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04화 (204/322)

< --재계 서열 1위 다지기.

-- >

우리는 곧 엘리베이터에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1층 로비에는 정말로 중절모를 쓴 사내 하나가 서 있었다.

"당신이 우리 회장님을 보자고 한 사람이오?"

"여성남 홍콩 별도 법인장이 윽박지르는 말투로 물었다.

"그렇습니다.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대화를 좀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스스로 모자를 벗어 보이는데 사십대 중반의 호남형으로 생긴 사내였다.

"멀리 갈 것 뭐 있소. 마침 1층이 커피숍이니 들어갑시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나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정중하게 말하며 예를 다하는 북한 대사관의 무관이라는 사내였다.

내가 앞장을 서자 이 차장이 내 뒤를 따르고, 여 법인장은 그를 가로막듯 하며 이 차장의 뒤를 따랐다. 맨 뒤로 강철진이라는 무관이 조용히 따라왔다. 실내로 들어온 나는 곧 빈자리를 골라 앉았다.

내가 자리를 잡자 옆으로 이 차장이 앉고 맞은편에는 여성남과 강철진이 함께 자리를 했다.

"회장님! 독대를 원합니다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내 분신 같은 사람이니, 있으나 없으나 상관이 없소. 개의치 말고 말 해보오."

내 말에 여 지사장이 아주 감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강철진이 이내 결심을 굳혔는지 다부진 입매로 입을 열었다.

"무역을 원합니다."

간단하게 한마디 하고는 입을 꼭 다물고 내 표정을 살피는 강철진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해보시오."

내 말에 잠시 망설이던 그가 이내 입을 열었다.

"장군님께서는 비자금이 필요하십시다. 그래서 가장 비밀이 잘 지켜질 것 같은 남조선의 기업과 진즉부터 거래를 원했으나, 기회가 없었습니다."

"장군이라는 사람이 김정일 비서를 말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수령님 모르는 돈이 필요해서 우리의 광물자원을 팔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북반부 공화국에서 구하기 힘든 물품들도 구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왜 대사도 있을 텐데, 당신이 나서는 것이오? 그리고 내가 이곳을 방문한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았소?"

"저 외에는 장군님의 지시를 직접 받지 않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그들이 알면 모두 수령님께 모두 보고가 된다는 말입니다. 회장님이 오신 것은 북경에서 동선이 파악되었습니다. 행선지를 몰라 이곳까지 쫓아오느라고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습니다."

"흐흠.......!"

잠시 생각하던 내가 물었다.

"거래하고자 하는 광물은 무엇이오?"

"우선은 취급하기 쉬운 금괴를 드리겠습니다. 서로 믿음이가면 그때는 다른 광물의 처분도 의뢰하겠습니다."

"결재는 어떻게 해드리면 되오?"

"우리 공화국이 지정하는 은행에 입금해주시면 됩니다."

"조그만 이익 남기고자 우리도 위험을 무릅써야 되는데.......?"

"거래가 잘 유지되면 장군님의 보답이 있을 것입니다."

"정말 골치 아픈 문제로군. 여 법인장은 어떻게 생각하오?"

"저는 손을 안대는 것이 속 편할 것 같습니다. 서로 대치하는 입장에서 이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괜한 오해만 살뿐입니다."

"이 차장은?"

"저도 동감입니다."

"들었지요?"

"이는 장군님께서도 예상한 바입니다. 특혜를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무슨 말이오? 구체적으로."

"대정만은 북조선 공화국에서 사업할 수 있는 권한을 드리겠다했습니다."

"이 짓도 몰래하면서 김 비서가 그만한 실권이 있소?"

"아직은 아닙니다. 길어야 3~4년입니다."

"그 때는 김 비서가 실권을 거머쥔다는 소리요?"

"그렇습니다."

"흐흠.......!"

가급적 비밀의 유출을 꺼려 말을 아끼나, 말하는 것을 보니 진실성이 느껴졌다. 등록일 : 14.02.19 15:42조회 : 7095/7106

"좋소. 어디 해봅시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이를 알아야 합니다. 조그만 이익을 탐하다가 빨갱이로 몰리는 것은 사양이오. 내말 알아듣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 부분도 장군님께서는 예상하시고, 그래도 정부에서 발설만 안하면 좋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에 약점을 잡히는 것인데?"

"감히 발설은 못할 것이라 하셨습니다."

"대단한 배짱이군."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김 비서가 이렇게 우리에게 목을 맬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아직은 수령님의 눈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비자금은 꼭 필요하고?"

"그렇습니다."

"흐흠........! 좋습니다. 그렇게까지 양보를 하는데 내 이를 거절하면 사내가 아니지. 한 번 해봅시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연락은 일단 우리 홍콩 법인을 통해서 합시다. 얼마 후에는 천진과 상하이에 우리 지사가 생길 것이오. 이후에는 그곳을 이용해도 좋소. 하지만 기밀유지를 위해서라면 홍콩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할 것이오. 중국 내의 우리의 지사는 도청이 될지도 모르잖소?"

"알겠습니다. 회장님!"

"여 법인장이 우리의 연락처를 하나 주시오. 아예 명함을 하나 주는 게 낫겠습니다."

내가 일단 결단하자 두 말 없이 내 명을 실천하는 여성남이었다.

"강무관님도 명함을 하나 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내 말에 강철진이 대답했다.

"저는 신분상 명함이 없습니다. 나중에 제가 연락을 드리면서, 제 연락방법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소."

여성남이 준 명함을 챙긴 그가 곧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요?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지?"

"남의 눈에 오래 띄어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감사했습니다. 회장님!"

나의 말에도 인사를 꾸벅하고는 두 번 되돌아봄 없이 사라지는 강철진이었다.

"잘한 짓인지 모르겠군!"

혼자 중얼거리는 내 머리에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전두환 정권 말기에도 비선조직을 움직여 남북정상회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설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비선 조직 하나 더 만든다는 개념으로 유지만 하고 있다가 정 안되겠다 싶으면 거래를 중단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생각을 접었다. 나는 커피를 주문하게 하고는 여 법인장에게 말했다.

"가장 빠른 비행 편으로 홍콩으로 출국합시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여기 더 머물렀다가는 사고만 칠 것 같아서 나는 이렇게 지시하고 눈을 감았다. 홍콩을 경유해 나는 그날 당일 바로 귀국을 했다.

사무실에 들어와 시간을 보니 7시 15분으로 아직 햇살이 남은 시간이었다. 나는 곧 청와대 비서실로 전화를 걸게 해, 전 통과 독대가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했더니 바로 들어오라 했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우선은 기밀을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을 것 같아, 이 미연 차장만을 데리고 청와대로 향했다. 8시 30분이 되자 나는 전 통과 그의 집무실에서 마주 앉을 수가 있었다.

"격조했습니다. 각하!"

"그래, 무슨 일이오?"

"금번에 중공과의 교역문제로 상하이에 갔다가, 아주 이상한 제의를 하나 받았습니다."

"계속해 보시오."

"김정일의 비자금을 만들겠다며, 그들의 광물자원을 팔아달라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정말이오?"

"그렇습니다."

"흐흠.......! 그게 김일성과도 연락이 닿을 수 있을까?"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그들이 하자는 대로 일단은 하고 계시오. 추후에 본인이 강 회장께 부탁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소."

"알겠습니다."

"사업은 잘 되고 있지요?"

"덕분에요."

"하하하........! 침도 안 바르고 잘도 주워섬기기는 하오만, 표정은 별로 내 덕이 아니라고 씌어 있는데?"

"하하하........!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각하의 덕분에 요즘 서울 방송이 시청율 1위를 달리고 있지 않습니까? 각하도 우리 방송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8시 뉴스가 아주 잘 편성이 된 것 같소. 내 일찍 퇴근하면 그 뉴스만은 본다오."

"철저히 모니터링해서 방송하라고 해야겠습니다. 괜히 각하의 심기라도 상하게 하는 날에는 제 모가지가........"

내가 목을 스윽 긋는 시늉을 하자, 전 통이 한동안 대소를 터트리다가 말했다.

"대정이야 이제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으니, 일개인이 어쩌고 하는 일은 언어도단이지요."

빈말인지 진짜인지 그 심사를 알 수 없는 나는 그냥 웃는 것으로 답변을 회피했다. 그리고 급히 말을 돌렸다.

"각하의 임기도 어느덧 일 년 남짓 밖에 안 남았습니다?"

"벌써부터 내 말이 씨가 안 먹히는 것 같소."

"감히 누가........"

어쩌고 한 번 나서보는 나였다.

"하하하.........! 그러는 강 회장부터나 내가 임기를 마치고 나면 괄시나 마오."

"그럴 리가 있나요?"

"세상인심이 조석지변이라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소. 그래도 내 단임은 꼭 실천할 것이오.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전통 하나는 수립하고 임기를 마쳐야지."

스스로 다짐하듯 비장한 표정의 전 통이었다.

"각하, 저녁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직 전이오. 강 회장도 안 했겠는데?"

"공항에서 곧 바로 오는 길입니다."

나는 조금 거짓말을 보탰다.

"그럼, 같이 저녁이나 한 끼 합시다."

"고맙습니다. 온 길에 신세 좀 지고 가겠습니다."

"강 회장의 사생활이 아주 검소하다고 소문이 났던데? 차도 얼마 전에 바꿨다면서요?"

내가 얼마 전에 그랜저로 바꾼 것까지 알고 말하는 전 통이었다.

"마음에 드는 차가 없어서 망설이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하하하.......! 그럴 리가 있나?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좋은 차를 뺄 수 있었을 텐데."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외제차를 타면 세무사찰을 한다든 가하는 강박관념이 아예 뇌리에 박혔던 모양입니다. 하하하........!"

"글쎄, 그것은 너무 했지?"

이 정권도 비슷하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대놓고 반박하기에는 아직 그의 권위가 시퍼렇다. 그래서 나는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말았다.

"자, 못 다한 이야기는 식사를 하면서 나누기로 하고 그만 일어납시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오."

앞장서서 걸어가며 말을 던지는 전 통이었다.

"뉴스를 보니 금번에도 쿠웨이트에서 대형공사를 수주한 것은 물론 배도 아주 큰놈으로 수주한 것으로 나오던데, 젊은 사람이 이렇게 사업을 잘 하는 비결이 뭐요?"

"열심히 뛰는 외에 방법이 있습니까?"

"내가 알기로 대우 김우중이라는 사람은 일벌레인데 비해, 당신은 아주 가정적이라고 소문이 났어? 그 탓에 대기업 총수들이 집에 가면 바가지를 많이 긁힌다고 하소연들 하던데?"

"돈을 버는 것도 다 가족을 위함인데, 그들이 외로워한다면 다 쓸모없는 짓이지요."

"연륜 많은 대기업 총수들과는 아예 생각하는 것이 다르군."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잘 하고 있어요. 내 과년한 딸이 있으면 주고 싶은 심정이오."

'절대, 절대 사양이다! 나는 전 통, 그대의 앞길을 훤히 꿰고 있다오. 권좌를 내려오는 날이 곧 죽는 이만 못한 삶이니. 아무렴!'

나는 내심 중얼거리며 좀 더 말을 아꼈다. 그러다 보니 전 통 혼자 떠들고 나는 계속 고개만 주억거리고 있었다. 이 모양은 저녁을 먹는 내내 이어져, 나는 밥도 속도를 조절해가며 먹어야 했다. 그가 이야기를 하느라고 밥이 전혀 줄지를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러니 온전한 저녁 식사가 되겠는가? 괜히 집에 가서 먹을 걸, 후회를 하면서 내가 창밖을 내다보니, 가로등 불빛 속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부나방들만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 --재계 서열 1위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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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나는 서석준 대정전자 사장, 최우선 대정무역 사장, 김경제 비서실장, 이범석 전략기획조정실장 및 기획실 간부들을 불러들여, 중국에서의 성과를 설명하고, 그 후속 조치를 바로 취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고 나서 가만히 생각하니 이제 우리가 제대로 교류하지 못 하는 곳은 소련과 동구권만 남았다. 이제 중국과 북한도 뭔가 연결 고리가 생겼는데,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은 직교역이 아닌 간접 교역을 행하고 있었다.

게다가 얼마 안 있으면 소련도 개혁개방 실시가 확실시 되는 판에, 우리그룹이 먼저 이들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나는 최우선 무역사장을 보고 입을 열었다.

"최 사장!"

"네, 회장님!"

"소련과 동구권에 대해서도 접촉을 시도해 봐요. 거래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란 말이오. 우리의 지사가 설치되면 더욱 좋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회장님!"

이때 내부선이 작게 울었다.

인터폰을 집어든 내가 물었다.

"무슨 일이오?"

"전 대통령 각하라는데 어떻게 할까요?"

유진선양이었다.

"내 전화로 돌려줘요."

"네. 회장님!"

나는 내 자리로 이동해 전화를 집어 들었다.

"전화 바꿨습니다."

"아! 어제 뭔가 빠진 것 같더니, 내 강 회장에게 한 가지 부탁할 게 있소."

"전화상으로는 안 되겠습니까?"

"바쁜 건 알지만, 잠시 들러줬으면 좋겠소."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고맙소."

바로 전화를 끊는 전 통이었다.

"지금 바로 청와대에 들어가야겠소.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기로 하고, 김 비서실장은 나와 동행합시다."

"네, 회장님!"

곧 모였던 간부들이 자리를 이탈하고 나는 잠시 서서, 전 통이 내게 부탁하고자 하는 것을 생각했으나,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들어보면 알겠지.'

편하게 생각하고 나는 김 비서실장을 재촉해 곧 청와대로 향했다. 대통령의 집무실.

각각 비서실장을 대동한 전 통과 내가 마주앉았다.

"바쁜 사람을 불러서 미안하오. 하지만 이건 나라의 중대 사안이라서 말이오."

나는 말없이 계속 그의 입만 주시하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어제 강 회장이 북경과 접촉을 했다하기에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말이오. 이제 아시안 게임도 채 두 달 밖에 안 남았는데, 저 떼 놈들은 아직 묵묵부답 답이 없소. 참석을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아주 답답해 죽겠소. 해서 강 회장이 북경을 방문해 그놈들이 확실히 참가하겠다는 언질을 좀 받아오시오. 본인이 말 안 해도 잘 알겠지만, 그놈들이 참석을 해야 제대로 된 잔치가 되지 않겠소? 부탁하오."

아무리 대통령의 부탁이라도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가 중국의 최고위층과 선이 닿는 것도 아니고 참으로 곤란한 문제였다. 그래도 대통령의 부탁이니 어떻게 힘은 써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답변을 했다.

"일단 최선을 다 하겠으나, 저도 장담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나도 어려움이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소. 그래도 맨 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일면식이라도 있는 사람이 낫지 않을까 싶어 부탁을 하는 것이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오."

"알겠습니다. 각하!"

"본인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요."

"그럼, 이만........"

나는 곧 목례를 하고 비서실장을 데리고 그의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사무실로 들어오자마자 나는 곧 전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장쩌민이 원자바오 보다는 중앙에 입김이 더 셀 것 같아 나는 그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여자가 받더니 곧 그를 바꾸어 주었다.

"돌아 간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보고 싶은 게요?"

"하하하........! 네 많이 보고 싶습니다. 여전히 건강하시죠?"

"건강이야 타고난 사람 아니오? 그래, 무슨 일로."

"다름이 아니라 9월 달이면 개최되는 아시안 게임 때문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중국이 참여할지, 안 할지 궁금해서요."

"그것은 나도 잘 모르겠는데?"

"한 번 알아봐 주시고, 가능하면 참석하는 방향으로 해서 양국 간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래야 상호간에 비즈니스도 편리하고요."

"그야 그렀소만, 일단은 알았으니까, 내 힘 써보리다."

"미리 감사의 인사 올리겠습니다."

"한국 속담에 '김치 국부터 미리 마신다는' 속담이 있는 것으로 알아요. 내 대답은 그것이고. 하하하.......! 내 강 회장만난다고 남조선, 아니 한국에 대해 공부 좀 했더니, 이때 써먹어 보는 구료. 하하하.......!"

유쾌한 그의 웃음이 옮은 나도 입가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미래의 권부께서 힘 좀 써주십시오."

"가능한 최선을 다 할 테지만, 너무 기대는 마오."

"알겠습니다. 시장님! 들어가십시오."

"그럽시다."

장쩌민과의 전화를 끊은 나는 곧 바로 판공청 주임 원자바오에게도 전화를 걸어 86아시안 게임의 참가를 유도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내게 국제전화 한 통이 걸려왔으니 장쩌민으로부터였다.

"나요. 강 회장!"

"네, 시장님!"

"음........! 전하기에는 거북한 말이나, 뭔가 반대급부가 있으면 참가할 의향도 있는 것 같았소. 이 말을 의미를 잘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전화를 주오. 내 바빠서 끊소."

내가 뭐라 답변할 새도 없이 그의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어졌다. 나는 장쩌민이 말한 의미를 곱씹으며 그 답을 도출하기 위해 내내 이마를 찌푸리고 있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시간 동안 고민 고민 하던 나는 곧 단안을 내리고 바로 대정조선 사장 나승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비서가 받았다. 자리에 없다기에 나는 불러서 내게 전화를 하라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나서 30분도 더 지나서 나 사장의 전화가 왔다.

"회장님, 접니다."

"조선소의 상황은 어떻소"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으나, 아직 개선할 점이 많습니다."

"부사장 비욘슨 씨도 그곳에 있지요?"

"네, 회장님!"

"할 얘기가 많으니 내일 아침에 좀 봅시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밤차로 올라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수고 하세요."

"네, 회장님!"

나는 전화를 끊고,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는데, 참으로 사업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조회를 끝내고 나니 나 사장과 비욘슨 부 사장이 비서실에 대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둘을 데리고 내 방으로 왔다. 곧 막내 여비서가 눈치껏 차 주문을 받으러 왔다. 내 것은 의례 커피려니 하고 의사도 묻지 않는 그녀였다. 곧 두 사람이 주문을 하고 나는 유심히 그들의 표정을 살피며 말문을 열었다.

"조선소 용지를 좀 더 사들여 확장하라는 것은 어떻게 되었소?"

나 사장이 괴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미 시가지로 바뀌어 매입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습니다. 대부분 팔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판다는 사람도 비싼 가격을 요구하고 있어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럼, 차라리 조선소 용지를 매각하거나 대체 수단을 찾아보고, 광양만으로 옮기는 것은 어떻겠소. 그곳에 포철의 제2공장을 짓고 있어, 후판 구하기도 쉬울 뿐더러, 조선소를 짓는데도 조건이 괜찮은 것 같소만?"

"알겠습니다. 회장님! 검토해본 후 가부간에 결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하오."

이번에는 시선을 돌려 비욘슨 부사장을 보고 물었다.

"아커야즈의 공개매집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소?"

"가격이 오르긴 하나 이미 기 확보된 우리의 지분을 합하면, 50% 선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계속 매집하시오. 절대적 지분을 가져 그들이 꼼짝 못하도록."

"알겠습니다. 회장님!"

"만약에 말이오. 우리가 컨테이너선이나 벌크선 일반화물선 건조는 우리보다 인건비가 더 저렴한 곳으로 넘기고, 우리는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유조선, 드릴십 쇄빙선, 유람선 등 고부가가치의 선박만 집중 건조하는 것이 가능하겠소? 특히 기술적으로."

"저 말고도 이번에 수백 명의 기술자들을 특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아커야즈까지 손에 넣었으니, 18개 야드도 우리 것 아니겠습니까? 정 급하면 그곳에 넘겨서 건조해도 되고, 또 그들의 기술을 이전 받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금방은 안 되고 한국기술자들의 대대적인 연수가 필요합니다."

"흐흠........!"

'하긴 조선소도 하루아침에 지어지는 것이 아니니, 그동안 기술자들을 양성해가며 동시 진행을 하면 되겠군.'

내심 판단을 내린 내가 입을 열어 결론을 지었다.

"곧 중국에도 조선소를 하나 건설할 예정이오. 그러니 저가 선박은 중국의 보다 싼 노동력을 이용하고, 고가는 우리가 건조하는 것으로 합시다. 그 대신 한국 내의 조선소 용지확보를 서둘러 주시오."

"비욘슨 부사장님은 근로자들의 기술 지도에 더욱 진력해주시고요."

"내 얘기는 여기까지요. 하실 말씀 있으면 하세요."

"그렇게 되면 선박 수주가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 부분은 걱정 말아요.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사활을 걸고 수주에 매달릴 테니까."

나는 나 사장의 우려에 확신으로 대답했다.

"자, 그럼. 서로 바쁠 테니 이만 일어납시다."

"네, 회장님!"

둘을 내보낸 나는 곧 다시 장쩌민에게 전화를 걸어 좋은 선물을 할 테니, 중국 최고지도자의 면담 약속을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나는 지난번 통역의 불편함을 느껴, 바로 홍콩 법인에 전화를 걸어 가급적 중국어는 물론 영어에도 능한 통역 한 명을 구하도록 했다. 그로부터 삼 일 후.

한국은 장마가 시작되어 연일 폭우를 퍼붓는데 장 시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중국 최고지도자와의 면담이 성사되었으므로, 초정장과 함께 내일 2시까지 북경에 입경하라는 전화였다. 초청장은 한국이 아닌 홍콩지사로 왔다. 나는 서둘러 팀을 꾸렸다. 이번에는 인원제한이 없었으므로, 나는 대거 사장단을 데리고 북경을 방문하기로 하고, 사장단의 선정에 박차를 가했다.

곧 수행명단이 발표되니 아래와 같았다.

대정전자 사장 서석준, 대정무역 사장 최우선, 대정엔지니어링 사장 이상백, 대정조선 사장 나승렬, 대정유통 사장 김의철, 기획조정실장 이범석, 기획실장 김재익, 비서실장 김경제, 비서실의 이미연, 올리비아 리 팀장, 홍콩 법인장 여성남 그 외에 8인의 경호원 등 매머드 급 방중 사절단을 꾸려 나는 홍콩으로 날아갔다. 우리 일행이 북경 공항에 내리니 시간이 오후 1시 35분 이었다. 홍콩에서 출발하기 전에 원자바오에게 우리의 도착 시각과 수행명단을 알려줬더니, 5대의 고급 승용차와 함께 일단의 인물을 거느린 원자바오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오서 오세요. 강 회장님!"

"반갑습니다. 주임님!"

확실히 나를 대하는 태도는 장쩌민보다 원자바오가 더 깍듯했다. 서열이 낮아서인지 인품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확연히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훗날 그의 행적을 보면 나는 후자라고 생각하고 싶다. 아무튼 나는 원자바오 일행의 따뜻한 영접을 받으며 리무진 승용차에 올랐다. 원자바오가 각자의 통역을 대동하고 나와 동승했다. 지난번의 내 지시로 구한 통역원은 여성남이 내 취향을 아는지 미모의 아가씨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선족으로 중국의 명문 북경대를 나와, 주로 홍콩의 무역에 종사한 인물로 영어에도 능통하다고 했다. 올해 나이가 27세로 이름은 방령(方玲)이라 했다. 차는 교통통제가 되는 북경 거리를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이들이 나를 국빈 취급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내게서 뽑아 먹을 수 있는 최대를 뽑아 먹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생각을 하니 나는 기쁘기 보다는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말이 없으십니다. 회장님!"

"마음이 무겁소."

내 마음을 짐작한 원자바오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너무 부담가질 것 없습니다. 회장님! 아직은 가난한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이 강 회장님께 많은 기대를 거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회장님의 마음에도 없는 선물은 받고 싶지 않습니다."

"후후.......!"

그의 말에 나는 가볍게 웃으며 원자바오에게 물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거요?"

"중난하이(中南海)로 가고 있습니다."

"거기는 국빈급만 머무는 곳 아닙니까?"

"양상쿤(楊尙昆)비서동지가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 양반이라면 중국내 권력 서열이 한 삼위 쯤 되지 않습니까?"

"정확하십니다. 회장님!"

"등소평 동지도 이번 기회에 뵐 수 있을까요?"

"아마 어려우실 겁니다. 요즘 외부인을 잘 만나시지 않습니다."

나에 대한 립 서비스로 생각하고 나는 원자바오를 다시 보았다. 하긴 이 정도의 처세술이 되니 장래 총리까지 오르지, 하는 생각이 부지불식간에 들었다.

"아직 식사 전이시지요?"

"가볍게 먹고 오긴 왔습니다만?"

"오찬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차는 더욱 속도를 내어 푸른 신호등을 연달아 통과하고 있었다.

< --재계 서열 1위 다지기.

-- >

중난하이, 나에게는 중남해(中南海)로 익숙한 이곳은 베이징시(北京市) 시청구(西城?

, 서성구)에 위치한 고궁(故?) 군으로, 서측 2개의 연결된 호수로 중해(中海)와 남해(南海)가 합쳐진 명칭이었다. 역사적으로는 베이하이(北海), 중해, 남해를 통칭하여 태액지(太液池)라고 부르는데, 이 호수 주변으로 많은 건축 군이 형성되어 있으며, 명청대 고건축으로 전국중점문물보호단위로 지정되어 있었다. 중난하이(中南海)에는 중국 국무원(??

院), 중공중앙서기처(中共中央???), 중공중앙판공청(中共中央?

公?) 등 중요한 기관이 소재하며, 양상쿤, 리셴녠(李先念), 덩샤오핑(鄧小平) 등 등 중요 인물들이 입주하여, 중국정부 고위층을 지칭하는 용어로도 통했다. 내가 이런 중남해에 내리니 고궁 숲 사이로 반월교가 보이고 그 건너편에 군복을 입은 양상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군사위 부주석으로서 군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숨은 실력자 등소평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사람이었다.

"어서 오시오. 강 회장!"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부주석님!"

내 뒤를 숨은 듯 따르며 방령이 통역을 했다.

구름다리를 건너 반갑게 악수를 나눈 우리는 곧 양상곤의 안내에 따라 이층 그의 집무실로 올라갔다.

"자리에 앉으시지요."

"감사합니다."

나는 그가 권하는 큰 의자에 가서 앉았다. 내 뒤에도 작은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통역원의 자리였다. 나는 잠시 일어나 뒤따라 들어온 방령에게 의자를 권했다.

"여기에 앉아요."

"네, 회장님!"

큼직한 눈에 수려한 용모의 방령이 작은 소리로 대답하고, 조신하게 내 뒤의 작은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그녀의 모습은 내가 앉은 큰 의자에 가려져 그녀의 존재조차도 가렸다. 양상곤도 나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그의 뒤, 작은 의자에도 남자 통역원 한 명이 자리를 잡았다. 중간에 놓인 큰 탁자에는 이미 물이며 음료수가 준비되어 있었다. 모두가 자리를 잡자 80고령인 양상곤이 견장에 달린 왕 별을 번쩍이며 입을 열었다.

"오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남조선에서 이렇게 귀한 손님을 맞기는 처음입니다. 자못 기대가 큽니다."

처음부터 나에게 부담을 지우는 너구리였다.

"제 호의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양국 관계가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 되는 것이, 양국의 국익에 부합할 것으로 봅니다만?"

"아직 시기상조입니다. 우리는 북조선을 저버릴 수가 없어요."

"남한과 수교하는 것이 어찌 그들을 저버리는 것입니까? 중국 측에서 보면 손에 패 하나를 더 쥐는 것과 같지 않습니까?"

"그 정도야 우리도 압니다만, 중조 친선 관계가 그렇게 얕지 않아요. 하고 우리가 남조선과 수교하는 것을 그들은 배신으로, 아니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습니다."

"순망치한이라........"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한 내가 곧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금번에 우리는 중국에 대규모 조선소를 하나 건설하고자 합니다. 이것의 건설 과정은 물론 완공되고 나면 최소한 3만 명 최대 5만 명의 중국 측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오~! 대단하오. 우리의 기대 이상이오. 사실 우리로서는 조선만 유치해도 거기서 파생되는 부가가치가 대단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백방으로 유치 노력을 했으나, 토로하건데 쉽지 않았소. 헌데 남조선의 으뜸 기업인 대정이 먼저 손을 내밀어주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오."

"우리는 또 북경에 큰 호텔 하나를 지어 장래 북경의 숙박 난을 해결하고자 합니다. 그만큼 우리는 북경이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대도시로 발전할 것을 믿습니다."

"고마운 일이오. 그 공사에도 가급적 우리 노동자들을 써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럴 예정입니다."

"전에는 냉장고와 텔레비전 공장을 짓는다고 하셨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용지가 선정되는 대로 조만간 착공할 것입니다. 많은 편의를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를 말이오. 그곳에도 우리의 노동자들이 고용되어 살림살이가 펼 텐데, 내 적극 도우라고 지시를 하겠소."

등록일 : 14.02.20 00:05

"감사합니다. 부주석님!"

"강 회장이 한국을 대표해 우리에게 이렇게 선의를 베푸는데, 우리가 강 회장을 빈손으로 돌려보낸다면 이는 절대 예의가 아니지요. 우리도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할 테니, 가을에는 한국에서 멋지게 우리 한 판 겨루어 봅시다."

"고맙습니다. 거짓말이 말이 아니라, 우리도 개최국의 이점이 있으니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않을 것입니다."

"제 생각도 그래요. 일본은 아예 적수가 안 되고, 아마 한국과 우리가 종합우승을 다투지 않을까 십군요."

"하하하........! 제 예측과 동일합니다."

내 웃음이 잦아들 무렵 검버섯 핀 얼굴에 미소를 띤 양상곤이 말했다.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겠지만, 양국이 이렇게 선린우호 관계를 쌓아가다 보면, 머지않아 양국관계도 좋은 날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는 내 의견이 아니라 등소평 동지의 말씀이었습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장차 양국이 수교를 하게 되면, 우리의 앞선 기술과 자본이 이곳에 대대적으로 투자될 날이 올 겁니다. 한국은 지금 중진국 문턱에 서 있어서, 인건비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올림픽을 기점으로 폭등하지 않을 까 저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값싼 노동력의 이점을 상실하게 되고, 섬유, 전자 등 경공업은 대규모 해외이전을 하겠지요. 마치 지금의 일본처럼 말이지요."

"그렇게 되면 양국의 접근속도도 가속화 되리라 봅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런 날이 제 생각으로는 머지않았습니다. 제비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지만, 봄이 머지않았다는 신호는 충분히 되지 않겠습니까? 미친 제비가 아닌 다음에야 겨울에 날아들 턱이 없을 테니까요."

"하하하........! 대정이 우리에게 날아온 첫 제비인 셈이로군요."

"그렇습니다."

"아무튼 대정으로 인해 양국의 교류에 물꼬가 트이고, 또 아시아경기대회로 인해 우리 선수단이 서울을 방문하게 되고, 이렇게 인적교류가 빈번하게 되다보면 곧, 양국 관계도 좋은 날이 올 겁니다."

"믿습니다. 저는 그 날이 머지않았다고 확신합니다."

"그동안이라도 강 회장이 양국 관계의 가교 역할을 좀 해줘요."

"고맙습니다. 부주석님!"

"이거, 내가 너무 오래 잡고 있으면, 우리가 준비한 오찬이 식을 텐데, 여기서는 이만 하고 이제 자리를 옮겨 못 다한 이야기는 거기서 하도록 하십시다. 주석님도 기다리고 계시니 말입니다."

"이선념 주석님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아마 오찬장에는 나타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예우를 해주셔서."

"우리야 밥 한 끼 대접하는 것뿐인데, 우리 인민들에게 매일의 양식을 제공하는 강 회장이 나는 더 고맙소이다. 우리 인민들을 대신해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오."

"하하하........! 서로 공치사 하다가 날 저물겠소이다, 그려."

"하하하........! 이만 하고 어서 나갑시다."

"네, 그런데 부 주석님!"

양상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말씀하세요."

"한국은 지금 장마가 져서 날씨가 말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곳에 오니 그래도 살만합니다."

"그럼, 며칠 더 머물렀다가 장마가 끝난 뒤에 귀국하시 던지요."

"하하하........! 그래도 될까요?"

"얼마든지 그래도 됩니다. 내 조어대(釣魚臺)에 국빈급 숙소 하나를 비워 놓으라 했으니,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부주석님!"

나 또한 양상곤의 뒤를 따르며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잠시 후, 우리 일행은 곤명호가 내려다보이는 오찬장에 도착을 했다. 곧 양국의 인물들이 각자 지정된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은은한 주악이 울리는 가운데 곧 늦은 오찬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갑자기 주악이 빠른 템포로 바뀌더니 오찬장 입구로 한 인물이 등장했다.

우리나라의 나이로 77세인 국가주석 이선념이 나이에 비해서는 활기찬 걸음으로 입장을 하고 있었다. 모두 알아서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빈이 오시니 어제까지 찌푸렸던 하늘마저도 화창하게 개였군요. 조금 덥기는 하지만, 이 얼마나 좋은 날씨요. 반갑소이다. 강 회장!"

날씨 이야기로 덕담을 한 이 선념이 내게로 똑바로 걸어와 악수를 청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주석님!"

"늙은이를 만나는 것이, 뭔 영광씩이나."

꼬장꼬장 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이선념은 유머도 있고 화통한 사람이었다.

"자, 다들 자리에 앉아 식기 전에 식사들 합시다. 그리고 강 회장님은 내 옆자리로 좀 오세요. 내 할 이야기가 많아요. 부주석님 양해해 주시는 거죠?"

"암, 양해고 자시고 할 게 뭐 있습니까? 주석님 편리하신대로 하세요."

"고맙소이다."

나는 이선념의 제의에 따라 통역을 대동하고 그의 앞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자, 자. 식기 전에 어서들 드세요."

"감사합니다. 주석님! 잘 먹겠습니다."

우리 수행원들 중에서 비교적 비윗살이 좋은 이범석 기획조정실장이 감사를 표하고 수저를 들었다.

"찬이야 없지만 즐겁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양상곤 부주석이 일어나 겸양을 하고, 또 다시 은은히 울리는 주악 속에서 일제히 식사가 시작되었다. 차린 음식에는 이들이 국빈급에게 자주 내놓는 곰발바닥 요리, 제비집요리, 원숭이 골 요리, 하여튼 별 듣도 보도 못한 음식들로 산해진미를 이루고 있었다.

"드시면서 이야기 합시다."

"네, 주석님!"

손까지 써가며 권하는 이 주석의 말에 따라 나는 이것저것 조금씩 맛을 보았다. 그런데 통역요원 방령은 내 뒤에 위치에 전혀 식사를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는 이 주석이 대동한 통역요원도 마찬가지였다.

"주석님, 양해를 하나 구할 일이 있는 데요?"

"뭐든지 말씀하세요."

"잔칫날에는 지나가는 거지도 불러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예로부터 한중 양국의 아름다운 풍속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의 대화를 이어주는 사람들은 뒤에서 침만 꼴깍 꼴깍 삼키고 있어야 하니, 안 됐습니다. 결례지만 합석을 시켰으면 합니다."

"아, 그래요? 내 거가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군요. 그럼,강 회장의 제안대로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감사합니다."

급히 인사를 한 내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리 와요. 같이 식사합시다."

나는 내 옆 빈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나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고마워 할 줄 알았더니, 오히려 울상을 짓는 방령이었다. 아마 어려운 자리라 난감해서 그런 모양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내가 나직이 속삭였다.

"이 말은 통역하지 말아요. 밥 먹고 똥 싸는 것은 다 마찬가지인데,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합니까? 편하게 마음먹고 내 옆에 앉아요. 정 어려워 안 넘어가면 국물로 된 음식이라도 떠 넣고 있어요."

이렇게 까지 말하니 방령도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곁에 앉았다. 이때 이 주석의 통역도 자리에 일어나 어기적 어기적 이 주석의 옆자리에 앉는데, 간신히 의자 끝만 걸치고 앉았다. 방령 역시 마찬가지의 자세라 내가 그녀의 자세를 수정해주었다. 이에 생각지도 않게 그녀의 얼굴이 복사꽃이 되어 남의 시선을 모았다. 이 모양을 보고 이 주석이 한마디 농담을 건넸다.

"두 분이 그렇게 앉아 있으니, 참으로 보기가 좋습니다. 나도 다음부터는 여자 통역요원으로 대체를 해야겠어요."

이 말에 방령의 얼굴은 1,600도 이상의 고온을 뿜어내는 용광로의 쇳물보다 더 붉어지고, 중국 통역요원은 밥벌이가 달린 일이라 똥마려운 강아지가 되었다. 양인의 모습을 보니 나는 나도 모르게 대소가 터져 나왔다.

"하하하........!"

웃고 나니 나 혼자 신난 격이라 뻘즘하지 않을 수 없어 내가 급히 이 주석에게 말했다.

"양인의 표정이 너무 재미있어서 말이죠. 그러나저러나 오늘 같이 즐거운 자리에 어찌 술이 빠질 수 있습니까? 일제히 건배 한 잔씩 했으면 좋겠습니다."

"듣기로 화통하다더니, 역시 화통하시군요. 그럼, 우리 한 잔씩 하는 것으로 합시다."

이 주석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성장을 하고 돕던 아가씨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각자의 잔에다 포도주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 잔에도 이 주석과 마찬가지로 반만 따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가득 따르시오."

내 말에 중국인 아가씨가 힐끔 나를 쳐다보았다.

'그래도 되겠느냐?'

는 눈초리였다. 그래서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 주석이 한마디 했다.

"역시 강 회장은 술도 화통하게 자시는 구료. 하지만 나는 나이가 있으니, 양해해 주시오."

"별 말씀을."

좌석을 한 번 둘러보고 모두의 잔에 술이 채워진 것을 확인한 이 주석이 말했다.

"자, 강 회장의 제안에 따라 우리 한 잔씩 듭시다. 그 대신 건배사도 강 회장이 해주셔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주석님!"

나는 사양하지 않았다.

"양국의 무궁한 발전과 주석님 이하 부주석님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고위 관리 여러분들의 앞날에, 무궁한 행복과 건강을, 위하여!"

"위하여!"

회랑의 지붕이 들썩일 정도의 큰 후창과 함께 각자의 잔을 다 비우는 참석자들이었다. 그러나 이 주석과 양 부주석은 입만 대었다 떼었다. 그러나 나는 한 잔 가득 따라진 것을 순식간에 다 비웠다. 포도주 정도야 내게는 음료수 밖에 안 되니 하등 지장이 없었다.

"역시 강 회장답소. 술도 아주 호쾌하게 자시는 구료."

"별 말씀을."

사양한 나는 또 한 잔이 가득 따라져도 이마저도 사양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오늘도 읽어주시고, 선작, 멘트, 추천, 크고 작은 많은 쿠폰을 소리 없이 투척해주신 많은 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

"대단히 대단히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록일 : 14.02.20 00:05조회 : 6805/6818추천 : 225선호작품 : 7444(비허용)해주신 많은 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

^^감사합니다!

^^해주신 많은 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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