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서열 1위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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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분이 채 안되어 미정의 부모님이 도착했다. 우리는 또 서로 인사를 나누느라고 야단법석을 떨어야 했다. 이후 우리는 다 같이 모여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모두 해변으로 향했다.
대부대였다. 아이들이 가장 신이 났다.
꼴에 여자라고 인정과 효정은 가슴을 가렸으나, 증산은 아예 밑에만 수영복을 걸쳤을 뿐 맨몸이었다. 철산도 같은 복장인데, 사춘기를 맞는지 다정은 아예 수영복 입기를 거부했다.
아이들이 저희들끼리 장난을 치며 튜브를 갖고 물속으로 뛰어들자, 철산을 놀지도 못하고 아이들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른들도 수영복과는 거리가 먼 연세인지라 모두 간편한 옷차림으로 파라솔을 벗어나지 못했다.
나와 세 부인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즐기려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휴가를 받아 대정 콘도에 놀러온 직원들이 나를 알아보고 인사들을 하니, 인사 받기 바쁜데다, 직원들 앞에서 아내들이나 나나 맨살을 드러내기 뭐해서,
우리는 수영복 차림을 단념해야 했다. 벌거벗지 못하는 사람들 측에 끼기는 몽윤과 경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어른들과 같이 파라솔 그늘 밑에서, 노는 아이들과 다른 욕객들 구경에, 눈만 좌우로 분주히 움직여야 했다. 한마디로 재미가 없었다. 피서 철이 아닐 때 놀러올걸 하는 후회가 들었으나, 오래 있을 것도 아니니, 그럭저럭 하루 즐기고 가자고 편하게 마음을 먹었다. 어른들은 할 것이 없으니 대낮부터 남자들은 술타령이오, 여자들은 사온 과일이나 축내는 것이 전부인 우리 식구들이었다. 이렇게 해도 시간이 흐르고, 5시가 넘자 우리는 모두 별장으로 돌아왔다.
이때부터 나와 몽윤은 캠파이어 준비를 위해, 통나무를 가져다 도끼질로 장작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장작을 패는 것도 요령이 있어야 되는데, 몽윤은 장작이 쪼개지기는커녕 통나무에 도끼가 박혀 옴짝달싹을 안 했다. 나는 정반대였다. 한 번 도끼를 내리치기면 하면 통나무가 쩍쩍 깔라져 희나리가 되었다. 운동으로 다져진 내 몸도 일조를 했지만 그 보다는 결을 보고 내려치는 내 요령이 더 빛나는 순간이었다.
"형님은 많이 패 본 사람 같습니다."
"결을 보고 내리쳐야 돼. 무작정 힘으로만 하지 말고."
"그렇군요. 장작을 패는 것도 다 요령이 있군요."
"그럼, 무슨 일을 하던지 나름대로 다 요령이 있는 것이고, 노하우가 있는 것이지. 그래서 경험자가 필요한 것이고."
"솔직히 형님이 나보다 나이가 두 살 어리지 않습니까? 그런데 하는 행동을 보면 10년은 더 노련해 보입니다. 까닭을 모르겠어요."
"그게 다 장자와 차남의 차이야."
"설마 그럴 라고요."
나는 더 이상 대꾸를 않고 빙긋 웃기만 했다.
아직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고 더위도 가시지 않아 우리 둘은 금방 전신이 땀에 젖었다. 장작을 계획대로 다 팬 우리는 각각 1, 2층으로 나뉘어 샤워를 했다. 내가 함께 샤워를 하자고 했지만 몽윤이 거부하는 바람에, 내가 2층의 샤워실을 안내해 주었던 것이다. 7시 반이 되자 길고 긴 여름날의 해도 서산마루에 걸렸다. 이때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잔디밭에서 캠파이어 준비를 했다. 잔디가 탈까봐 나는 삽으로 동그랗게 불놀 자리를 떼어내 한 구석에 치워놓았다.
몽윤도 내가 하는 일을 거드나 삽질이 시원치 않았다. 마침내 캠파이어 자리를 마련한 나는 곧 드럼통을 옮겨다 그곳에도 불 피울 준비를 했다. 그리고 사람이 많으니 안 쓰던 드럼통을 반 절개 한 것까지 찾아다 놓고, 그 위에 각 파이프를 올려놓았다. 그 위에 또 스텐 망을 길게 깔았다. 이때서야 집안에서 나오시다 이 모양을 본 어머니가 성화를 부리셨다.
"더운데 뭔 불을 피우려고 그래? 안에서 그냥 구워먹지."
"더운데 여자들이 고생이잖아요. 내가 다 구울 테니까, 어머니는 걱정 마시고 나중에 잡숫기나 하세요."
"여자들은 뒀다 다 뭘 하고?"
아들이 고생한다고 못마땅해 하시는 어머니셨다.
"오늘 같은 날은 남자들이 다 하는 거예요."
"에이고, 나는 모르겠다. 네 마음대로 해봐라."
영 성이 차지 않아 휭 하니 안으로 다시 들어가시는 어머니셨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안으로 들어가 삼겹살을 아예 큰 봉지 째 들고 나왔다.
"매제는 저 드럼통에 구워. 나는 이 큰 놈에 구을 테니."
"네."
나는 쫓아다니며 양쪽에 다 불을 피웠다. 곧 불이 활활 타오르고 올려놓은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기 시작했다. 사람의 습관 중에서 가장 안 고쳐지는 것 중의 하나가 식습관이다. 평범하게 살았던 전생부터 나는 삼겹살을 좋아해, 이생에 와서도 삼겹살을 아주 좋아했다. 한국 제1의 갑부가 된 지금, 돈이 없어 소고기를 못 먹겠는가. 다 식습관 탓이다.
벌써 다 익은 고기가 생기는데 그러고 보니 구워 담을 그릇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안에다 대고 소리를 질렀다.
"준비한 음식 가지고 모두 나와!"
나의 고함에 아내들부터가 각자 무엇을 들고 나왔다. 아니 그보다도 아이들이 더 먼저 고기 굽는 현장에 먼저 도착했다. 고기 굽는 냄새에 뛰어온 것이다. 그 뒤를 부모님들이 느린 걸음으로 따랐다. 어느덧 해가 지고 주위가 어두워졌다. 내가 모두 실외 등을 못 켜게 하는 바람에, 우리는 안의 불빛에 의지해 사물을 분간해야 했다. 아이들이 드럼통 주위에 모여들어 침을 꼴깍 꼴깍 삼키기 시작했다.
"아이들 먼저 한 처럼씩 줘라. 얘들 숨넘어가겠다."
이를 지켜보던 어머니의 성화에 내가 말했다.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요 녀석들 입부터 막아 놓자고."
"이이는 얘들 버릇 나빠지게, 어른들 먼저 드려야지요."
미정의 말에 미정의 어머니까지 어머니 편을 드셨다.
"아니다. 사부인 말이 옳아. 얘들 먼저 줘. 꼭 제비 새끼들 같지 않니?"
"하하하........!"
맞는 비유였다. 어떻게 보면 흥부네 집 새끼들 같기도 하고.
나는 대소를 터트리며 금방 익은 놈을 후후 불어 함 첨씩 나누어 주었다.
전부 입을 있는 크기대로 쩍쩍 벌리고 받아먹는데, 영락없는 제비 새끼의 형용이었다.
"여기 먼저 구워 놓은 것 있어. 이것 같다 어른들 드리고, 술도 한 잔씩 권해 드려. 주흥이도도해야 뭐가 된다고."
"쳇, 오나가나 그 놈의 술."
미정이 투덜거리면서도 내가 시키는 대로 했다. 이를 따라 수정도 함께 행동을 하는데 명희만이 불러오는 배를 안고 내 눈치만 보았다. 이에 내가 명희를 보고 말했다.
"당신은 가서 어른들 술이나 따라 드려."
"네!"
나는 구운 고기를 연신 아이들 입으로 나르면서 말했다.
"경순이가 어째 안 보이지?"
"끕끕하다고 씻고 있어요."
"새색시가 뭐가 달라도 다르군."
내 말에 입을 삐죽빼죽하는 미정이었다. 망이 큰지라 고기가 빠른 속도로 익기 시작했다. 게다가 몽윤이 구워내는 것도 있어, 이제는 고기가 남아돌기 시작했다.
"당신들도 가서 먹어. 나도 곧 갈게."
"네!"
미정도 어른들 있는 곳으로 갔다.
"저걸로 보면 요새는 사내들이 불쌍해. 돈 벌어오랴, 거둬먹이랴."
우리 어머니의 말씀에 동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모든 노인들이었다. 그런데 유독 말이 없는 사람이 있으니 수정의 엄마였다. 다 짝이 있는데, 혼자여서인지 많이 위축된 모습이었다.
"나도 술 한 잔 줘봐. 매제도 한 잔 주고."
내 말에 수정이 잽싸게 술을 따라 내게 오고, 미정은 몽윤에게 갔다. 나는 가볍게 한 잔을 비웠다. 수정이 싸준 안주도 하나 입에 넣은 내가, 발음이 제대로 안 되는 입으로 의사 표시를 했다.
"슐 하 잔 따~봐."
그래도 용케 알아듣고 다시 내 잔에 술을 따르는 수정이었다.
"당신이 잠시 굽고 있어."
"네, 여보!"
나는 술잔을 들고 수정의 모친에게 갔다.
"장모님, 한 잔 드세요."
"너무 많은데?"
"그냥 한 잔 쭉 드세요. 술이라는 것은 어차피 취하자고 마시는 건데, 일찍 취하나, 늦게 취하나."
"알았네."
양재기에 따른 막걸리를 수정의 모친이 드시는 동안, 나는 상추에 고기를 얹어 쌈을 쌌다. 그러고 다 드시자 나는 안주를 권했다.
"드세요, 장모님!
"역시 우리 사위가 최고일세."
나는 그 말을 받아 농담을 했다.
"다른 분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시는 모양인데요?"
"맞아, 우리 사위는 빵점이야! 술도 한 잔 안 권하고."
미정 엄마의 말에 박장대소를 하는 모든 어른들이었다.
"하하하.......!"
"호호호.......!"
"거기 사위는 그런지 몰라도, 우린 사위 덕분에 호강하네. 오늘 같은 날도 봐. 한창 땡볕에서 농사짓고 있을 땐데, 이런 근사한 별장에 와서 술타령이 다 뭔가! 신선이 하나도 안 부럽네. 이게 다 우리 잘난 사위 덕분이니, 그쪽의 빵점 사위하고는 다르지."
"하하하........!"
"호호호........!"
명희의 어머니의 말씀에 또 한 번 웃음보가 터지는 좌중이었다. 그들의 사위는 나 하나인데, 셋 다 촌평이 다르니 모두 웃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웃음이 가시자 나는 얼른 수정의 모친이 따라 준 잔을 비우고, 다시 한 가득 잔을 채워, 나를 빵점 사위라 평한 미정엄마에게 갔다.
"빵점 사위 면하려고 한 잔 들고 왔습니다. 쭉 드시지요."
"호호호........! 그렇다고 금방 술을 권하면, 내가 뭐가 되나?"
미정 엄마의 말에 또 한 번 장내에 웃음꽃이 피었다. 웃음이 남은 입으로 몇 번에 걸쳐 한 잔을 다 비운 미정의 엄마가, 내게 한 잔을 따라 주며 말씀하셨다.
"자네 때문에 우리 모두 행복하네."
나는 말없이 싱긋 웃고는 미정의 엄마가 따라 준 술을 가볍게 한 잔 비웠다. 그리고 나는 술을 따라 이번에는 명희 엄마에게 한 잔 권했다. 그러자 우리 어머니가 농을 하셨다.
"자식 키워놔 봐야 다 소용없다니까. 지 장모들만 알고, 제 어미는 술 한 잔 안 권하니."
"하하하.......!"
"호호호.......!"
"아이고, 이럴 때는 제 몸이 서너 개 됐으면 좋겠네요."
"그러게나 말일세. 장모들 챙기느라고 욕보는데, 내 잔 한 잔 받게."
"미정의 아버지셨다. 장인이 따라 주는 술을 받으며 내가 말했다.
"저 이러다 취합니다."
"자네가 말술이라는 건 여긴 사람은 말 할 것도 없고, 조선 팔도가 다 알아."
"그래도 이건 아닌데요."
"내 잔도 한 잔 받게."
간 잔이 또 오는 모양이다. 명희 어머니의 잔이었다.
"아이고, 이러다가 사위 하나 있는 것 잡겠습니다."
나의 너스레에 또 한 번 웃음보가 터지고, 나는 두 잔을 연거푸 비우고 나서야, 비로소 어머니께 한 잔 술을 권해 올릴 수 있었다. 이어 미정이 아버지의 잔도 되돌려드렸다. 이때 내가 잔이 없는 것을 아시고, 이번에는 명희 아버지가 내게 술을 권했다.
"이번에는 내 잔 한 잔 받게."
"아이고, 이러다 진짜 취한다. 마누라들 뭐해! 신랑 술 취한다는데, 지금부터 내 잔 대신들 받아."
"거참, 마누라가 많으니 써 먹을 때도 많네."
내 말을 받아 누가 농담을 하는데, 나는 제일 늦게 내 곁으로 오는 사람이 누구인가 확인하느라, 미처 그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내 말이 농인 줄 알지만, 그렇다고 내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으니, 안 올 수도 없어 셋이 내 곁에 모였다. 이때 다정이 나서서 한 마디 했다.
"아빠! 엄마들 술 먹이지 말고, 아빠도 이제 그만 드세요. 취하면 내일 힘드시잖아요."
"아빠, 아직 안 취했거든."
그렇게 말한 내가 다시 다정에게 말했다.
"아빠, 술 그만 먹이려거든 방에 가서 기타 가져와라."
"네, 아빠!"
내 말에 얼른 집안으로 달려 들어가는 다정이였다. 곧 다정이 기타를 가져오자 나는 풀어놓지 않은 기타를 한 번 튜닝해 보고는, 반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보름달 둥근 달동산 위에 떠올라어둡던 별장(마을)이 대낮처럼 환해요.
초가집 지붕에 새하얀 박꽃이 활짝 들 피어서 달구경하지요.
내 노래가 끝나자 박수가 쏟아지는데, 동요라 그런지 아이들의 박수소리가 유난히 컸다.
"아빠! 진짜 달떴다!"
효정의 말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하늘에는 정말로 둥근 보름달이 휘영청 솟아올라, 건강한 우리 가족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 즐거운 날들 되세요!
^^============================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