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07화 (207/322)

< --재계 서열 1위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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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나는 어른들을 위해 노래 한 곡을 더 불렀다. 시리링~!

기타 줄 전체를 긁어내린 나는 평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한 옥타브 올린 고음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첫 소절은 무반주였다.

청춘을 돌려다오 젊음을 다오.

반주가 시작되었다.

흐르는 내 인생에 애원이란다.

못 다한 사랑도 태산 같은데 가는 세월 잡을 없는 없지 않느냐청춘아, 내 청춘아!

어딜 갔느냐~!

나의 노래가 끝나자 분위기가 싸해졌다. 어머니와 장모님들은 급히 손수건을

찾아 눈가를 찍었고, 아버지는 눈만 껌벅 껌벅. 두 장인어른은 갑자기 먼 산 바래기였다.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게 청춘일진데, 비록 가난했지만 뜨거웠던 가슴을 지녔던 지난달을 회고하며, 먹먹해진 가슴을 어른들이 추스르려 할 때,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어린 시절도, 젊은 날도 없이 바로 저렇게 늙게 태어난 줄 아는, 우리 어린 꼬마 숙녀 하나가, 싸한 분위기를 깼다.

"아빠, 나도 노래 할 줄 아는데."

인정이였다.

"뭔 노래 할 줄 하는데?"

"할까, 아빠?"

"그래, 어디 우리 인정이 노래 한 번 들어보자."

"잘 봐."

아이들의 말은 어법에 맞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옆구리에 양 손을 척 붙인 인정이 무릎을 굽혔다 폈다하는 율동까지 하며 노래를 시작했다.

우리 집에 곰 세 마리 있어.

아빠 곰은 뚱뚱해, 엄마 곰은 날씬해아기 곰은 귀여워.

이때 중산이 놈이 갑자기 인정을 밀치더니

"내가 할 거야!"

하며 나선다. 이에 인정이 울음을 터트리고, 각자의 엄마가 제 자식을 챙겨, 혼을 내고 달래기 바빴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나는 몽윤을 불러 캠파이어 준비를 했다. 장작을 차곡차곡 쌓아놓고 불쏘시게에 불을 붙이니 불이 점점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한 번 더 어른들은 막걸리 타임을 갖고 아이들과 여자들은 과일을 들었다. 이어 어른들의 빼다, 빼다 마지못해 한 곡 뽑아내는 장기자랑이 이어지고, 이에 아이들도 가세했다.

이렇게 둥근 보름달과 기세 좋게 타오르는 장작불, 그리고 건강하고 즐거운 웃음이 있는 한여름 밤의 낭만이 깊어가고 있었다. 다음 날 조회가 파하고 최우선 대정무역 사장이 남았다. 나는 그를 소회의실에서 데리고 내 방으로 왔다. 김 비서실장도 불러 배석시켰다.

그들이 자리를 잡자 내가 물었다.

"할 이야기가 무엇입니까?"

"소련과 동구권 시장을 직교역하기 위해 접촉을 하다가, 소련과 직교역할 수 있는 단초를 하나 마련했습니다."

"계속하시오."

나의 말에 더욱 탄력을 받은 최우선 사장의 말이 이어졌다.

"소련의 국영기업인 가스프롬(Gazprom)이 합작 및 자신들의 가스를 사달라 했습니다."

"가스를 사달라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합작은 또 뭐요?"

"극동의 가스전 개발 사업을 합작으로 추진하자는 것입니다."

"흐흠........! 만만치 않은 사업인데?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사업 이예요. 서로간의 믿음이 없으면 결코 될 수 없는 사업이죠. 그러니까 우리가 그들의 지분 일부를 소유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또 러시아나 동구권의 관계자 언어능력자들을 대거 모집해서, 장차에 대비하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이들을 내보낸 나는 비서실에 편입된 방령을 불러 말했다.

"방 양!"

"네, 회장님!"

"중국과의 아시안게임 발표 시기 말이오."

"네, 회장님!"

"잘 조율을 하되, 그 타이밍은 나와 협의를 합시다."

"한국 사회생활을 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아직은 모든 면에서 서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잘 적응 하리라 믿습니다."

"그래요. 그런 낙관적인 생각이 중요해요. 하고 앞으로 우리와 중국과의 사업 관계가 갈수록 깊어지고 긴밀해질 거예요. 그래서 당연히 우리그룹으로서 미스 방과 같은 재원이 많이 필요해요. 그런고로 시집을 가더라도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줄 테니까, 우리 그룹에 오래 오래 근무할 생각을 해요."

"회장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회사 생활 충실히 할 것이고, 가능한 한 회장님의 뜻에 따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소. 앞으로 잘 해봅시다."

새삼 내가 손을 내밀자 부끄러운 듯 살짝 상기된 얼굴로, 두 손으로 가볍게 내 손을 맞잡는 방령이었다.

그로부터 3일 후.

비서실장 김경제가 조회가 끝나자 한 여성을 데리고 들어왔다. 30대 초반의 여성인데 생김이 아주 단정했다. 백금발에 푸른 눈, 오똑한 콧날 등 서구 미인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키는 서구인 치고는 아담한 키였다. 서구인으로 치면 작은 키이고, 우리나라 사람으로 치면 중키가 조금 넘는 키였다.

"고려인 3세로 모스크바대를 졸업했고, 일본 이토추 상사에 근무하는 것을 거액 연봉을 제공하기로 하고 금번에 픽업했습니다. 이름은 이오노바(Ionova) 김(Kim)입니다. 러시아어, 일본어, 영어, 한국어에 능통합니다."

"재원이군!"

"잘 부탁드립니다. 회장님!"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이오노바였다.

"반갑소!"

불쑥 내가 손을 내밀었다.

"네, 회장님!"

어투는 공손했으나 당당히 한 손으로 내 손을 맞잡는 이오노바였다. 손을 놓으며 내가 말했다.

"앞으로 북방 관련 업무가 폭증할 것이오. 우리 그룹은 여성들을 타사에 비해 많이 배려하는 편입니다. 육아 휴가도 있고 하니 오래 근무하길 바랍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회장님!"

"그럽시다."

말을 마치자 나는 김 비서실장에게 손짓을 해 이오노바를 데리고 나가도록 했다. 바로 다음 날이었다.

최우선 사장이 김 비서실장과 함께 내방을 찾아들었다.

"회장님, 지분도 매각할 용의가 있답니다."

"얼마나요?"

"회장님을 뵙고 구체적인 협상을 하잡니다. 이 외에도 논의할 것이 많다고요."

"장소는?"

"모스크바입니다. 원하신다면 바로 초청장을 보내겠답니다."

"초청장이 다이렉트로 올 수 있나?"

"아직 수교가 안 돼서 그것은 힘들 것이고, 제3국을 통해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모로 가든 바로 가든, 모스크바만 가면 되지."

혼자 중얼거린 내가 최종 결론을 내려 말했다.

"만나겠다고 해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공손히 대답한 그들이 내 손짓에 의해 모두 물러갔다. 5일이 지난 수요일 오후.

스위스를 경유한 초청장이 날아들었다. 물론 소련의 가스프롬 이사회 의장인 체르노미르딘의 초청장이었다. 나는 곧 수행원 명단을 발표하고 출국준비를 서둘렀다. 나를 수행할 사람은 다음과 같았다.

대정무역 사장 최우선, 엔지니어링 사장 이상백, 비서실장 김경제, 기획실장 김재익, 통역으로 아오노바 김, 비서로는 이미연 차장과 올리비아 리 외에 경호원 4명이 추가로 선정되었다. 이범석 전략기획조정 실장은 프랑스, 모로코, 멕시코 등 해외공장 설립 문제를 최종 타결 짓기 위해, 각 나라를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리는 프랑스 파리를 경유해 모스크바로 날아갔다. 이 시간이 비행편이 마땅치 않아 이틀을 잡아먹었다. 아무튼 한국의 가을 날씨 같은 모스크바 공항에 우리 일행이 내리니, 체르노미르딘 의장이 회사 주요 간부들을 데리고 마중을 나와 있었다.

우리는 곧 그들이 제공한 승용차에 올라 그들의 본사 사무실이 있는 모스크바 남쪽 나묘트키나 거리로 향했다. 이윽고 본사 건물에 내린 우리 일행은 2층의 회의실로 직행했다. 서로 겉치레 인사보다는 실속 있는 협상으로 시간을 단축하자는 내 제의에 따른 것이었다. 장방형의 긴 테이블에 대좌한 우리는 곧 회의에 들어갔다. 체르노미르딘 의장이 먼저 인사말을 했다.

"먼 먼 나라에서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먼저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극동가스 전을 대정과 공동으로 개발해, 이를 일정량 대정이나 한국 측에서 사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의 말을 받아 내가 말했다.

"우선 초청해주신데 대해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우리도 극동 가스전 아니 더 나아가 소련의 모든 가스전 개발에 뛰어들 용의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오랜 시간과 무지막지한 자본을 투자해야 됩니다. 그러나 ........"

여기서 나는 내 말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일단 말을 끊고 장내를 한 바퀴 휘돌아보았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말을 했다.

"그러나 양국은 서로 국교도 없으며 양사 또한 지금까지 교류가 없었습니다. 해서 우리가 믿음을 갖고 투자하게끔, 일정 지분을 달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더 많은 사업을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얼마의 지분을 양도하시겠습니까?"

"음........! 우리가 최대한 대정에 줄 수 있는 지분은 10%예요. 더 이상은 곤란합니다."

"너무 작은 데요?"

내 말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체르노미르딘 의장이었다.

"우리 자본금이 얼마인줄 알고 그런 소리를 하오. 자그마치 800억 달러란 말이오. 그 이상의 지분을 우리가 준다고 해도 대정으로서는 좀 무리일 것입니다."

"하하하........! 우리를 너무 얕잡아 보시는 것 같은데, 대정그룹으로 말하면 100% 다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 큰 회사는 큰 회사였다. 우리나라 돈으로 자본금이 물경 63조 2천억 원이나 되는 거대 국영기업이었다. 이런 기업이 자본금을 몇 차례 증자를 통해 확충한 결과, 2007년 기준으로 3,295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적인 거대 기업으로 재탄생 되는 것이다. 아무튼 나의 반발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각에 잠기는 가스프롬 의장이었다.

"그 점은 내가 사과를 드리겠소.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외국인에게 많은 지분을 내 줄 수는 없소. 외국인 투자를 막지는 않으나, 무한정 허용하지도 않소. 해서 최대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선은 15%예요."

"15%라?"

나는 이를 내심 원화로 계산하고 있었다.

대충 계산하니 약 9조5천억 원이었다. 천문학적인 돈이었다. 자금 조달이 문제될 정도로 큰 액수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심 수긍하며 답했다.

"좋소. 지분은 우리가 15%를 획득하는 것으로 하고, 지금부터는 사업별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갑시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각 사업별 구체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그 결과 우리는 최종 다음과 같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첫째: 가스프롬은 대정그룹에게 현 시가로 지분 15%를 양도하며, 양사는 각각 50%의 지분으로 사할린 가스전을 공동으로 개발한다. 둘째: 개발된 가스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하바로브스크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공급하며, 일정부분은 대정그룹이 구매해 세계 각국에 판매한다. 셋째: LNG정제 공장을 사할린에 각각 양사 50:50의 비율로 투자하여 건설한다.

넷째: 위의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추후 소련의 3대 가스전 등 여타 사업을 논의한다. 첫술에 모든 것이 잘 될 수는 없었다. 일단 이륙을 하고, 차츰 신뢰의 바탕 위에 우리는 서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에 우리는 서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그럼 우리가 15%의 지분을 인수하게 된 가스프롬이라는 회사가 과연 어떤 회사인가에 대해 잠시 소개를 하고 넘어가겠다. 소련 국영 천연가스회사로, 천연가스 매장량이 전 세계의 17%를 차지하는 29조㎥에 달하며, 생산량은 전 세계의 2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기업집단이다. 소련 국내에서는 가스 생산량의 85%를 차지하며, 국내총생산의 25%를 점할 정도다. 이런 기업이 1993년에는 러시아연방정부의 결정에 따라 가스프롬은 합작&주식회사로 바뀌어 주식을 공매한다. 이때 러시아 시민이면 누구나 국영기업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었다. 1994년 러시아 시민 74만 7000명이 가스프롬 주식의 33%를 보유했다. 이후 푸틴이 들어와 재 국영화를 추진한 결과 가스프롬이 총 50.002%의 주식을 소유하게 된다. 이후 가스프롬은 더욱 발전을 하여 서시베리아와 러시아 북부 지역에 매장된 가스를 캐내, 전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하며, 직원 수가 43만 명에 이르게 된다. 파이프라인의 총 길이는 15만 3,000㎞에 달할 정도로 번영하고, 일간신문 '이즈베스티야'와 3대 전국 방송의 하나인 NTV 등 언론사를 계열사로 두게 된다. 그리고 해외 투자도 활발히 하여 20여 개의 외국기업을 보유하게 된다.

< --재계 서열 1위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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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후 모든 돌아가는 상황과 자본을 따져보니, 가스프롬에 9조5천억 원을 투자하는 것은 무리였다. 장차를 생각하면 아깝지 않은 돈이었지만, 그룹의 유동자금이 거기에 대부분 묶이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다고 파이낸싱 자금으로 조달할 수 있는 성질의 자금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고민 고민하다가 정 회장에게 뵙기를 청했다. 나의 청에 즉각 방문을 허락하는 정 회장이었다. 나는 김 경제 비서실장만 대동하고 정 주형 회장의 집무실을 찾아들었다.

"어서 오시게. 잘 지냈고?"

"내 회장님! 무탈하셨죠?"

"나야 항상 그렇지, 뭐."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눈 우리는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지난번 휴가 때는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길래, 몽윤이 놈의 자랑이 그렇게 대단한 거야?"

"가족끼리 그냥 어울려 노는 자리였습니다만, 즐거웠다니 다행이네요."

"부러워, 부러워! 슬슬 놀아가며 하는 것 같아도, 사업이 날로 달로 일취월장하니 말이야."

"하하하........! 매일 노는 것 같아도, 저도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누가 몰라? 하는 소리지. 아무튼 무슨 용건인데 날 보자고 한 거야?"

"금번에 제가 소련의 국영 가스 회사의 지분을 매입하게 되었는데, 그 금액이 너무 커서 상의 드리러 왔습니다."

"도대체 얼마인데, 강 회장이 겁을 다 먹고 그래?"

"하하하.......! 회장님 눈에도 제가 겁먹은 것으로 보이나 보죠?"

"작은 금액 같으면 자네가 날 찾아올 리가 있나?"

"하긴 그렀습니다. 글쎄, 그 금액이 만만치 않네요. 물경 9조5천억 원 돈입니다."

"뭐야? 정말 많긴 많군. 그래서?"

"지분을 공유하면 어떨까요?"

"가능성은 있는 회사야?"

"제가 누굽니까? 설렁설렁 결정하는 것 같아도, 삼성의 이병철 회장님보다도 제가 더 깐깐하게 따져보고 투자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투자한 것 중, 어느 하나 잘못된 게 있습니까?"

"음........! 없는데."

"하하하........!"

잠시 생각하던 그가 돌연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며 말하므로, 나는 웃음을 금할 수 없었다. 나의 웃음에도 아랑곳없이 열심히 머리로 주판을 튕겨보는 정 회장이었다.

"9조5천억이라.......?"

"음........! 그게 반만 해도 얼마야?"

내가 즉각 대답했다.

"4조 7천5백억입니다."

잠시 생각하던 그가 돌연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우리로서도 무리인데. 반만 해도 그래."

"흐흠........! 그렇다면 한 분을 더 끌어들이면 어떨까요?"

"가만 있어보자. 대우의 김우중이라면 하려나? 요즘 자원개발에 아주 열심히 던데?"

"회장님이 한 번 의사타진을 해주세요. 비율은 6:5:4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비율에는 나도 별 불만이 없네.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서 말이야. 그런데......."

"말씀하시죠."

"이걸 투자하고 나면, 국물이라도 있나?"

"있습니다. 뭔데?"

"당장은 사할린의 가스전 개발 사업인데요. 그 외에도 파이프라인 건설. LNG정제 공장건설 등이 이어지는 프로젝트입니다."

"흐흠........! 거 재미있군. 그럼, 우리도 하나 끼어주는 건가?"

"아예 공사 하나를 맡아서 해주시죠."

"거, 시원시원해서 좋군. 역시 통이 크단 말이야. 쫌생이들마냥 이리 재고 저리 안 재니 좋아."

"하하하........! 이런 사람이 실속이 없는 법입니다."

"실속? 실속을 얼마나 더 챙기나? 양보할 것은 통 크게 양보하지만, 아닌 것은 10원짜리 한 장을 가지고도 다투는 사람이 강 회장 아닌가?"

"오늘 왜 이러십니까? 비행기 너무 타다가 떨어지면 상처가 너무 큽니다."

"상처 정도가 아닐 텐데........ 아무튼 내 김 회장은 설득할 테니, 다시 한 번 정밀하게 이번 투자에 대해서 따져봐. 금액이 너무 커서 말이야."

"열 번을 따져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제 말만 믿고 투자하십시오. 아니면 언제 북극곰들과 거래를 해보겠습니까?"

"하여간 강 회장은 발도 넓어, 얼마 전에는 중공에도 투자를 결정했다며?"

"소문도 참 빠릅니다. 머지않아 그들과도 문이 열릴 겁니다. 대비를 해야죠."

"정말 그런 정신이 부러워. 이제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점점 용기가 없어져. 신규 투자라면 두려울 정도지."

"아직은 정정하십시다. 수십 년은 더 활동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데끼, 이 사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 말에 기분이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하는 정 회장이었다.

"대우에 대해서는 내 알아 볼 테니, 모처럼 만인데, 같이 점심이나 한 끼 하고 가지."

"또 사내 식당입니까?"

"싫다면 다른 데로 가고."

"오늘은 제가 모실 테니, 다른 곳으로 가시죠. 이 근처에 낙지전골 잘 하는 곳이 있다하던데요?"

"그야, 내가 잘 알지. 그럼, 그리로 갈까?"

"네. 그렇게 하지요."

"지금 몇 시냐? 20분 전 12시인데, 지금 나가지."

"그러실까요?"

나는 정 회장을 따라 함께 일어나 복도로 나왔다. 김 비서실장이 그림자 같이 따랐다. 경호원 넷도 내가 나타나자 근접 거리로 따라붙었다. 그런데 금방 나올 것 같던 정 회장이 3분이나 지체되고 있었다. 곧 그가 나왔다. 내 가까이 온 그가 말했다.

"미안하네. 기다리게 해서. 가면서 얘기할 까?"

"네."

우리는 곧 잡아놓은 회장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내에서 정 회장이 말했다.

"혹시나 해서 대우의 김 회장에게 전화해봤어. 마침 근처에 있다고, 온다고 하니 잘 됐지 뭐야."

"정말 잘 됐네요."

우리는 곧 1층으로 내려와 밑에서 대기 중이던 경호원들에 의해 꺼내진 차에 오르게 되었다. 그 전에 내가 말했다.

"회장님, 모셔다 드릴 테니, 제 차로 가시지요."

"그럴까? 그 차가, 그 차이니까."

같은 그랜저를 표현하는 말이었다. 나랑 옆자리에 나란히 앉은 정 회장이 말했다.

"그러나 저러나 인사가 늦었네."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 타는 차를 보니 생각나는 게 있는데, 몽윤이 놈에게 수백억 대의 보험을 들어줬다면서?"

"아! 그거요? 음.........! 제가 삼성화재에 들어있던 보험을 결혼을 계기로 옮겨준 것입니다. 각 공장과 빌딩에 대한 화재보험은 물론 종업원들의 퇴직연금까지 옮기니 그 숫자가 만만치 않던데요?"

"바로 그거야! 처남에게 큰 선물을 받았다고 아주 좋아하더라고. 또 금번에 그룹의 임원은 물론 가족들까지 모두 그랜저로 바꾼 것까지, 내 다 알아. 정말 고맙네."

"별 말씀을 요. 이제 한 가족이 됐으니, 서로 돕고 살아야죠."

"자네 같은 사람 드물어. 나도 혼맥(婚脈)으로는 어디 빠지는 사람이 아닌데, 자네 같이 의리 지키는 사람이 없어. 다들 제 먹고 살기 바빠서인지 몰라도, 도움들이 안 돼."

말을 하면서 어쩐지 점점 쓸쓸한 표정으로 변해가는 정 회장이었다.

"다 왔습니다. 회장님!"

"내리세."

경호원의 보고에 우리는 같이 차에서 내렸다. 우리는 곧 2층으로 된 넓은 주장이 있는 '미락 전골낙지' 집으로 들어갔다. 정 회장의 단골인지 우리는 주인의 안내에 따라 크고 조용한 방으로 안내되어 갔다. 그곳에서도 또 칸막이 문 하나를 닫으니, 옆방에 경호원들과 수행비서들도 함께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낙지전골 대자를 시키고 기다리는데, 부근이라던 대우의 김 회장은 영 나타나지를 않았다.

"이 사람이, 부산에 있는 걸, 근처에 있다고 했나, 왜 이렇게 늦어?"

정 회장이 역정을 내며 늦는 김우중 회장을 탓하고 있는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백발의 김 회장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늦었습니다. 회장님!"

"알면 됐어. 늦은 벌로 오늘 점심은 김 회장이 사!"

"알겠습니다. 제가 모시는 것으로 하죠."

"하하하.........! 농담이야. 벌써 강 회장이 찜했으니, 김 회장은 열심히 먹기만 하면 돼."

"그렀습니까? 강 회장, 오래간 만이오."

"인사가 늦었습니다. 회장님! 별고 없으셨죠?"

"뭐, 일이 있을 턱이 있나. 강 회장이 다 먹고 난 찌꺼기 설거지하기 바쁜데."

"어째 말씀하시는 게, 뼈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들었으면, 그런 거야. 너무 잘 나가니까, 좀 배가 아파서 말이야."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좀 나눠드리려고 청했습니다."

"그래? 뭔데?"

급 반색을 하면 앉은 자세를 당기는 김 회장이었다.

"금번에 저희 그룹에서 소련에 투자를 하기로 했습니다."

"소련? 아직 위험하지 않은가? 아직 수교도 없고 말이야."

"아, 천하의 김 회장님이 다 놀라시면 어찌합니까? 미수교국이고 뭐고, 우리나라의 선봉이 되어서 뛰시는 분이."

"내가 그런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련은 너무 의외라서 말이지."

"그곳의 국영가스공사인 가스프롬이 그 투자대상입니다."

"국영기업이라면 조금 마음이 놓이긴 하는데 말이지."

"김 회장. 볼 것 없어. 어디 강 회장이 지금까지 투자해서 실패 본 것 있어? 강 회장이 투자하라면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돈 묻어둬."

"하긴 그렇습니다만. 금액이 도대체 얼마인데 그래요?"

"물경 9조5천억 원이라네."

"네? 허허.........! 강 회장다운 배포이긴 합니다만........"

잠시 신중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던 김 회장이 다시 내게 물었다.

"그 중에 우리의 지분은 얼마인데?"

"잠정 6:5:4로 나누면 어떨까 하고, 정 회장님과 상의 중이었습니다만?"

"우리가 4?"

손가락으로 자신까지 가리키며 묻는 김 회장이었다.

"그렇습니다. 회장님!"

"그러면 금액이 얼마인데?"

"2조5천억 원 정도 됩니다."

"허허........! 우리에게 그만한 돈이 있나?"

"잘나가는 사람이 죽는 소리는........"

정 회장의 말에도 김 회장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럼, 할 수 없지. 다른 사람을 물색해 볼 밖에."

정 회장이 토라진 형용으로 냉정하게 말했다.

그리고 놀리듯 창밖을 바라보며 한마디 툭 던졌다.

"삼성이나 럭키면 가능하려나?"

이에 뭔가 빼앗기는 기분이 드는지, 김 회장이 숙고하더니 말했다.

"강 회장 자료를 한 번 줘보시게. 내 나름대로 검토해서 3일 안에 답을 줄 테니까."

"그러시죠."

"왜? 돈이 없다며?"

"구하면 또 나오는 것이 돈 아니겠습니까? 허허허........!"

열쩍은 웃음을 짓는 김 회장이었다. 이때 마침 우리가 주문한 낙지전골 대 자가 나왔으므로 우리는 수저를 들고 달려들었다.

"술 한 잔 할 텐가?"

"저는 술 못하는 것, 아시잖습니까?"

"하긴 그렇지. 둘이 먹기도 그러니 관두지. 괜찮지, 강 회장?"

"네, 회장님!"

"대신 밥이나 많이 먹지 뭐. 밥 비벼 먹으면 맛있걸랑."

"하하하........! 꼭 아이 같으십니다."

내 말에 정 회장이 웃지도 않고 답변을 했다.

"늙으면 얘 된다는 말 몰라. 다 그런 거니 늙어 봐."

"몰라도 좋으니, 저는 세월이 안 갔으면 좋겠습니다."

"동감이야."

내 말에 김 회장이 동조하자 정 회장이 한 마디 툭 쏘았다.

"짰어?"

"하하하........!"

이렇게 해서 대한민국 3대 대기업이 가스프롬에 대한 정식 컨소시엄이 형성되었다. 지분은 우리가 처음 논의한 대로 6:5:4였다. ============================ 작품 후기 오늘도 변함없이 읽어주시고, 선작, 멘트, 추천, 많은 쿠폰을 주신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

"대단히, 대단히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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