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26화 (226/322)

<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한 포석-- >

저녁을 먹고 다과상(茶菓床)이라고 차렸으나, 과일 뿐 차(茶)가 빠졌다. 이를 본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누가 나 커피 한 잔만 주련?"

"네, 어머님!"

지금까지 말이 없던 수정이 질세라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무선포트 있잖아?"

내 말을 받아 수정이 말했다.

"냄비에 끓이는 게 빠르지 않을까요?"

"가만 있어봐. 커피 마실 사람 수를 가늠해 보고. 커피 마실 사람?"

내 물음에 고작 손드는 사람은 명희와 미정뿐이었다.

"아버지는 안 드셔요?"

"네 엄마는 이제 커피에 맛이 들려 아침 일어나는 절로 한 잔 하는 모양이드만, 나는 술을 좋아해서 인지 커피는 별로다."

"알았습니다. 그럼, 내 것 까지 네 잔 타. 당신 것은 알아서 하고."

"네."

가정부 아주머니가 설거지를 하고 수정은 가스 불을 당겨 냄비가 아닌 양은 주전자에 물을 올려놓았다. 이때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사돈 될 양반이 고등학교 교장이라더니 아주 점잖더라."

"아닌 사람들도 상견례 자리에서는 점잖지 않겠어요?"

내 말에 좌중에 또 한 번 웃음꽃이 피었다. 웃음이 잦아들자 이번에는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시어머니 재목은 사람이 깐깐해 해보던데 경숙이가 시집살이나 안 할러나 모르겠다."

"누가 같이 사나요? 따로 떨어져 살 건데."

"그래도 가끔 집에라도 찾아가면........"

"우리 집 위세를 생각해보세요. 제 생각에는 그 가문에서 경숙이 눈치 보느라고 전전긍긍할 것 같은 데요."

"애비의 말에 일리가 있다."

아버지가 내 말에 맞장구를 치자 그제야 마음이 놓이시는지 어머니가 확인성 질문을 하셨다.

"그럴까?"

"그러고 말고요. 아니면 내 당장 이혼시켜 다른 데로 보낼 거예요. 우리 가문으로 보면 그까짓 판검사 정도야 우습지요. 우리 회사 중역들 보면 장관급은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미는 판이거든요."

"그럼, 그런 사람들도 애비 말을 듣는 것이냐?"

어머니의 어이없는 물음에 아버지도 어이없어 하셨고, 나는 힘주어 대답하는 것으로 어머니를 적이 안심시켰다.

"당연하죠. 내 밑에서 녹 먹으려면 별 수 있어요."

"돈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그런 사람들도 네 앞에서 설설 기는 모양이니."

"그러니 돈만 있으면 처녀 불알 빼고는 다 구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그 말도 옛말이 되고 말았어요. 요새는 남자도 완벽한 여자로 만드는 판이니......."

"그럼, 젖도 만드는 거냐?"

"하하하........! 젖 뿐 이예요? 여자 생식기까지 만드는 판에."

"생식기?"

"아이구, 이 사람아!"

어머니에게는 어려운 낱말이었나 보다. 또 의문을 제기하려는 어머니에게 눈치를 주며 핀잔하는 아버지셨다.

이때 수정이 커피를 타왔으므로 받아드는 어머니의 눈은 놀람으로 부릅떠져 있었다. 아버지의 눈짓과 손짓에 무슨 뜻인지 알아내신 것이다. 나는 커피를 들고 마시다가 커피를 마시는 어머니의 툭툭 불거진 푸른 심줄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어머니의 건강에 관심이 갔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 이번에 올라오신 길에 바로 내려가지 마시고, 내가 차린 병원에서 종합검진 좀 한 번 받고 내려가세요."

"역시 자식이 제일 나! 며느리 셋씩 있어도 다 소용없네. 부모 생각하는 사람은 자식밖에 없다니까."

명희의 말에 나만 쓴 웃음을 지을 뿐 나머지는 긍정하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그런 것 안 받아도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버지의 말씀에 명희가 호들갑스럽게 나섰다.

"안돼요. 아버님! 요새는 아무래도 옛날과 달라 육식도 많이 하고 해서 별 병이 다 생긴다고요. 요새는 의료기술이 좋아서 암이라도 일찍만 발견하면 못 고치는 병이 없어요. 그러니 꼭 검진 받고 내려가셔야 해요."

"그게 좋겠다. 일철 나서기 전에, 더 나이 먹기 전에 한 번 받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어머니 말씀에 내가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월요일 날 바로 검진 받을 수 있도록 내 원장에게 전화를 해놓을 테니, 당신들이 모시고 가 받도록 해."

"네~!"

일제히 대답은 하나 어디선가 안색들이 안 좋다. 나는 곧 그 이유를 생각해내고는 말했다.

"장인 장모님들도 당장 연락해서 무조건 날 잡도록 해."

내 말에 세 부인 모두 기쁜 빛을 숨기지 못하고 일제히 대답했다.

"네~! 고마워요. 여보!"

"또, 또........!"

'고맙다'는 말 하지 말래도 자꾸 하기에 하는 내 질책에도, 그녀들의 기쁜 빛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때 경순이 나서서 물었다.

"오빠! 나도 거기 가서 검사 한 번 받으면 안 될까?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이라며?"

"아가씨! 우리나라뿐이 아니 예요.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의사가 수두룩하다고요."

명희가 기꺼이 나서서 병원 자랑 겸 시누이의 잘못된 인식을 고쳐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더 받고 싶잖아."

"아니, 그럼 우리 애가 차린 병원이 우리나라뿐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병원인 겨?"

"그럼요, 이 머리 분야는 세계 도처에서 몰려든다니까요. 그 뿐이 아니라 암 분야도 유명해서 세계적인 명사들도 예약을 하고 우리 병원을 찾아들어요. 어머님!"

명희가 또 한 번 자랑스럽게 말하고 어머니는 입만 쩍 벌린 채 할 말을 잊으셨다. 아버지도 자식이 차린 병원이 그렇다니 기분이 좋으신지 연신 짧게 자란 수염을 쓰다듬고 계셨다. 이때 경순이 내 대답을 기다리다 지쳤는지 고함에 가깝게 물었다.

"오빠! 돼, 안 돼?"

"알았다. 너도 산부인과에 얘기해 놓으마."

"고마워요. 오빠! 하여튼 사람은 잘 나고 봐야 된다니까. 나는 우리 오빠가 항상 자랑스러워!"

"그런 공치사 안 해도 병원비 받지 말라고 해 놓을 테니까, 안심해라."

"하하하........!"

"호호호........!"

"누가 병원비 때문에 그러남?"

모두 웃음을 터트리는데 유독 경순만이 심통 사나운 얼굴로 말했다. 이때 수정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쪼르르 내게 달려와 귓가에 속삭였다.

"철산이도 고래 잡으면 안 될까요?"

그 말을 받아 내가 큰 소리로 되물었다.

"고래 잡는 게 뭐야?"

다른 부인들은 물론 다정이까지 키득거리는데, 유독 아버지 어머니만 무슨 뜻인지 몰라 우리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셨다. 반면에 수정은 샐쭉한 얼굴로 내게 밉지 않은 시선으로 눈을 흘겼다.

"해바라기로 하라고 해!"

"네?"

내 말에는 세 부인마저도 내 말뜻을 이해 못해 내게 의문의 시선을 보냈다.

"옛날에는 모두 잘라냈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을 써. 표피를 둥글게 말아 마치 해바라기마냥 끝을 말아 꿰매주는 거야?"

"그럼, 더 커지는 건가요?"

"험, 험........!"

명희의 물음에 미정과 수정이 박장대소를 하는데, 아버지는 연신 헛기침만 하고 계셨다.

"철산이는 결혼하면 사랑받겠네."

미정이 놀리자 명희가 툭 쏘았다.

"크기만 크면 뭘 해."

"그럼?"

수정이 의문을 표시하자 듣다듣다 듣기 거북한지 어머니가 한마디 하셨다.

"그만들 해라!"

"네~!"

어머니의 말씀에 일제히 입을 다무는 세 부인들이었다. 이렇게 밤이 깊어가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아침을 지어 먹자마자 세 부인은 어머니를 모시고 미장원으로 향하고 아버지도 내게 근처 이발소를 물으셨다.

"얘, 아범아! 이 근방에 이발소가 어디 있냐?"

"이발하시게요?"

"좀 터벙해서 말이다. 오늘 같은 날은 좀 단정한 게 안 좋겠냐? 면도도 좀 하고 말이야."

"같이 가시죠. 저도 면도나 좀 하게."

"그럴래?"

나는 곧 준비를 마치고 아버지를 모시고 동네 이발소로 향했다. 머리는 깎은 지 얼마 안 되어 또 깎을 필요는 없었지만, 면도도 할 겸 아버지를 모시고 나는 동네 이발소로 향한 것이다. 그런데 동네이발소 라는 것이 목욕탕 내의 이발소였다. 그래서 내가 아버지에게 물었다.

"목욕도 하실래요?"

"됐다. 한지 얼마 안 됐다."

이상한 일이지만 우리 부자는 같이 욕탕을 같이 간일이 없었다. 하긴 촌에 목욕탕이 있을 리도 없고 그냥 가마솥에 물 데워서 하는 정도지만 말이다. 11시부터 압구정동의 '한강 가든'에서 약혼식이 진행되기로 되어있는데, 우리 부자가 이발을 마친 시간이 10시가 갓 지난 시간이었다. 내가 면도를 먼저 마쳤지만 그곳에서 신문을 보고 있다가 아버지를 모시고 같이 나온 것이다. 집에 돌아오니 세 부인과 어머니는 아직 안 왔는데, 오늘 약혼 당사자인 경숙이 와 있었다.

"언제 온 거냐?"

내 물음에 경숙이 대답했다.

"30분 전에요."

"청주에서 바로?"

"네?"

"준비는 다 된 거냐?"

아버지의 물음에 경숙이 대답했다.

"이대로 나가면 돼요."

"옷차림이 그게 뭐냐?"

아버지의 지적에 나도 한 마디 했다.

"미니스커트보다도 한복이 안 낫겠니?"

"한 복 안 맞췄는데?"

"참, 내......."

어이가 없었지만 나는 곧 표정을 고치고 말했다.

"언니 것 많으니 그 중에 하나 골라 입어라. 체형도 비슷하니 맞을 게다."

"그럴까?"

그렇게 말하고 안방으로 향하는 경숙이었다.

"남의 농 다 뒤지지 말고 언니 오거든, 하나 골라서 입어."

"알았어요."

이때 다섯 여자가 우르르 몰려들었다.

"고모 왔네요."

미정의 말에 경숙이 말했다.

"언니, 나 한복 한 번만 빌려줘."

"아이고, 저 놈의 가시나 내가 한복 해준다고 할 때는 싫다더니........."

어머니의 종 주먹질에도 표정 하나 변치 않은 경숙이 말했다.

"암만 생각해도 시어른도 계시는데 한복이 낫겠어."

그런 경숙을 향해 미정이 말했다.

"따라 들어오세요."

이때 수정과 명희도 옷을 갈아입고 오겠다고 각자의 집으로 갔다. 곧 우리는 성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내 차에 모시고 경순도 내 차에 탔다. 미정도 자신의 차에 아이들과 함께 경숙을 태우고 출발을 하고, 수정도 자신의 어머니와 아이들과 함께 차신의 차를 타고 출발했다.

명희 또한 소산은 가정부 아주머니에게 잠시 맡기고 인정만을 태워 같이 움직였다. 이렇게 우리가 한강 가든에 도착하니 이제 10시 50분으로 예정 시간 10분 전이었다. 그때 이미 장민호 가족은 다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가족 간에 서로 부산스러운 인사가 오가고, 나는 잠시 넓은 주차장을 거닐며 담배를 한 대 피웠다. 이때 장민호 검사가 내게 다가왔으므로 새삼 인사를 건넸다.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언제 올라왔어?"

"혹시 오늘 식에 늦을까봐 어제 저녁에 올라왔습니다."

"잘 했군."

"경숙 씨는 오늘 아침에 올라왔습니까?"

"그래."

"고집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장민호였다.

"왜?"

"어제 제가 같이 올라가자고 했거든요."

"그런데?"

"편편찮다고 오늘 올라온다지 뭡니까?"

"어려서부터 나랑 떨어져 지내서 그런 모양이야."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시간 다 돼가네. 어서 들어가세."

"네."

나는 담배를 꺼서 휴지통에 버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니 벌써 모든 준비가 되어있는 가운데, 나는 내 자리로 비워 놓은 곳에 가서 앉았다. 곧 장민호 친구라는 장가든 친구가 사회를 보기 시작했다.

"그럼, 지금부터 양가친지들을 모신 가운데 예비신랑 장민호 군과 예비신부 강경숙 양의 약혼식을 거행하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이렇게 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 작품 후기 오늘도 즐겁고 유쾌한 하루되세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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