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22화 (222/322)

<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한 포석-- >

막상 전화를 걸려니 어제 부모님을 모시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그렇지만 어제 같은 날은 너무 번잡할 것 같아 모시지 않았지만, 다음에 날 잡아 꼭 모시기로 하고 마음먹고 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신호가 한참을 가도 받지를 않았다. 막 끊으려하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아요?"

"응, 농사 준비 좀 하느라고 그랬다."

"벌써 농사철이 시작된 거예요."

"촌에서야 보름이 넘어서면 농사철이지. 그때부터는 논밭에 거름도 내고 말이야."

"아버지는 요?"

"잠시 밖에 나가셨다."

"다름이 아니라 경숙이 신랑 재목 몇 번 봤다면서요?"

"그래."

"어떠세요? 마음에 드세요?"

"인물도 훤칠하고 판검사라면서?"

"검사요, 검사!"

"검사고 판사고 간에 잘 모르겠다만, 내 마음에는 쏙 든다. 경숙이가 좀 과분하지."

"과분은 요? 우리 집의 위세를 생각해 보세요."

"나는 오늘 날 이때까지 그런 생각 한 번도 안 해보고 살았다."

"알았고요. 조만간 약혼이라도 시키려고 하는데 어머니 생각은 어떠세요?"

"내 생각에는 약혼은 고사하고 당장이라도 날 잡아 머리 올려줬으면 싶다."

"알겠습니다. 조만간 우선 약혼식이라도 먼저 올리는 방향으로 추진을 할게요."

"그래. 우리 늙은이들이야 뭘 아니, 집안의 대소사는 장남인 네가 알아서 다 주관했으면 좋겠다."

"알겠습니다. 어머니 조만간 날 잡아 한 번 모실 게요."

"그러려면 본격적인 농사철 나서기 전에 해야지."

"알았습니다. 또 전화 드릴게요."

"얘들은 잘 크고?"

"네, 네!"

"손자들 보고 싶다."

"조만간 제가 한 번 모시도록 할게요."

"그래, 그래. 어서 들어가."

"네, 네!"

외로우신지 전화 끊기가 싫으신가보다. 자꾸 말을 시키시는 것을 보면.88년 2월 25일.

오늘은 노태우 당선자가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13대 대통령에 취임하는 날이었다.

나는 비서실에서 이 취임식 장면을 잠시 지켜보다가 내 집무실로 들어왔다. 오늘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벌어지는 만찬에 초대를 받았지만, 가서 또 부대낄 생각을 하니 별로 내키지 않는 자리였다. 그로부터 5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아침부터 청와대 비서실에서 내게 전화가 걸려왔다.

노 통이 잠시 짬을 내어 만날 수 없느냐는 전갈이었다.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되고 간에 청와대에서 부르는데 안 간다하면 사달이 날게 번하므로, 나는 거절할 수 없어 시간 약속을 했다. 지금부터 1시간 30분 후에 찾아뵙겠다고. 그러고 나서 시간을 보니 이미 9시30분이었다.

늦는 것보다는 나으므로 나는 비서실장을 호출해 같이 청와대로 들어갈 준비를 하도록 했다. 곧 차 3대가 출동하여 청와대로 향했다. 청와대에 도착하니 15분 전 11시였다. 나는 곧 비표를 받고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안내되었다. 홍성철(洪性澈) 비서실장이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대통령 집무실로 안내했다.

"어서 오세요, 강 회장님!"

'님'자가 붙는 것이 전 통과는 화법이 틀렸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물태우'라고 한동안 회자되었지만, 이런 사람에게 한 번 찍히면, 그 뒤끝이 더 오래 갈 것아, 나는 깍듯이 예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거기 앉으세요. 비서실장님도 함께 자리를 하시고요."

"네, 각하!"

노 통의 말에 홍 성철 비서실장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지만, 수행한 김경제 비서실장도 내 옆자리에 앉았다. 곧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인삼차 한 잔씩이 나왔다.

"드세요. 일단 드시고 나서 이야기 합시다."

노 통의 말에 따라 우리는 억지로라도 인삼차를 비워야 했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도 먹어야 할 판이었다.

찻잔이 모두 비워지자 노 통이 입을 열었다.

"다름이 아니라 이제 88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그렇습니다."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제가 알기로 강 회장님께서는 중공은 물론 소련 고위층들과도 친교가 있는 것으로 알아요. 해서 이번 올림픽에 그들이 좀 참여하도록 손을 써주었으면 해서 이렇게 모셨습니다."

내가 잠시 생각하느라 말을 않자 노 통이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만약 소련이 참가하지 않으면 동구권 전체가 참가하지 않을 공산이 크니, 모스크바 올림픽이나 로스엔젤리스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또 반쪽 올림픽이 되지 않겠어요? 그러니 강 회장님께 이렇게 간곡히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제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만 조만간 북경과 모스크바를 방문해 참가하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강 회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다소 안도가 되네요."

"너무 과한 기대는 금물입니다. 그러다 참가를 안 한다면 저도 그렇지만 각하의 실망감이 이만저만 아닐 것 아닙니까?"

"86년 아시안게임도 그렇고, 강회장님이 나서만 준다면 잘 될 것으로 알아요. 더불어 한 가지 더 부탁을 하자면, 두 공산대국과의 수교의 길도 터줄 수 있으면, 물밑 다리라도 놔줬으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그 문제도 겸사 겸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모처럼 청와대에 들어오셨는데, 같이 식사라도 하고 가시지요."

"아닙니다. 제게 선약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고요."

내가 밥이 없나, 돈이 없나, 괜히 불편한 식사는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나는 선약을 핑계로 이를 거절해 버렸다. 그로부터 3일 후.

나는 일단의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중국을 방문했다.

내가 제일 처음 들린 곳은 중국 상하이였다. 이곳에는 장쩌민이 아직 상하이 시장으로 재직하고 있어 그를 만나보려 함이었다.

출국하기 전 서로 스케줄이 논의되었으므로 내가 상하이 공항에 도착하자, 직접 장쩌민이 마중을 나왔다. 내가 트랩을 내려오자 그는 생김대로 호방하게 나왔다.

나를 가볍게 포옹한 그가 말했다.

"환영합니다. 강 회장님! 이게 얼마만 이오?"

"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하다 보니 그동안 격조했습니다."

"그럴 것이오. 우리 같은 말뚝이 아니니?"

"왜 말뚝입니까? 제 말대로 87년에는 상하이시 당 서기장직도 맡았지요, 당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정식으로 선출되면서, 중국 정계의 핵심인물로 떠오르지 않았습니까?"

"하하하........! 내 솔직히 강 회장의 말을 반만 믿었는데, 정말 그렇게 되니 이제는 좀 믿음이 가오."

"머지않아 권좌에도 오르실 것이니, 그 때는 모른 척이나 마세요."

"그럴 리가 있나? 사람이 의리를 배신하면 안 되지."

"믿습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로?"

"88올림픽 참가문제 때문이죠, 뭐."

"그 문제는 이미 내부적으로 결정이 났소."

"어떻게 요?"

"참가하기로."

"감사합니다."

"귀국해서 마음껏 생색을 내도 될 것이오."

"하하하.........! 그러지요."

"우리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어서 차에 오르시오. 내 집무실에 가서 많은 이야기를 합시다."

"그러실까요?"

나는 곧 그가 권하는 승용차에 올라 함께 그의 집무실로 향했다. 잠시 후.

그의 집무실에 맞은 앉은 두 사람.

당연히 두 사람의 곁에는 통역들이 앉아 우리 두 사람의 대화를 통역하고 있었다.

"우선 강 회장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소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공장을 대대적으로 확장시켜준 데데한 감사지요."

"그 일은 제게 감사할 일이 아니라, 귀국의 노동자에게 감사할 일입니다. 열심히 해주니 생산성이 높아 우리가 돈을 많이 벌었거든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공장을 증설한 것에 지나지 않고요."

"말은 쉽게 하십니다만, 외국에 투자한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을 텐데요?"

"물론 그렇습니다만, 우수한 노동자들 때문에 이번만큼은 별로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고마운 일이오."

이런 대화가 오가는 데는 우리가 상하이 전자 공장의 냉장고를 연 30만대로 증설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대화였다.

"곧 중식 참인데, 내 준비하라 일렀으니, 식사나 한 끼 하시고, 북경으로 가시죠."

"고맙습니다."

나는 그에게 사의를 표하고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날 오후.

내가 수행원을 이끌고 북경공항에 내리니 원자바오 판공청주임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어서 오세요. 강 회장님!"

내가 트랩을 내리자 가까이 다가온 원자바오가 손을 내밀며 인사를 했다.

"잘 지내셨지요?"

"물론이오."

"중앙서기처(中央書記處) 서기를 겸임하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민망하게. 아직 후보 아니요?"

"후보가 문제입니까? 곧 총리직까지 오를 분이."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소? 자, 우선 제 차에 오릅시다."

"고맙습니다."

나는 원자바오와 함께 같은 차에 올라 북경의 중심지로 향했다.

"장쩌민 상해시장의 말에 의하면 올림픽 참가문제 때문에 오셨다면서요?"

"네."

"이미 참가 결정이 내려졌으니 근심할 것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대련조선소 부지도 원만하게 타결해주신데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강 회장님이기에 파격적으로 100년의 임대를 허락한 것입니다."

"아니래도 너무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북경호텔도 이제 문을 열어야지요?"

"아직 준공은 필했지만, 5성급 호텔로 지정을 못 받았다고 하던데요?"

"내 신경 써서 조만간 지정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미리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법규에 맞아 내드리는 것뿐인데, 별로 감사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요."

이렇게 우리는 서로 겸양하고 추어주며 대정 호텔로 향했다.

장쩌민과의 오찬 시간이 길어진데다, 현지 상하이 공장을 잠시 둘러보느라 늦은 탓에 이미 저녁 시간 무렵이었기 때문에, 나는 우리 호텔로 직행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후 우리는 천안문 공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대정 호텔에 도착했다.

특등급 호텔을 상징하는 별 다섯 개가 붙어있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 앞에 '준'자가 붙어 있어 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것에 원자바오와 내가 나눈 이야기의 요체가 담겨 있는 것이다. 중국 호텔의 경우, 별의 개수를 통해 1성~5성 호텔로 분류하는데, 별 앞에 '준'을 붙인 '준5성급', '준4성급' 호텔도 있다. 이러한 '준' 표시의 호텔들은 중국국가 여행국이 정한 등급 표준 규정에는 맞으나, 아직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한 호텔이라는 뜻이었다. 참고로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별(★)의 개수'로 호텔의 등급을 표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무궁화의 개수로, 미국에서는 다이아몬드로, 영국에서는 왕관의 개수로 호텔 등급을 구분한다. 서비스, 시설, 고객 만족도 등 호텔 전반적인 항목들을 평가해 호텔 등급을 결정하게 되는데, 현재 공식적인 호텔 분류 등급은 별 5개 등급까지이며 5성급이 가장 좋은 퀄리티의 호텔이다.6등급 7등급은 자체 선전이나 호텔 종사자들의 평가로, 그만큼 질이 좋다는 것이지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5등급 까지이다. ============================ 작품 후기 베풀어 주신 후의에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즐겁고 유쾌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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