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203화 (203/322)

< --재계 서열 1위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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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하이 공항에 도착하니 장쩌민 서기장은 보이지 않고 그의 부하들이 승용차와 함께 마중을 나와 있었다. 절도 있게 고개를 숙인 사십 대의 중년인이 말했다.

"시장님께서 갑자기 급한 볼일이 생겨서 미처 영접을 못 나오셨습니다. '죄송하다'는 말 꼭 전해드리라 했습니다."

"고맙소!"

"모시겠습니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일단 말이라도 그렇게 하니 고마웠다. 나는 그가 권하는 승용차에 올라 뒷좌석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다 왔습니다. 내리실까요?"

안내인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순간적으로 졸았나보다. 이것이 다 이 차장이 때문에 어제 저녁에 제대로 잠을 못 잔 탓이었다. 원망(?)을 담은 눈으로 이 차장을 바라보니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심히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가, 나의 헛기침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차에서 내렸다.

우리는 안내인을 따라 곧 장쩌민의 집무실 옆방으로 안내되었다. 5분 정도 기다리니 그가 나타나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이거, 늦어서 죄송합니다. 미처 온 손님을 보내지 못해........"

"아닙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생각보다 더 젊어 보이십니다."

"더 더군다나 제가 동안이다 보니 더 그렇습니다. 서기님도 건강이 아주 좋아 보이십니다."

"상하이 시장이긴 하지만 서기는 아닙니다."

"아, 그렀습니까? 결례를 범했습니다. 생각해보니 큰 결례도 아니군요. 내년이면 상하이 서기 직에도 오르실 것 같으니, 그렇다는 말입니다."

"무슨.......! 아직 되지도 않을 것을."

내년에는 상하이 서기 직까지 맡는다니 은근히 좋아하는 장쩌민이었다.

"아무튼 고맙소. 우리 이럴게 아니라 자리에 앉아 이야기 합시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곧 소파에 마주보고 앉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금번에 우리 상하이에 냉장고 공장을 지으시겠다고요?"

"그렇습니다. 우선 연산 5만 대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연 30만 대는 출하되어야 타산이 맞습니다만, 우리도 조심스러우니 양해하십시오."

"그럼, 적자가 나는 것입니까? 내 경제는 잘 몰라서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제 말은 규모의 경제라고, 연 30만 대 이상은 한 공장에서 생산되어야, 이윤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군요. 다른 분야에 더 투자할 의향은 없습니까?"

"처음에 말씀 드린 대로 아직 처음이다 보니 모든 면이 조심스럽습니다. 이것이 운영이 잘 되면 나중에는 더 큰 규모의 투자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분위기가 어색해지려하자 나는 이곳에서도 내 전매특허를 써먹었다.

"시장님! 저랑 내기 하나 하시겠습니까?"

"허허.......! 뜬금없이 무슨 내기요?"

"제가 아주 상(相)에 정통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아주 귀한 상으로 몇 년 음.......... 최소한 4년 안에는 이 나라의 권부를 움켜쥐시겠습니다."

"정말이오?"

내 말에 바짝 다가앉은 그의 얼굴에는 아주 기쁜 빛이 역력했다. 인지상정 아닌가. 자신이 잘 된다는 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내기를 하자는 말 아닙니까?"

"무슨 내기요?"

"제 말대로 된다면 그 때가서 저를 외면 말고, 제 소원 하나를 들어주십시오."

"만약 틀리면?"

"그때는 제가 이 중국 땅에 투자한 기업의 소유권을 몽땅 시장님께 드리겠습니다."

"그럼, 강 회장의 말이 틀리기를 바라야 되는 거야? 맞길 바라는 거야? 하하하.......!"

"하하하........!"

나도 그의 농담에 동조해 유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내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내가 들어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강 회장의 청을 틀림없이 들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미리 감사의 인사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이거, 졸지에. 강 회장을 만나니 기분이 무척 좋아지는데? 당등록일 : 14.02.19 05:24조회 : 7224/7236장 청은 없소?"

"지금 당장은 뚜렷이 떠오르는 것은 없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다가 애로사항이 있으면 그때 가서 청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제가 만약 상하이에 온다면 수시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을 외면할 까닭이 없잖소.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합시다."

"감사합니다. 시장님!"

"그런데 통역하는 아가씨도 상당한 미인입니다."

장쩌민의 말에 살짝 얼굴을 붉히며 통역을 아주 거북스러워하는 이 미연 차장이었다.

"용모도 용모지만 능력은 더 출중합니다."

나의 말에 이를 통역하는 이 차장의 얼굴이 급 해당화 꽃이 되었다.

나의 말에 빙그레 웃음을 띠고 다시 한 번 이 차장을 살피던 장쩌민이 갑자기 정색을 하고 말했다. 표정 변화가 무쌍한 사람이었다.

"내 강 회장께 부탁할 게 하나 있어요."

"무엇이든지 말씀하세요."

"내가 듣기로 한국의 철강제품이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국제적 경쟁력'이라고 좋게 표현했지만 나는 '싸다'라는 말로 알아들었다. 어찌됐든 나는 곧 맞장구를 쳤다.

"그렇습니다. 한국의 포항제철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세계에서 알아주는 제품입니다. 값이 싸면서도 품질이 좋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이오. 지금 상하이는 날이 새고 나면 건물이 하나 들어섰다 싶을 정도로 건축 붐이 일고 있어요. 그런데 국교가 없다보니 우리가 일본 제품을 사서 쓰는데, 값도 값이지만 얼마나 고자세를 취하는지, 철근이 품귀라 더 수출을 늘려달라고 애걸을 해도, 마이동풍입니다. 건설 회사들의 애로사항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입니다. 어떻게 수입이 안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수출이 가능합니다."

"국교가 없으니 문제가 아니오?"

"홍콩 법인을 통해 우회 수출을 하면 됩니다. 또 우리 지사도 상하이에 생길 예정이니, 그곳에 이야기하면 지구에 있는 제품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구해다 드릴 수가 있습니다."

"좋습니다. 앞으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장 철근 난부터 대정해서 해결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시장님!"

나는 말을 끝내자마자 여 지사장을 돌아보며 물었다.

"들었지요?"

"네, 회장님! 바로 조처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때부터 대화가 겉도는 것 같아서 나는 10분 만에 대화를 마치고 그와 헤어졌다.

우리는 곧 대낮이지만 그가 예약해 놓은 호텔로 들어와 여장을 풀었다. 나는 뭔가 찝찝한 생각이 들어 양복을 벗고 샤워를 하려는데,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얼른 벗었던 상의를 꿰고 말했다.

"들어오세요."

소리 없이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사람을 보니 이 미연 차장이었다. 그런데 왠지 표정이 미장미가 넘친다할까, 어떻게 보면 처연해 보이기도 하고, 하여튼 분간할 수 없는 이상한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오?"

"회장님! 저 이곳 지사장으로 남으면 안 될까요?"

"갑자기 무슨 소리요? 평생 비서실 근무를 원한다 하지 않았소?"

"회장님을 가까이서 모시지 못하는 것은 서운하지만, 이곳이라면 국내와 달리, 회장님이 좀 안심할 것 같아서........"

무슨 말인지 감이 왔다. 그렇지만 나는 잔인하게도 그녀의 의사를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무슨 말이지?"

"이곳에 남아 회장님의 아이를 기르며 살고 싶단 말입니다."

발작적으로 외치고 갑자기 내 발치 앞에 꿇어 엎드려 흐느끼는 이 미연 양이었다.

서러운 음조에 들썩이는 어깨를 보니 정말 그녀가 가여워졌다. 그렇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나는 말이오. 이 차장의 능력을 높이 사, 항상 지근거리에서 나를 보필해 주길 바라오."

"저는 그보다는 한 남자의 여자이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은 다 필요 없습니다. 오로지 회장님의 여인이고 싶습니다. 흑흑흑........!"

참으로 난감했다. 나는 더 이상 여자를 들여 분란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 나도 혈기왕성한 남자다. 이렇게 객고를 겪고 있으면 여자 생각이 간절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었다. 아무 생각도 않고 그저 달려들어 품고 싶다. 그러나 그녀를 품고 나면 그 후과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정말 그녀의 말대로 그녀를 중국 땅 이곳에 보내놓으면, 국내에서의 시끄러움은 면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것은 내게 강렬한 유혹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한 번 더 어금니를 지그시 물고 인내하며 물었다.

"후회하지 않겠소?"

"절대로, 절대로 그런 일은 없습니다."

머리를 강렬하게 저으니 이쪽저쪽으로 세차게 나부끼던 머리카락의 일부는 그의 눈물 젖은 뺨에 달라붙어 그녀의 강렬한 면모를 더욱 부각시키는 듯했다.

"외로울 텐데?"

"외로워도 참을 수 있어요."

내가 조금 빈틈을 보이자, 일어서서 어느새 내 품으로 쓰러지는 그녀였다. 나는 그녀의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한없이 쓰다듬으면서 생각했다.

'이처럼, 한 여인이 한 남자에게 지고지순하게 매달리기도 힘들다. 참으로 이 여인을 어찌 할꼬?'

번뇌로 내 이마가 절로 찌푸려졌다. 이때 갑자기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여 지사장이오?"

"아닙니다."

"어느 분이 이 객실에 넣어주라고 주문한 꽃이 있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그래요? 그럼, 일단은 문 밖에 놔두고 돌아가시오."

"네!"

호텔이라 그런지 그럭저럭 쓸 만한 내 영어가 통했다.

"누가 꽃을 보냈을까?"

내가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날 기미를 보이자, 이 양이 재치 있게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가지고 들고 들어오겠습니다."

"그럼, 그래요."

내 말이 떨어지자 이 차장은 재빠른 걸음으로 문을 열고 나가, 꽃바구니를 들고 들어왔다. 안개꽃에 싸인 장미꽃 10송이 정도였다.

"예쁘다! 화병이 있나?"

이 차장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나 화병이 있을 턱이 없었다. 이 차장은 기어코 꽃을 꽂아놓고 싶은지, 미니 냉장고에서 글라스를 꺼내 물을 채우더니 바구니에서 꽃을 빼냈다.

"어머! 무슨 쪽지가 들어있네!"

그러고 서서 그 내용을 읽기 시작하는 이 차장이었다.

"이것 보세요."

그 메모지를 들고 내게 다가와 건네는 이 차장이었다. 그 내용을 읽어보니 이러했다.'저는 북경주재 북한 대사관의 무관입니다.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 결례를 범했습니다. 일층 로비에서 12시에 뵙고 싶습니다. 저는 중절모를 쓰고 있습니다. 그럼, 회장님의 호의를 기대하면서....... 강 철진'

"이게 뭐야 스파이 공작하는 것도 아니고."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안 만나시는 게.......?"

"아니오. 사업가가 이래 피하고 저래 피하면 사업을 할 수 없지요. 한 번 만나 봅시다."

그렇게 말하고 시계를 보니 10분 전 12시였다.

"만나려면 시간이 없군."

혼자 중얼거린 내가 이 차장을 정시하며 말했다.

"내 이 차장의 뜻을 잘 알았어요. 갑작스런 제의라 나도 좀 당황스럽소. 해서 내 생각을 좀 해보고 결심이 서면 이 차장을 중국 지사장으로 보내리다. 됐지요?"

"네, 회장님!"

조그맣게 말하며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는 이 양이었다. 아무리 당차게 굴어도 천생 여자는 여자인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이 차장을 조용히 미소를 띠고 지켜보다가 말했다.

"가서 여 지사장을 불러오시오. 함께 나갑시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내 말에 일말의 희망을 발견했는지 씩씩하게 말한 이 차장이 빠른 걸음으로 실내를 벗어났다. 나는 곧 거울로 다가가 전신을 한 번 비춰보며 어디 이상한 곳이 없나 옷맵시를 살폈다. 별 이상이 없자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벌써 여 지사장을 대동한 이 차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씩씩하게 말했다.

"갑시다!"

"모시겠습니다!"

기운차게 말하고 앞장을 서는 여 지사장이었다. 거구가 오늘따라 아주 믿음직스러웠다. 나와 이 차장은 그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언제 눌렀는지 곧 엘리베이터가 스스로 문이 열리며, 우리에게 그 내부를 보여주고 있었다. ============================ 작품 후기 오늘도 즐겁고 유쾌한 하루 되세요!

^^============================ 작품 후기 오늘도 즐겁고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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