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한 포석-- >
김의철 유통 사장이 미국으로 급파된 지 5일이 지난 새벽.6시 40분 조회를 하고 있는 내게 올리비아 리가 급히 뛰어와 보고를 했다.
"회장님! 이범석 실장님의 전화입니다."
회의실에는 아무 전화도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잠시 회의를 중단하고 비서실로 향했다. 곧 전화기를 집어둔 내가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네, 회장님! 드디어 오늘 세븐일레븐 측과 협상을 마무리 짓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내용은 요?"
"네. 지분을 50.05%로 끌어올리는 대신 가격은 그렇게 많이 깎지를 못했습니다. 가격은 1억4천5백만 달러를 주기로 잠정 합의를 하였습니다."
"그래도 많이 깎은 것 아닌가요? 지분이 1%이상 올라갔는데, 가격은 그만큼 낮아졌으면 말이죠."
"회장님 말씀이 사실이지만 좀 더 깎고 싶었는데, 더 이상은 양보를 안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 정도만 해도 잘 한 협상입니다. 다음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일단 MOU만 체결한 상태이니, 일부 선 입금을 주고 정식 계약을 체결해야죠. 회장님이 직접 참여하시겠습니까?"
"국내 일정을 한 번 검토해 보고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만, 플로어 협상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점점 더 완강한 자세를 견지하니 당황스럽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철수하시죠. 절체절명으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알겠습니다. 회장님! 일단 미국에서는 철수하는 것으로 하고, 바로 모로코로 넘어가 협상을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허허, 국내에 들리시지도 않고요?"
"시간이 곧 돈이지 않습니까?"
"알겠습니다. 실장님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김 사장도 옆에 있나요?"
"네, 함께 있습니다."
"좀 바꿔주세요."
"네, 회장님!"
곧 김의철 사장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전화 바꿨습니다. 회장님!"
"고생 많았고요."
"아닙니다. 회장님!"
"가신 길에 미국은 물론 캐나다 멕시코 측의 세븐일레븐 점포에 대한 일제 점검을 해보시죠. 그러면 그들이 힘들어진 이유를 파악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니래도 그런 마음이 있었는데 회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 바퀴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귀국 길에는 일본 측의 점포도 둘러보시고, 그들이 번창하는 이유를 한 번 봐두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꼭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수고 해주세요."
"네, 회장님!"
나는 곧 전화를 끊고 다시 조회를 하러 소회의실로 향했다. 나는 세븐일레븐 인수에 있어서 본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할 수 없었다. 현지에 있는 김의철 사장을 대신 보낼 수밖에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명희의 조기 출산이었다.
예정일보다 보름이나 앞당겨 진통을 시작한 명희는 곧 바로 낳지를 못해 제왕절개 수술을 하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미정이 첫 아이를 아주 고통스럽게 낳는 것을 본 이래로 나는 가급적 출산 현장을 피해왔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내게 급한 전화가 걸려왔으니, 어떻게 된 것인지 봉합까지 한 사람이 하혈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에 나는 급히 업무를 중단하고 병원으로 찾아갔다.
내가 병원에 도착하니 명희가 막 전신마취가 되어 재수술을 받으려는 시점이었다. 그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는. 그렇게 병실 복도에서 기다리길 어언 1시간. 마침내 수술을 끝마친 의사가 나왔다.
나와 급히 올라온 어머니 및 장모 또 그리고 두 부인 둘이 의사 앞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내가 급하게 물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등록일 : 14.02.24 00:07
"죄송합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죄송합니다. 회장님!"
사십대 중반의 의사가 무슨 영문인지 거듭 사과를 하며 머리만 조아릴 뿐, 결과를 이야기 하지 않았다. 나는 물론 다른 사람 모두 놀라 낯 색이 하얗게 탈색되는데, 그 의사가 어렵게 입을 떼었다.
"1차 수술 도중 내부 동맥이 파열된 것을 모르고 그냥 봉합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바로 수술하여 생명에는 아무 이상이 없으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사실 의사치고 자신의 과오를 이렇게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사람을 그간 나는 못 보았다. 그래서 나는 이 의사를 아주 좋게 보았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위로의 말을 건넸다.
"사람이 신이 아닌 이상, 실수도 있겠지요.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니 오히려 돋보입니다. 아무튼 수고 많으셨고요. 이제 별 이상은 없는 것이죠?"
"네, 회장님! 그럼........!"
간단하게 대답한 그가 곧 자리를 떴다. 나는 비로소 명희가 낳은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를 물었다.
"아들이야, 딸이야?"
"되게 빨리도 물으시네요."
나의 행동이 어이가 없었던지 미정이 약간은 핀잔하는 어투로 말을 하고, 수정이 얼른 대답을 했다.
"아들 이예요. 그런데 정말 산모를 힘들게 할 만 하네요."
"왜?"
"4.6kg래요."
"뭐? 웬 놈이 그렇게 커?"
"그러니 산모가 힘들지요."
"참 내..........!"
어이가 없어서 쓴웃음을 짓고 있는데, 명희가 곧 의료용 침대에 실려 나왔다.
"왜? 어디로 옮깁니까?"
나의 물음에 간호원이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안정을 취할 필요가 있어서, 중환자실로 옮깁니다."
"잠시 만요."
나는 침대를 끌고 가는 사람들을 제지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명희를 내려다보았다. 아직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아 잠든 상태였고, 하혈을 많이 해서 그런지 피부가 매우 창백했다. 나는 갑자기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그녀의 창백한 뺨을 쓸어주었다.
"됐습니다."
나는 그녀를 더 이상 제지하지 않고 중환자실로 옮기게 했다. 그런데 명희의 일은 이번 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자체 병원을 세워야 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하게 만드는 사건이 생기기 시작하니, 그녀가 병원에서 퇴원한지 1주일 후에 처음으로 그런 일이 발생했다. 이날 퇴근 시간 무렵이었다.
거의 회사로는 전화를 걸지 않던 명희가 비서실로 전화를 걸어왔다.
마침 비서실에서 무슨 지시를 하고 있던 내가 바로 받았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갈비가 먹고 싶어요. 사주실 수 있어요?"
"아직은 외부의 바람을 쏘이는 게 좋지 않잖아?"
"옷을 두껍게 입고 나가면 괜찮아요."
"그럼 나와. 어디로 갈까?"
"마포 갈비요."
"그래, 준비해서 6시 30분까지 그리로 나와."
"고마워요. 여보!"
"옷이나 단단히 입고 나와."
"네, 여보!"
그러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어 나는 잔무를 처리하고 그곳으로 갔다. 그런데 5분이 지나 10분이 지나도 명희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은근히 화가 난 나는 휴대폰으로 명희네 집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순간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났다.
전화를 받는 사람이 명희였기 때문이었다.
"갈비 사달래놓고 아직도 출발을 안 하면 어떻게 해?"
"아! 깜빡했네요. 곧 나갈게요."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여기서 사갈 테니, 집에서 기다려."
"네~, 여보!"
풀 죽은 음성으로 전화를 받는 그녀를 보니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매정하게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는 돼지갈비 20분을 포장해 달래서 집으로 향했다. 다른 가족들도 전부 불러 먹이기 위해서였다. 그런 후 차가 밀려 약 1시간 후에 집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명희네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순간적으로 뭔가 탄 듯한 매캐한 냄새를 맡고 내가 물었다.
"이게 무슨 냄새야?"
모두 내 눈치를 보며 주저주저 미정이나 수정 모두 아무 말을 않았다. 그러면서 은근히 명희에게 시선이 향했다. 그제야 명희가 나서서 말했다.
"당신 전화를 받고 물이 마시고 싶어 냉장고 문을 열어봤더니, 끓인 물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물을 한 주전자 올려놓고 침대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다가 그만, 주전자를 홀랑 다 태워먹었어요."
"잘 한다. 약속도 잊더니 이제는 주전자까지 태워 먹어? 어쩌려고 그래?"
"죄송해요. 여보! 생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요새는 깜빡깜빡하는 일이 너무 잦네요."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니야?"
"글쎄요. 소산(小山)이 낳고부터 그렀네요."
나는 명희의 아들을 강 소산(姜 小山)이라 이름 지었다.
"병원에 가서 한 번 진찰을 받아봐."
"네~!"
"식구들 배고파 쓰러지겠어요. 이리 주세요."
나는 아직도 돼지고기 20인 분을 들고 있었다.
"무거워. 내 주방까지 갖다 줄게."
"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늦은 시각에 갈비 파티를 했다. 이때 이미 어머니나 장모님은 가을걷이가 한창인 때라 시골로 내려가시고 아무도 안 계셨다. 나와 세 부인 그리고 자식들 여기에 경호원 일부와 가정부 아주머니가 맛있게 먹었을 뿐이었다. 어떻게나 잘 먹는지 이것도 좀 부족했다. 다음에는 더 많이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생각지도 않은 돼지갈비 파티는 막을 내렸다. 다음 날 내가 퇴근을 하니 명희가 안도의 얼굴로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다.
"병원에 가서 MRI도 찍고 여러 검사를 했는데, 별 이상이 없다는데요. 여보?"
"그렇다면 다행이고. 아이 낳은 후유증 같으니 몸조리를 잘 하도록 해."
"알았어요, 여보!"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다.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날은 내가 일찍 퇴근해 소산이 놈이 어떻게 자라는지 궁금하고 해서 명희네 집에 들렀다. 급히 차려온 밥상에 명희와 나 그리고 인정이 식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는데 명희가 내게 충격적인 고백을 하는 것이었다.
"있잖아요. 나........ 충격적인 일을 경험했어요."
"뭔데?"
내가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그간 몸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서 오늘 처음으로 인정이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서,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그 앞에 도착해서 기다리는데, 순간적으로 하늘이 노래지는 거예요. 그리고
'내가 여기 뭐 하러 왔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다급히 물었다.
"한참 후에 정신이 깨어나, 내가 온 목적을 기억해 냈지만, 요즈음은 확실히 출산 전과 틀리는 것을 느껴요. 건망증이 심해졌어요."
"그 돌팔이 새끼가 수술을 잘못해서 그런 거, 아니야? 마취제를 다량으로 썼던지?"
"저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얼마 전에도 다른 병원에 혼자 가서 검사를 했는데, 건망증 증세는 좀 있지만 특별히 나쁜 곳은 없다고........."
"참 내, 어이가 없네. 분명 그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잖아?"
"그럼요. 당연하죠."
"수술 후가 문제야! 이래서 우리나라 의사들은 믿을 수가 없어. 화가 나서 도저히 안 되겠다. 내 우리나라 최고, 아니 세계적인 병원을 짓고 말테다. 그래서 당신도 거기서 필요하면 종종 치료받게 하고."
"정말요?"
"아, 그럼, 이 강대정이 언제 빈말하는 것 봤어?"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죠."
신이 나서 동조하는 명희였다.
"그래, 조만간 국내 제일 아니 세계적인 의료진을 갖춘, 세계 제1의 종합병원이 대정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탄생할 거야."
"학교도 하나 인수하거나 설립하는 게 어때요? 그래서 거기서 일류 의료진도 양성하고."
"뭐?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사업가 마인드가 다 됐네."
"호호호.......! 그러니 당신도 나 너무 무시하지 말라고요."
"알았습니다. 마님! 앞으로도 계속 존중하며 모시고 살겠습니다. 마님!"
"무슨 존중씩이나, 무시하지만 않으면 다행이지."
쫑알거리는 게 어쩐지 내게 맺힌 것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명희였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당신이나, 미정이, 수정이 모두 내게는 소중한 사람들이고, 내 삶의 전부야!"
"여보! 나 오늘 감격했다. 수술 한 것도 다 아물었는데, 오늘 밤 어때요?"
'이것 건망증만 아니라, 성격도 변하는 것 아니야?'
내심 두려워지는 나였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명희가 출산 후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관계를 요구했으나, 나는 그녀의 건강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사양을 했다. 대신 그날밤은 그녀만을 꼭 끌어안고 잤다.
^^감사합니다!
^^============================ 작품 후기 곧 쓰는대로 한 편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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