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12화 (212/322)

<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한 포석-- >

"너희들은 철산이 오빠 집에서 놀기로 한 것 아니었어?"

내 물음에 인정이 앞으로 톡 나서서 답변을 했다.

"있잖아요. 효정이 언니가 그러는데, 여기 가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용돈 줄 거라고 해서, 제가 가자고 졸랐어요."

"아이고, 이게 누구냐? 막내 인정이로구나. 우리 손녀 똑똑도 하지. 이리 오너라. 이 할미가 용돈 줄게."

인정의 말을 받아 어머니가 손녀인 인정을 부르며 주머니를 뒤적거리셨다.

"이 사람, 뭘 그렇게 오래 찾아! 인정아, 예 있다."

아버지가 얼른 나서시며, 주머니의 지갑에서 얼른 2만 원을 꺼내주셨다.

"뭔 돈을 그렇게 많이 주세요?"

나의 참견에 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요새 얘들은 이 정도는 줘야 돼. 그래야 쓸 게 있지."

"인정이는 받았고, 그래 나는 누구를 줄까?"

"사돈은 효정이 주시구랴. 효정이 할머니가 없으니, 내 외손자는 내가 챙길 테니까. 이리 오너라 중산아! 이 할미가 용돈 줄게."

미정의 친정엄마가 나서셔서 친절하게도(?) 교통정리까지 하며 친 외손자인 중산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빠지지 않게 2만 원을 덥석 주셨다.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외할머니!"

"고맙습니다. 할머니!"

돈을 받은 순서대로 차례로 인사를 드리는데 이제 큰 아이 둘만 남았다. 다정과 철산이 그들이었다.

"철산이는 오늘 도장에 안 갔어?"

내 물음에 철산이 대답했다.

"도장은 갔다 왔고요. 영어학원에 가려는데 차비가 떨어져서........"

그렇게 말하고 창피한지 머리를 긁적이는 철산이였다.

"네 엄마는 평소에 용돈을 얼마나 안 주길래, 얘 차비가 다 떨어지도록 만들어?"

"시간 나실 때는 태워주시기도 해서 별로 신경을 안 썼더니........"

다시 머리를 긁적이는 철산이었다.

"옛다! 10만 원. 아껴 써라. 네 엄마한테는 받았다는 말 하지 말고."

"고맙습니다. 아빠!"

"아빠! 나는?"

내가 철산에게 거금 10만 원을 주는 걸 보더니 다정의 눈빛이 빛나며 빠른 걸음으로 내게 다가와 두 손을 내밀었다.

"너는 있잖아?"

"5천원 밖에 없다. 아빠 공평하게 같이 주라."

"맨 입으로."

"알았다. 아빠! 뽀뽀, 뽀뽀!

'다 큰 년이 오리주둥이는 해가지고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접근하니, 이건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징그럽다. 얼른 아빠 볼에 뽀뽀하고 10만 원 받아가라."

"알았어! 그럼, 아빠 눈감아 봐."

"알았다. 얼른 하기나 해라."

나는 못이기는 체하고 눈을 살그머니 감았다.

"이, 이 놈이........!"

다정이가 글쎄 내 입술에 기습 뽀뽀를 하고는, 얼굴이 발그레 해서는, 그래도 두 손은 내밀고 있었다.

"퉤 퉤 퉤!"

"아빠, 더러워?"

"복수다!"

"무슨?"

"네 놈이 어려서 아빠가 뽀뽀만 하면 디럽다고 입을 싹싹 닦았다.

"내가 언제?"

"너는 기억 못 할 테지만, 네 엄마한테 물어봐라."

"그래도 용돈은 주셔야지요."

"안 돼. 정식으로 아빠 볼에 다시 뽀뽀해야 준다."

"아이고, 10만 원 벌기 되게 어렵네."

"너무 애간장 태우지 말고 줄라면 얼른 줘라."

"거봐!"

할머니의 역성에 기가 살아서 채근하는 다정이였다.

"아빠가 한 번 뱉은 말은 다 지켜야 하는 것 몰라?"

"알았다. 아빠! 눈감으세요. 이번에는 진짜로 볼에 할 게요."

"눈 뜨면 안 되겠니?"

"부끄럽단 말 이예요."

"알았다, 알았어!"

나는 마지못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쪽 소리가 나도록 다정이 이번에는 진짜 볼에다 뽀뽀를 했다.

"예있다! 10만 원!"

"감사해요. 아빠!"

두 손으로 냉큼 받은 다정이 얼른 절을 하고는 저 멀리 달아났다.

"언니, 오빠는 10만 원씩 주고........?"

효정이 입을 삐죽 내밀고 투정을 부렸다.

이때 문이 벌컥 열리며 미정과 수정이 들어오다가, 이 소리를 들었나 보다. 수정이 호통을 쳤다.

"너희들 버릇없게, 아빠한테 무슨 짓이야!"

"됐다. 엄마는 용돈도 안 주면서."

"쪼만 것들이, 무슨 용돈이야?"

"그만 해라!"

보다 못한 내가 말리고 효정을 불렀다.

"효정아!"

"네, 아빠!"

"아빠 등 가려운데, 긁어줄래?"

"네, 아빠!"

"그럼, 안방으로 가자!"

"네!"

나를 따라 냉큼 안방으로 쫓아오는 효정이었다.

나는 윗도리를 거꾸로 벗어 정말로 등을 내놓았다.

"아빠, 어디?"

"한가운데."

"여기?"

"그 옆에."

"요기."

"그래, 그래. 아이고, 시원하다!"

"됐지?"

"조금만 더 긁어봐라."

"네~!"

"아이고, 시원하다! 그만 됐다. 우리 효정이가 착한 일을 했으니, 용돈을 줘야지. 얼마 줄까?"

"음........! 나도 10만 원."

"너무 많잖아?"

"응.......! 5만 원."

"5만 원 주면 뭐 할 건데?"

"저금해야지."

"정말?"

"아빠 나 저금 많이 했어. 우리 반에서 일등이야."

"그래?"

"얼마 했는데?"

"오십삼만 원."

"벌써?"

"응. 용돈 받은 것, 안 까먹고 전부 저금했어."

"아이고, 착해라. 우리 효정이 옛다 10만 원!"

"아빠, 너무 많아."

"5만 원은 저금하고, 5만 원은 꼭 필요한 곳에 써."

"고마워요, 아빠! 뽀뽀, 뽀뽀! 히히히........! 야호! 내가 언니 오빠보다 더 많이 받았다?"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는 효정이었다.

"뽀뽀는?"

"해야지. 눈 감아 아빠!"

금방 제 언니를 흉내 내는 효정이었다. 나는 효정의 요청에 부응해 눈을 감는 척 하고 실눈을 뜨고 살짝 지켜보았다.

살금살금 다가오는데, 이건 달아날 자세부터 취하고서였다. 그래도 나는 모른 척 지켜보기만 했다. 그랬더니 얼른 볼에 닿을 듯 말듯 뽀뽀를 하고는 내 튀는 효정이었다.

"이놈!"

"어머, 깜짝 아!"

나는 효정을 붙들고 딸내미의 볼에 무수한 뽀뽀를 했다.

"아빠, 이건 반칙이야!"

"왜?"

"내가 해야지, 아빠가 왜 해?"

"그거나, 그거나. 부녀지간에 뽀뽀 좀 하기로서니........."

"에헹........! 침 너무 많이 묻었다."

"그래? 아빠가 닦아 줄게."

"됐어, 아빠! 내가 화장실 가서 씻을 게."

"알았다. 우리 딸내미 딱 한 번만 안아보고 끝내자."

"네~!"

나는 효정을 꼭 한 번 끌어안아 주고는 놓아주었다.

"아빠, 고마워요. 그런데 엄마한테는 비밀 지켜주세요."

"왜?"

"다 빼앗겨요."

"그래? 그럼, 지켜줘야지."

"역시 우리 아빠가 최고야! 나 커도 시집 안가고 아빠랑 살 거다."

"이놈들아,클 때는 그래도 조금만 크면 시집 못가, 안달이더라."

"나는 진짜야, 아빠!

""그래, 그래. 믿어주마. 그 대신 네가 돈 벌어 와야 된다."

"왜?"

"아빠가 늙으면 어떻게 돈을 벌어?"

"그럼, 내가 아빠 먹여 살려야 되는 거야?"

"그럼, 그러려고 키우는 것 아니냐?"

"알았어.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엄마하고 아빠하고 다 먹여 살릴 거야. 그때까지 아빠 늙지 마."

"알았다. 이 아빠가 늙고 싶어도 네 손에 밥 얻어먹으려면, 너 다 키우고 늙어야겠다."

"약속?"

"약속!"

나는 손가락 걸어 효정이와 늙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을 철썩 같이 믿는지 효정은 바로 방을 빠져나가고, 나는 내심 씁쓸함을 곱씹어야 했다. 갑자기 어디서 본 적이 있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오는 백발을 금도끼로 막으랴, 은도끼로 막으랴!' 상념에서 깨어난 나는 곧 밝은 표정을 하고 거실로 향했다. 거실에는 어떻게 된 건지 아이들은 다 물러가고 어른들만 다시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이때 미정이 수정과 함께 다시 떡을 들고 나가며 말했다.

"약주들 그만 하시고, 차라리 고스톱을 치세요."

"고스톱 좋지!"

지난번 하기휴가 때 내가 고의적으로 잃어줬더니 모두 좋아라하고 화투 내 놓아라 소리를 연발하신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 집안에는 화투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화투 한 몫 사올게요."

"그래, 얼른 갔다 와."

나는 누구의 말인지 신경도 안 쓰고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가을의 해가 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나는 주머니를 뒤적여 담배를 하나 꺼내 물고 터덜터덜 가게로 향했다. 승부욕이 강한 나로서는 잃어주러 가는 발걸음이 즐거울 리는 없어, 자연적으로 걸음이 느려졌다. 이윽고 화투 두 몫에 마른안주를 좀 사서 들고 들어온 나는 고의로 이번에는 화투판을 키웠다. 나의 제의로 지난번에는 점 당 백 원이었던 것이, 이번에는 점 당 이백 원이 되어 어른들을 더욱 신명나게 했다. 그리고 나는 잃어주기 위해 무진장 애를 써야했다. 잃어주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미정과 수정이 들어왔다. 이어 치과에 갔던 명희와 장모님도 오셨다. 나는 그녀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한 앞에 별도로 10만 원씩을 주었다. 그리고 인원이 너무 많아 패를 두 패로 나누었다.

그러고 다시 게임이 시작되었다. 아무리 내가 공짜로 준 돈이지만 잃기 싫은 돈을 억지로 잃어주느라 세 부인이 애를 썼다. 나는 한옆에서 지켜보다가 실내가 너무 어두워, 거실에 불을 환하게 밝혀주고 밖으로 나왔다. 벌써 밖은 서서히 어둠 속으로 침몰하고 있었다. 다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문 내 귓가에 불 밝혀진 2층에서, 까르르, 까르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입가에 미소를 띠고 눈을 들어 3층을 보니 3층도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가정부 아주머니가 안 보인다 했더니, 3층에서 청소를 하고 계신 모양이었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한결 같은 아주머니에게 나는 이번 달부터 봉급을 50% 인상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부모님이나 처갓집에도 부쳐주는 돈을 인상하지 않은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나는 이들에게도 최소한 50%씩은 인상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담배연기를 힘차게 내뿜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더니 몸이 서늘해져 왔다. 벌써 가을이 성큼 내 곁에 와있음이다. 나는 천천히 걸어 다시 거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훼방을 놓기 위해 저녁타령을 했다.

"저녁 안 먹어?"

"오늘 한 때 건너뛰면 안 될까요?"

"시켜 먹어요. 여보! 지금 언제 해서 먹어요."

여자들의 성화에 나는 냉장고로 가서 중식 집 전화번호 하나를 외워 전화를 걸었다.

사람 수에 맞게 시키려니 한참을 헤아려야 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몇 그릇을 더 시킨 나는 그길로 아이들이 노는 2층으로 가서, 아이들과 함께 놀다가는 저녁이 왔다는 소리에, 가정부 아주머니까지 모두 데리고 1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각각 50%씩의 용돈 및 봉급 인상안을 발표하니, 모두 사양하는 척했지만 내심 즐거워들 하시며, 짜장면과 짬뽕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셨다. 나는 이 맛에 돈을 버는구나 하고 생각을 하며 나 역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아내들 역시 자신의 친정집에도 더 준다니 내식은 하지 않아도 모두 즐거운 눈치였다. 그래서 나는 오늘 밤을 단단히 기대하고 있다. 서비스가 남다를지 않을까 하는 과한 기대를 하며 나는 싱긋이 웃고 있었다.

비록 내일 아침에 코피가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 작품 후기 즐겁고 유쾌한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즐겁고 유쾌한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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