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서열 1위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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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중국 방문은 소정의 목적을 달성했다.
어차피 내년부터 인건비가 폭등할 것. 한 두 해 먼저 옮긴 셈이었다. 그 대가로 나는 국가에 조그마하나 기여를 했다는 자긍심을 품을 수 있었다. 이틀 만에 귀국한 나는 공항에서 곧바로 청와대 비서실로 전화를 걸었다. 당장 들어오라는 전 통의 하명이 떨어졌다. 나는 바로 청화대로 직행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회사로 돌려보내고 나는 김경제 비서실장만 대동했다.
내가 체증 관계로 근 1시간 만에 청와대 대통령의 집무실에 들어서니, 전 통이 혼자 창가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각하!"
"거 앉아요. 수고 많았소. 어떻게 되었습니까?"
말은 안 해도 내심 초조했다는 것을 방증하듯 전 통이 연달아 질문을 쏟아냈다.
"대규모 임원과 선수단을 파견하겠다는 약조를 받아냈습니다."
"정말이오?"
"그렇습니다. 각하!"
"하하하........! 역시 강 회장이오! 정말 멋져요. 아,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홀가분하군."
"근심이 크셨던 모양입니다."
"이를 말이오. 명색이 아시아인의 잔치인데, 82년 뉴델리 아시안 게임에는 참석했던 놈들이, 미수교국이라고 우리나라에만 참석을 안 해보오. 우리의 얼굴이 뭐가 되겠소?"
"그렇게 생각하니 그렇습니다."
"이번에 정말 큰 공을 세운 것이오. 강 회장!"
"별 말씀을.
"뭐 원하는 것 없소?"
"없습니다."
"하하하........! 웬일이오? 사양할 줄도 다 알고."
"메뚜기도 낯짝이 있다고, 그간 각하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 않습니까?"
"하하하........! 아무튼 나중에라도 생각나면 말 하오."
"네, 각하!"
"그런데 이번에는 누구, 누구를 만난 것이오?"
"양상곤 비서 및 군사위 부주석, 이선념 주석을 뵈었습니다."
"그러면 중공의 현 최고층은 다 만난 것 아니오?"
"그렇긴 합니다만, 막후의 실력자 등소평을 만나지 못한 게 종내 서운했습니다."
"그 사람은 여간해서 얼굴을 안 비친다 하니, 너무 서운하게 생각할 것 없소."
전 통도 정보기관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중국의 실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맨 입에 되지는 않았을 테고, 무슨 선물을 주었소?"
"조선소를 하나 중국에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그럼, 한국은?"
"여기서는 고 부가가치의 선박만 건조할 예정입니다. 유조선, 원유채취선, 얼음을 깨는 쇄빙선 등이지요."
"그게 우리 기술로 가능한 거요?"
"금번에 노르웨이의 조선소 하나를 인수했습니다. 아커야즈라고 유럽에서는 알아주는 조선소인데, 그곳에 있는 인력 풀을 활용하고자 합니다."
"그러면 모를까? 하여튼 젊은 사람이 대단하긴 대단하오."
"별 말씀을."
"중공이 참여한다니 잘 되긴 잘 되었는데, 우리나라 선수들이 과연 잘 싸워줄지 걱정이네."
"주최국의 이점을 최대한 발휘한다면, 일본 정도는 게임이 안 되고, 중공과 종합우승을 다투지 않을까, 예건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얼마나 좋겠소."
"그런데 각하! 부탁드릴 게 하나 있습니다."
"좀 전에 없다고 하지 않았소?"
"제 사적인 부탁이 아니고, 이건 중공 측의 부탁입니다."
"어디 말해 보오."
"한국이 자기네들의 참여를 일방적으로 발표하지 말고, 양국이 조율해서 한 날, 한 시에 일시에 발표하자는 제의였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중간에 강 회장이 나서서 잘 조율하되, 가급적 시국이 꼬일 때........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지요?"
"네, 잘 알겠습니다."
"다른 부탁은 없고?"
"네."
"고생 많이 했고, 좋은 소식을 전해줘서 고맙소."
"각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좋소! 언제 부부동반해서 저녁이라도 한 끼 합시다."
"네, 각하!"
"바쁠 텐데, 이만 일어납시다."
"네, 각하!"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전 통이 갑자기 손을 내밀었으므로, 나 또한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지 않을 수 없었다. 8월 초가 되었다.
지루하던 장마도 끝나고 바야흐로 한반도에는 불볕더위가 시작된 금요일 이었다. 퇴근 시간 무렵이라 나도 슬슬 퇴근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요."
"형님, 잘 지냈습니까?"
"아니, 전화 한 통 없이 불쑥 찾아오다니 무슨 일이오?"
매제 정몽윤이 찾아온 것이다.
"대정은 언제부터 휴가 예요?"
"지난주 토요일부터 계열사 별로 실시하고 있소만?"
"형님은 언제가 휴가인데요?"
"오너가 휴가에 무슨 별도의 날짜가 있나? 쉬고 싶어서 쉬면 그날이 휴가지."
"잘 됐군요. 이번 주 토요일 날, 함께 휴가를 떠나면 어떨까요?"
"토요일이라야 내일인데?"
"그렇습니다. 와이프가 가서 알아보라고 해서."
"저는 손이 없어, 벙어리야? 전화 한 통화 하면 될 걸."
"형님과 친해지라는 뜻이겠죠."
"그렇게 해석하면 그럴 수도 있겠고만."
"함께 가자는 것으로 봐서는 확실합니다."
"참, 내........"
"회장님은?"
"그 어른이야, 일 년 내내 휴가가 있나요? 현장이 곧 휴식처요, 일터인데."
"하긴 대단한 양반은 대단한 양반이지. 그럼, 내일 화진포로 갈 텐가?"
"그렇게 알고, 집에 전화 해놓겠습니다."
"그 문제는 알아서 하고."
"네."
바로 그 자리에서 집과 통화를 하는 정몽윤이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갑자기 예정에 없던 휴가를 떠나게 되었다. 아침 일찍 매제 몽윤과 경순이 우리 집으로 왔다. 곧 수정에게 전화를 걸어오라고 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장모님 즉 수정의 모친까지 모시고 오는 바람에 수정이네 식구는 자기네 차로 직접 가기로 했다. 이를 보더니 미정과 명희도 친정집 부모들이 생각이 나는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래서 나는 양쪽의 장인 장모들도 모두 모셔오라고, 내수의 초정으로도 차 한 대를 보내고, 부모님을 모시는 길에 명희 아버지 어머니도 함께 모시도록 경호원들에게 지시를 했다. 우리는 곧 출발을 했다. 내 차까지 세 대가 동원되었다. 그러고 보니 아내들의 차는 모두 동원된 셈이었다. 아내들의 차도 모두 그랜저였다. 이왕 임직원까지 그랜저로 교체하는 판에 돈 뒀다 뭐 할 것인가. 그때 아내들도 전부 그랜저 하나씩 뽑아주었다. 그 바람에 아내들의 키스 세례는 무진장 많이 받았다. 오늘 휴가를 맞아 그 차가 다 동원된 것이다. 미정의 차는 저희 친정부모를 모시기 위해 초정으로 갔고, 명희의 차는 우리 부모와 명희의 부모를 모시기 위해 보내졌다. 내 차에는 미정과 명희 그리고 중산이와 인정이가 탔다. 경순네 차에는 저희 부처와 다정이만 탔다. 달리는 차 내에서 내가 미정에게 물었다.
"준비는 다 됐지?"
"어제 갑자기 얘기 하시는 바람에 하느라고 했는데, 빠진 게 없나 모르겠네요."
"거기도 가게들 있으니까 빠진 것이나 부족한 것은 거기서 사도록 해."
"알았어요."
"인정이 엄마는 괜찮겠어?"
"아직 산달이 두 달이나 남았는데요. 뭐."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피곤하면 바로 바로 쉬도록 해."
"네. 고마워요, 여보!"
"그런 소리 하지 마. 남들이 들으면 남인 줄 알겠다.
"헤헤헤........! 알았어요."
옆을 보니 중산이는 벌써 잠이 들어, 제멋대로 상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안아 재우며 물었다.
"인정이는 자는 모양이지?"
"아빠, 나 안자."
앞좌석에서 미정이 안고 가고 있으므로, 안보여서 뒷좌석에 앉은 내가 물은 것이다.
"큰 엄마하고 가니까 좋지?"
"아니. 나 아빠하고 같이 갈 거야."
"그냥 앉아 있어."
그러자 명희가 한 마디 했다.
"에잉, 싫은데."
"언제는 큰엄마가 좋다며?"
"큰엄마도 좋은데, 아빠만큼은 아니야."
"이래서 평소 예뻐해도 소용없다니까."
미정이 인정의 말에 투덜거렸다.
"당신이 좋다는데 당신이 데리고 가요."
"중산이 안고 가는 것 안 보여?"
그제야 고개를 돌려 힐끔 보고는 말했다.
"중산이를 나한테 주던지요."
"그냥 가. 나중에 휴게소에서 내리거든 그때 바꾸던지."
"들었지? 아빠 말."
"알았어요."
인정이 수긍을 하고 차는 점점 더 속력을 내어 달렸다. 화진포에 도착하니 아침 일찍 출발했어도 거의 점심 무렵이 다 되었다. 이제 별장만 전담 관리하는 마마 아줌마 부처가 우리의 등장에 허둥지둥 우리 맞기에 바빴다. 때가 다 되었으므로 점심을 먹고 바닷가로 나가기로 하고, 여자들은 점심 준비에 매달렸다. 그러자 심심한 몽윤이 잔디밭 그늘에서 쉬고 있는 내게로 왔다.
"형님, 거기서 뭐 하세요?"
"응, 생각할 게 좀 있어서."
"사업 구상도 좋지만 오늘 같은 날은 푹 쉬세요."
"그러는 매제나 푹 쉬게."
"그러나 저러나 지난번에 대정그룹의 보험을 다 옮겨 받고도 형님한테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 못했네요. 늦었지만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엄청 빨리도 한다. 됐고."
새삼 꾸벅 고개를 숙이는 몽윤에게 한마디 핀잔을 준 나는 그에게 물었다.
"보험시장은 요즘 어떤가?"
"어렵지요, 뭐."
"남이 안 하는 틈새시장을 파고들어보게. 남 하고 똑같이 하지 말고."
"그게 어디 쉬워야 말이죠."
"궁 즉 통 이라고, 간구(懇求)하면 다 방법이 나오게 되어있어. 덜 다급한 모양이군."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서 그런지, 직원들도 뾰족한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네요."
"정성을 다해 찾아봐. 방법이 보일 테니까."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또 사업 얘기하려니 피곤하네요. 그만 하지요."
"그럴까?"
이때 멀리서 눈에 익은 차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명희의 차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명희 부모님을 실은 차가 벌써 도착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길을 돈다고 새벽부터 출발하기는 했다.
"가보세. 자네 장인 장모 오시는 모양일세."
"그래요?"
내 뒤를 급히 쫓는 몽윤이었다. 우리는 급히 돌계단을 내려갔다. 막 차에서 내리는 부모님과 명희의 부모님이었다.
"어서 오세요. 아버지, 어머님! 장인어른과 장모님도 무고하셨죠?"
"뭔, 자네들이나 놀지 차를 보내고 그래?"
명희 아버지가 속으로는 좋으면서도 한 마디 하셨다.
"오셨습니까? 장인어른 장모님!"
서로 낯을 사귄지 얼마 안 된 몽윤이 쑥스러운 얼굴로 내 부모에게 인사를 드렸다.
"응. 잘 지냈고?"
"네, 장인어른."
"더운데 어서 들어가세."
어머니가 서둘렀다. 우리는 계단을 올라 별장으로 향했다.
"얘들도 다 왔겠지?"
"그럼요."
"안 올까 하다가 손자손녀 보고 싶어서 왔다."
어머니 말씀에 내가 말했다.
"자식은 안보고 싶었고요?"
"자식이 뭐가 보고 싶어, 손자들이나 보고 싶지."
어머니의 말에 내가 삐진 형용을 하며 말했다.
"알았습니다. 그렇게만 해보세요."
"호호호........! 큰애도 다 삐질 줄 아는 모양이네."
"저는 사람 아닌 가요?"
"다 큰 어른이 꼴사납다. 그만 해라."
장모님의 말에 내가 볼먹은 소리를 했다.
"가재는 다 한편이라더니 두 분이 다 한통속이네요."
"하하하........! 이제 알았나, 사위? 우리가 함께 산지가 벌써 반 백 년이 넘어. 그러니 사위에게 비할 바가 아니지."
이제는 장인까지 나서서 나를 놀렸다. 이때 마당으로 나와 놀던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래, 그래."
모두 얼싸 안고 한판 춤사위가 벌어졌다. 아이들을 안고 아버지와 장인이 한 바퀴 빙 돌렸던 것이다. 이 소동에 주방에서 점심을 장만하던 사람까지 쫓아 나오니 마당은 서로 인사를 하느라 시장 바닥을 방불케 했다. 행복이 별 것인가? 이렇게 식구 모두 건강하고, 가끔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으면 족한 것이지.
============================ 작품 후기 ============================ 작품 후기 즐거운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 작품 후기 즐거운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