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25화 (225/322)

<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한 포석-- >

에어 프랑스 편으로 귀국한 나는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대통령 비서실로 전화를 걸어 노 통과의 면담을 약속받았다. 나는 수행원 모두를 회사로 들여보내고, 김경제 비서실장과 경호원들만 대동하고 청와대로 향했다.

내가 청와대에 도착하니 웬일인지 홍성철 비서실장이 직접 현관까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시오. 강 회장!"

"안녕하셨습니까?"

"기다리고 계시오. 어서 들어갑시다."

나는 홍 비서실장의 안내를 받으며 대통령의 집무실로 향했다. 곧 우리가 집무실에 도착하니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던 노 통이 나를 반갑게 맞았다.

"수고하셨습니다. 강회장님! 이쪽으로 앉으시죠."

"감사합니다. 각하!"

나는 노 통이 권하는 자리에 앉아 특별히 커피를 한 잔 주문했다.

"차를 한 잔 주시려면 크림 커피가 좋겠습니다. 설탕도 두 스픈 넣어주셨으면 더욱 감사하겠고요."

"하하하.......! 강 회장님의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니 결코 실패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중공은 물론 소련까지도 88올림픽 참가를 약속받았습니다."

"감사한 일이군요. 확실히 세계적인 기업가가 어디가 달라도 다릅니다, 그려."

빙긋이 웃은 내가 화답했다.

"소련이 참가하는 것은 물론 동구권까지 참가하는 것으로 확약 받았습니다."

"감사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참으로 국익을 위해 큰일을 하셨습니다. 비로소 대통령인 저도 두 발 쭉 뻗고 잠을 자게 생겼습니다, 그려."

"큰 수고도 아닌 일에 이처럼 각하께서 기뻐해주시니, 저로서도 상당히 보람이 있고 기쁩니다."

"이를 말이오. 당연히 기쁜 일이지요."

이때 내가 주문한 차가 나왔으므로 잠시 대화가 중단되었다. 나는 곧 뜨거운 커피를 받아 한 모금 마셔보았다. 맛이 일품이었다. 원두가 좋았던 모양이었다. 나는 내처 커피 한 잔을 다 비웠다. 내가 차를 다 마실 때까지 기다리던 노 통이 입을 열었다.

"강 회장님께서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셨으니, 나 이 사람 확실히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혹시라도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장차 있을 경부고속철 사업과 서해안 고속도로 사업에 참여를 보장받고 싶습니다."

"하하하.......! 속내를 숨기지 않아서 좋습니다. 아무튼 이게 아니라도 한국에서야 대정을 빼놓고 그런 국책사업을 논할 수야 없지요. 당연히 참여를 보장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각하!"

"때가 때인 만큼 이번에는 지난번과 같이 거절 말고, 꼭 식사를 하고 가십시오. 못 다한 이야기는 자리를 옮겨 계속하는 것으로 하고."

노 통이 그렇게까지 말하는 데야, 굳이 식사를 거절해 그의 노여움을 사고 싶지 않아, 나는 그의 제의에 흔쾌히 응해 곧 오찬에 참석했다. 3월 13일. 토요일.

오늘은 비록 토요일이었지만 나는 밀린 잔무를 처리하고, 오후 5시에 사무실을 나왔다. 바로 집에 돌아오니 생각지도 못했던 분들이 시골에서 올라와 게셨다. 내 부모님이 그 분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시집을 간 경순도 보였다. 이들을 보니 비로소 내일이 둘째 동생 경숙의 약혼식이 있는 날이라는 것이 상기되었다. 바쁘게 살다보니 깜빡했던 것이다.

"오셨어요? 아버지 어머니!"

"그래, 이제 퇴근하는 길이냐?"

"네, 어머니!"

"사업은 여전히 잘 되지?"

"네, 아버지."

양인과의 안부 인사가 끝나자 비로소 경순이 알근 체를 했다.

"토요일인데 퇴근이 좀 늦었네요."

"그래. 매제는 일찍일찍 퇴근하냐?"

"웬걸요. 일찍 들어오는 날은 손으로 꼽을 정도고요. 대부분 늦어요."

"사업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니, 네가 이해를 해라."

"그러니 어쩌겠어요.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죠."

"몸 관리는 잘 하고 있는 거지?"

"네~! 오빠!"

동생이 임신했다는 사실이 순간적으로 상기되어 한 물음이었다.

"조금 이르지만 저녁 먹을까요? 여보?"

미정이 안부 인사가 대충 끝난 듯하자 다가와 묻는 말이었다.

"다 됐으면 먹지, 뭐. 괜찮죠? 어머니 아버지?"

"그래, 멀미할까봐, 밥을 조금만 먹고 왔더니 시장하다."

"그럼, 진즉말씀하시죠. 그럼 뭐라도 차려드릴 걸?"

"괜히 귀찮게 하기 싫어서 말 안했다."

"제가 차리나요? 엄연히 가정부가 있잖아요."

"가정부는 사람 아니냐? 내가 귀찮으면 그 사람도 귀찮기는 마찬가지지. 그러나저러나 두 얘들은 안 오냐? 번잡하다고 아이들 저녁먹이고 온다는 얘들이, 여적지 기척이 없네."

"오겠죠, 뭐."

내 말이 끝나자마자 수정과 명희는 물론 아이들까지 떼로 몰려들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고모!"

한꺼번에 이 사람 저 사람이 불러 제치니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었다.

"여기서 맛있는 것 먹는다고........ 아이고, 이젠 머리가 크니, 말도 안 듣고."

아이들을 다 데리고 온데 대한 수정의 변명이었다.

명희 또한 아이를 안고 와서는 어머니 아버지께 아이를 맡기며 말했다.

"손자예요. 한 번 안아보세요."

"그래, 우리 막내 손자 한 번 안아보자."

어머니가 적극 나서시며 보에 쌓인 소산을 안아들었다.

"밥 안 모자라겠어?"

내가 미정을 보고 물었다.

"두 솥이나 했으니 걱정 말아요. 자리가 부족할 테니, 거실에도 상 펴고 먹죠, 뭐."

"그럼, 그러자고."

내가 동의하자 여자들이 적극 나서서 저녁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거실에도 큰 상이 세 개나 놓이고, 식탁에도 별도로 한 상이 차려졌다. 이윽고 상이 다 차려지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식탁에 앉는 것이 불편하다고 거실에 차려진 상 앞에 앉으셨다. 나 또한 부모님과 겸상을 하고 나머지는 식구들끼리 둘러앉아 먹는데, 막내인 명희네가 가정부 아주머니와 함께 식탁 차지가 되었다. 경순도 우리 상에 같이 앉았다.

곧 식사가 시작되었는데, 나는 비로소 내일의 주인공인 경숙이 빠진 것을 알고 물었다.

"경숙이는 어떻게 된 일 이예요?"

"내일 첫차로 올라온다고 하지 않았니?"

어머니의 물음에 미정이 대답했다.

"네, 미리 올라봐야 번거롭기만 하다고, 내일 첫차로 올라온다고 했어요. 내 생각에는 장 검사와 오늘도 테이트를 즐기는 듯했어요."

"그렇다면 할 수 없고."

"이제 매일 붙어살 건데, 진즉 올라와 언니들하고 사귀기도 하지. 매일 떨어져 있으니 어디 정들 새나 있겠냐?"

어머니의 말에 아무도 대답을 않았지만 며느리들도 공감하는 눈치였다.

"아버지! 술 한 잔 드릴까요?"

"있으면 가져와라."

"요새 통 술을 안 자셨다. 있으면 느희 아버지 한 잔 갖다 드려라."

"네, 어머님!"

자신의 살림이니 미정이 빨딱 일어나 주방 쪽으로 갔다.

"사모님, 제가 가져 올게요."

"아니 예요. 어서 식사 하세요."

가정부 아주머니가 나섰지만 미정이 직접 선반 위에 얹어둔 양주 한 병을 꺼내 왔다. 내가 좋아하는 시버스리갈이었다. 이때 눈치껏 가정부 아주머니가 양주잔을 가져왔으므로 미정은 곧 다시 자신의 상 앞에 앉았다.

"받으세요. 아버지!"

"그래."

나는 병을 따서 따르며 뒤늦게 물었다.

"좀 독한데, 얼음 드릴 까요?"

"됐다. 그걸 뭔 맛이라고 먹냐? 술은 이렇게 톡 쏘는 맛으로 먹어야지."

"알겠습니다."

아버지의 잔을 채운 내가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도 한 잔 드릴까요?"

"나도 딱 한 잔만 다구. 맛이나 보게."

"네!"

"시골에 가면 양주 먹었다고 자랑도 좀 하고 해야지."

"하하하........! 자랑을 하려면 구체적으로 술 이름이 이야기해야 믿죠."

그러면서 시버스리갈을 가르쳐드리려니 외우실 것 같지가 않아, 나는 순간적으로 둘러대었다.

"가시거든 꼬냑 잡숫고 오셨다고 하세요."

"꼬오냑?"

"네!"

발음이 비슷했으므로 나는 그냥 수긍하고 말았다. 어머니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한 잔을 비운 아버지도 안주도 집지 않고, 입으로 중얼중얼 '꼬냑'을 외우고 계셨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순간적으로 웃음이 나오는 것을 금할 수 없었지만, 웃을 수도 없어 나는 다만 빙그레 웃음 띤 얼굴로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 내게 경순이 잔을 권해왔다.

"오빠도 한 잔 드세요."

"그럴까?"

"아이고, 우리는 받기만 하고, 아들 술 한 잔도 안 따라주었네."

"아무나 따르면 어때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한 입에 털어놓고는 경순에게 물었다.

"너도 한 잔 하련?"

"임산부에게 누가 술을 권해요?"

밥이나 먹지, 멀리 떨어진 상에서도 마저 참견을 하는 미정이었다. 이때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던 명희가 쪼르르 달려오더니 말했다.

"어머니 저나 한 잔 주세요."

"당신은 술 마시면 안 되잖아?"

"안 되긴, 뭐가 안 돼요?"

"그래, 그래 우리 명희 아니 인정이 엄마 한 잔 받아라."

내가 눈총을 쏘거나 말거나 기어이 한 잔을 받고 마는 명희였다.

이때 또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우리 장손도 한 잔 주련?"

"아니 예요. 할머니! 저는 나중에 배울래요."

철산이 거절을 했다.

"그래, 그래. 공부하는 학생은 술 배우면 지장이 있다."

이때 아버지가 나서셨다.

"이제 다 권했으면, 내 잔에도 한 잔 따라 봐."

"당신이 따라 마셔요."

"하하하........!"

"호호호........!"

졸지에 웃음거리가 된 아버지를 위해 재치 있게 명희가 나섰다.

"아버님, 제가 한 잔 따라 드릴게요."

"그래, 우리 막내며느리가 최고다."

그제야 아버지의 얼굴이 활짝 개며 명희를 칭찬하는 아버지셨다.

"내 잔도 한 잔 따라봐."

이때 내가 명희에게 말했다. 내 말을 명희가 순간적으로 받아쳤다.

"당신이 따라 마셔요."

"하하하.......!"

"호호호.......!"

어머니를 따라 하는 바람에 장내에 또 한 번 웃음의 태풍이 몰아쳤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 잔에 슬그머니 한 잔을 따르는 명희였다. 나는 이 잔을 급히 마시고 어머니께 따라드리며 말했다.

"어머니 시력 나쁘시죠?"

"좀 그렀다."

"그럼, 안경 끼세요."

술 못 먹는 사람도 내 말은 무슨 뜻인지 알았으므로 모두 웃음을 토해냈다. 이렇게 저녁 식사자리가 한동안 이어지고 곧 다과상이 차려졌다. ============================ 작품 후기 오늘도 베풀어 주신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도 베풀어 주신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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