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정그룹-199화 (199/322)

< --재계 서열 1위 다지기.

-- >

내 눈치가 이상한 것을 눈치 챈 이 재영 국회의장이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오~! 천하에 유명한 강 회장의 3미인 아니오?"

"의장님까지도 남부끄럽게 왜 이러십니까?"

"하하하.......! 나는 보기 좋기만 한 걸. 오늘 눈요기 한 번 실컸하오. 어디 가서 이런 미인들을 본단 말이오."

"의장님!"

나의 격앙된 목소리에도 여전히 유들유들한 이 의장이었다.

"내 놀리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부러워서 하는 말이니 너무 노여워 마시오."

"안녕하세요, 의장님!"

"안녕하세요, 국회의장님!"

"반갑소!"

내 내자들이 급히 와서 인사를 하자 나보다도 부인들의 손을 먼저 잡는 이 의

장이었다.

"의장님 너무 하십니다. 먼저 나와 있던 제 손은 뭐가 되는 겁니까?"

"아, 그랬소? 난 미처 못 봤는데."

시침을 뚝 떼는 이 의장이었다.

"아무튼 축하하오."

"감사합니다. 의장님!"

뒤늦게 둘은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내가 제일 먼저 온 것 아닌가?"

"의장님이 제일 늦으셨습니다. 벌써 다 와 계십니다."

"요새는 어떻게 된 게, 정치하는 나보다도 정치 잘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불감당이야!"

"하하하.......!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그럴까?"

그를 다시 돌아온 이 미연 차장이 안내를 했다.

"늦어서 죄송해요."

미정이 먼저 사과를 하고 고개를 숙이는데 수정과 명희는 말도 못하고 덩달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오늘 벌 좀 받아야겠어."

"미장원엘 갔더니......."

"변명은 됐고. 벌로 오늘 밤은 모두 한방에서 자는 거야. 알았어?"

"........!"

대답이 없는 세 여자였다.

"왜 대답이 없어?"

"알았어요."

미정이 마지못해 대답을 하는데 두 여인도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고의로 늦은 것은 아니겠지? 내가 벌주는 방법을 알고."

"설마요?"

그렇게 말하며 서로 눈을 찡긋하는데, 이게 어쩐지 음모의 냄새가 슬슬 나는 것이었다.

"하여튼 끝나고 보자고."

"헤헤헤........! 그래요."

이들이 실실 미소를 짓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벌주는 방법을 바꾸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나였다. 이때 굵은 뿔테 안경을 쓴 구자경 럭키금성그룹 회장이 현관에 들어섰으므로 나는 얼른 표정을 수습하고 그를 맞으러 나갔다.

"축하하오. 강 회장!"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부럽소, 부러워! 젊은 양반이 벌써 이만한 성과를 이룩하다니."

"너무 그러시면 부담스럽습니다."

"부담 주려는 게 아니라 더욱 잘하라는 격려지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오~! 반갑소."

미정을 비롯한 세 사람이 일제히 인사를 드리자, 이 또한 세 부인의 손을 잡아가며 즐거워하는 구 회장이었다.

"안으로 드시지요. 회장님!"

"그럽시다. 우리 언제 차 한 잔 합시다. 너무 정 회장과만 어울리지 말고."

가시가 있는 말이기에 나도 진지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언제 한 번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러하도록 하오. 바쁜 것 같으니, 내 먼저 들어가리다."

"모시겠습니다."

올리비아 리의 안내를 받으며 아주 즐거워하는 구 회장이었다.

"오~! 대정그룹은 미인만을 모아 놓은 모양이오."

말없이 생긋 웃은 올리비아 리가 구 회장을 모시고 안으로 사라졌다. 거물들은 다 온 것 같아 내가 안으로 들어가려 하니 세 부인이 조용히 내 뒤를 따랐다. 이때 뒤늦게 박영수 비서실장이 나타났으므로 우리는 그를 영접하고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7시가 되자 구인철 기획팀장이 사회로 나와 진행을 시작했다.

"먼저 SBS 회장님의 인사 말씀이 있겠습니다."

그의 말에 따라 내가 단상에 섰다.

"먼저 이 자리를 빛내주시기 위해 찾아와 주신 내외 귀빈님들께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또한 본 방송이 제대로 실시될 수 있도록 불철주야 노력해주신 장 강재 사장님 이아 임직원 여러분들께도 이 자릴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기서 한 호흡 쉬며 장내를 한 바퀴 휘돌아본 나의 말이 이어졌다.

"오늘 새롭게 출범하는 서울방송은 상업방송을 모토로 일상에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고, 재 충전하는 기회가 되도록즐겁고 유익한 방송을 지향할 것입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품격 있고 격조 높은 오락과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송출할 것이며, 보다 빠른 뉴스를 위해 8시에 메인 뉴스가 여러분 곁은 찾아갈 것입니다."

"이렇게 즐거운 자리에서 고리타분한 이야기만 길게 이야기하면 재미없으니 저는 오늘 왕림하신 내외 귀빈들이 함께 즐기고 유익한 시간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이만 인사 말씀에 갈음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의 간단한 인사말이 끝나자 장내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어 외빈을 대표해 노신영 국무총리가 축사를 했다.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5공 들어와 안기부장에 이어 국무총리에 오르는 등 연달아 요직에 등용됨으로써 한껏 존재 가치를 과시하고 있는 요즈음의 그였다.

올백으로 빗어 넘긴 머리에 금테 안경, 약간 벗겨져 올라간 이마. 이런 그의 모습ㅇ서 단정하다는 느낌과 함께 왠지 권위적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존경하는 강 대정 회장님을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 본 정부에서는 좀 전에 강 회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국민의 삶에 하나의 위안거리요, 활력소가 되도록 하기 위해 서울 방송의 개국을 허락한 바가 있습니다."

장내를 한 번 둘러본 그의 말이 이어졌다.

"따라서 서울 방송은 설립 취지를 살려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으로 믿습니다. 아울러 경제발전과 국민을 통합하는데도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믿습니다. 제 당부의 말은 여기서 그치고, 앞으로 서울방송이 무궁한 발전을 이룩할 것을 믿으며 간단하나마 축사에 갈음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내에 다시 한 번 우렁찬 박수 소리가 쏟아지고 이어 본격적인 사교모임이 벌어졌다. 뷔페로 차려진 음식과 각종 술을 들며 친소 친소, 또는 이 기회에 유력 인사에게 줄을 대기 위해 소란스러움 속에 부산한 움직임이 벌어졌다. 나 또한 세 부인을 데리고 다니며 오늘 찾아와 준 많은 귀빈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사를 나누었다. 이러다가 나는 뒤늦게 온 대우의 김우중 회장을 발견하고 그의 곁으로 가 먼저 인사를 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

"오~! 강 회장! 이거 늦어서 미안하오."

"아닙니다. 찾아주신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내 항상 분주하게 살다보니 하마터면 이 자리에 참석을 못 할 번했소. 미국 출장 중에 이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귀국했소."

"그렇게 까지 하지 않으셔도 될 것을........"

"아니지요. 재계 1위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죠. 괜히 강 회장에 밉보였다가 그나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자동차 사업에라도 뛰어들기라도 한다면....... 하하하........!"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농담이었고요. 어때요? 전경련 회장에 취임할 생각은 없소?"

"전혀, 전혀 그런 생각이 없습니다. 재계에 원로 분들이 많으니 그분들을 선임하는 것이 여러모로 득일 것입니다."

"흐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네."

"제가 겸양하는 것이 아니라, 저는 전혀 아니 절대로 뜻이 없습니다. 설혹 맡기신다 해도 백 번이면 백 번 다 고사할 것입니다. 저는 솔직히 나서는 자리가 부담스럽습니다."

"흐흠........! 그렇다면 몇 년 후에 봐야 되겠고만."

"그때도 아마 제 심정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나중 일이고. 어떻소? 세계 경제가 좀 풀릴 것 같소?"

"호황이라도 언제나 어려움을 느끼는 게 우리 기업인들 아닙니까? 미처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응도 해야 하고요. 제 생각에는 일본의 엔화가 강세인 요즈음이 일본을 따라 잡을 적기라 봅니다. 이때 기술 격차를 좁혀 일본을 따라잡지 않으면 점점 더 어려워지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야 그렇지요. 그런데 워낙 기술 격차가 커놔서........."

"그래도 이 기회에 따라잡아야 합니다."

이때 끼어드는 사람이 있으니 정 회장이었다.

"뭔 얘기가 그렇게 재미있소?"

"엔화 가치가 연일 상승할 때 일본을 따라 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물론이지. 조선서부터 전자, 자동차, 기계 전 분야에서 일대 약진을 전개해 일본이 세계 시장에서 누리고 있는 영역을 우리가 잠식해야지."

사람들의 눈이 있으니 속 깊은 이야기는 못하고 모두 원론적인 수준의 이야기만 하면 변죽만 울리는 세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자리가 싫어 슬그머니 자리를 이탈해 연예인들 곁으로 갔다. 최불암 씨, 김혜자 씨 등 전원일기에서 일용엄마로 나오는 김수미 씨 등이 한곳에 몰려 있었다.

"전원일기 잘 보고 있습니다."

나의 인사에 굉장히 반가운 표정을 짓는 최불암 씨였다.

"강 회장님이 전원일기를 보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재미있는 프로라 짬짬이 봅니다."

"감사합니다."

김 혜자 씨가 감사를 표했다. 뒤 따르던 아내들도 화면에서 친근한 얼굴들을 만나자 유독 이들과 잘 어울렸다. 이때 나는 일용엄마 역으로 나오는 김수미 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이렇게 고운 분이 어떻게 그런 노인으로 나오는지? 거리에서 만나면 알아 볼 사람이 몇 안 되겠습니다?"

"예쁘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회장님!"

"사실이 그렇잖습니까?"

"많이 들 놀래시기는 해요."

"정말 이렇게 곱고 젊은 분이 그런 노인 역을 그렇게 잘 소화해 나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나의 거듭된 칭찬에 외향적인 성격의 그녀도 살짝 얼굴을 붉혔다. 이렇게 나는 장내에 있는 인사들을 두루 찾아다니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다 보니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2부 행사가 시작되었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제일 잘 나간다는 톱스타들이 총 출연해 자산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자리였다. 나는 이 시간이 되자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 2층에 마련된 객실로 올라가 쉬었다. 그러나 부인들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그것을 구경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런데는 별로 관심이 없었으므로 휴식을 좀 취했다. 이때 노트 소리와 함께 이 팀장이 찾아들었다.

"한참 찾아다녔어요. 회장님!"

"왜?"

"사람들이 찾으니까, 그렇지요."

"하긴 주인이 빠지면 싱거운 잔치가 되지. 아, 이젠 쉬는 것도 마음대로 안 되는 고만."

"피곤하셔도 오늘 하루만 참으세요."

"그럴까? 갑시다."

나는 할 수 없이 또 리셉션 장으로 끌려갔다. 이래서 있어도 피곤하고 없어도 고달픈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다.

============================ 작품 후기 많은 성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쓰는 대로 한 편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많은 성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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