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한 포석-- >
다음 날 아침이었다.
조회가 끝나고 나니 나승렬 조선 사장이 보고할 것이 있다고 올라와 있었다.
나는 김경제 비서실장과 이한구 기획실장을 불러 배석시킨 가운데 그의 보고를 받았다.
인터폰으로 차를 주문한 내가 나 사장을 주시하자 그가 입을 열었다.
"그간 꾸준히 공개매집을 통해 우리는 추가로 15%의 아커야즈 주식을 유럽 시장에서 사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은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만 해도 경영권은 확보한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만,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오?"
"그들은 우리보다 기술력이 우수한 집단입니다. 우리가 그들의 경영권까지 확보하자, 아커야즈 이사진은 물론 유럽 전체가 우리를 사시의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술만 빼가려는 것이 아닌가 하고요."
"그러면 우리가 그들의 기술만 빼가고 다시 되판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자본금 규모를 보더라도 그들이 4조5천억 원으로 우리의 대정조선보다 앞서고, 기술력으로 보아도 유람선은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국가는 유럽의 3개 조선소 밖에 없습니다. 일본의 미스비시 조선마저도 유람선을 수주했다가 제대로 건조를 하지 못해 개망신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부가가치 면으로 보아도 유조선의 5배에 이르는 메리트가 있는 분야입니다. 그러니 저들이 우리가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해도, 쉽사리 우리의 지시에 순응하리라 보지는 않습니다."
"그럼, 그들이 무슨 야료라도 부린단 말입니까?"
"지금은 건조를 중단했으나 드릴 십 건조기술 같은 것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이런 것을 파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프랑스의 생나제르 조선소 같은 경우 아커야즈의 지분이 75%로, 아커야즈의 핵심 생산기지의 하나입니다. 이곳에서 아커야즈는 크르즈 선은 물론 프랑스의 대형군함도 건조하고 있으나, 우리의 방산 참여를 상당히 꺼리고 있습니다."
"흐흠........! 그들도 기술 유출문제 때문에 그런 것 아니오?"
"그렀습니다."
"그래? 대책이 뭐요?"
"비록 우리가 경영권은 확보했으나, 서서히 경영진을 물갈이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급격한 충격은 서로 간에 좋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 같은 경우는 정부의 고위관리와 접촉해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 라........?"
나는 잠시 천정을 보며 생각하다가, 갑자기 시선을 내려 두 사람을 보고 물었다.
"두 분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오?"
"나 사장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서로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김 비서실장의 대답이었다. 이어서 이한구 기획실장이 답변을 했다.
"저들이 정 그런다면 차라리 크루즈 사업부는 분리해서 재매각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우리가 유람선 건조기술은 확보할 수 없지만, 통제는 쉬워질 것 아닙니까?"
"흐흠........!"
침음하며 잠시 생각하던 나는 곧 단안을 내렸다.
"우선은 나 사장님이나 김 비서실장님의 말대로, 일단은 점차적인 물갈이를 행하되, 기획실장님의 안은 우리가 최후의 패로 갖고 있읍시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다른 하실 말씀 있나요?"
"네, 회장님! 이번에 영국 해군에서 3만7천 톤급 군수 지원함 4척을 발주합니다. 그런데 제가 판단하기로는 아무래도 군함이니 외풍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영국 조선소 하나와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입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말씀에 일 리가 있습니다. 그래서요?"
"해서 영국의 BMT디펜스랑 접촉을 하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 문제는 나 사장님께서 전권을 갖고 응찰하도록 하세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허허........! 영국도 다 됐군!"
"네?"
동시에 의문을 제기하는 세 사람이었다.
등록일 : 14.02.25 07:19
"영국 정부가 돈만 많아 봐요. 왜 다른 나라 조선소까지 입찰을 시킵니까? 한 푼이라도 싸게 건조하려 하는 것 아니 예요? 옛날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죠. 자기네 조선소에 돈을 펑펑 퍼주는 한이 있더라도, 외국 조선소에 맡길 놈들이 아니었습니다."
"하긴 그렀습니다."
"우리 입장에서야 좋은 일이니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 맙시다."
"네, 회장님!"
"네, 회장님!"
"참, 조선소 용지 확보문제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회장님의 지시대로 광양에 100만 평을 확보하려 했으나, 현재 80만 평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20만 평의 추가 매입이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더 비싸게 달라는 것이죠."
"그럼, 일단 80만 평을 가지고, 그곳에 속히 도크나 크레인 등 조선 설비를 갖추세요. 추가매입은 시간을 두고 하되, 정 힘들면 포기하는 것으로 흘리시고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다른 문제는 없죠?"
"네, 회장님!"
"회장님!"
나 사장이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하자, 비서실장이 나를 불렀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문제라기보다........."
"뭔데 그렇게 주저하세요?"
"사원들이 자꾸 늘어나니까, 화진포 콘도 하나만으로는 성수기에는 휴양소가 적은 느낌이라......."
"허허........! 그것 참........!"
"성수기에 남들은 장사하기도 바쁜데, 우리는 전부 사원들에게 내주고 그러는데도, 이용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복리후생 차원에서 콘도를 늘리거나, 더 짓는 것은 어떠냐는 말씀이죠?"
"회장님 말씀 그대로입니다."
'이래서 애초부터 길을 잘 들여야 하는 건데........'
이 말이 내 목구멍까지 올라 왔으나 나는 꿀꺽 삼키고 말했다.
"앞으로 종업원들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겁니다. 선제 대응을 합시다. 기왕이면 서해, 남해, 제주도까지 콘도 지을만한 풍광 수려한 용지가 있나, 기획실 주관 하에 한 번 알아봐 주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다른 문제는 없나요?"
"네, 회장님!"
"오늘은 그럼, 여기까지만 합시다."
"네, 회장님!"
그들이 모두 나가자, 나는 대청을 내주니 안방까지 차지하려든다는 속담이 떠올라, 씁쓰레한 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날 퇴근 후의 일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미정과 나 둘만 오롯이 남았는데 미정이 말했다.
"지난번에 큰 아가씨를 현대와 맺어준 매파 있잖아요?"
"그래서?"
느낌이 별로라 내 말이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웠나 보다. 내 말에 기분이 안 좋은지 미정의 아미가 살짝 휘며 말했다.
"이번에는 둘째 아가씨의 혼담을 들고 왔네요."
"그 양반이 아주 재미 붙였고 만 그래?"
"누가 아니래요. 우리는 별로였지만 현대에서 상당한 보수를 받은 걸로 알아요."
"그래서?"
"금번에 사법연수원을 수석 졸업하고 검사가 된 사람인데, 인물도 출중하고 집안도 교육자 집안이라 괜찮다고, 의향이 없느냐고 묻지 않겠어요?"
"그래서 당신은 뭐라고 답변을 했는데?"
"그야, 당신과 상의해봐야 된다고 했죠."
"그 매파가 경숙이 나이나 알고 하는 소리야?"
"그 정도 신상파악도 안 하고 중매를 설까 봐요? 이미 아가씨도 먼 언저리에서나마 다 살펴보았을 걸요?"
"하긴 그런 정도는 기본이겠지. 그래, 당신 생각은 어떤데?"
"당신부터 말해 봐요. 괜히 나 먼저 말했다가 당신에게 안 좋은 소리 듣기는 싫네요."
"점점 약아 지는데.........?"
"헤헤........! 당신하고 산지가 벌써 햇수로 몇 년인데요?"
"내 생각은 괜찮은데?"
"저도 찬성 이예요."
"그럼, 날 잡아 한 번 맞선을 보라고 하지."
"그게 그렇지 않은가 봐요."
"왜?"
"양쪽 중 한쪽이라도 NO를 하게 되면 집안 망신이니까, 자연스럽게 만나게 해줄 모양이에요."
"지난번과는 틀리네?"
"지난번에는 자신이 확신이 있었다고 하던데요."
"그럼, 역으로 이번에는 깨질 확률이 높다는 말이야?"
"그렇게 봤나보죠."
"그것참, 그러고 보면 뚜쟁이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네."
"당연하죠. 다 그럴 듯한 집안만 상대하는데, 그 사람들이 보통내기겠어요."
"하긴 그럴지도."
"그럼, 그 사람에게 맡기기만 하면 되는 거야."
"알단 우리가 승낙을 하면, 자신이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만남을 이끌어 내겠다는 데요?"
"알았어. 알아서 한 번 해보라고 해. 경숙이 나이 올해 24세면 아직 어리기는 하지만."
"스물넷이 뭐가 어려요? 저 봐요."
"당신 얘기는 할 것도 없지. 임신 사실을 숨겨가지고, 둘 다 퇴학 맞은 일이 무슨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그렇지 않았으면 어떻게 당신 같은 세상에 없는 사람을 잡아요."
"말 되네."
"내 입장에서는 일생일대의 최고의 잘한 일이라고요. 그러고 보면 우리 다정이가 나한테는 복덩어리야. 앞으로 좀 더 잘 해줘야지."
"참, 나........! 듣다듣다, 별 소릴 다 듣겠네."
"맞잖아요?"
"그래, 맞아!"
대화가 잠시 끊기자 나는 명희에 대해 물었다.
"오늘은 인정이 엄마가 어때?"
"평상시에는 무슨 일 있나요, 뭐?"
"당신도 신경 써서 잘 보살펴줘."
"아니래도 속상해 죽겠어요. 이제 스물아홉인데, 시집 늦게 가는 아가씨들은 아직 시집도 안 갈 나이에, 그 돌팔이 때문에.........."
"왜 의사 욕은 하고 그래?"
"그럼, 욕 안하게 됐어요? 간신히 마취 풀린 사람을 연달아 두 번씩이나 마취를 하니, 저 지경이 된 게 아니 예요?"
"의학적으로 입증 된 건 없어."
"내 생각이 틀림없을 거예요."
"효정이 엄마는 어떻게 생각하지?"
"효정이 엄마도 속상해 죽을 라고 하지요. 그래서 요즈음은 부쩍 인정이 엄마한테 신경을 많이 쓰더라고요. 처음에는 쌀쌀맞더니, 겪어보니 속정이 깊은 사람 이예요."
"효정이 엄마가 그런 면이 있지."
"참, 오늘 인정이 엄마가 당신 달여준다고 보약 지어왔는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요."
"달이다가 대 태운 것 아니야?"
"아무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명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도 돼요?"
"새삼스럽게 내외 하는 거야, 뭐야? 들어와."
내 말에 명희가 현관문을 살짝 열고 들어오며 안도의 한숨이 쉬었다.
"아직 안주셨네?"
"어쩐 일로?"
"당신 보약 달여 놨는데요?"
명희의 말에 미정과 나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금방 내 얘기 했지요?"
명희가 귀신 같이 알고 캐물었다.
내가 대답했다.
"응. 바로 전에 당신 얘기했어."
"뭐라고 했는데요?"
"서방 못 잡아먹어 안달이라고."
"무슨 말이 그래요?"
"나 원기 돋워 누가 빼먹을 건데?"
"호호호.........! 말이 그렇게 되나요?"
"재미는 다 같이 볼 건데, 나만 악녀 됐네요."
"알면 됐어. 약은?"
"잠시 같이 가시면 안 될까요?"
"오늘 다정이 엄마 차례라는 건 알지?"
"이 이가 정말........ 언니 오늘 우리 합방할까요? 오늘 당장 보신시킨 것 빼먹게요."
"그럴까?"
이제 미정이마저 동조하니 나는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나, 보약 안 먹고 혼자 잘련다."
"그러면 안 되죠. 애초부터 셋씩 거느린 사람이 잘못이니."
미정의 계속되는 공세에 내가 명희를 바라보며 편을 들어주길 바라나, 기대난망이었다. 망이었다. 내 시선을 대하자 오히려 호호 웃으며, 고개 돌려 외면하는 명희였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오늘도 즐겁고 유쾌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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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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