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15화 (215/322)

<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한 포석-- >

다음날 아침.

나는 전 간부들이 모인 조회석상에서 당당하게 주문을 했다.

'한국 아니 세계 1등 병원을 한국에 세우라고. 그 대신 재원 마련을 위해 미국의 엔지니어링 업체 플로어의 인수는 포기한다고.'

엔지니어링 업체 인수와 맞바꾼 꿈의 세계적인 병원 개설을 위해 나는 바로 발로 뛰기 시작했다. 전 통에게 전화를 넣은 것이 그 일환이었다. 곧 들어오라는 전갈을 받고 나는 비서실장을 대동해 청와대로 향했다.

비표를 받고 비서실장의 방에서 잠시 대기하고 있던 나는 곧 전 통의 부름을 받고 그의 방으로 갔다.

"어서 오시오. 강 회장! 무슨 바람이 불어 본인을 다 보자고 하고?"

"각하! 청이 있어서입니다."

"일단 거 앉아요."

"네, 각하!"

"비서실장은 차 주문 좀 하고."

"네, 각하!"

나와 비서실장이 전 통이 지정하는 의자에 앉자, 그도 곧 우리의 맞은편에 주저앉으며 물었다.

"무슨 부탁이기에 그렇게 표정이 심각하오?"

전 통이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내 얼굴이 좀 굳어있었나 보다.

"다름 아니라 학교를 하나 설립하고 싶습니다."

"학교? 갑자기 무슨 이야기인지 본인은 이해가 안 가는데?"

"세계적인 종합 병원을 하나 한국에 세우고 싶은데, 꾸준히 자체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의학부가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대학을 하나 세우는 것도 정부의 인가사항이었지만, 산하에 의학부를 두기 위해서는 인가받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전 통에게 부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 말에 침음하며 곧 깊은 생각에 빠지는 전 통이었다.

"흐흠.........!"

잠시 더 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전 통이 생각에서 깨어나며 물었다.

"강 회장이 생각하는 대학이라면, 종합대학이겠죠?"

"물론입니다."

"졸업정원제를 시행한다고 입학생들은 많이 뽑아놓고, 제대로 걸러 내지를 않아, 본인의 예상보다 쏟아져 나오는 졸업생들이 많기는 많은데 말이죠."

부정적인 생각을 말하고 또 다시 깊은 생각에 잠기는 전 통이었다. 그의 불같은 성격을 감안하며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 청을 거절하기도 난감하고 그렇다고 들어주기는 더욱 난감해 그런 것 같았다. 결국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는지 전 통이 내게 또 물었다.

"강 회장의 세부적인 계획을 말해보시오."

"세계적인 병원을 세운다고 해서 모든 분야를 인류로 만들기는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저희 그룹에서는 뇌 과학 분야만은 세계 최고의 학자와 의료진을 모셔, 현재 한국인의 사망 원인의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뇌혈관 질환이라든가, 적지 않은 가족이 한 사람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치매나 파킨스씨 병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치료를 하고자 합니다."

전 통의 표정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본 나의 말에 부쩍 더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또 한 이유는 반도체와 함께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의류장비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산하에 의학부가 꼭 필요합니다. 이 장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임상실험이 꼭 필요한데, 이를 일일이 타 병원이나 의료기관에 의뢰하려니, 여러모로 불편한 점도 많고 시간도 매우 많이 걸립니다. 저는 이 분야를 반도체와 함께 21세기의 유망산업으로 꼽기 때문에, 각하가 국익 차원에서도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허허.......! 그래요? 내 처음에는 부정적인 생각이 강했으나, 어느새 강 회장의 설득에 넘어갔는지 마음이 움직이는 구료. 내 문교부에 지시를 해놓을 테니, 구체적인 계획안을 일단 제출해 보도록 하세요. 가능하면 인가해 줄 모양이니까."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일이니 꼭 각하께서 인가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소. 내 긍정적으로 검토하도록 할 테니, 일단은 본인의 말대로 하세요."

"감사합니다. 각하!"

"이제 빚 진 게 없는 건가?"

갑작스러운 전 통의 말이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 중국의 86아시안 게임을 유도하고 청을 하라는데, 할 것이 없다고 사양한 경우가 내 머리에 퍼뜩 떠올라,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했다.

"역시 각하께서는 확실한 분이십니다. 저도 까맣게 잃어버린 일을 철저히 기억하고 계시다니요. 아무튼 각하의 용단으로 우리 국민의 상당수가 금번에 우리가 개원하려는 병원에 의해 많은 혜택을 볼 날이 올 겁니다. 이 또한 각하의 중요한 치적 중의 하나가 되어 길이 길이 칭송 받으실 겁니다."

"허허........! 그렇게 까지 말하니 더욱 인가를 안 해 줄 수가 없겠구료. 아무튼 빠른 시일 내에 계획안이나 제출해보오."

"또 다른 일은 없고?"

"없습니다. 각하!"

"흐흠........! 언젠가 날 잡는 다는 것이 세월만 자꾸 가는 구료. 내 잊지 않고 조만간 연락을 할 테니 아름다운 부인들을 다시 뵐 기회를 주오."

"감사합니다. 각하. 연락만 주시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오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일이 강 회장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인가 보오. 내 지금까지 강 회장을 많이 접했지만 말끝마다

'각하!'

소리를 입에 다는 것은 처음 보았소."

"하하하.........! 그랬습니까? 남부끄러운 일이지만 사실은 제게 고민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운을 뗀 나는 명희가 어떻게 해서 결코 가볍지 않은 건망증 증상에 시달리게 되었는지를 솔직히 토로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난 전 통의 반응이었다.

"젊은 사람들에게 그런 일이 생길 줄이야! 매우 뜻밖의 일이 아닐 수 없소. 아무튼 그런 일로 인해 전 국민이 그 분야에 대한 세계 최고의 의료 혜택을 받게 되었다니, 이는 부인을 생각하면 불행한 일이지만, 우리 국민을 위해서는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소. 부인의 빠른 쾌유를 빌고, 조만간 우리 또 한 번 만납시다."

"감사합니다. 각하! 장시간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뭐, 그 딴 일로. 조만간 또 봅시다."

"네, 각하!"

새삼 내미는 전 통의 손을 나는 굳게 맞잡았다. 희대의 마왕도 손은 따뜻했다. 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곧 이한구 기획실장을 불러 오늘 일을 말하고 곧 학교 설립 준비는 물론 병원을 세우는 계획안을 빠른 시일 내에 작성하도록 했다. 이 뿐만 아니라 나는 이청신 국내 정보실장도 불러 세계적인 뇌 과학 분야나 의학자들에 대한 명단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뽑아오도록 지시를 했다. 그리고 삼일 후.

이청신 실장이 이 빠른 시일 내에 그간 모아진 정보를 취합해 가지고 왔다. 나는 이 명단을 보고 우선 이들이라도 영입에 최선을 다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또 비서실장에게 명해 분당의 연구소에 '뇌 과학 연구소'를 긴급으로 설립하도록 했다. 나는 초빙된 인재들을 일단 이곳에 모시고, 훗날 대학과 병원이 세워지면 교수 및 치료 의사를 겸임하도록 할 복안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이청신 실장이 보고를 하러 들어왔는데, 표정이 매우 어두웠다.

몇 몇은 섭외했으나, 저명한 학자들은 쉽사리 움직이려 하지를 않는다는 보고였다. 그 보고를 듣자마자 나는 내 스스로, 내 발로 뛸 결심을 하고 그 명단을 요구했다. 그 명단을 한 번 죽 읽어본 나는 돌연 미국 행 비행기를 예약하도록 했다. 다음 날 나는 이른 시간에 곧 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날 출장에는 의료기기 분야의 조장희 박사와 미국에서 나서 자란 올리비아 리 그리고 네 명의 경호원만이 동행을 했다. 시카고 공항에 내린 나는 곧 해외정보실장인 엄삼탁 씨의 마중을 받았다.

그가 미리 준비한 승용차 편으로 나는 곧장 그가 잡아놓은 숙소로 향했다. 시차가 틀려 미국은 초저녁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곧장 호텔로 향한 것이다.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나는 다음 날 아침 미국 내 제일의 의과대학이라 칭하는 일리노이 주립대학으로 향했다. 우리 일행은 곧 일리노이 주립 대가 위치한 네이비피어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나는 세계적인 암과 뇌 과학 분야의 석학인 대릭 김(Darrick Kim) 박사를 만나고자 함이었다. 출발하기 전 미리 양해를 얻어서인지 연구소에서 그는 따뜻하게 우리 일행을 맞았다.

"갑작스러운 방문이 실례가 안 되었는지요?"

"괜찮습니다. 모처럼만에 모국의 사람을 만나니 오히려 반갑습니다."

"아, 이거 세계적인 박사님을 뵈면서 미처 제 소개도 못했습니다. 대정 그룹의 강 대정입니다."

"새삼 무슨 소개요? 얼마 전의 전화를 받고 알고 있는 사실을."

"하하......! 그렀습니까? 어떻게 연구는 잘 되고 있는지요?"

"학생들 가르치랴, 연구하랴, 좀 힘듭니다만, 보람은 있습니다."

"우리 사람이 박사님을 안 찾아뵈었습니까?"

"몇 번 전화상으로 나와 통화를 했으나, 내가 완강히 거절하는 바람에 만남은 없었습니다."

"그랬군요."

"그들이 제시하는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까?"

"그런 대로 보수는 마음에 들었으나, 아직 아무 것도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상태에서 움직인다는 것은 모험이라 생각하고, 방문을 사양했던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박사님! 제가 금번에 설립하려는 연구소나 병원 또는 의학부는 말만이 아닌 명실 공히 세계 제1을 지향하려 합니다."

"모국에 그런 시설이 생긴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뭔가 좀 꺼려지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저도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박사님의 꿈에 부합하지 않는 뭔가가 있는 것인지요? 아니면 보수가 적은 것입니까?"

내 말에 잠시 눈을 감고 명상하듯 생각에 잠기는 김 박사였다. 그러더니 한참 만에 입을 여는데 한결 신중해진 자세였다. 이내 모종의 결심을 했는지 단호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솔직히 둘 다 인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솔직히 저는 좀 더 연구를 진행에 제약회사를 하나 창립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보수도 위험부담에 비하면 너무 적습니다."

"흐흠.........!"

잠시 생각에 잠겼던 내가 입을 열었다.

"우리 그룹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신지 몰라도 반도체와 의료장비 분야는 우리 그룹이 세계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제가 연구원들을 홀대하지 않은 것이 그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스스로 자평하고 있습니다."

한 호흡 쉰 나의 말이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이 분야를 세계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같은 정책을 취할 것입니다. 알아보시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일정 연구에 의해 제품을 개발한 연구원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로열티를 지급함으로써, 결코 섭섭지 않게 대우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연봉 문제는 원하시는 만큼의 금액을 드릴 용의도 있습니다. 지금의 배를 달래도 줄 용의가 있고요."

이때 함께 했던 조장희 박사가 끼어들었다.

"우리 회장님의 말씀에 한 점 거짓이 없다는 것을 산중인인 내가 보증합니다."

"혹시 조장희 박사님!"

"그렇습니다."

"하하하.........! 여기서 뵙다니 영광입니다."

"별 말씀을........."

조 박사 박사 또한 이 분야에 일찍이 명성을 떨친 권위자이니, 김 박사도 알아보고 즐거워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점차 김 박사의 웃음이 잦아들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회장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결코 간단한 결심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달리 생각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는 저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생활 근거지를 옮기는 일이니 내자의 동의도 필요합니다. 곧 내자와 상의해서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답변을 기대하겠습니다."

"가급적 회장님의 뜻에 따르려 하나, 내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저도 한 번 알아봐야겠습니다."

"솔직한 말씀 고맙습니다. 곧 뵐 날이 있기를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우리는 같이 일어서서 굳은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밖으로 나오니 대도시답게, 공기는 결코 쾌적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대릭 김 박사로부터 나의 뜻에 따르겠다는 전갈이 왔다. 나는 이에 그에게 첫 번째 임무를 내렸다.

미국 최고, 최대의 의과대학인 일리노이 주립 대학과 가칭 '대정 뇌 과학연구소' 간에 상호 교류 협정을 체결하도록 한 것이다. ============================ 작품 후기 또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네요!

^^이번 한 주도 보람 있고 즐거운 한 주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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