 모시고."

"네, 고마워요. 여보!"

"또.........!"

"입에 뱉나 봐요."

"내가 봐도 그런 것 같아."

"바로 오실 거예요?"

"그래, 바로 출발할 게."

"기다릴 게요."

"음, 수고!"

"네!"

나는 바로 전화를 끊고 비서실장을 내 방으로 불러들였다.

"내 무창포를 다녀와야겠소."

"무슨 일이 있습니까?"

"머리도 좀 식힐 겸 사업구상 좀 하려 하오."

"다녀오십시오. 누구를 수행원으로 붙일까요?"

"필요 없소. 나 혼자 조용히 다녀오리다."

"곧 경호원들 대기시키겠습니다."

"부탁하오."

나는 그를 내보내고, 긴급을 요하는 결재서류가 있나 죽 한 번 살펴보았다. 특별히 그런 것도 없어, 나는 바로 내 방을 빠져나왔다. 집에 들려 또 세 시간여를 달려 무창포 호텔에 도착하니, 거의 점심때가 다 되었다. 그래서 나는 호텔 내에 있는 일식당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들어갔다. 나는 그곳에서 광어회 2kg와 양주를 한 병 시키고, 초밥도 2인 분을 시켰다.

"회는 별로 안 잡아 보셨죠?"

"기억도 가물가물하다만 딱 한 번 먹어본 것 같다."

어머니 말씀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충북은 내륙이라 바다생선 구경하기가 참으로 힘든 동네다. 산 것은 구경할 수가 없고, 전부 소금에 절였거나 얼음을 채운 생선이 전부였다. 그것도 어렸을 때는 돈이 없어서 일 년에 한두 번 먹어볼까 말까였다. 지금도 오징어국과 꽁치 조림은 너무나 맛있는 음식으로 기억에 남아있는 나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마찬가지여서, 오늘 나는 특별히 일식당으로 모신 것이다. 곧 밑반찬과 함께 광어회가 들어왔다. 물론 양주도 한 병 들어왔다. 내가 즐겨먹는 시버스리갈이었다.

"한 잔 받으시죠."

"그래, 너 때문에 우리가 노년에 아주 호강을 한다."

아버지의 말에 이어 어머니도 한 말씀 할법한데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그래서 내가 아버지 잔에 술을 따르고 어머니를 보니, 그새 눈가를 찍고 계셨다.

"어머니!"

"우리 두 늙은이는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 내 자식이지만 정말 고맙다."

"쓸데없는 얘기하지 마시고, 제 술이나 받으세요. 그리고 저도 한 잔 따라주시고요."

"그래, 그래!"

어머니가 코맹맹이 소리로 말씀하시고, 내 잔을 받고 기꺼이 내 잔에도 한 잔을 따라주셨다.

"우리 모처럼 건배 한 번 할까요?"

"그래, 어디 한 번 얘기해봐라."

"부모님의 만수무강을 위하여!"

"그보다도 나는 우리 맏아들 사업 잘 되고, 느네 식구들 건강하라고 하고 싶구나!"

어머니 말씀에 내가 말했다.

"다음 잔에는 그렇게 하죠. 건배!"

"건배!"

우리는 바로 술잔을 입으로 향했다. 아버지와 나는 단숨에 비우고, 어머니는 눈을 찡긋찡긋 하시면서도, 기어코 한 잔을 다 비우셨다.

"아, 독하다!"

"어머니 안주요."

"그래, 그래!"

내가 집어주는 안주를 어머니가 드시는 동안, 아버지도 회는 집어 드셨는데, 뭘 어찌 해야 할지 젓가락이 허공에서 갈팡질팡 이었다. 그래서 나는 와사비를 조금 타고, 초고추장을 듬뿍 작은 종지에 담아 아버지께 드리고 말했다.

"여기에 찍어 잡수세요. 내 어머니 것도 만들어 드릴 게요."

"그래, 그래. 뭐든지 배워야지. 다음에는 우리도 이제 회를 잘 먹을 수 있겠다."

"하하하........! 그러셔야죠."

이렇게 셋만의 시간을 갖기가 내 기억으로는 처음인 것 같았다. 전부 가족과 함께 모셨지, 단 두 분만 내가 모신 기억이 없었던 것이다.

"지난번 경숙이 약혼식 때 말 이예요."

"그래."

"막내 경자만 어디서 늦게 나타났잖아요."

"아무도 신경을 안 썼지."

"그게 아니고 경순이한테 듣기로는 서울에 있는 친구네 집에서 자고 왔다는데, 혹시 남자 친구가 있는 것 아니 예요?"

"나한테 어디 그런 얘기를 하간? 일절 안 한다. 나도 몰라!"

"그 놈 참........!"

"그렇다면 단단히 혼을 내야지."

"걔도 벌써 대학교 4학년인데 어떻게 함부로 혼을 내요?"

"그래도 오라비 말이라면 깜박 죽으니 네 말은 들을 게다."

"그날 시간이 없어서 못 물어봤는데, 언제 짬을 내서 한 번 물어봐야겠네요."

"사업하기도 힘든데 동생들 뒷바라지까지 참으로 네 어깨가 무겁다. 한 짐 졌다."

어머니의 말을 받아 아버지가 한 마디 특 던지셨다.

"쓸데없이 딸만 많이 낳아가지고."

노한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시던 어머니가 퉁명스러운 음성으로 반격을 하셨다.

"나 혼자 낳았어요?"

"그만들 하세요. 자, 한 잔씩 또 받으시고."

"이러다 나 취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취하면 여기 방 많은데 한 숨 주무시면 되지, 뭐가 걱정이세요."

"아, 이 좋은 곳까지 놀러 와서 잠만 자면 되겠냐? 실컷 구경을 하다 가야지."

"아니래도 이제 이곳에 자주 모실 테니, 다음에 구경하셔도 돼요."

"아무튼 내가 알아서 마실 테니, 이제 자꾸 권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어머니!"

"자, 한 잔씩 받으세요."

"그래."

나는 두 분께 한 잔씩을 따라드리고 이번에는 아버지로부터 한 잔을 받았다.

"아까 내가 얘기한대로 이번에는 네 사업 잘 되고, 느네 식구들 건강하라고, 건배 한 번 하자."

"네, 어머니!"

"건배!"

"건배!"

어머니의 선창에 우리는 일제히 잔을 들어 비웠다. 어머니만 애를 먹고 우리 부자는 게 눈 감추듯 마셔 치웠다. 이번에는 아버지께 안주를 권해드렸더니, 익숙지 않으셔서 인지 묘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시는 아버지셨다. 그런데 충치 먹은 이가 하나 보이는 게 아닌가.

"아버지! 치아는 좋으시다고 그러시더니, 그게 아닌데요?"

"몰라, 이번 검사에 이 검사도 했으니, 의사 양반이 뭐라고 하겠지."

"하하하........!"

웃음을 그친 내가 말했다.

"거기서 하라는 대로 하셔야 됩니다."

"할 수 없지. 의사선생님 말 들어야지."

"그러셔야지요. 어머니는 이 괜찮으세요."

"나는 아주 짱짱하다."

"됐어요, 됐어."

나는 이를 손으로 흔들어 보이기까지 하는 어머니 때문에 급제동을 걸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오늘도 즐겁고 신나는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겁고 신나는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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