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10화 (210/322)

<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한 포석-- >

그로부터 5일 후. 오전 10시 30분.

알파 로메오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는 이의 인수업체를 발표하기 위해 재무책임자가 단상 앞에 섰다. 이들의 인수를 희망하는 업체는 물론 이탈리아 언론의 지대한 관심 속에 침을 한 번 꿀꺽 삼킨 재무 책임자가 곧 입을 떼었다.

"결과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본 알파 로메오 인수 업체로는 코리아의 대정그룹이 선정되었습니다. 이상입니다."

"인수 금액은 얼마입니까?"

곧 바로 퇴장하는 재무 책임자에게 이탈리아의 어느 기자가 급하게 질문을 던졌다.

"밝힐 수 없습니다."

"그럼, 공정성을 어떻게 보장합니까?"

"금번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상대의 가격을 열람할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다."

그 말 이후 재무책임자가 휭 하니 사라지자 기자들끼리 서고 묻고 답하느라 장내가 떠들썩했다.

"코레아의 대정그룹, 그게 어디야?"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업체 아닌가? 휴대폰도 전 세계적으로 알아주고."

"반도체 회사가 무슨 자동차 제조에 뛰어들어?"

"누가 알아? 말아먹으려고 하는 모양이지."

"그러나 저러나 저들의 인수로 로메오의 F1그랑프리에 대한 명성이 되살아날 수 있을까?"

"모르지. 인수업체가 어디에다 방점을 찍느냐는 것이겠지. 스포츠카냐 아니면 일반 승용차 메이커로 주력하느냐?"

"옳기는 옳네만........"

이렇게 떠들며 기자들이 하나 둘 사라질 때, 현장에는 이번 인수전에 직접 참여한 이범석 이하 김재익 비서실장이 남모르게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금번 자동차 인수전에 대해서 나는 가급적 티 나지 않게, 남의 시선에 덜 노출되도록 하라고 지시를 했다. 이탈리아 인들의 자존심이 후발 자동차 생산국인 대정이 인수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들 국민들의 반감을 사봐야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으므로, 우리 그룹은 소리 소문 없이 뱀이 개구리를 삼키듯 조용히 자동차 산업에 진출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내부적으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함께 내실 있는 개혁이 추진될 것이다. 나는 이를 위해 김재익 비서실장을 자동차 사장으로 발령하고, 현지에 그대로 머물도록 했다. 그리고 그 후임으로 나는 대통령 경제수석을 지내다가 현재는 잠시 야인으로 있는, 이 한구 박사를 삼고초려 끝에 기획실장 이자, 상무이사로 모셨다.

이 양반도 이력이 굉장히 화려한 양반이었다. 올해 42세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 미국으로 건너가 캔자스 주립 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그 전에 이미 행정고시에 합격한 바가 있어서, 귀국 후 재무부 이재과장을 거쳐 경제수석으로 근무하다가, 잠시 일선 공직에서 은퇴한 찰나를, 내가 기가 막히게 파고든 것이다. 아무튼 이 양반의 가세로 기획실은 제대로 보강이 되었다. 또 나는 자동차 사장으로 발령 난 김재익 전 기획실장에게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 1986년 9월 20일이 되었다. 오늘이 아시안게임의 개막일이었다. 나는 중공을 참여시킨 공로로 다른 사람 다 제치고,전 통의 옆에서 개막전을 관람하게 되었다. 또 내 옆에는 의외의 인물이 자리를 잡았으니 원자바오 판공청 주임이 그였다. 나의 초정으로 몇 명의 고위 간부들만 데리고 비밀리에 내한 한 것이다. 이를 중국 정부는 비밀에 붙여줄 것을 요구했고, 전 통은 언론을 통제해 이들의 보도를 막았다. 그래서 그의 방문 사실을 일반 국민들은 일절 모르고 있었다.

어찌됐든 카메라도 사전에 조율이 되어 좌측으로는 나 이상 벗어나서 촬영을 못하게 되어 있었다. 그 바람에 나는 공개적으로 세 부인을 내 뒤에 배치하고 관람을 시키고 있었다. 전 통 내외를 제외하고는 남편의 바로 뒤가 그 부인들의 자리인데, 원자바오를 비롯한 중국의 고위 간부들이 남자들만 왔으므로 이것이 가능했다. 아무튼 나와 전 통 그리고 원자바오는 나를 가운데 두고 자리에 앉아, 한창 진행 중인 마스게임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때 전 통이 돌연 시선을 내게 돌려 물었다.

"잘 하지?"

"네, 잘 합니다만, 고등학생들이 저렇게 하기 까지는 연습을 하느라 고생깨나 했겠군요."

"어쩔 수 없지. 국위를 선양하기 위해서는 때로 개인의 희생도 따르는 법이거든."

나는 더 이상 아무 말을 않았다. 사고방식이 근본적으로 나와 달랐기 때문이었다. 내가 알기로 저들은 이 마스게임을 위해 1년간을 연습했다. 그 바람에 대학입시에 엄청난 차질을 개인적으로 빚었다.

그렇다고 이를 나라에서 보장 해주느냐? 근본적으로 보장해 줄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저들에게만 고스란히 피해가 전가되고 말 것이다. 여자들이 군대 간만큼 억울해 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때 우리 회사 즉 SBS 카메라가 우리 쪽을 잡는 것 같아, 나는 고개를 모로 돌려 딴청을 했다. 사실 전 통의 초청을 거절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끌려나온 나로서는, 이 자리가 달가울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나는 지루한 개막식을 구경하고 이것이 끝나자마자 원자바오 일행을 경호해 바로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물론 부인들도 나를 따라 나온 것은 당연했다. 이 후 전 통 주최 청와대 만찬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원자바오가 이를 원치 않았고, 나는 이들을 접대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사절을 했다. 나는 부인들을 먼저 집으로 귀가 시키고, 이들 일행을 데리고 한때 내가 잘 가던 요정으로 향했다. 이미 예약을 해놓았기 때문에 요정에는 철저한 준비가 되어있었다. 우리 일행이 이 요정의 넓은 마당에 들어서자 주인마담부터가 일렬로 늘어서서 우리를 환영했다.

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원자바오와 함께 준비된 방으로 들어갔다. 이 자리에는 우리의 비서실 여직원들이 상당수 동원되어 이들을 영접하고 있었다. 비서실 직원 치고 최소 2개 국어를 못하는 사원이 없었으므로, 언어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이들이 동원된 것이다.

아무튼 제일 큰방에는 원자바오를 포함한 저들 간부 네 명, 우리 측에서는 나와 김 비서실장, 이한구 신임 기획실장, 또 저들이 지정한 대정전자 서석준 사장이 참석을 했다. 이 외에 비서실 직원으로는 내 옆에 방령 과장 그리고 저들의 통역을 보좌하기 위해 미이연 차장, 올리비아 리, 그리고 유진선 주임(승진)이 함께 자리를 했다.

어떻게 보면 미인계를 쓰는 것 같아 내 기분상 좀 껄끄러운 면이 있었지만, 서로의 원만한 대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원자바오에게는 자체 통역원이 따라붙어 왔지만, 나머지 세 사람을 위해 이들이 수고를 하게 된 것이다.

아무튼 서로 자리를 잡고 앉자 내가 원자바오에게 물었다.

"오늘 개막식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상당히 철저한 준비를 했습디다. 부러웠습니다."

하긴 이 사람이 여고생들이 이면에 흘린 눈물을 알까 생각을 하니 저렇게 말하는 게 당연하다 싶었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그보다도 오늘 대통령의 만찬을 특별히 거부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아직 두 나라 사이가 그렇게 가깝지 못한 게 첫째 이유고 요. 두 번째는 강 회장님에게 특별히 부탁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내일이면 이들이 바로 귀국을 하므로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여기서 할 수 있는 이야기면 하시죠."

"그러지요. 다른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나라에 대정 측에서 연산 100만 대 규모의 CPT(컬러TV브라운관) 공장을 하나 지어줬으면 합니다."

"왜요? 부족합니까?"

"그렇습니다. 일본과 네덜란드 업체들이 우리와 합작으로 생산을 하고 있으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국민적 수요를 이들이 따라주질 못하고 있어요. 중요 부품인 이것이 있어야 텔레비전을 조립하지요."

"그렇군요."

일단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답을 한 나는 서석준 전자 사장을 보고 말했다.

"어떻습니까? 가능하겠습니까?"

"못할 것이야 없지만 시간을 좀 주셔야겠습니다."

"왜요?"

"국내 공장을 옮길까 합니다만?"

"그럴 필요 없어요. 앞으로 국내 부품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테니까, 중국 땅에는 신규로 건설하는 것으로 하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서 사장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우리 전자 제품을 고급화시키다보니, 남에게서 공급받는 부품으로서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다. 그래서 나는 중요 부품에 한해, 우리가 직접 생산해 공급할 것을 주문했고, 이에 따라 우리는 안 되는 기술은 외국과 기술제휴를 통해서라도, 고품질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

아무튼 이렇게 결론이 나자 나는 다시 원자바오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른 할 이야기가 또 있습니까?"

"한국의 전자레인지 또한 세계적인 품질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공장 또한 아측에 세월 줄 수 없는지요. 지금은 아니나 머지않아, 이 제품 또한 폭발적으로 수용가 증가할 것 같아서요."

"알겠습니다.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방향으로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이로써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입니다."

"하하하........! 이제 제법 밥맛깨나 돌겠습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밥 안 줍니까?"

"드려야지요."

내가 손을 들어 사인을 보내자, 대기하고 있던 마담이 곧 준비된 음식을 줄줄이 내오기 시작했다. 한국 정찬으로 외국인에게도 맞을 수 있는 음식으로만 엄선을 했다. 신선로라든가, 떡갈비, 잡채, 고려 삼의 마니아인 중국인임을 배려해 인삼무침 등 실로 다양한 음식들이 나왔고, 술은 양주, 인삼주, 포도주, 맥주가 다 구비되어 있었다. 나는 식사 시간임을 고려해 포도주 한 잔씩을 각자에게 따르도록 했다.

모든 사람의 잔에 술이 따라지자 나는 원자바오에게 건배를 제의했다. 내 말에 따라 일제히 모든 사람들이 잔을 들어 올리자 내가 건배사를 했다.

"한국과 중국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위하여!"

우렁찬 후창이 어어 지고, 각자의 취향에 따라 술을 비우는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술과 밥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점점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파할 자리가 되자 내가 원자바오에게 물었다.

"오늘 한국에 오신 느낌이 어떻습니까?"

"말로만 한국의 발전상을 들었지, 실제로 와보니 과히 놀라움 따름입니다. 이를 저는 당의 고위층에 그대로 보고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양국이 보다 자유롭게 오가고, 함께 번영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한 말씀입니다. 여기 앉은 모든 분들이 한중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맙시다. 그런 의미에서 끝으로 모두 건배 한 번 합시다."

나의 제의에 따라 빈 잔은 채워지고, 채워진 잔은 들려졌다.

"이번에는 원 주임님께서 건배사를 한 번 하시죠."

"네. 중한 양국의 무궁한 발전과 대정의 발전을 위하여!"

"위하여!"

끝잔이라 그런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남기지 않고 잔을 다 비웠다. 나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오늘의 만찬을 파하고, 이들을 곧 예약된 호텔로 모시고 가도록 했다. 그러고 나니 어디서 풀벌레 소리가 들려 가을임을 실감나게 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하루 네 편 무리 네요.

머리에 쥐가 다 나려 합니다.

조금 편 수를 줄이는 날도 있을 것이니 양해하시고, 또 잘 써지는 날은 4편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베풀어주신 후의에 감사드리고요!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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